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되는지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물음에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며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인연이기에
결코 갈릴 수 없는 관계라고 말씀하신다(복음).
혼인해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혼인이 실패라고 단정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혼인을 후회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의 인연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김영택 신부의 『결혼은 행복한 장례식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사제와 수도자들이 서품식이나 서원식 때 바닥에 엎드려
‘저는 이제 죽은 목숨입니다. 오로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어 가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부부 관계란 서로가 서로에게 죽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해가 없는 달, 그늘이 없는 햇볕, 땅이 없는 바다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짝을 찾기를 원하셨습니다.
이렇듯 세상 모든 것이 짝을 지어 조화를 이룹니다.
어둠과 빛, 추위와 더위, 물과 불 등이 조화를 이룰 때에
세상은 아름다운 법입니다.
심지어 짚신도 짝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짝은 창조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반면
인간의 짝은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지닐 때에만 조화를 이룹니다.
곧 ‘나는 당신을 위하여 죽었습니다.’ 하고 다짐해야 하며,
결국 ‘당신이 나를 위하여 죽어 주기 때문에 내가 살았군요.’ 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이 신비를 살아가야만 비로소 부부는 더 이상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