선가귀감(서산대사 지음, 원순 역해)
머리글
이 책의 저자는 서산 휴정(1520~1604) 스님입니다. 스님이 묘향산에 계실 때 50여권의 경전과 논서, 어록 등을 보시면서 공부하는 데 요긴하고 간절한 말들이 있으면 뽑아 두었다가, 후학들을 위하여 주해나 게송을 달아 그 내용을 풀이한 다음, 1564년 직접 서문을 쓰고 만들 책이 「선가귀감」입니다. 이것을 금화 도인이 한글로 번역하여 153장으로 된 「선가귀감 언해본」을 1569년에 펴냈고, 서산 스님의 제자 사명 유정(1544~1610)이 발문을 쓰고 81장으로 정리된 한문본을 1579년 봄에 펴내게 되었습니다.
「선가귀감」은 간화선을 참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그 길을 일러 놓은 책입니다.
‘선가禪家’는 ‘참선하는 집안’이란 뜻이니 ‘참선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사람들’이고, ‘귀龜’는 미래의 일을 점을 쳐서 알아내려고 할 때 쓰는 거북이 등껍질이니 뒷날 내 모습을 「선가귀감」을 통하여 미리 알아본다는 것이며, ‘감鑑’은 ‘거울’이니 평소에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선가귀감」에 비추어 보고 올바르게 잘 살라는 것입니다.
「선가귀감」을 보면서 첫 장에서 ‘일물一物’을 번역한 ‘그 무엇’이란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 ‘그 무엇’이 있는데
본디 밝고 밝아 신령스러워서
일찍이 생겨난 적도 없고 없어진 적도 없었으니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그 무엇’이란 내용만 알게 되면 「선가귀감」의 공부는 끝이 나는 것입니다. 아니 불교의 모든 공부가 다 끝나 버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무엇’이란 어떤 것입니까? 책에서는 이어 설명하기를 ‘그 무엇’은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는 ‘그 무엇’을 바로 알고 깨치고자 하는 것이 ‘禪’입니다. 먼 길로 둘러가지 않고 단숨에 화두로 이것을 깨치고자 하는 것이 ‘간화선’입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은 이 도리를 바로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그 무엇’을 이해시키려고 부처님의 팔만 사천법문이 있게 됩니다. 이런 가르침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그 무엇’에 대하여 알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차근차근 ‘그 무엇’에 대해 알아나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敎’입니다. 이 선과 교를 아울러서 성불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가르침이 곧 「선가귀감」입니다.
올바른 스승을 찾기 어려운 요즈음 세상에서는 「선가귀감」이 바로 선지식이 됩니다. 「선가귀감」에서는 먼저 믿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선과 교에 대한 가르침을 내리시어 부처님 법을 기꺼이 믿고 받아들이게 합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과정도 중요시 여겨 화두 수행법 뿐만 아니라 계정혜 삼학은 물론 주력과 예배, 염불의 진정한 의미를 말씀하시니 이 책을 출가 수행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마음 챙기며 살아가는 재가 수행자에게도 올바른 참선 수행의 지침서가 될 만합니다. 또한 서산 스님께서는 화두 수행법뿐만 아니라 출가일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수행자의 마음 자세에 대해서도 간곡히 이르고 있습니다. 수행자가 시주 은혜를 저버리고 세상의 명리를 구하는 일은 부처님을 팔아먹는 도적이라고 경계하면서 부처님 제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갈 것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현대불교신문에 2006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선 수행의 길잡이’란 제목으로 「선가귀감」 강설을 연재하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번역본의 밑본은 한문본으로 하였고, 역자의 주는 연재를 마친 「선 수행의 길잡이」에서 많이 인용하였습니다. 혹 「선가귀감」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이 연재물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내용 구성은 서산 스님이 해 놓으신 대로 본문, 주해, 게송, 평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할 때 시중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용담, 법정, 법인, 일장 스님의 번역본을 많이 참고하였고, 그 외 선학간행회, 보성문화사, 예문서원 번역본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만일 이 책에서 잘못 풀이된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본인 잘못이니 눈 밝은 선지식의 질책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도가 죽은 문자로 변질될까 두렵다 하시면서도 어리석게 도를 닦는 것은 무명만 키우는 일이기에 후학을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선가귀감」을 엮으셨을 서산대사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이 책을 엄한 스승으로 삼아
끝까지 공부해서 오묘한 도리를 얻는다면
이 글 한마디 한마디에
살아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실 것이니,
부지런히 공부에 힘쓰시고 또 힘쓰셔야 합니다.”
2007년 9월 3일
송광사 인월암에서 인월행자 두손모음
출처: 선가귀감, 서산대사 지음, 원순 역해, 도서출판 법공양
첫댓글 이번 주 부터 서산대사님의 선가귀감을 공양 올리게 되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고전읽기로 접한 서산대사는 축지법을 사용하고, 임진왜란 시 나라를 구하신 스님이라는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단지 축지법이라는 그 구절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선가귀감을 공부할 기회를 주신 보현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몇 개월 전 부터 인월암 원순스님께서 선가귀감을 줌으로 강의를 하고 계시는데 일정이 겹쳐 주 2회 하고 있으나 주 1회만 들어서 잘모르고 있는데 덕분에 다시 공부하게 되어 참 좋습니다.
오늘은 원순스님의 머리말을 옮겨옵니다.
다음 주 부터 기대하십시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마하반야바라밀 _()()()_
개봉박두! ^^
수심결이 끝나고 이어서 선가귀감까지 공부할 기회를 주시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열심히 따라 가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