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쭉정이'만 부산 오나
일산센터 매각작업 손 놓고 金 보관시설 등 핵심 잔류
- 문현 국제금융센터 악영향
- 지역 시민단체 등 반발
오는 2014년 부산으로 옮겨올 한국예탁결제원이 핵심 시설과 업무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가 '반쪽' 이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이하 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원은 부산 문현동 국제금융센터 내에 들어설 자사 건물에 핵심 운용부서와 증권보관 시설 등을 뺀 채 경영지원부서만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결제원 측은 유가증권과 금(현물거래) 보관시설 등은 부산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결제원의 이런 행보는 주요 금융기관을 모아 부산을 금융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문현 국제금융센터의 존립 근거를 흔들 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기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제원은 금융관련 알짜 기관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의 집중 예탁 업무와 함께 투자자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종합 관리하는 준정부기관이다.
2009년 이전 추진 당시 결제원은 서울 여의도 본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산센터만 매각해 부산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제원 측은 최근 일산센터 내부가 특수 보안위주로 지어져 잘 팔리지 않는다며 사실상 매각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또 매각을 해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시설을 다시 지어야 하는 형편이어서 국고가 낭비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특히 결제원 측은 일산센터의 매각 여부와 무관하게 유가증권과 금 보관시설은 부산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원 관계자는 "▷비(非)대면 금융시장 지원 ▷경영 지원 ▷IT 팀에서 220명(전체 총인원의 55%)이 부산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하루에도 수차례 빈번하게 거래가 이뤄지는데 (중요 시설은) 거래 고객들이 있는 수도권에 둬야지 먼 부산에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결제원 측은 '특수시설을 대체할 공간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전이 힘들다는 의견을 국토해양부 등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현물거래라 할지라도 거래는 대부분 전산상으로 이뤄지고 실물 이동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금고시설까지 수도권에 잔류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렬 부산금융도시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한국거래소 역시 파생상품시장이 대부분 서울에 있지만 운용본부는 부산에 있다. 거래가 전산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그런 이유는 구실 붙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