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40보> - 재미있는 인터넷 쇼핑
상하이에서 1년 이상 살다 보니 우리나라 물가나 중국 상하이 물가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한 달 살고 나면 우리 부부 둘이서 먹고 사는 데 들어간 돈이 우리나라에서와 비슷하니깐.
물론 작년 가을처럼 우리나라의 김장배추 등 채소 값이 폭등을 할 때는 여기서 산다는 것이 호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와 이곳의 상품가격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면 여기 가격이 다음 얼마라도 싼 것 같은데 막상 살아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우리나라보다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뭣이냐 하면 바로 인터넷 쇼핑이다.
이곳 인터넷 쇼핑을 경험해 보니 우리나라보다 좋은 점은 빠르고, 싸고, 품질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경험해 본 범위 내에서의 얘기이다.
이곳 상하이에서 인터엣 쇼핑을 어떻게 시작했냐하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이 아닌 우리나라 동대문상가 같은 도매시장에 가면 정가라는 것이 없어서 무조건 가격 흥정을 해야 한다.
처음엔 상인들과 가격흥정을 하면서 말도 배우고, 중국생활에 적응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고, 세 학기 째에 접어들면서 차츰 성가신 일이 되어 버렸다.
옷 한두 벌, 생필품 한두 개 사면서 나누는 대화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몇 마디 되지도 않고, 또한 처음엔 중국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 흥미도 없어져 갔다.
게다가 초기에는 이 시장 저 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있었는데 1년이 지나면서 그 또한 별다른 호기심을 가져오지도 못 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6A0484DC4FEA423)
(벗씨가 3일간에 걸친 작업 끝에 겨우 등록한 은행 결제 카드와 유에스비...)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터넷 쇼핑이었다.
먼저 인터넷 표핑을 즐기는 여자 과외 선생님께 인터넷 쇼핑몰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중국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상품이 다양한 곳이 어딘지를···.
그리고 과외 선생님은 어느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지를···.
지난겨울에 과외 선생님은 다양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한 주일 지나면 오리털 파커를 사 입고 오고, 또 한 주일 지나고 나면 겨울용 롱부츠를, 그 다음 또 한 주일이 지나고 나면 새 핸드백을 구입해서는 우리들 앞에 나타나곤 했다.
쇼핑하면 또 못 말리는 성미를 가진 벗씨인지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과외 선생님이 올 때마다 과외 선생님이 산 물건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벗씨는 급기야는 만나자마자 하는 일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이것저것 품평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음에 드는 것이 딱 나타나면 바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맨 처음 내질러버린(?) 것이 청소용 밀대와 부직포였다.
밀대가 14위안(약 2,520원), 부직포가 9위안(약 1,620원)인가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는 방청소를 하고 또 해도 먼지가 너무나 많이 돌아다녀서 무진장 애를 먹고 있었는데 이것 하나로 간단히 해결이 되고 말았다.
값도 쌌고 하룻밤 자고 나면 바로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질도 너무나 마음에 들어 사소한 인터넷 쇼핑 하나로 그만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인터넷 쇼핑에 푹 빠져서는 슬리퍼에다, 쇼핑용 가방, 수면양말, 스카프, 책, 티셔츠 등 원하는 물건들을 하루걸러 골라놓고는 과외 선생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인터넷으로 눈팅(?)만 할 수 있었지 결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기엔 아직 중국이란 동네가 믿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직접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법은 알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은행에서 바로 결제되는 시스템도 갖고 있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눈으로만 상품을 찍어놓고 과외 선생님이 오면 이름을 빌려서 결제를 부탁해 왔던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05A5484DC4FE7020)
(황싱공원... 추동용 콜롬비아 등산 잠바. 탈착용 내피, 모자도 있음. 200위안(약 36,000원)...)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빈번하게 번거로움을 주는 것 같아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1차로 과외 선생님께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는지를. 그랬더니 대답은 의외로 너무나 간단하다고 했다.
외국인이라도 은행에 가서 ‘카이통왕샹인항카(开通网上银行卡)’ 이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다음날 바로 은행으로 달려갔다.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인 벗씨는 이미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는 은행통장에다 카드 발급을 요청했다.
벗씨는 알려 준 대로 한마디만 했을 뿐이지만 그 신청서류와 사인할 곳은 엄청 많았다.
장장 30분 이상에 걸쳐 서류에 빈칸을 메우고 사인하느라고 그랬던 것이다.
드디어 유에스비(USB)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당장 집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로 인터넷 쇼핑몰 신청을 했다.
쇼핑몰마다 회원 가입은 너무나 쉬웠다.
그저 이름과 휴대폰 번호, 그리고 주소만 있으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원 가입 한 번 하려면 주민번호와 직장주소, 연락처 등 적어 넣을 게 너무나 많은 데 비해 여긴 정말 간단해서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은행에서 받아온 유에스비를 꽂고 중국어로 되어 있는 은행 홈 페이지에 개인금융거래 프로그램을 깔고 아이디등을 등록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다시 하라는 지시만 내려왔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컴퓨터 하기가 제일 싫어진다.
그런데 벗씨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록 컴퓨터에 매달려서 은행카드 개통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 끈질긴 벗씨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3EE484DC4FE8B2A)
(비자연장신청 후 귀가 길... 모자 29위안(약 5,220원), 노스페이스 배낭 60위안(약 10,800원)...)
그래도 안 되자 벗씨는 최후의 보루로서 일본에 있는 아들한테 채팅 신청을 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프로그램을 다운받아도 안 된다고요? 프로그램 다운받았으면 컴 껐다가 재부팅해 보세요.”
이건 뭐, 개그프로그램도 아니고, 그게 바로 정답이었다.
컴퓨터를 껐다가 켜자 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버렸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가지고 중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이해 못 해서 그렇다고 사흘씩이나 매달려 있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당장 쇼핑에 들어갔다.
노스페이스 등산용 배낭 40리터짜리 100위안(약 18,000원), 25리터짜리 60위안(약 10,800원), 멋내기용 여자 모자 29위안(약 5,220원) 남자 모자 12위안(약 2,160원).
너무나 싸고 질도 좋았다.
게다가 밤에 주문하면 내일 오전에 바로 도착하고, 배달료도 보통 6위안(약1.080원)이면 되니까 너무나 재미있어졌다.
“오, 통쾌하다. 통쾌해!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걸 왜 진즉부터 하지 않았을까?”
벗씨는 뭔가를 해 냈다는 기분에 약간은 흥분되어 있었다.
“좋겠다. 이젠 가격 흥정 때문에 잘 통하지도 않는 말로 상인들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 안 해도 되고···.”
“그것도 그거지만 과외 선생님께 일일이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나 좋아졌어. 헤헤.”
그 동안 과외 선생님한테 언간이도 미안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중국 면적만큼이나 넓고도 넓은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하느라 또 몇 날 며칠씩이나 머리를 박고 있다.
그 어려운 한자투성이의 상품명과 설명서를 일일이 해독해 가면서···.
“벗씨야!, 한 달 후 귀국할 때,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많은 쇼핑 물건들을 어떻게 다 가지고 가지? 싸게 샀다고 버릴 수도 없잖아···.”
“에고, 나도 모르겠다. 살 땐 너무 재미있었는데···.”
2011년 5월 7일
상하이에서 멋진욱 서.
<참고>
멋진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59-0042-7896
한국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후 86-159-0042-7896-# 하면 됩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한국 로밍폰 011-530-1479로 문자 주세용.
비용 때문에 전화는 못 받아용.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그것들 너무 싼데~혹시 짝퉁 아닌감? ㅎㅎ
그건 잘 몰라요. 인터넷 쇼핑몰에 짝퉁이라고 안 나와 있었어요. 그러니 우리는 모르죠. 그냥 명품에 싸니까 샀어요. 변명... 히히.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대구 흥사단의 새일꾼님, 감사합니다. 파이팅! 히히.
중국과의 온라인 거래를 어떻게 믿고 하냐고 완전 불신을 드러내던 사람이 이젠 사례발표까지~^^ㅋㅎㅎ
그러게 말이야. 히히.
어제 퇴근 무렵에 읽다가 사연이 너무 길어 다 못읽고 오늘에사 완독. 좋겠다. 나는 컬럼비아 등산복을 대백에서 거금 오십사만원을 주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중국에서 만들었더라구요. 에구에구 속상해.
그게 그래뵈도 질이 더 좋을 겁니다. 자부심 갖고 입고 다니시와요. 우리는 부끄럽게 입고 다니겠사옵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