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다 (외 1편)
박진형
남의 허물 닦으며 온몸을 던져왔다
행주를 짜내면서 끝까지 훔친 눈물
어머니 영정 너머로 마른 손끝 아리다
두부가 사는 법
슬픔이 끓어올라 넘쳐흐를 때까지
걱정이 부풀어도 간 졸이지 않는다
뭉글한 감정의 방향 엉기어 뭉그러진다
물과 불 시련 견뎌 모서리 둥그레져
사각 틀에 맞추어 곰곰이 기다린다
눈물을 짜면 짤수록 더욱 더 단단해진다
불평 없는 넉넉함 몽글몽글 퍼지도록
감추어둔 아픔을 고소한 맛에 숨긴다
칼날에 베일 때마저 포근히 품어준다
ㅡ계간 《정형시학》(2024, 여름호), 時時콜콜 젊은 시선 5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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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용인문화재단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선정(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사업 선정(2022).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