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년 만에 윤달이 있는 해이다.
음력은 1년이 354일이다.
양력은 365일이니까 11일 정도 차이가 난다.
이걸 어느 정도 맞추려고 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둔다.
한 달을 더 준다는 이야기다.
올해 음력 달력을 유심히 보면 2월이 두 개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부분 5월이 두 번인 경우가 많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
윤달은 덤으로 있는 달이라 ‘여벌달’ 또는 ‘덤달’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이런 달은 귀신이 잘 모른다고 우리 조상들은 생각하기로 한 것 같다.
귀신이 해꼬지를 못하는 달이라 개장(改葬) 화장 등을 많이 했다.
집수리나 이사도 귀신 몰래 하는 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집을 지키는 성주 귀신(成主神), 부엌을 지키는 조왕 귀신(竈王神),
집터를 지키는 터주 귀신, 화장실을 지키는 주당 귀신 혹은 측신(厠神)이
모르게 옮겨야지 아니면 이사 갈 집터가 어떻니
왜 부엌만 고치고 변소는 안 고치느냐면서 귀신끼리 서로 싸움박질하면
집구석 사납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옛날엔 화장하는 곳이 난리도 아니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이런 걸 잘 믿지 않아서 그런지 옛날처럼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집안 어른 중에 아직 무당집에 간혹 들리는 분이 계신 집안은
아직 이런 미련을 못 버리고 이장을 한다거나 수의(壽衣) 같은
장례용품을 미리 준비한다.
요즘은 거의 화장이라 비싼 안동삼베 수의는 완전히 한물갔다.
집안에 돈을 쌓아 놓아 썩는 냄새가 진동하면 죽을 때 때깔 나는 옷을
삼일 정도 입은 양으로 맞출까 모라도 요즘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젊은 애들은 윤달에 결혼을 ‘한다. 안 한다.’는 것을 이해 못 한다.
아니 윤달이란 자체를 모른다.
예식장이 모자라 이리저리 뛰는 판국에 무슨 윤달 타령을 하겠는가.
괜히 어른이랍시고 윤달엔 결혼 하니 안 하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어른 대접은 앞으로 물 건너 갔다고 보면 된다.
요즘 애들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하고 이야기 섞는 것을 아주 꺼려한다.
윤달에 절 세 군데 돌면 극락세계 간다고 해서 불자들이 엄청나게 돌곤 했다.
특히 경상도에서 이런 풍습이 강했는데 재액이 소멸 되고
복이 온다는 말까지 있으니 어찌 세 군데 절 도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요즘은 부처님 오신 날에도 절 세 군데 가지 않는다.
“윤동짓달 초하룻날(윤달 11월 1일) 빚 다 갚아 주겠다.”
11월에는 윤달이 거의 안 들기 때문에 빚 갚기 싫은 인간들이
이렇게 말한다는 이야기다.
올해가 윤년인지도 모르고 윤달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체
그냥 세월만 죽이는 게 재미가 참없는 삶을 살고있는 것 같아
마치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닝닝한 순두부 맛을 보는 것 같다.
“ 음력도 없어지는 판에 윤달에 뭐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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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