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덕분에 너무나도 잘 다녀왔습니다^^ 간단하게 후기 올리고가요.
나중에 다시 사진이랑 일정이랑 꼼꼼하게 수정해 올릴께요.
18일 오전열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저질르듯이 사버린 단체 할인 비행기표였죠.
연일 세상은 시끄럽고(과학자들의 진실게임)날씨는 왜 그리도 추운지...
원래 잘 안먹지만 아침도 굶고 나왔는데 춥고 (전철 타러 집에서 나오면서 꼭 이래야 하나 후회가 들 정도로) 전날 눈이 오고 강풍이 불어 비행기 결항이 여러 번 있어서 인지 썰렁한 김포공항이었어요. 뜨끈 뜨끈한 아랫목이 도로 그리웠지만 안돼죠. 어떻게 만들어낸 시간인데 죽더라도 제주에서 죽자!!!!!
뉴스에서 보던대로 대한항공 여승무원 제복이 바뀌었네요. 근데 옷이 너무 타이트해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니깐 어지간한 모델몸매 아니고선 너무 어색해요~ 앗..이런거 유심히 본다고 해서 저 남자 아닙니다..ㅋㅋ 회색 스카프가 웃찾사에서 자주 보는 퀄트 정찬우형 바람돌이 스카프인게 꽤 인상적이었죠. 위로 뻣뻣하게 서있는 모습이...ㅋ 하지만 대부분 이쁘시더라구요.. 원 쩝쩝......
조금 늦어 내린 제주에는 바람과 눈이 햇빛속에서 은가루를 뿌리듯이 날리고 있네요. 눈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길위는 녹고 치워져있어 시내 들어오는 데는 괜찮았답니다. 우선 아침부터 먹으려고 유리네 식당에 가서 뜨끈 뜨끈한 국부터 한 그릇 채웠어요. 눈위에서 고립될지 모르니까 비상식량 (과자, 음료수)을 잔뜩 사고 가스를 빵빵하게 채우고 드디어 출발했지요. 눈 때문에 수목원 같은데는 갈 엄두가 안나더군요. 눈보라를 피하려고 러브랜드를 택했지요. 바람 때문인지 아직 일러서인지 이것저것 돌아 보아도 몸도 마음도 여전히 썰렁~ 히힛 성을 주제로 했어도 천박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았지만 부부나 연인이외는 낯뜨거울 수 있을텐데 의외로 가족끼리 오신 분도 더러 있더라구요. 참 별나게도 눈보라 속에서도 햇볕이 쨍 하고 나주어서 간신히 사진은 찍을 수가 있었죠.
숙소가 중문 방향이라기에 일단 고속도로 같은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내려 가기로 했어요. 눈덮인 억새밭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바다가 멋졌어요. 지도에서 보니까 거기가 애월쪽인 것 같은데 섬 같은 것도 보였어요. 모든게 환상적이었지요. 여기저기 눈에 덮인 나지막한 산들이 이집트 피라밋처럼 신비하게 보이고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아아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갑자기 눈보라가 쳐서 갓길에 차를 세웠죠. 앞이 안보였으니까요. 그러더니 또 우박이 쏟아지더군요. 작은 얼음 알갱이가 분명 우박이었어요. 무서워서 차안에서 오빠 손을 꼭 잡고 있는데 거의 난타 공연하는 소리가 나는군요. 그 와중에서도 렌트카 지붕에 기스내면 다 물어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줌마스런 걱정..ㅋㅋ 히터를 잔뜩 틀어놓고 바다를 내려다 보며 우박을 맞는 기분은 제주도가 아니면 겪기 어려운 경험이죠. 중문으로 갈까 숙소로 먼저 갈까 잠깐 망설였답니다. 숙소는 서강리에 있다는 제주별장 이었거든여. 우박이 싸라기 눈으로, 다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으로 그러다 갑자기 햇빛이 났어요. 날씨 변화가 어찌 심한지 약간 무섭기도 하고 우박이 많이 쏟아지면 렌트카에 흠집날까 걱정도 되어서 일단 숙소부터 가기로 했죠.
길위가 녹아가고 다시 내리는 눈발 때문에 천천히 소인국 테마공원을 지나 샛길로 올라오니 거기 조그만 마을이 있는데 그곳은 전혀 딴 세상. 눈에 폭 파묻힌 예쁜 산장들이 줄줄이 보이더군요. 벌벌 기어서 제주별장을 찾아들어가니 대낮부터 따뜻하게 해놓고 너무 깨끗해서 연풍연가에서 인심이 좋다고 리플 달아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원에 있는 무지 커다란 눈사람 커플. 그날 출발한 손님 중에 애들이 만들었다는데 얼마나 눈이 많이 왔으면 그렇게 큰 눈덩이를 굴릴수가 있었을까요. 방이 따뜻하고 눈덮힌 벌판도 멋있어서 커피를 한잔 했어요. 기분쨩 이었죠. 사실 저는 제주도가 처음인데 오빠는 여러번 왔다가서 그런지 눈도 많이 오는데 막 돌아 다니지 말고 이렇게 자연을 즐기자고 하더군요.
밖에서 주인 아저씨가 총을 들고 새를 잡으신다고 왔다갔다 하니까 오빠는 잽싸게 아저씨를 졸졸 쫓아다니는군요. 두어마리 잡아놓은걸 보니까 넘 불쌍했는데 우리 오빠는 관심이 많아졌어요. 쉰다는 것은 바로 이런거야 하며 방에서 나른하게 졸았어요. 오빠 목소라가 크게 들려 잠깐 졸다가 깼는데 나가서 보니까 어느새 총은 울오빠가 들고 있으니 남자들은 참 이상한것에 관심이 많군요. 빨간 열매가 다닥 다닥 붙어있는 나무가 있는데요. 눈이 하얀곳에서 빨간 열매는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보았던 열매 였어요. 새들이 너무 많이 와서 다 따먹어버려 위협 겸 그렇게 새를 잡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죽은 새는 불쌍했어요. 나중에 서귀포쪽으로 가다보니 도로변에 가로수처럼 빨간열매 나무가 많더군요. 마당앞에 숲이 우거져 있는데 거기 꿩이 많다고 아저씨하고 오빠가 거기 들어간 동안 눈 발자국도 찍어보고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했죠. 겨울여행의 호젓함과 나른함이여........
새들이 먹는 빨간 열매..목숨걸만큼 그리 맛있나봐요..ㅋ
맛있는 저녁을 뭘로 먹을까 아저씨께 물어 보았어요. 술도 한잔하고 늦게 까지 떠들 수 있는곳..제주도 토속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을 찾는다니까. 모슬포에 있는 식당을 가르쳐 주셨어요. 이름이 사투리로 되어서인지 아주 이상한집이였죠. 가보니까 허름한 것이 실내 포장마차 비슷한곳인데 늦은 저녁과 술한잔 하기는 딱인 그런집이었지요. 주인 아저씨가 배를 갖고 있어 그날 그날 직접 잡아오는 생선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대요. 날이 계속 안좋아서 바다에 작업(여기서는 고기 잡는걸 작업이라고 하나봐요)을 못나가 잡은 고기가 없어서 돼지고기 수육을 시켰는데 메뉴에는 돔베고기라고 써있었어요. 저는 그게 생선 이름인줄 알았거든요. 식당이름은 뺄롱이네~ 음식이름도 돔배. 제주도 말은 알아들을수 없는 단어가 많은 것 같아요. 돔베고기가 기차게 맛있더군요. 몸국이라는 국물에 미역인가 무슨 바닷풀을 넣고 끓인 국도 나중에 먹었는데 그건 생전처음 먹어 보는 거였어요. 한라산 소주를 몇병이나 비워가며 그간 오빠랑 여러가지 속내를 오래만에 이야기 했어요. 관광객으로서 그런 식당도 한번 가 볼만해요. 진짜 여행답거든요.
이름이 정말 뺄롱이네..ㅋㅋㅋ 너무 웃겨서 찍어봤어요.
이튿날, 간밤에 소주를 꽤나 마셨지만 공기가 좋아서인지 속이 말짱하더군요. 방이 얼마나 뜨거운지 찜질방 수준이었고 홈페이지에 고맙다는 인사의 글들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는 인심좋은 곳이더군요. 저희도 공짜 아침을 얻어먹었답니다..^^V 아래층 가족팀과 함께 초대받아서 별장거실에서 식사를 했지요. 소문대로 제주도에서 먹은 음식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할 만했어요~~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그랬어요. 오설록에서 녹차를 하나 사서 드렸는데 우리가 올 때 귤을 너무 많이 싸 주셔서 더 미안했지요.
어제 그 산더미같은 눈이 밤새 다 녹아서 제주의 까만 돌(바위)이 더 짙은 색을 띄더군요. 날씨의 도움으로 송악산입구에서 마라도행 배를 타고 출발... 배에서 바라본 송악산 절벽에 뻥뻥 뚫인 구멍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넘들이 군사용으로 제주도민을 징발하여 인위적으로 뚫어놓은 굴이라는 설명을 선장님의 인사와 함께 들으며 만약 그 때의 전쟁이 더 커졌더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도는 남아있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라도, 대한민국의 최남단, 한반도의 시작이며 끝이기도한 마라도... 배에서 내려 곧장 돌계단을 올라가니 우와! 찐짜 태평양 바람이 불어요. 걷기는커녕 고개조차 돌리기 힘들고 숨쉬기까지 어렵게하는 무서운(?) 바람에 쩔쩔매다가 장남감 자동차같은걸 탔지요.(골프장에서 타는 전동차랍니다) 횟집 사장님네 차인데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전동차를타고 마라도를 일주하는 드라이브를 즐겼답니다.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천연잔듸밭이었죠. 차에서 내려 절벽아래랑 파도를 보고 싶었지만 바람 때문에 포기 했습니다.
대한민국최남단이란 비석이 있는 곳을 조금 못가서 바로 바다옆에 양지민박이라는 작은 회집과 민박을 겸하는곳, 제주별장아저씨의 추천으로 찾아갔지요. 거기서 뱅애회라는 것을 먹었는데요 지금껏 먹어본 회가 아니었습니다. 생선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석쇠에 살짝구워서 나오는 것을 봤거든요. ‘아찌 싱싱한 회를 왜 굽나요?’ ‘우비끼란 이리 먹느기라’ 무조건 반말이신 경상도 털보아저씨. 쬐끔은 무섭기도하고 기분도 나빴지만 회를 먹고 난뒤로 기분 오케이... 생전 처음 먹어본 기막힌 맛, 곁가지 음식이라고는 물미역과 배추잎 뿐인데 와!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어요.
한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우리를 보며 털보아저씨가 ‘니 술사라 내 안주 살께’하시더군요. 앗, 소주야 3,000원이지만 회 안주가 훨 비쌀텐데 혹시 바보 아찌아닌가?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거의 동시에 ‘여기 소주요~’
그래서 다시 안주로 나온 방어라는 고기하고 또 거나하게 한잔 두잔. 말투가 경상도식이어서 그렇지 참 인심좋고 탁 트이신분 이더군요. 암튼 주인 아저씨랑 무척 친해졌답니다. 두시간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라도를 나오면서 섭섭한 맘이 들 정도로. 떠나는 배에서 손 흔들며 ‘마라도야 잘 있거라’괜히 콧날이 시큰... 후웃. 그 집 ‘양지식당민박’ 아저씨, 건강하세요.
오후에는 중문관광단지에서 주상절리대와 테디베어를 구경하고 미스제주에서 흑돼지구이를 먹었어요. 맛있고 값도 싸구요, 모두가 연풍연가 덕분입니다. 다음날은 벌써 돌아가는 날이었는데날 언제 눈오고 바람불었냐고 놀려 대듯이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예요. 제주별장 아저씨 아주머니와 인사하고 따뜻한 방을 나오기가 너무 아쉬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서귀포 방향으로 출발...
연풍연가에서 찾아보았던 정보를 참고 해서 돌았습니다. 약천사__ 외돌게__ 김영갑 갤러리__ 섭지코지__ 성산 일출봉, 동쪽해안도로로 달려 제주 시내로 들어갔고 저녁을 공항 뒷길 해안도로 레스토랑에서 먹으며 밤바다를 실컷 보고 밤 9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어여. 해변가 이층 레스토랑은 유리로 지어져 앞면의 바다와 뒷면의 한라산이 다 보였어요. 눈이 하얗게 덮힌 한라산. 파도 넘실거리는 바다. 끝내주는 경치였답니다. 곧 어두어져서 그림엽서 같은 한라산은 잠시만 보았지만 지금도 눈에 삼삼 합니다. 가고 싶었던 김 영각 갤러리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깨끗하고 조촐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바다 사진보다 거의 오름 사진 그것도 용눈이 오름사진이 주제 였는데 목숨을 걸고 찍은 그분의 유작들은 우리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거기 설명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
“제주의 중산간을 제대로 보지 않고 누가 제주를 안다고 한단 말이냐.”
우리는 그냥 차만 타고 지나쳐 가는 곳이 중산간이니까. 제대로 볼 리가 없지요 시댁형님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을 것 같아 우리 거실에 걸어둘것하고 두점을 4만원에 샀어요 그 분 작품 중 제일 밝은 톤으로요. 다 어둡고 쓸쓸하고 슬픈 주제가 많았거든요. 그 장면 한컷을 찍기위해 춥고 바람 부는날 벌판에서 몇일씩 기다렸을 그분의 목숨을 건 예술에 편안히 감상하기 미안 했답니다. 그 분의 불행에도 뒤 늦게 나마 경의를 표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보고 싶은 곳을 다 둘러 보지 못했으나. 그 바람 부는 풍경이 더 멋있지도 했으니 섭섭 할건 없답니다 여행이란 무얼 많이만 보는게 아니라는 걸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진작 깨달았기 때문이죠.
공항에서 그냥가기 억울해서 면세점에서 제일 싼 양주 시바스 한병을 사고 제주여 빠이 빠이.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도움이 되었던 연풍연가에 후기 올리며 보답하려 합니다. 늦게 쓰면 김이 새 버릴까봐 부지런히 썼습니다. 우리가 밤비행기를 타고 온 다음날은 하루종일 결항 하였다니 아슬아슬 하게 재수가 좋았지요.
그리고 제주도 도로는 너무 좋아요~ 네비게이션 없이 지도만 보고 찾아다녔는데 하나도 안헤메고 다녔거든요. 인심도 너무 좋으시고....앞으로 제주도에 자주 갈래요~
제주도민 연풍연가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2박3일 대강경비-
1. 할인항공권 성인2인 왕복 : 20만원
2. 숙소2박과 Sm5렌트 : 15만원
3. 관광지 입장료와 마라도 왕복배 : 15만원
4. 식대와 선물비 등등 : 20만원
모두 70만원 조금 안되는 비용이네요.. 정말 저렴하게 잘 다녀왔죠?
첫댓글 저렴하게 잘 다녀 오셨네요 사진도 많이 기대 됩니다 제주별장하르방님께서 사냥도 하시는군요^^ 금연엔 성공하셨을라나^^ 님도 추운데 건강하시길 빕니다~~
여행이란 무얼 많이만 보는게 아니라는 말씀이 확 와 닿는군요...즐거운 여행 되셔서 읽는 기분까지 좋아지네요^^
간만에 여행후기 보니까 반갑네요... 네비없이 다니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제주도 다녀왔다고 카페 발끊지마시고 자주자주 들리세용~~ 저처럼^^;;
어떻게 항공할인권이 왕복 10만원이나,것도 오전비행기가,운 좋으셨네,ㅠㅠ뱅기값넘 비싸.................진짜 저렴하네
정말 참다운 여행이였네요~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