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래의 군대 시절이라면 약 반세기 전이 될 것이다. 그때의 천원이면 봉급의
몇 분이 일이 되는 거금이었다. 현재의 퇴계 이황의 초상이 들어 간 천 원짜리 돈
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스르면 요즘처럼 동전이 아니고 지전이 유통되는 때였다.
속초지구 경비정에 근무하면서 어쩌다 생긴 천 원짜리 두 세장으로도 오징어
한축을 살 수 있었다. 거진에서 온 아가씨에게 차비하라고 천원을 준 기억도 있고,
“경월”소주 댓병도 오백 원하던 때였으니까 그만큼 쓸 데가 많았던 금액이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냐하면 등기 속달이 보통 등기보다 천원이 비싼 대신
하루 만에 간다. 어지간히 급한 거 아니면 보통등기로 하는데 어제 업무적으로
소방서에 신고서를 송부할 때 아무생각 없이 천원 더 들여 속달로 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9시경에 뭐가 잘 못됐다고 다시 제출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데드라인이 내일이다. 만약 보통으로 해서 내일 우편이 도착한다면 자연히
그 사실을 늦게 알게 되어서 제출 날짜를 어기기 때문에 과태료가 300만원 부과
된단다. 천원에 연연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새삼 가슴을 쓸어내린다.
첫댓글 가치가 있는 천원이구나.
교통카드없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