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령층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노후실손의료보험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 7개 손보사는 지난달 1일부터 가입연령을 높이고 보험료를 낮춘 노후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출시 한달이 지난 현재 이들 손보사들의 노후실손의료보험 판매 실적은 약 1200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1개 보험사가 한달에 고작 170건을 판매한 셈이다. 통상 신상품 출시 효과를 보는 것을 고려하면 첫 달 실적이 치고는 초라한 것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은 출시 후 3개월간의 추이를 보고 평가하므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첫달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 나이를 75세까지로 확대하고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과 비교해 30%까지 낮춘 게 특징이다.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성 보험으로 개발됐다.
그렇다보니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정책성 보험의 한계를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50세부터 가입이 가능하지만 단독 실손보험과 겹쳐 65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고령층은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많아 보험 가입을 위해 검진을 해야 하는 것도 초기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영업 유인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고령층을 가입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손해율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이로 인해 출시 초기임에도 광고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한다. 또 수수료가 낮아 설계사의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의 판매수수료는 일반 보장성보험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관계자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의 도입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영업 현장과 괴리된 상품 개발로 인해 활성화가 쉽지 않다”면서 “당국과 양 협회가 나서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활성화를 위해 우선 노후실손의료보험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와 광고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는 모든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금융당국과 협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각종 세제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에 출시돼 사람들에 의한 구전 효과를 보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앞으로의 시장 추세를 살피고 있다”면서 “출시 초기이므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노후실손의료보험을 이미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제외한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은 상품을 언제 내놓을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상품의 필요성과 당국의 의지 때문에 개발은 하고 있지만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면서 “당국의 판매 유인책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노후실손의료보험 보험료는 65세 남자가 질병보장 단독상품에 가입할 경우 동부화재가 월 2만43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삼성화재가 월 2만9064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http://www.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1&secondsec=11&num=41856
[출처: 한국보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