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5일 일요일
여행 38일째
[+] 부산형제들을 상봉하기 위해 소렌토에서 니스까지 달리는중(약 1370Km)
#4. 그래도 사람인데 잠은 자야지
하늘의 별은 총총하니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었고
우리의 눈꺼풀은 까무룩하니 더욱더 내려오고 있었다.
사람은 하루 최소 3시간만 자고서도 원활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건 아무래도 집에서 따숩은 밥챙겨먹고 바삭거리는 침대시트에서
이불 돌돌감고 누워자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점점 피곤해지는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캠핑을 하기로 했다.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오니 길아래 캠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리셉션이 문을 열었을리 만무한 새벽이었다.
우리는 모두들 번뜩이는 눈동자를 허공에 맞딱드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둑캠핑'
이렇다 저렇다 할것을 챙길 여가도 없었다.
텐트하나와 각자의 침낭만을 들고 조용히 캠핑장으로 잠입했다.
혹여나 리셉션에서 키우는 개라도 있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철창문을 빼꼼히 열었다.
달빛만이 비추는 야밤에 철창문 여는 소리는 어찌나 그렇게 큰지,
마치 클럽에서 우퍼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듯한 마음의 떨림이 느껴졌다.
정찰대원을 파견 했다.
우루루 몰려다니면 아무래도 시끄러울거같아 한명이 텐트칠 자리를 보러간것이다.
달밤에 새초롬한 까치걸음으로 자리를 탐색하고
돌아온 우리 정찰대원의 안목은 아주 탁월했다.
리셉션의 시야에 벗어나면서 구석에 위치하고 있고, 화장실과도 멀지 않았다.
구렁이 담넘듯 텐트 하나만 친뒤 네명이 자리잡고 누웠다.
4인용 텐트라고 샀던건, 테트리스의 긴짝대기 블록 네개를 착착착착 쌓은 모양으로
사람을 눕혀놨을 경우의 4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허니문을 위한 2인용 텐트'라던가
혹은 '친해지고 싶은 3인을 위한 텐트' 이라고 광고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그 어디에도 '테트리스 블록같은 4인용'이라는 말은 없었는데..
테트리스 블록이든 형제같은 4인이든 모두들 침낭에 들어누워
번데기처럼 몸을 말자마자 땅속으로 꺼질듯이 잠이 들었다.
뇌의 한켠엔 조용히 격하게 알람시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무조건 새벽에 기상해서 후다닥 싸매고 빠져나갈것.
#5. 우수한 유전자로 훈훈한 나라, 모나코
새벽에 무사히 캠핑장에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작은 성의라도 표하고 나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참 지난후에)
그땐 그럴 경황이 없었다.
무사히 도둑캠핑을 마친것에 뿌듯해하는 자존심없는 자만심이 가득했으니.
어쨌든 오늘 무조건 니스에 도착해야하는데.
제노바를 거쳐 해변마을을 경유했다.
제노바를 넘어서는 또 지긋지긋한 구불구불구불구불구불구불 산길 도로였다.
사람이 참 신기한게,
소렌토-아말피에서 그렇게 고생하고나니 이번엔 멀미도 하지 않더란거다.
몸이 적응할대로 했던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딱해보여서 잠시 돌봐주셨거나.
Photographed by 큰형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모나코에 도착해버렸다.
모나코에 도착한건 어렵지않게 알수있었다.
길거리에 세워진 온갖 fancy cars와 말끔한 유럽인들의 모습.
그리고 어림잡아 10미터 간격으로 펄럭이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의 깃발.
Photographed by Jung:융
Photographed by Jung:융
중학교때였나, 고등학교때였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모나코의 안드레아 왕자님의 훈훈한 사진을 보고 반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후로 모나코는 대체 어떤 나라이길래 저렇게 동화속 왕자가 존재하나.. 하는 망상에 사로잡혔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국민들에게 더욱더 사랑받을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하나는 바로,
이렇게 멋진 왕자님들을 탄생시킬수 있었던 유수한 유전자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편협한 사고인가. 어쨌든 이런 왕자님들이 세상에 어딧겠어. 있음 나와보람.
동화속의 왕자님이 좀더 현실화된곳, 모나코에 와버렸다.
정말 그렇게 덜컥 와버렸다.
아직 모나코 왕자님을 뵐 마음의 자세도 되어있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턱대고 도착해버린것이다.
그만큼 우린 마음의 여유가 극빈해 있었다.
그당시 우리에겐 오로지 니스밖에 없었으니깐.
Photographed by Jung:융
마치 해운대 달맞이 고개가 커진 버젼이라는 느낌이 찐하게 들었다.
잘사는 동네일수록 산동네의 집값은 다리후덜거리게 비싸지.
모나코 역시도 그런느낌이 강력하게 들었어.
Photographed by Jung:융
드디어 니스로 향하는 길이다.
결국 우린 이렇게 모나코의 정취따위, 왕자님은 개뿔
(왕자님은 늘씬미녀들이랑 흥청망청 놀던중이었을게다 아마)
땅도 한번 못밟아보고 길을 떠났다.
다만, 왕자들이 보고 자랐을 풍경을 보고 있다는 훈훈한 사실하나로
어릴적 꿈을 작게나마 성취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저 간판을 보니 잠시 잊고 지냈던 여행 초기가 떠오른다.
프랑스의 고속도로. 우릴 엿맥였던 프랑스의 고속도로.
그렇게 난리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유럽을 자동차로 굴러다니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구나.
이젠 프랑스같은 잘닦아놓은 고속도로 따윈 겁나지않아.
반갑다 프랑스야!
#6. 1370km, Nice, END and...
우리가 해냈다.
1370Km라는 별로 와닿지도 않는 저 거리를 30시간만에 왔다.
끔찍하다 30시간. 비행기를 타도 저렇게는 못탄다.
니스에 도착한것이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캠핑장으로 찾아갔다.
나무가 일렬로 심어져있어 울타리가 쳐진곳이었다.
아주 예뻤다. 마음에 든다. 게다가 이 캠핑장엔 수영장도 있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체크인을 하려고 했더니 캠핑장이 만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때가 워낙 성수기라 캠핑장에 자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니스에 들어오면서 볼수 있었던 차고 넘치던 캠핑장들.
괜찮다. 부산팀 만나서 캠핑장 옮기면 되겠지.
갑자기 들이닥쳐서 행님들을 깜짝 놀래켜줘야지.
오늘 고기파티라도 해야하나?
오면서 마트 봤어? 그지, 나도 못봤는데.
뭐 좀 나가보면 있겠지, 오랫만에 다같이 고기파티네. 하하핫
다시 밥 7인분 하는거야?
모두들 상봉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글쓴이:융
http://blog.naver.com/aa868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