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테 델리 아리키에리 (Durante degli Alighieri, 1265 ~1321).
두란테의 약칭인 단테(Dante)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시인.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단테를 가리켜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이라고 표현.
그가 쓴 <신곡>은 현대 이탈리아어의 뿌리를 이루었고 근대 문학에 사랑의 원형을 제공한 단테 필생의 대작이죠.
Sandro Botticelli (Dante Alighieri's portrait 1495)
그리고 단테를 설명할때 빠질 수 없는 여인이 있으니 바로 베아트리체입니다.
베아트리체가 없었다면 단테도 없었을 것입니다.
단테는 자신의 삶을 바쳐 쓴 <신곡>에서 베아트리체를 숭고한 사랑의 이상형으로 창조했습니다.
베아트리체라는 영원한 연인은 사실상 단테의 펜끝에서 태어났습니다.
Dante Gabriel Rossetti (the Death of Beatrice1853 - 1854)
Dante Gabriel Rossetti (The Salutation of Beatrice)
1274년 봄, 9살인 단테는 아버지와 함께 이웃이었던 폴코 포르티나리 (Folco Portinari) 가문의 잔치에 갔다가 그 곳에서 처음으로 8살의 베아트리체를 만납니다.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체는 소년의 마음 안에서 사랑으로 자리잡았고, 그 사랑은 단테의 인생 행로를 좌우하게 됩니다.그 순간의 잊을 수 없는 감격을 뒷날 단테는 자신의 저서 <새로운 인생>에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바로 그 순간 심장의 은밀한 방 안에서 기거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가장 미세한 혈관마저도 더불어 떨리기 시작했다.”
Henry Holiday (Dante meets Beatrice 1883)<흰옷 입은 여인이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를 향한 단테의 사랑은 시작부터 이렇게 가혹할 정도로 맹렬, 그러나 두 사람은 숨결은 커녕 손바닥의 온기도 교환해보지 못합니다.
만남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약한 첫 만남 후 두 번째 만남까지 두 사람은 9년을 기다립니다.
두 번째 만남도 미약하기는 마찬가지.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길 위에서 스치듯 눈인사를 했고, 그리고 그것이 그들 만남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운명적 만남을 가진 베키오 다리와 아르노강.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철수하면서 오직 이 다리만 폭파하지 않고 철수했다고 하니 아무리 전쟁중이라도 사랑의 역사가 담긴 유적을 히틀러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젊은 연인들이 자신들의 사랑이 깨지지 않게 베키오 다리 난간에 걸어놓은 자물쇠. 열쇠는 아르노강에 던진다고 합니다.
언제나 함 가볼려나...
Dante Gabriel Rossetti (Dante's Dream at the Time of the Death of Beatrice 1871)
그러나 당시 피렌체의 관례대로 일찍 약혼한 단테는 스무 살에 명망 높은 가문의 딸인 젬마라는 여인과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마음에 품은 채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한 것입니다.
몰락한 귀족의 아들인 단테와 당시 피렌체에서 최고의 부와 명에를 자랑하던 가문의 딸이었던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은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베아트리체 역시 대부호인 자신의 집안과 어울리는 재산가 바르디 가문의 시모네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단테의 평생의 사랑이었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었던 이 연인은 1790년 스물네 살로 이승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평생을 걸쳐 예술적 감의 원천이 되어 지금도 순수한 사랑의 여신이 되어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알고는 있는지...
18세 되던 해 단테는 구이토네 다레초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게 되었고,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평생 동안 문학적 스승을 받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테에게 그들보다 더 문학적 영향을 미친 사람은 베아트리체였습니다.
단테는 자신의 아내가 아닌, 한번도 소유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한 여성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단테는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는 자신의 시 속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생활의 사랑은 그에게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는 "내 마음의 여주인"인 베아트리체를 로맨틱한 열정을 기울여서, 또한 그녀의 죽음까지도 초월하여 정열적으로 사랑했습니다. 찬양받아 마땅한 여성, 천국과 같이 해맑은 그녀는 살아 생전에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나, 사후에는 하늘에 올라가게 되었고 동정녀 마리아와 견주어지게 되었습니다.ㅎㅎ
Domenico di Michelino (Dante and the Three Kingdoms 1465)
단테는 서른에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정치는 그에게 영광을 안겨주었지만, 그를 나락에 빠뜨리는 원인도 되었죠. 그는 1300년 피렌체 공화정의 최고책임자인 3인 행정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혔습니다. 단테는 문학가 이전에 정치가로 먼저 자신을 알리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 무렵 피렌체는 정치적 혼란에 휩싸였고,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의 음모는 단테가 속한 정파를 무너뜨렸습니다. 1302년 국외에 있던 단테는 피렌체 새 집권파가 꾸민 궐석재판에서 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을 선고받게되었죠.
피렌체의 공문서 보관청에는 언제 어디서건 단테를 체포하면 산 채로 태워 죽일 것을 명하는 살벌한 기록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결국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만에 단테는 그 사랑이 태어나고 숨쉬었던 피렌체시로부터 영구추방 되었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도시에서 쫓겨났고, 그토록 사랑했던 고향에 끝내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Leighton (Dante in Exile 1864)
“로마의 딸 피렌체의 그 부드러운 가슴에서 나를 쫓아내는 것이 피렌체 시민들의 즐거움이 된 뒤로 나는 거의 모든 지역을 떠돌아다녔다. 낯선 나그네가 되어, 거지 신세가 되어 ….”
단테는 남은 인생을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을 떠돌며 살아야했습니다. 힘든 망명 생활에 그의 유일한 위안은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괴롭고, 힘들고, 외로운...그 쓰라린 삶의 한복판에서 단테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에 집착했죠.
단테는 자신의 지식과 열정, 에너지를 쏟아붇는 대작을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시적 상상력은 고된 현실속에서 더욱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신곡>이 탄생한 것입니다.
1321년 단테는 망명지였던 라벤나에서 열벙으로 죽었습니다. <신곡>은 그가 죽기 직전에 완성되었고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 괴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가 없었다면, 아니 단테가 그녀를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신곡>은 탄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Dante Gabriel Rossetti (Dantis Amor 1859)
단테의 사랑으로 베아트리체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시인이 써내려간 그 거대하고 감동적인 사랑의 묘사 덕분에 베아트리체는 많은 사람들이 연모하는 연인들의 상징이 되었죠.
첫눈에 반한 사랑 하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여인, 젊음의 절정에서 요절했기에 더욱 애달프고 안타까운 여인. 이런 극적인 요소들은 많은 화가들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국 라파엘전파의 화가 겸 시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가 있습니다. 단테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로세티는 자신의 이름앞에 '단테' 를 붙일만큼 단테의 추종자였습니다.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로세티는 위대한 시인의 영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했고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에 깊이 몰입했습니다.
Dante Gabriel Rossetti (Beata Beatrix 1864-1870)
로세티는 또한 자신의 사랑을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과 동일시 했으며 연인 엘리자베스 시달의 모습을 베아트리체 이미지로 형상화 하기도 했습니다.(위 그림)
로세티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이야기에 깊이 매료된 것은 사랑의 위대함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단테는 오직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으로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신곡>을 창조했죠.
단테는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베아트리체를 영원한 여인상으로 찬미했고 이 위대한 시인의 문학적 기념비 속에서 베아트리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사랑합시다^^
첫댓글 잘 읽었네!~ 역시 훌륭한 작품 뒤에는 무엇인가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 같으이~~~
그런데 왜 갑자기 마라톤동호회에서 단테이야기를 꺼집어내신건지? 몹시 궁금허이~
닥장이 조용해서리...
시간되면 연재를 해볼까 하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