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딸아이의 엄마인 백희나 씨는 글보다는 그림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림을 보는 기준은 그림만 보고도 내용이 느껴지는가, 아닌가이다. 그림이 좋은 책은 등장인물은 물론 그 배경이 사실적이고 세세한 편인데, 이런 책은 그림이 문장을 모두 설명하고 있어서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해도 책 내용과 맞는다. 그녀도 글보다는 그림으로 책을 읽어주는 편. 먼저 엄마가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다음 글을 읽어주는 대신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이야기하면 아이나 엄마나 지루하지 않다. 이렇게 그림으로 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는 글씨를 몰라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혼자서도 그림책을 볼 줄 안다. 책의 내용도 너무 추상적이거나 공상과학적이 아닌 아이에게 익숙한 내용,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겪을 수 있는 내용 위주로 고르는 편.
![](http://photo-section.hanmail.net/daum/miznet/200701/15/d119m.jpg) 1『공주님과 완두콩』 로렌 차일드 지음/이다희 옮김/비룡소/1만2천원 안데르센의 원작을 영국의 유명한 작가 로렌 차일드가 각색하고 그림을 그린 책이다. 작은 미니어처 가구들과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등장인물과 무대를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들어 마치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 듯하다. 글도 많고 내용도 복잡해 아이들이 읽기에 그리 쉬운 책은 아니지만 워낙 그림이 생생해서 그림을 보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2『팥죽 할멈과 호랑이』 백희나 지음/시공주니어/8천5백원 엄마가 만든 책인지도 모르고 아이가 즐겨 보는 책. 『구름빵』처럼 반 입체 일러스트로 작업한 것으로 할머니와 사물을 한지 인형으로 정겹게 표현하고, 배경을 수묵화 느낌으로 더해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날이야기를 입체적인 화면으로 만든 것이라 아이가 좋아한다.
![](http://photo-section.hanmail.net/daum/miznet/200701/15/d120m.jpg) 3『나와 감기 걸린 알』 후나자키 요시히코 지음/정숙경 옮김/보림/7천5백원 색을 거의 쓰지 않은 그림책인데, 재미있는 것은 얼굴의 색깔 변화가 심리를 말해준다는 거다. 으슬으슬 추울 때는 푸른색, 친구에게 얻어맞아 화가 났을 때는 붉은색 등. 주인공 아이가 병원에 가기 싫어 길을 빙빙 돌아가는 그림이나, 주인공 대신 알이 대신 기침을 하는 그림은 그림만 봐도 아이의 심리가 어떤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병원 앞에서 우연히 주운 신기한 알이 아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준다는 얘기로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내용이다.
4『Lisa’s Airplane Trip』 Gutman, Anne/Random House Childrens Books/1만1천1백원 강아지 리사가 혼자서 첫 비행기 여행을 하는 얘기로 유화로 그린 일러스트도 좋지만 내용도 무척 재미있다. 해외 여행 가기 전에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한 원서. 책의 내용을 보면 리사가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고, 주스를 마시다가 의자에 흘려 스튜어디스가 화장실에서 씻겨주는 내용들이 재미난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그림을 보면서 할 얘기가 많은 책이다.
![](http://photo-section.hanmail.net/daum/miznet/200701/15/d122m.jpg) 5『난 네가 보여』 조안 스타이너 지음/베틀북/1만원 우주선이 그려져 있는 표지만 보면 과학책인 듯싶지만 실제론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그림을 찾는 일종의 숨은그림찾기 책이다. 그 어떤 책보다 볼거리가 아주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집과 자동차, 항구 등은 모두 과자와 생일 초, 땅콩, 연필, 사탕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갖가지 물건들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놀라울 정도. 사탕이 벽시계가 되고, 자전거 바퀴가 되고, 신호등이 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를 찾는 재미가 쏠쏠해서 아이들만큼 어른들도 재미있어하는 책이다.
6『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주디스 커 지음/최정선 옮김/보림/7천원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모녀에게 딱 맞는 책.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책이라 아이가 친숙해하고 어렵지 않게 다가간다. 과자도 몽땅 다, 케이크도 몽땅 다, 오렌지 주스도 몽땅 다…처럼 말이 반복되어 글을 읽는 맛도 있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안정감이 있고 따뜻한 느낌.
자료 ㅣ레몬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