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숙소를 부탁해
마라케시 공항에서 마드리드를 가기 위해 라이언항공을 이용했는데, 비행기 연착, 수화물 분실 등 여행객들 사이에 명성이 그리 좋지는 않은듯하다. 나의 출발시간도 오후 4시에서 한시간 정도 연착되어 마드리드 공항에 7시 넘어서 도착했다. 공항에서 유럽유심을 끼웠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애먹었다.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은 안나는데 다른 승객들이 짐을 찾아 다 떠난 후에도 혼자 남아서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을 한참 보냈다. 다행이 인터넷이 연결되어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타러 갔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시 기차로 환승을 해야 했다. 환승을 하려고 기차역에 들어왔는데 간발의 차이로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도중에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그의 숙소도 나와 같이 마드리드 중심가에 있는 솔광장 근처에 있어서 함께 솔광장까지 왔다. 그는 한인민박에 예약을 했다고 했는데 나의 숙소와는 반대방향이어서 솔광장에서 헤어졌다.
말로만 듣던 마드리드 솔광장은 늦은 시간에도 서울 시내처럼 사람들로 붐벼서 밤길이 별로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숙소는 솔광장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는데, 대도시여서 그런지 구글맵을 따라가니 별로 헤메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내 방은 6인실 여자기숙사였는데 6인실 안에 4인실과 2인실 방이 분리된 구조였다. 나는 2인실 방을 이틀간 혼자 사용했다. 마드리드에서 4일을 머물 예정이었고 그 숙소를 이틀만 예약했다. 마음에 들면 다시 연장할 계획이었는데 나는 2인실을 혼자 사용하게 된 것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이틀을 연장하려고 예약사이트를 검색하니 같은 숙소가 검색이 안되었다. 스탭에게 물어보니 내가 연장하려는 날짜에 모두 예약이 되어서 검색이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생길수 도 있는데 내가 그 숙소를 이용하고 있으니까 내이름을 대기자 명단에 우선으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혹시 그 숙소에 자리가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예약사이트를 검색하니 금,토요일 주말이어서 그런지 숙박비가 내 예산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8인실이나 10인실 기숙사 가격도 주중보다 서너배 또는 다섯배 이상의 가격이어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예산과 비슷한 곳은 솔광장에서 걸어서 40~50분 거리이거나 사용후기 평점이 매우 낮은 곳들이었다. 새벽까지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지 못한채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마드리드에서 첫 일정은 프라도 미술관 관람이었는데 숙소에서 20여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 입장권은 미리 한국에서 한달 전에 예약해서 미술관에 아침 10시에 도착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관람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금,토요일에 머물 숙소 해결이 안되서 미술관 계단에 앉아 숙소 검색을 시작했다. 금요일에는 체크아웃도 해야 하고, 아침에 출발하는 세고비아와 톨레도 투어를 예약한 터라 솔광장 근처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숙소가 필요했다. 체크아웃을 하면 짐을 보관할 곳이 필요했는데, 다행인 것은 투어회사에 문의하니 투어하는 동안 내 캐리어를 투어버스에 보관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예산과 위치가 적당한 숙소를 찾으려고 한시간 정도 검색을 하다가, 마드리드 솔광장에 함께 기차를 타고 왔던 사람이 한인민박에 예약했다는 말이 생각나서 한인민박을 검색했다. 나는 한인숙소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했다. 더구나 한식으로 아침을 준다고 하니 가성비 괜찮은 선택인 것 같고 위치도 솔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이용하기로 하고 한 곳에 예약을 시도했다. 그런데, 금요일은 예약이 다 찼고 토요일 하루만 가능했다. 그 민박에 메신저로 금,토요일 이틀간 예약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역시나 금요일은 안되고 토요일만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검색을 하는데 마음이 급했다. 미술관 관람도 내가 기대하고 기다리던 일정이어서 숙소 검색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할 수록 관람시간이 줄어들게 되니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서둘러서 솔광장 근처에 금요일에 머물 숙소를 예약하고, 토요일은 한인민박을 예약했다. 두 곳의 거리는 걸어서 5분으로 가까운 거리여서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았다.
프라도 미술관 (2. 13)
예약을 마치고 나니 오전11시가 조금 넘었다. 배도 고파서 브런치를 먹고 관람을 시작하기로 하고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나서 12시경 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했는데 프라도 미술관은 100여개의 전시실에 3000점이 넘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더니, 나는 미술관이 문을 닫는 8시까지 있었는데도 그림을 다 못보고 나온 것 같았다. 그림 크기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고, 명작 답게 그림의 묘사도 매우 훌륭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에서 견학수업 나온 학생 그룹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고등 학생들이 그림 관람을 하면서 수업을 하는데, 어린 한생들도 진지하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수업을 하는 것을 보니,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스페인이 조금 부러웠다.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관 안에서 원작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다. 한 화가가 작업을 멈추고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나도 그녀에게 미술관에서 어떻게 그림 작업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그녀는 미술관에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 원화를 보면서 그리는 것이 그림실력을 늘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도 그림을 배우는 중이라 그런 작업이 흥미롭게 보였고,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술관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졌다. 그런데, 사진촬영은 금지였고, 각 전시실마다 안내인인지 경비원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눈을 피해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나와 이야기를 나눈 화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경비원이 자리에 없으니 빨리 찍으라고 해서 몇장 찍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보아야 하는 그림 중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 같은 작품 앞에는 역시 사람들이 많았고, 엘 그레코나 루벤스의 그림들과 그 외에도 명작들이 너무 많아서 그림을 보면서도 분위기에 압도 당하는 듯 했다. 특히 중세시대의 그림을 보면서 그 시대의 유럽 생활문화를 조금 엿볼수가 있었는데, 1400년대나 1500년대에 그려진 그림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문물들이 그려져 있어서 정말 놀랐다. 유럽의 과학이 다른 대륙보다 많이 발전해 있어서 그 힘을 바탕으로 한 때 다른 나라들을 식민지화 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브런치를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 미술관을 구경하느라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팠다. 그럼에도 저녁 8시에 문닫는 시간까지 구경하다가 미술관을 나왔다. 숙소까지 걸어 오는데 다리가 후둘거리고 발바닥은 불나는 것 처럼 뜨거웠다. 그래도 숙소 문제도 해결하고 기대했던 프라도 미술관에서 그림을 실컷 보고 오니 기분은 좋았다.
세고비아, 톨레도 투어 (2. 14)
다음날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가지고 세고비아와 톨레도 투어 모임장소인 스페인광장으로 갔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가이드가 미리 나와 있었다. 한인 회사에서 하는 투어라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 여행객들이었다. 그날 투어를 함께할 사람은 35명이라고 했다.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왔고, 혼자인 사람은 나 포함 2명 뿐 이었다. 투어를 예약하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안내사항이 있었는데, 세고비아는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가이드는 세고비아는 1년 중 3개월만 여름이고 나머지는 겨울이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제일 먼저 유명한 수도교가 보였다. 로마시대에 지어졌다는 길고 높은 수도교가 세고비아를 오래된 도시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세계에서 3대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세고비아 성당을 보았다. 고딕양식의 건물로 드레스를 펼친 모양의 건축이라는 데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과 세고비아 전망대를 지나 백설공주 성으로 알려진 알카사르로 갔다. 오전에는 알카사르의 앞쪽을 보았는데, 가이드는 준비해 온 그림자료를 보여주며 백설공주 성으로 알려진 모습은 알카사르의 뒤쪽에서 본 모습이라며 점심식사 후에 들를 것이라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나는 대학생 딸과 여행을 온 모녀팀과 합석을 해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는 벌써 우리와 함께 투어 중인 팀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 추천메뉴인 새끼돼지 요리와 스프와 참치샐러드를 주문했다. 하몽이 들어간 스프가 먼저 나왔는데 처음에는 맛있게 먹었는데, 몇번 먹으니 짠 것 같았고 새끼돼지 요리가 나오는 바람에 많이 남겼다. 새끼돼지 요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맛도 괜찮았다. 대학생 딸이 바삭한 부분을 잘 먹었다. 그녀의 엄마는 식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요리가 조금 남아서 아까웠다. 그래도 그들과 함께해서 그런 음식들을 맛볼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엄마는 그동안 딸과 패키지 여행만 다니다가 이번에 처음 자유여행을 왔는데, 너무 좋다고 한다. 딸이 대학생이 되니 숙소와 투어 등 계획을 짜고 예약해서, 원하는 일정으로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서 다음부터는 자유여행을 다녀야겠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점심을 먹고 식당 근처의 전망대에 가서 사진을 찍고 모임장소에 가서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오전에 가이드가 이야기 한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세고비아 알카사르 뒤쪽 부분이 보이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톨레도로 향했다. 톨레도에 도착하니, 중세도시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톨레도는 강철과 검 등 금속세공업이 발달해서 영화 글레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등에 사용되는 검과 무기 등의 소품을 이곳에서 제작하였다고 한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 문화가 융합된 도시라고 하는데, 유대인 마을 표시가 된 거리와 골목을 지나 유명한 톨레도 대성당에 도착했다. 대성당 앞 광장 근처에 아랍인(?)들이 파놓았다는 네모난 우물이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우물처럼 동그랗고 땅속으로 깊은 우물이 아니라, 직사각형의 넓은 우물이었다. 오후의 햇살에 대성당이 우물가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대성당 자체가 규모도 크고 건물도 멋있었는데, 성당 내부로 들어가니 더욱 화려했다. 성당 외부 정면에는 지옥의 문, 용서의 문, 심판의 문이 나란히 있는데 용서의 문을 만지면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성당 내부 투어를 할때 가이드가 용서 받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만지고 오라고 해서 모두들 용서의 문을 만졌다.
성당 내부 투어는 따로 입장권을 구입해서 투어를 했다.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미소를 띄고 있는 성모마리아상도 있었고, 엘 그레코와 고야의 그림들이며 중앙제단을 비롯한 성당 내부의 조각들도 매우 화려하고 멋있었다. 특히 콜롬버스가 남미에서 모아온 금 약 200 kg을 모아서 만들었다는 성체현시대는 따로 보물실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크기와 화려함이 어마어마 했다. 1년에 한 번 무슨 행사때 외부로 나간다고 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이런 성당이 집 근처에 있으면 가끔 아니 자주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자유시간이 조금 있어서, 점심을 같이 먹은 모녀와 함께 전망대로 가서 톨레도 알카사르를 보았다. 알카사르 아래는 작은 공원겸 놀이터가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고 있었다. '나는 여기를 보려고 멀리서 왔는데, 너희들은 매일 여기서 공을 차고 놀면서 자라는구나'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점점 어두워지고 모이는 시간이 되어 다시 버스를 타고 톨레도 야경을 보러 톨레도 파라도르로 갔다. 파라도르 호텔 안 커피숖과 연결된 넓은 야외 테라스 같은 곳에서 톨레도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운이 좋다며, 이날은 날씨도 맑고 금요일이라 톨레도의 알카사르에도 조명이 들어오는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화려한 조명의 성당과 알카사르가 보이는 톨레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밤공기가 차서 호텔 안으로 들어와 각자 샹그리아나 맥주,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고 다시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투어를 이용해 보니, 가이드가 준비도 많이 해서 두 군데 도시를 편하게 다니고 설명도 듣으면서 그 역사를 알게 되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출발때 모였던 장소에서 버스를 내려 투어를 함께한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새 숙소를 찾아 솔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또 핸드폰 인터넷이 연결이 안되서 구글맵을 볼수가 없었다. 솔광장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이리저리 터치해도 안되니 숙소를 찾아갈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근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있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핸드폰으로 내 숙소 위치를 검색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숙소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흔쾌히 검색을 해주고 현재 위치에서 500미터 거리에 있으니 가까운 곳이라며 친절하게도 그곳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어차피 할 일도 없다고 하며 세 명의 친구들은 내가 예약한 숙소를 함께 가주었다. 솔광장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학생들이었다.
두번째 숙소의 방은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야 했다. 고맙게도 리셉션 주위에 있던 남자 투숙객이 내 캐리어를 내 방앞까지 가져다 주었다. 방에 들어와 유심 작동이 안될때 해결 방법이라고 유심회사에서 받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 몇가지를 시도해 보니 다행히 인터넷 연결이 되었다. 인터넷에 의존하다 보니 연결이 안되면 너무 불안하다. 아무튼 문제해결이 되니 피곤이 몰려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을 먹은 후에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5분거리의 한인민박을 찾아갔다.
마드리드 시내 (2. 15)
한인민박 여자 4인실에 짐을 풀고 다시 솔광장으로 나갔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금,토요일 숙소를 검색할 때 혹시 유럽여행 카페에 숙소 쉐어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해당일에 에어비앤비를 같이 사용하자는 글이 올라온 것이 있어서 내가 연락을 했었다. 메시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사정상 그녀의 숙소는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토요일 일정은 그녀와 함께 시내를 같이 돌아다니기로 하고 솔광장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내 숙소가 솔광장에서 매우 가까워서 내가 먼저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솔광장에는 손금을 봐준다고 접근하며 꽃이나 허브 꾸러미를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캐릭터 커스튬을 입고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며 팁을 받으려고 먼저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뿐만 아니라 마드리드는 소매치기가 많기로 소문나서 나는 광장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할 것 같지 않아서 근처 애플스토어에 들어가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자신의 숙소가 솔광장에서 생각보다 멀었다고 했다. 그녀는 30대로 보이는 외모였고 2개월 예정으로 유럽 여행을 시작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와 마요르 광장을 지나 산미구엘시장에 가서 간단하게 타파스 가게의 샌드위치를 사먹고, 마드리드궁전과 알데무나 성당을 둘러보았다.
맛집 검색을 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테이크가 포함된 오늘의 메뉴로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테이블에 안내되어 메뉴를 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웨이터에게 오늘의 메뉴를 주문할 거라고 했더니 테이블에서는 정식메뉴를 먹는 자리이고 오늘의 메뉴는 카운터 앞의 바에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조금 민망했지만, 자리를 바로 옮겨서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다. 오늘의 메뉴도 에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와 디저트와 음료까지 포함되었고, 서너가지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어서 그녀와 나는 다르게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가성비가 충분히 좋은 점심식사였다.
식당을 나와서 이집트 데보드 신전이 있는 공원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이집트가 아닌 곳에 있는 유일한 이집트 신전으로 이집트가 아스완 댐을 건설할 때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의 원조를 받았는데, 스페인에서도 많은 지원을 한 데 대한 보답으로 스페인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마드리드 시내를 내려다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는 그녀는 가보고 싶은 커피숖이 있다고 해서 헤어지기 전에 함께 그곳으로 갔다. 크기 않은 규모의 커피숖이었는데, 스페인의 여느 카페와 같이 카페 안에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함께 커피나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 옆 테이블에는 2세~6세 정도의 어린 자녀 3명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낯을 가리지 않고 나를 보고 웃어주어서 귀여웠다. 손님이 많아서 커피를 한참 기다려야 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그녀와 솔광장까지 함께 걸어와서 헤어졌다. 긴 여행을 시작하는 그녀가 안전하게 여행하기를 바래주었다.
나는 숙소에 돌아와 잠깐 쉬고, 레이나소피아 국립 미술관으로 갔다. 이 미술관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마드리드의 마지막 저녁시간을 보내기에 나에게 꼭 맞는 일정이었다. 7시 조금 전에 도착하니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서있었다. 나도 줄에 서서 앞사람에게 무료입장 줄이 맞는지 물었더니, 그들은 그런 정보를 모르는지 나에게 되묻는다. 다시 핸드폰으로 인터넷검색을 하니 7시부터 무료 입장이 맞다. 그들에게 내가 검색한 내용을 보여주었더니, 그들은 모르고 왔는데 잘되었다고 좋아했다. 스페인으로 이사온 친구를 만나러 영국에서 왔다고 했다. 영국에도 가볼만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많이 있는데, 스페인과는 다른 분위기라며 영국도 방문해 보라고 한다. 그럽시다.
7시가 되자 입장이 시작되고, 입장권을 받아서 미술관 구경을 시작했다. 그동안 계속 걸어다니고, 이날도 아침부터 걸어 다니느라 이미 다리가 무겁고 아파서 나는 이 미술관에서 제일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화가 달리의 작품 위주로 보기로 했다. 어차피 2시간 동안 미술관의 작품을 다 보기는 무리일 것이었다. 나는 안내원에게 게르니카가 있는 전시실을 물었는데 스페인어로 알려주어서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중간 다른 안내원들에게 물어서 게르니카가 있는 전시실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게르니카 앞에 많이 몰려있었고, 그림 양쪽으로 안내원이 각각 서 있었다. 무채색 계열로 표현된 게르니카는 생각보다 큰 작품이었고, 들은 바 대로 전쟁의 상처로 슬픔에 젖은 사람들이 처절하게 표현되었다. 그 옆 전시실에는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기 위해 연습했다는 게르니카 부분 작품들이 있었다. 나는 피카소 같은 천재 화가는 그림을 한 번에 그리는 줄 알았더니, 그림의 내용들을 여러가지 모습으로 그려보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천재들이라고 쉽게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 나오는 가 보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도 피카소미술관을 갔었는데 또 한번 그의 작품을 보고 감동했었다. (이 곳도 사진촬영 금지인데,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나도 몇장 찍었다.)
피카소의 작품 감상을 마치고 달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로 갔다. 그의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그림들도 있었고, 보기에 편안한 회화작품들도 있었다. 두 사람의 그림들만 보았는데도 마감시간이 되어 미술관을 나왔다. 이날도 돌아오는데 다리가 무척 아팠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나왔더니, 민박집 주인이 샹그리아 한 잔 하라고 한다. 숙소 식당에 갔더니 남녀 젊은 여행객 네명 정도가 이미 샹그리아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합석해서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 궁금한 것도 질문하면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한국민박은 한식도 먹고 정보교환도 빠르게 할 수있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대학생은 다음날 레알마드리드 경기를 직접 보러 갈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한 듯 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직접 도전하고 경험하는 학생들이 좋아 보였다.
다음 날 마드리드를 떠나기 전에 오전에 시간이 있어서 같은방에서 지낸 여대생과 일요일에 벼룩시장이 서는 엘 라스트로 거리로 갔다. 500년 전통의 시장이라는데, 우리가 10시쯤 도착했을 때는 그리 규모가 큰 것 같지 않더니 돌아다니면서 보니 점점 골목마다 골동품, 옷, 신발, 식재료, 그림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가게들로 꽉차고 옛날 명절 때 남대문시장에 사람들이 밀려 다니듯이 여기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여기 저기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솔로 뮤지션 뿐만 아니라 그룹으로 함께 공연하는 팀들도 있었다. 공연 수준도 훌륭해서 10분 넘게 서너곡을 감상하게 되는 팀도 있었다. 오후에 바르셀로나로 떠나야해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서 기차역으로 갔다.
마드리드에 소매치기도 많고 볼 것도 별로 없어서 톨레도 같은 근교 도시를 가기 위해서나 들른다는 블로그를 자주 보았는데, 나에게는 아직 문턱도 넘어보지 않은 미술관도 있고 시내에 맛집 투어만으로도 며칠을 충분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도시였다. 복잡한 도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서울과 같은 느낌도 나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떠나기가 또 아쉬운 도시, 마드리드다.
첫댓글 대단하세요~!!
님 덕분에 추억도 떠올려봅니다.
그쪽은 랜트카로, 한 번은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했는데,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 구석구석 더 생생했고, 절절했던 것 같아요.
님처럼 마드리드는 오래 머물수록 갈 곳,느낄 곳도 많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솔역은 세고비아, 톨레도, 전몰자의 계곡, 콘수에그라 등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고, 도보로 많은 미술관을 갈 수 있지요.
프라도도 무료입장이 가능해요. 소피아와 요일을 다르게 하여.
또한 스페인의 대부분이 일요일은 무료인데, 단 전체(유료와 달리)를 볼 수 없을 수도 있어요.^^
고급 정보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혹 톨레도를 버스이용 가실 분은, 버스 도착 후 택시이용말고, 그쪽으로 100여미터가시면 왼쪽으로 주차장이 보이고, 그 안에 무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타고 올라가시면 바로 톨레도입니다.^^
택시는 언덕을 돌고돌아 올라가고 비싸죠.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왕복 택시를 이용한다고 들었어요.
요런 팁이 알토랑이쥬 ᆢ
잘 보았습니다.
이렇게 다녀오시면
비용이 대략 어는정도 드나요?
대략 350 안쪽으로 쓰고 온 듯 합니다. 혼자라서 숙소나 음식에 비용을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스페인....
아찔 하네요
잘 비켜서 잘 다녀 오심을 일단 감사 하옵네요
난 50k반경도 혼자 길 떠나는거
망설이는데....
용기를 사고 싶어요
종희님의 너그러운 마음씨를 닮고 싶답니다.^^
여유가 생기셨는지 사진이 좀 많아졌네요 ㅎ
예전 패키지로 프라도에 대한 미련있어 포루투갈 가는길에 온전히 프라도미술관가려고 마드리드 들러 쫌 봤지요 소피아미술관에 피카소작품 못 본게 좀 아쉽지만ᆢ글구 프라도옆 산헤르니모성당이 닫혀서 못 본것두 아쉽아쉽ᆢ
후기보며 산 미구엘시장의 여러음식과 시끌벅적한 젊은이의 활기찬 모습 ㆍ마드리드왕궁의 일몰 등을 되새김질합니다
볼수록 참으로 여행다운 믓찐 여정에 푹 빠져 봅니다
스페인은 정말 매력적인 나라네요. ^^
후기가 기다려지고 벌써 팬이 됐어요...
자유여행 ... 더구나 유럽을 ...그냥 부러운 일인이구요...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인내님도 자유여행 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