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수상 축하드려요. 사실 수애 씨가 시상식 장에 있는 풍경은 웬지 모르게 익숙해요. 스스로는 상 받는 일에 좀 익숙한가요? 아뇨. 남달랐어요. 이전엔 신인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받는 주연상이기도 하고. 뭐 상의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님은 먼 곳에>라는 작품이 저에게는 너무 각별해요. 영화에 대한 애착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서 수애라는 배우 또한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 그런 의미가 있어요. 상이라는 게 일종의 성과이기도 하잖아요. 흥행도 그렇고. 연연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품을 함께 한 스태프들의 땀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준익 감독님이 직접 시상하셨잖아요. 특별한 의미였을 것 같아요. 수애 씨에게 이준익 감독이란 어떤 분인가요? 감독님이요. 정말 특별해요. 앞으로도 그렇고. 제가 여배우로 남는 한 큰 자리로 남을 거예요. 조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으시고. 3개월 동안 동고동락했는데. 이제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에 매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 자리가 더욱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건 좀 닭살 멘트일 수도 있겠지만. (웃음) 저에게는 아버지 같아요. 이준익 감독님은 수애 씨를 일컬어 ‘모성의 DNA를 가진 배우’라고 하던데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존재가 되는 건가요 그럼? (웃음) 그건 감독님한테 여쭤봐야 할 문제일 것 같긴 한데. 감독님께선 수애가 아니라 ‘순이’에 빠져 계셨던 것 같아요. 그 감정선으로 연결 시킨 건지. 극찬 해주시니까 감사하네요.
‘순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녀가 지닌 ‘모성’을 느꼈나요? 공감해요. 모성이라는 게. 여자잖아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여자들에겐 본능인 것 같아요. 모성애가 있죠. 저도 어렸을 때 동생 돌보면서. 부모님은 맞벌이 나가셨을 때 가정을 살폈고. 어떤 물리적인 나이를 떠나 콧물 흘리는 어린 아이라도 포용하고 돌보려는 것들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차기작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선 명성황후 역을 맡았잖아요. 아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강인한 기운을 뿜어내야 하는 캐릭터인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님은 먼 곳에>를 끝내고 바로 시작했는데. 심적인 부담이 사실 컸죠. ‘순이’에서 아직 채 빠져 나오지 못해서. 강인함이란 부분은 순이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데 익숙하진 않았어요. 지금 80퍼센트 정도 촬영이 끝났는데. 뭐랄까. 즐겁다고 해야 하나? 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시간을 즐기는 법을 알았어요. 이것 역시 사실 이준익 감독님이 가르쳐 주신 부분이죠. 그 전에는 연기를 일로만 생각했다면. 원칙주의처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이었죠. 고민하고, 힘들고, 두렵고. 그런 것들이 매 영화마다 절차처럼 이어지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도 가끔 들고. 명성황후 역을 하면서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이런 것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상대역 조승우 씨와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조승우 씨가 맡은 역할이 명성황후를 지켜주는 호위무사잖아요. 현장에서의 승우 씨는 가슴이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부분을 가졌어요. 현장에서 교감하기 좋은 배우죠.
라이징 스타 어워즈 때 함께 상을 받은 하정우 씨와는 교감(?)할 시간이 별로 없었죠? 별로 없었어요. 끝나고 TV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 때 좀 이야기를 나눴죠.
평소 배우로서의 하정우 씨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추격자> 보고나서 솔직히 좀 무서웠어요. 그 때 한참 태국에서 촬영 하고 있었을 땐데 한국에 잠깐 들어온 적이 있어요.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오자마자 챙겨 봤죠. 사전 정보 없이 <추격자> 재밌다더라는 얘기만 듣고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끝나고 여운이 너무 오래 남더라고요. 밤 늦게 집에 가는 것도 무섭고. 그런 기억만 있다가 <두 번째 사랑>을 봤어요. 멜로잖아요.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너무 놀랐어요. 섬세하고 이중적인 남자의 면을 표현하는 게. 배우들의 연기가 그렇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연약하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사실 방송 인터뷰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눴네요. 서로 칭찬의 시간을 갖는 거죠. (웃음)
수애 씨도 지금 한국 영화계에서 남달리 주목받는 여배우잖아요. <님은 먼 곳에>의 연기는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원 톱 배우’의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음. 그건 심리적인 것 같은데요. 혼자라고 생각이 안 들었어요. 감독님이 항상 저에게 주입시켜주셨거든요. 순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고 그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워낙 제가 그런 개념이 안 서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중간중간 일깨워주셨어요. 책임감에 관한 것들이랄까? ‘원 톱’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라기보다는. ‘내가 여기서 해야 될 게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 작업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으셨나요? 음.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욕심이 생겼죠. 연기에 대한 욕심은 신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요. 그보다는 개인적인 수애의 삶에 관한 거예요. 감정적으로 많이 체험하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혼자 여행도 다녀오고. 내 삶에 대한 욕심인 거죠.
사람을 대하는 일들이 편해졌나요? 이전엔 인터뷰도 불편해 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편해졌다기보다는. 그 중요성을 알게 된 거죠. 말의 필요성을 느낀 거예요. 그 전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그렇지 않더라고요. 감정 전달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말이 필요한 거 같아요. 사실 이런 인터뷰도 서로 교감하다 보면 눈빛이나 표정으로 전달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뭔가 명확하고 오해가 없으려면 말로 전달해야 하는 거죠.
이전에 수애 씨가 보여줬던 모습들이 사실 수애의 연기로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수애가 가장 편한 거죠? 그것 밖엔 보여줄 게 없어요. 연기하는 것 말고는 보여드릴 게 없죠.
촬영장을 제외하고 자연인 수애로서 가장 편안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촬영할 때는 긴장을 많이 하죠. ‘스태프’와 ‘수애’의 중간지점을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 너무 내 감정에 도취되는 것도 그렇고. 너무 수애를 버리자니 색깔이 없어지는 것 같고. 그 중간지점을 찾느라 현장에선 늘 긴장해요. 여유가 생기는 건 촬영이 끝났을 때죠. 그 때가 가장 심적으로 편안한 시간이에요.
공허함도 찾아올 텐데요. 많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게 또 다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을 하고. 비우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고. 채워질수록 처음처럼 비워내는 것도 중요해서 그런 걸 놓지 않으려고 해요.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54호(10.16~31)에서 확인해주세요!
* 영상은 '수애영상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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