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소답동 석불상 찾았다…창원시 문화재 관리 허점
묻힌 지점 추정 굴착기로 파내
개발 중심 행정이 불러온 촌극
문화유산 콘텐츠화 정비 시급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2018년 09월 06일 목요일
사라졌던 '창원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을 찾았다. 석불상 매몰 사건에서 창원시 엇박자 행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 체육진흥과, 학예사, 공사 작업자 등은 5일 오전 9시부터 의창구 소답주민운동장 일대에서 석불상을 찾고자 현장 조사를 했다. 이들은 석불상을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굴착기를 동원해 팠다. 묻힌 곳을 확정할 수 없어 공무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먼저 소답주민운동장 옆 등산로에서 시멘트로 덮지 않은 곳을 가로 10여m, 세로 5m, 깊이 1m가량 팠지만 불상은 없었다.
오전 10시 50분께 '드드득' 소리와 함께 큰 돌덩이가 발견됐다. 석불상이었다. 석불상은 1시간 뒤 완전히 꺼내졌다. 한 공무원은 "다른 경우의 수가 사라져 다행이다"라며 안도했다. 창원시는 끝내 석불상을 찾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감사를 의뢰하고, 이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사라졌던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이 돌아왔다.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소답주민운동장 임도 아래에서 운동장 공사 중 사라졌던 마애석불좌상이 발견되어
관계자들이 끌어올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개발-보존 엇박자 행정 드러나 = 석불상을 꺼내는 작업 중 오간 말 속에 창원시 엇박자 행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학예사는 "보통 '동티난다'며 묻거나 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작업자는 "묻을 당시에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줄만 알았다. 묻기 전에 문화재 관련부서에 물어볼 걸 그랬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화유산육성과 공무원은 "그럼에도 묻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1년 11월 창원시에 소유자와 협의해 석불상 보존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소답주민운동장 조성사업을 했던 담당부서는 소유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 여기고 문화재 담당부서에는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동안 개발 중심 행정을 펼쳤던 창원시가 문화재 행정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시가 창원읍성 동문지 복원사업지 바로 옆에 연립주택 건축허가를 내준 것도 한 사례다. 당시 연립주택 공사로 성벽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학예사는 "김해시 등은 개발행위를 할 때 반드시 문화재 담당부서에 지표조사 필요 여부를 먼저 묻는데, 창원시는 그렇지 않다. 문화재가 나오는 것이 개발을 막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불상 옮겼다는 '이 도사' 누구 = 석불상을 소답초등학교 뒤편 등산로 자락에 옮긴 이는 '이 도사'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 5월 블로거 강창원 씨가 작성한 글에 최근 댓글이 달렸다. 올 2월 붙은 댓글에는 "불상을 옮겨 만든 사람의 딸이다. 아버지는 '이상문'이고, 지금은 타계했다. 유명했던 창원의 '이 도사'이고, 천태종 진영지회를 설립한 분"이라고 돼 있다.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소답경로당을 찾아 '이 도사'에 대해 물으니 몇몇 노인은 '이상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노인은 "아픈 사람들 뜸을 놔주기도 하고, 명당자리도 봐주고 했었다. 옹달샘을 약수터로 만드는 등 봉사를 많이 했었다. 수십 년 전 일이고, 이후 이사를 했다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석불상은 마산박물관에 임시로 보관된다. 연대 조사 등을 거쳐 조치 방안이 정해질 계획이다. 한 학예사는 "가부좌를 틀고 반가사유를 한 모습이 보기 드문 것으로 제작 연대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사'가 불상을 언제, 어떻게, 왜 옮겼는지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3일 창원시 '파워블로거 초청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간담회'에서 강창원 씨는 "전국 각 시·군이 없는 문화자산도 만들어 콘텐츠화하고자 눈에 불을 켜는데 창원시는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해 이야기도 못 만들고, 관광상품으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석불상 실종 사실을 <경남도민일보>에 제보한 백유선 서울 보성중학교 교감은 "찾았다니 정말 다행이다. 불상을 보러 꼭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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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유물 '소답동 석불상' 보존 않고 주민운동장 조성 강행
송고시간 | 2018/09/05 15:28
지난해 12월 사라졌다가 운동장 길가서 파묻힌 채 발견…창원시장 진상규명 약속 하루만
땅에 파묻힌 채 발견된 소답동 석불상
[창원시청 제공]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허성무 창원시장이 진상규명을 약속한 지 하루 만에 사라진 소답동 석불상이 발견됐다.
창원시는 5일 소답주민운동장 인근 길가에 파묻힌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 석불상은 애초 예상대로 땅속에 파묻힌 상태였다.
시는 운동장 공사 담당 공무원과 포크레인 작업 기사를 불러 유물이 파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다시 파 석불상을 찾아냈다.
석불상은 그간 땅속에 묻혀있어 군데군데 흙이 묻은 상태였으나 다행히 손상된 부위는 없었다.
시는 창원대학교 박물관에서 세척·보존처리를 거친 뒤 어디에 보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높이 100㎝, 너비 56㎝, 폭 25㎝ 크기인 이 석불상은 소답초등학교 뒤편 북산 등산로에 있었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창원시 '디지털창원문화대전'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등록된 유물로 주민들에 의해 산신으로 모셔지기도 했다.
그러던 7월 25일 서울의 한 중학교 교감이 석불상을 직접 보러 창원을 방문했다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불상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소답주민운동장이 들어선 상태다.
소답주민운동장은 2015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준공됐으며 문화재청은 창원시에 불상 보존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장 조성 과정에서 이 불상은 별다른 조처 없이 그냥 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 시장은 지난 4일 열린 시정간담회에서 "시에서 잘못한 부분이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시정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home12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05 15:28 송고
첫댓글 교감샘!
대단하십니다.ㅎ
사실 저는 제보한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습니다.
모두 5곳의 언론사에 제보했는데, 관심을 기울여준 곳은 경남도민일보(김희곤기자)였습니다.
후속 보도까지 계속해 주어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언론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세종아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창원시는 전국에서 비지정 문화재를 가장 관리 잘하는 시로 거듭날것 같네요~
네. 감사합니다. 어쨋든 찾게 되었으니,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보거리
여러 건 있는데
공무원 다칠 수있어 망서려집니다.
공무원 다치게 하십시오
창원시 공무원과 통화하면서
처음에는 모르고 파묻었지만, 찾기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기도 했고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결국 제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인장님 고민이 크실 것 같네요. ^^
제보할건 해야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충북의 비지정 문화재도 한번 더 순례를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간 의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이런분들이 훈장, 표창을 받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감사드립니다. ^^
세종아빠님이 석불상 주인입니다~^^
심층성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