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별히 부각된 점도 아니고 슈틸리케호 시절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된 내용이긴 한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수십년 전으로 회귀했다든지, 원래 월드컵 나갈 자격조차 없다든지, 선수들 수준이 원래 노답이었다든지 같은 필요이상의 비난을 듣는 건 가슴 아파서 한 번 글을 써봅니다.
일단 지난주 이란전의 경기력은 말 안 해도 다들 아실 겁니다. 수만 명의 관중이 응원하는 홈팀에서의 이점 + 월드컵 진출권 유무에 따른 동기부여 + 상대방이 한 명 퇴장해서 나오는 수적 우세, 하지만 결과는 유효슈팅 0개였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협적인 장면 자체가 90분 동안 장현수의 헤딩 딱 한 번 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처참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가치를 인정받은 건 전례가 없습니다. 6월 카타르에게 패배했을 땐 유로파 카페에서도 "한국은 2002년 때 4강 진출을 해서 눈높이가 올라간 거지 원래 그 정도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만 애초에 02년도 기준에서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망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전 글 제목처럼 전술 문제라고 뽑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4-2-3-1 점유율 축구의 원조인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을 알아야 합니다.
2010년 월드컵 우승을 한 스페인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10년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조광래는 지금까지 한국 축구에 없었던 새로운 전술을 준비해옵니다. 당시 최강팀이었던 FC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축구 국대에서 선보인 티키타카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간략히 설명하자면 정확하고 유기적인 패스를 통해 공을 빼앗기지 않고 후방에서 최전방으로 공격하는 전술입니다. 상대 팀이 공을 따내려고 압박하면 침착하게 같은 팀 선수들이 있는 다른 곳으로 공을 돌리면서 주도권은 계속 쥐고 공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티카타카라는 전술을 완성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모든 선수들은 항상 다른 선수들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에 있어야 했고 공을 가진 선수들도 매번 패스를 주는 대상이 바뀌기에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공을 쉽게 주고받으려면 일단 전방에 올라와 있는 선수들의 숫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수비수는 물론 골키퍼까지 앞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술을 쓸 경우 최후방에서 전방까지 공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패스는 매우 많이 해야 하는데 한 번이라도 공을 뺏기면 높은 수비라인 때문에 실점 위기에 처하니 말이야 쉽지 현실적으로는 쓰기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난이도의 전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사비 에르난데스였습니다.
스페인 국대와 FC 바르셀로나의 중심이었던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사비
08~12년에 이르는 티카타카의 전성기 시절 바르셀로나의 에이스는 메시고 스페인 국대의 에이스는 다비드 비야였지만, 팀 자체의 클래스를 올려주는 핵심은 미드필더진, 그 중에서도 사비였습니다. 환상적인 드리블 능력이나 통쾌한 슈팅 능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닉과 시야,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최후방부터 최전방까지 활동하면서 팀 전체의 볼배급을 책임졌습니다. 이 과정을 빌드업이라 하는데 사비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대의 빌드업을 전담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역시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 티카타카를 이해하고 있는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의 미드필더진의 시너지는 엄청났습니다. 아무리 티카타카 전술이 역습에 취약하고, 부스케츠나 피케의 수비력이 부족하며, 상대 팀의 공격이 날카로운 삼중고에 처해있을지라도, 사비와 저 미드필더진들의 활약은 상대방이 공격기회 자체를 잡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 였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FC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습니다. 물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치른 팀이 없진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08/09 히딩크의 첼시, 09/10 무리뉴의 인테르, 12/13 하인케스의 뮌헨 정도가 있었는데 위의 예시는 애초에 선수진들의 스펙과 조직력이 바르셀로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강팀들이었고, 반대로 저런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다른 팀들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매번 주도권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13/14 시즌 드디어 한 클래스 아래의 팀이 티카타카를 꺾을 수 있는 전략이 나옵니다.
바르셀로나를 묶어버린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
지금이야 점유율 축구에 대한 환상이 깨졌지만, 당시만 해도 점유율은 경기의 우열을 알려주는 지표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AT 마드리드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를 상징하는 전술인 "두 줄 수비"를 보여줍니다. 바르셀로나가 수비진이 공을 잡으면 한 번에 뻥 차올는 게 아닌 특유의 짧은 패스로 천천히 빌드업을 시전하는데 그 사이에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전원이 점유율을 포기하고 페널티 박스로 내려옵니다. 아무리 바르셀로나의 패스워크가 좋다고 한들 저렇게 촘촘한 방어진 사이로 공을 배달해줄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가 괜히 가로채이는 순간 무시무시한 활동량의 그리즈만과 라인 브레이킹의 스페셜리스트인 토레스가 그대로 역습기회를 잡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티키타카 전술로는 깨뜨릴 수 없었던 상대였습니다.
결국 13-14시즌 바르셀로나는 전년도 우승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3위로 내려앉았고, 시즌이 끝나고 시작한 2014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팀은 네덜란드와 칠레에게 패하면서 조별예선 탈락이란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때부터 바르셀로나도 더 이상 티카타카만을 고집하지 않기 시작합니다. 라인 브레이킹의 달인인 루이즈 수아레즈를 영입해 빠른 템포의 롱 패스로도 공격을 전개하였고 지금까지의 바르셀로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조광래호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010년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티키타카로 우승을 거뒀고 새 대표팀 감독에 올라온 조광래는 그걸 감명 깊게 보기라도 했는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도 티키타카를 도입합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티카타카를 하려면 사비처럼 수비라인부터 최전방까지 빌드업을 해줄 미드필더가 최소한 한 명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미드필더가 놀랍게도 한국에 있었습니다. 바로 기성용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의 플레이 스타일은 좀 독특합니다. 김남일이나 김정우처럼 엄청난 활동량을 가진 것도 아니고, 구자철처럼 1선으로의 순간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며, 유상철처럼 강한 킥력도 없었고, 고종수처럼 뛰어난 발재간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야가 매우 넓고 패스의 정확도가 뛰어나며 볼키핑 능력도 좋아 공을 쉽게 빼앗기지도 않았습니다. 기성용은 바로 최후방부터 최전방까지 이어지는 물흐르는듯한 공격 전개, 즉 빌드업을 해 주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전 아마 조광래는 기성용을 보고 티카타카 전술을 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엔 문제점이 만만치 않게 있었습니다.
1. 티키타카 전술 자체가 높은 수준의 연계와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일 년에 몇 번 모이는 국가대표팀에선 쓰기 어려운 전술이었습니다. 스페인 같은 경우 메이저 대회에서 여러번 우승했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스페인 국대는 선발명단 중에 반 이상이 바르셀로나 출신이라 발을 맞추는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클럽이 아니라 대표팀 차원에서 티키타카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당시 스페인 말곤 없습니다.
2. 지금이야 기성용이 역대 최고의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 중앙 미드필더라는 말까지 듣습니다만, 2010년 당시의 기성용은 21살의 어린 선수였습니다. 지금보다 기량이 확연히 부족한 선수였는데 이런 선수에게 팀의 볼배급을 전담하기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3. 더 큰 문제는 당시 국대에 기성용을 제외하면 높은 수준의 빌드업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과거 바르셀로나의 경우 사비를 제하더라도 이니에스타 역시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였으며 그 외 수비형 미드필더나 수비수, 풀백 들도 테크닉 기술이 탁월했습니다. 반면 당시 조광래호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티카타카에 어울리는 수준급의 빌드업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기성용을 제외하면 없었습니다.
4. 정말로 결정적인 문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 선수 중 한 명이 기성용을 전담마크해 묶어버리면 전술 자체가 돌아가지를 않습니다. 흔히 뒤에서 공만 돌리다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다보니 몇몇 사람들은 이를 애무축구라고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성용이 부상이나 징계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게 바로 역대급 졸전이었던 레바논 쇼크의 원인입니다.
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허점이 이 정도로 많이 있기에 조광래호는 졸전을 거듭하다가 팀 전술이랑 구자철이 도저히 맞지 않자 구자철을 윙으로 돌리는 무리수까지 두지만 결국 레바논 쇼크 이후 국대 감독에서 해임됩니다. 그리고 급한 대로 최강희가 땜빵 하다가 2014 월드컵을 고작 1년 앞두고 홍명보가 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의리의 상징 홍명보
홍명보는 월드컵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실력과는 별개로 2년 전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런던 올림픽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며 으리축구, 으리엔트리라고 비아냥을 듣습니다. 홍명보가 왜 그따위로 엔트리를 짰는지 제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티키타카 점유율 축구로 성공하려면 바르셀로나나 스페인처럼 유스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로 선발 명단이 구성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자신이 청소년-U20(아시안 게임)-U23(올림픽)을 거쳐서 맡아온 선수들을 계속 기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전술과 선발 명단에는 조광래호보다 심각한 문제점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1.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축구를 하기 위해 5년여간 맡아온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으나 같은 클럽도 아니고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선수들 간에 일정한 조직력이 유지될 리가 없었습니다.
2. 그렇다고 그 선수진들이 티키타카에 최적화되었기는커녕 빌드업 수준은 오히려 조광래호보다 퇴보했고, 김정우처럼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핵심인 기성용을 지켜줄 선수마저 없었습니다.
3. 기성용의 기량이 상승했지만 그 이상으로 박주영의 기량이 심각하게 떨어졌습니다.
이 2014 월드컵은 위에서 언급했던 스페인이 조별예선으로 탈락하며 티키타카의 종말을 가져왔다는 바로 그 대회입니다. 당연히 각 나라들은 점유율 축구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왔는데 한국 국대는 조광래호에서 있었던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늘어났으니 참담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조광래하고도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홍명보 본인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점도 있으나 지금은 한국 국대의 전술적인 면만 따지는 것이니까 여기서 그걸 논하지 않겠습니다.
홍명보는 원래 2015년 아시안컵까지 유임하기로 했으나 부동산 건이 드러나 사임하고 울리 슈틸리케가 새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그런다 잘 알다시피 슈틸리케는 독일인이지만 스페인에서 선수활동을 해서 그런지 4-2-3-1 점유율 축구의 신봉자고, 심지어 그 전술을 통해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지금까지는 매번 실패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뭐 그냥 순전히 운빨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를 곽태휘와 차두리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이 둘은 조광래호 시절엔 부상 또는 부족한 기량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30대 중반의 원숙기에 들어서니 피지컬은 떨어질지 몰라도 테크닉과 시야, 판단력이 상승하면서 빌드업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팀의 핵심인 기성용이 상대 팀에게 압박을 당하더라도 곽태휘에게 백패스를 하면 다시 곽태휘가 볼배급을 전담할 수 있었고, 차두리는 말 그대로 공을 운반해갔습니다. 이로 인해 기성용에게 주어지던 과중한 부담도 줄어들었고 대한민국 축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점유율 축구다운 점유율 축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슈틸리케의 신화는 여기까지. 아시안컵이 끝난 뒤 차두리는 은퇴했고 곽태휘는 빌드업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나이의 한계를 못 이기고 피지컬이 너무나 떨어져서 수비불안을 초래합니다. 슈틸리케가 욕을 먹어가면서 곽태휘가 부상을 당해도 엔트리에선 빼지 못하고 계속 데리고 간 이유는 곽태휘가 빠지는 순간 수비진의 빌드업 능력이 없어져버려 후방에서 공격 전개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 궁여지책으로 골키퍼에서 위치선정과 킥력이 준수한 정성룡을 선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선수는 골키퍼의 본분인 수비 역량은 둘째치고 안티가 너무 많아서...
그리고 슈틸리케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광래호가 갔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상대 팀은 기성용만 잘 막으면 실질적으로 한국팀 공격의 반을 막은 거나 다름이 없었고, 수비진을 내려 두줄 수비를 하면 어떻게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때 슈틸리케가 발굴한 이정협은 상대 수비진과 경합을 하며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으나,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골결정력이 없다시피 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약발이 다 떨어졌습니다. 김신욱은 원톱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여서 조재진이나 이정협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겨넣다가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4-2-3-1에서 구자철과 기성용과의 조합을 찾지 못하자 구자철을 아무 데나 쑤셔 넣는 짓 또한 조광래호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2016년까지는 그럭저럭 어떻게 돌아갔습니다. 이란전에 패배하긴 했지만 그건 이란이 너무 잘해서였고 다른 네 경기에선 조별예선 3승 1무의 성적을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2017년인데 기성용이 부상으로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거나 컨디션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자 말 그대로 경기력이 처참해졌습니다. 기성용이 빠지는 순간 선수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계속 공만 돌려서 점유율은 높지만 경기 내내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했습니다. EPL 탑급의 윙포워드인 손흥민이 있으면 뭐합니까. 손흥민의 주 무기는 공을 몰고 있음에도 공이 없는 것처럼 빠른 주력을 통해 상대방을 제치는 것인데 정작 뒤에서 공 돌리다 보면 상대방 수비수들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손흥민은 EPL에서의 클래스를 조금도 보여줄 수 없는 겁니다.
현재 새롭게 대표팀 감독을 맡은 신태용에겐 지나친 비난도 있지만, 명백히 고쳐야 할 점도 역시 존재합니다. 먼저 이란전의 졸전은 신태용이 급작스레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었으니 새 전술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이전에 쓰던 전술을 계속 썼는데 기성용도 곽태휘도 없는 4-2-3-1이니 공격전개를 아예 하질 못해서 유효슈팅 하나 없는 참담한 경기력이 나왔습니다. 우즈벡 전에선 전술도 바꾸고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는 모습 자체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신태용은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선수 교체를 정말 못했고 이는 지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피지컬이 좋아도 플레이스타일이 안 맞으면 4-2-3-1에서 원톱을 할 수 없는데도 김신욱을 기용한건 09-10년도 바르셀로나의 즐라탄을 보는듯 했습니다. 우즈벡전이 끝나고 헹가레를 한 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7-18시즌도 시작하고 월드컵도 9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월드컵까지 신태용을 믿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광래, 홍명보 그리고 슈틸리케도 나름 축구계에서 오래 활동한 인사인데 네가 뭔데 걔네들을 분석하고 비판하냐는 지적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시절엔 티키타카야 말로 무적의 전술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이미 파훼법이 나왔으니 이야기가 다르며, 홍명보와 슈틸리케는 감독 경력만 봐도 대표팀 감독을 맡을 역량이 안 되었던 사람들입니다. 저는 신태용 감독이 다른 건 몰라도 이 지긋지긋한 4-2-3-1을 버리고 새 전술을 완성한다면 월드컵에서 조별예선에서 탈락해도 좋게 봐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대는 수비진에서 빌드업을 해줄 사람이 기성용 말고 최소 두 명은 필요하며, 06년 조재진이나 15년 이정협처럼 고립되더라도 상대수비를 밀어내며 공간을 만들어줄 선수도 찾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14년 김승대처럼 라인브레이킹을 통해 빠른 역습을 할 보조 무기도 갖춰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나 구자철, 김신욱의 활용도를 확 깎아 먹는 건 기본입니다.
물론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대표팀의 특성상 완벽한 전술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티카타카 점유율 축구는 너무 전제조건이 많아 스페인을 제외한 모든 국대에서 성공하지 못한 전술입니다. 2010년 이후 한국축구가 몰락한 건 다른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감독과 전술에 있다고 봅니다.
그럼 요 20년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성적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자료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98년 차범근호입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선 압도적인 성적으로 진출에 성공합니다.
(02년은 개최국이라 월드컵을 자동진출했습니다.)
06년엔 사우디에 두 번 패해서(이때 판정으로 말이 많았습니다) 2위로 진출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하고는 승점 5점 차로 여유 있게 진출했습니다.
10년도에는 2위 팀을 승점 4점 차이로 따돌리며 여유 있게 무패 1위로 진출했습니다. 허정무호가 최초로 원정 16강을 이룩한 월드컵이기도 합니다.
14년 아시아 지역예선인데 최종예선이 아니라 3차예선입니다. 이 때부터 조광래가 감독을 했는데, 레바논에게 패배하면서 경우의 수를 따지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광래는 해임되고 최강희호 시절인데 골득실차로 겨우겨우 진출은 했지만 이때도 경기력이 무척 안 좋았습니다. 최강희호는 워낙 논란거리가 많아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8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입니다. 지금 어떠한 과정을 거쳐 월드컵에 진출했는지는 다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조광래가 감독을 맡고 점유율 축구를 하기 시작한 2010년도부터 한국축구의 월드컵 예선 성적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물론 경기력 면에선 말할 것도 없습니다. "02년때 반짝했을 뿐 사람들 눈이 높아진 거지 한국축구는 원래 그 모양이었다." 같은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98, 06, 10년 성적은 말이 안 됩니다. 누가 봐도 2010년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축구의 기본 전술 틀이 바뀐 이후 문제가 생겼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원래 이란전(08.31) 끝나고 쓰기 시작한 글인데 도중에 관뒀다가 오늘 고쳐서 올린 거라 용어, 시점, 문맥 등이 좀 난잡합니다. 잘못된 부분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그럴듯한거 같아 퍼와봤습니다.
요약
원래 한국 축구는 선 굵은 축구st
근데 조광래 때부터 티키타카 유행에 맛들임.
최강희-홍명보로 이어지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
슈틸리케도 스페인에서 선수생활 점유율 빠돌이
조광래 이후 수년간 몸에 맞지 않는 옷
개망.
잘봤어요~
진짜 좋은글이네요
생각해보면 국대축구보는사람들도 해축을 많이봐서 패싱축구에 너무 길들여져서, 감독들도 축구팬들 의식해서 패싱축구하는데 , 기본기가 일단 조잡스러워진것도 큰거같음. 패싱이 몸에 맞지않은 옷이라기보단 패싱축구하는데에 있어서 기본볼키핑이나 쓸데없는 트래핑이 심하고, 생각안하고 패싱만하는 축구가 되버림
개인적으로 국가대표팀이 4231버리고 다시 3백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윙백들이 전멸해서 3백은 힘들지 않을까요?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술과 맞지않는 선수 선발과 기용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들이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자신있는 전술이 있다면 그에 맞는 선수를 뽑고 선발로 기용해야하는데
그냥 이름 값있는 선수들만(예를들면 해외파라던지 해외파라던지 해외파...)뽑고, 심지어 그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자리에 넣는게 아니라 포지션만 비슷하면 그냥 넣어버리는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생각드네요
많이 공감함.
점유율 축구는 국대팀이 할만한 전술은 아닌듯.
공감
언제부턴가 투톱전술이 사라졌음
되게 수긍되는 분석이네요 대체적으로 이름값은 괜찬은데 기성용만 없으면 경기력 좆망되는지 궁금햇는데 알것같음
잘봤습니다 흥미로웟어요
와 글에서 정성이 보입니다. 잘봤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탈리아축구하면 그저 수비에강한축구같은데 조금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수 있으신가요?ㅜㅜ
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