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쩌면 니가 좋아하는 사람 나일지도 모른다고, 아니 나일거라고 말을 해서.
하긴 그럴리도 없지. 너 나 기억도 못했잖아. 배고프다. 내려가자."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쇼핑백들을 들고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난 한숨을 내쉬고는 피식 웃어 버리고 하륜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뭐 먹을까?"
"아무거나 먹자. 배고픈데."
"아무거나는 매뉴에 없는데?"
"뭐? 하하, 그럼…. 나는 우동."
"겨우 그거야?"
"왜? 그럼 안돼?"
"아냐. 먹자. 우동."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를 잡아 날 앉혀놓고 짐을 놔두고 카운터로 갔다.
하륜이는 저렇게 매너가 좋은 아이다.
여자들이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지.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나저나 신세륜.
결국은 말을 했단 말이지?
그나마 친구 비스무리하게 느꼈던 내가 미쳤었지.
만나기만 해봐라. 그 잘난 얼굴을 한 대 쳐줄테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식겠다. 빨리 먹어."
"어? 아, 고마워. 맛있겠다."
"돈까스도 같이 먹어."
"응. 나 치즈 돈까스 좋아하는데. 잘 먹을게. 맛있게 먹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을 들어 돈까스를 집었다.
빠삭빠삭하고 따뜻한 돈까스가 입안으로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불안했던 마음이 싹 내려앉는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듣고 싶은 음악 있어?"
"음…나는 락 종류 좋아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안보여?"
"응. 내가 널 조용한 애로 봐서 그런지…."
"발라드도 좋아해. 그런데 발라드 들으면 이제 밥 먹었는데 네가 졸음운전 할까봐 그랬지. 발라드 들을까?"
"그래. 거기 보면 노란색 CD있어."
난 하륜이의 말을 듣고 노란색 CD를 집어 들었다.
CD기에 넣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곧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와! 눈이다!"
"첫 눈이네?"
"응. 우와, 벌써 눈이 오는 구나."
"벌써 12월인데 좀 늦은감이 있지. 나 조금전까지 생각 많이 했었어."
"생각?"
"정말 세륜이가 날 갖고 장난하는 건가. 아니면 세륜이의 말이 맞는 건가."
하긴….
나 같은 애가 자기를 좋아한다는데….
그래도 그렇게 많이 고민하게 해준 세륜이한테 감사해야하는 건가?
아니야, 그 나쁜 놈.
그런다고 그걸 진짜 말하냐?
추접한 놈.
언젠간 후회할 날이 올 거다!
"네 표정보니…한 눈에 알겠더라. 아, 아니구나. 괜히 부끄러워져서 식당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어.
그래도 그 전까진 행복했던 것 같아."
"어?"
"어쩌면 내 마음 속에서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진심이기를…하고 바랬던 것 같으니까."
순간 난 하륜이의 말을 듣고 굳어 버리고 말았다.
저게 지금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내가 자기를 좋아하기를 바랬다고?
어째서? Why?
차 속은 계속 정적이 흘렀고 결국 그 정적은 집 앞에 도착하도록 깨지지 않았다.
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차문을 열고 재빨리 내렸다.
"오늘 재미있었어. 조심히 가."
그리고 난 하륜이의 얼굴도 보지 않고 문을 닫고 그대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가인아."
아, 지금 표정 관리 못하겠는데 왜 부르는 거야.
난 천천히 뒤돌아섰고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언제 내 뒤에 서 있던 거야.
난 뒤로 발걸음을 두 번 정도 옮기고 난 후에 하륜이를 쳐다보았다.
"옷 가져가야지."
"아, 맞다."
"저기 있…."
"야!"
어? 이건 무슨 소리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세륜이 녀석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뻔뻔스러운 얼굴.
도대체 철판을 몇 장이나 깔고 있는 거야.
확 다 뜯어 줄까보다.
"어이, 너네 거기서 뭐하냐? 분위기 좋은데?"
"아, 가인이가 물건을 놔두고 내려서."
"야. 술 한 잔 하자. 명품. 너도 와라."
"명품?"
"아, 너 몰랐…읍!"
난 재빨리 세륜이에게로 걸어가서 녀석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 자식이!
쪽팔리게 무슨 말을 하려고!
"아씨, 이 기지배가 지금 누구 입을 틀어 먹고 지랄이야!"
"너 죽을래?"
"꼴에…. 알았어. 난아. 가자."
"난아?"
"못난이."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에 손을 두르며 걷기 시작했다.
나쁜 놈의 자식!
못난이라니!
그것도 하륜이 앞에서!
내가 정말 얘 때문에 수명이 준다.
자리에 앉긴 앉았는데 왠지 뻘쭘한 상황이다.
내 앞에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다는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다니….
왠지 내가 꿀리는 느낌이다.
"닭날개, 김치 우동. 소주 2병."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술집은 어떻게 된게 종업원도 이쁜거야. 하여튼, 술집은 이래서 안되요.
난 앞에 나와있는 새우깡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세륜이가 내 손등을 탁 쳤다.
뭐야, 먹을땐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뭐야!"
"야, 넌 안주 조금만 먹어."
"뭐?"
"거기서 더 찌면 구른다. 굴러."
물론 나도 내가 요 근래 살이 쪘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이 자식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어떻게 여자한테 저런 심한 비수가 되는 말을….
아, 혈압이야.
하긴, 맞는 말이지.
내가 늘씬한 것도 아니고….
사실 좋게 말하면 통통한 거고 원래대로 말하자면 등빨이 아주 좋긴하지.
아, 서럽다.
저 녀석은 저렇게 많이 먹어도 살하나 안찌고!
이건 너무 불공평해.
난 소주만 입에 탁탁 털어 넣었다.
물론 세륜이 놈을 째려봐주는 것을 잊지 않고.
"야, 내가 니 안주냐?"
"뭐?"
"왜 술 먹고 나 쳐다보고 술 먹고 나 쳐다봐."
"니가 내 안주다! 됐냐?"
그리고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랬더니 녀석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았다.
"왜 일어서고 그래!"
"화장실도 못 가냐?"
아, 진짜 내가 저 녀석 때문에 늙는다. 늙어.
그날 내가 술 먹자고 하는게 아니었는데!
그럼 쟤가 내 옆집에 사는 것도 몰랐을테고, 이렇게 열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을!
그리고 하륜이는 그냥 지켜보면서 좋아했을텐데….
"나…한번 떠봤다."
"뭘?"
"나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뭐야, 이게 무슨 말이야.
세륜이도 놀랐는지 들고 있던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아, 하륜이 얼굴이 이 놈의 기둥 때문에 안보이잖아.
세륜이 놈의 얼굴만 적나라하게 보이고!
아, 저 왠수!
자리도 왜 저기로 잡아가지고!
"네 핑계 좀 했어."
"내 핑계?"
"좋아하는 것 다고 말했지."
"뭐래?"
세륜이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소주잔을 다시 들어 마셨다.
아…하륜이가 그냥 떠본 거였구나.
왠지 욕했던게 미안해진다.
하륜이는 왜 날 떠봤던 걸까.
혼자 눈치를 채고 있었던 걸까?
"뭘 내 핑계까지 대고 그러냐? 그냥 나 좋아하냐? 이랬으면 될걸."
하륜이가 말을 하지 않았는지 세륜이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왠지 별로 다음 이야기들은 듣고 싶지가 않다.
"좋아하냐?"
"그거보단 낮은 것 같아."
"근데 왜 애 설레게 그딴 말들 했냐. 갖고 장난치지마."
"장난 아니야."
"그럼 내가 가져도 되냐?"
쟤 지금 뭐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쟤 요즘 나랑 놀더니 정신이 이상해 진거 아니야?
신세륜.
완전히 미쳤어.
내가 멍하게 녀석을 바라보고 있다 날 슬쩍 치고 지나가는 종업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다 하륜이의 멍한 표정을 보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세륜아…."
"니가 그런 식으로 하려면 내가 가진다고."
"너…진심인거야?"
"뭐, 이제껏 누군가를 좋아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너도 알잖아. 나 노력하면 잘 하는 거."
"그럼 노력만으로 정가인을 좋아하겠다고? 그럴 수 있다고?"
쟤네 지금 뭐라는 거야.
누가 누구를 노력만으로 좋아해.
완전 헛소리하고 있어요.
정가인.
너한테 실망스럽다.
갑자기 신하륜이고 신세륜이고 정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야.
난 자리로 돌아가 웃으며 앉았고 심각한 얼굴의 두 사람도 곧 자연스러워졌다.
난 앞에 있는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야."
"왜?"
"하여튼, 기지배 말하는 것 하고는. 니가 좋아한다는 남…."
"잊었어."
순간 내 말에 세륜이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았다.
뭘 저렇게 놀래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진짜냐? 7년간 좋아했던 남자를 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냐?"
"응. 나 원래 한번 정떨어지면 그래."
"따라나와 너. 야, 신하륜. 내일 보자."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내 팔을 끌어 당겨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끌려나가기 시작했지만 이제 녀석에게 잡힌 팔이 조금씩 아려오고 있었다.
손에 최대한 힘을 준 채 녀석의 손에서 내 팔을 빼내었다.
"아파."
"너 아까 들었지?"
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고 난 그냥 걷기 시작했다.
녀석도 아무런 말도 없이 내 뒤를 잘 따라오고 있었다.
"미…안하다."
"뭐가?"
"나도 가끔씩 그런 신하륜이 마음에 안들때가 있지만 넌 오죽하겠냐? 그냥 이해 좀 해라."
"뭘?"
"사실 너 신하륜 좋아하잖아. 계속 좋아했잖아. 그런데 그렇게 그 감정 지우기 쉽냐? 어?"
"그래. 난 쉽다고 그랬어."
"중요한건 신하륜도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야."
"뭐?"
"그리고 나 역시."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먼저 걸어 가 버리기 시작했다.
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하륜이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니….
그리고 나 역시?
쟤도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소리야?
아니야.
정신차려라. 정가인.
저 녀석이 또 장난치고 있는 거야.
저런 장난에 넘어가면 너 또 바보된다!
난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지만 누군가가 뒤에서 내 팔을 돌려 잡아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어? 하륜아?"
"이거 놓고 가서."
"아, 가방…. 고마워. 그럼 들어갈게. 아, 방학 잘 보내."
난 그렇게 하륜이이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받아 든 뒤 천천히 뒤 돌아 섰다.
"저기…가인아."
"왜?"
"아…아니야. 아무것도. 너도 방학 잘 보내."
"그래. 잘가."
난 웃으며 하륜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뒤 돌아 걷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끝난거지?
정가인!
그래. 확실하게 끝난거야.
이제 바보처럼 굴 일 절대 없어.
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버렸고 밀려버린 잠을 자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일어나 보니 벌써 시간은 12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대충 쌀을 씻기 시작할때쯤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계속 울리라고 내비두고 쌀을 다 씻은 다음 밥통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그 뒤로 핸드폰이 계속 세, 네 번 울렸고 그 끈덕짐에 반해 결국 폴더를 열었다.
"어, 세희냐?"
[너 어떻게 된거야! 전화는 또 왜 이렇게 안 받아?]
"무슨 일인데?"
[아르바이트!]
"아, 맞다. 하기로 했었지."
[우리 고모 집 어딘지 알지? 2시까지 와! 알았지? 2시까지다!]
난 세희에게 알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2시까지라고?
아, 밥도 못 먹고 가겠다.
난 재빨리 씻고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고 집을 빠져 나왔다.
식당 앞에 도착해서 머리를 대충 단정하게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섰을땐
깔끔한 종업원 복을 입고 있는 세희가 날 반겨 주었다.
"야, 빨리 와."
"알았어."
탈의실로 들어가자 마자 세희는 내게 옷을 던져주며 갈아입으라고 말했고
난 군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고모님이 날 반겨주셨고 그 날부터 아르바이트는 바로 시작되었다.
일주일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계속 식당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니까 이게 생활이 되어 더욱 편해졌다.
손님도 없는 오후 시간.
우리는 고스톱 열광에 빠져 있었다.
"아싸, 쓰리고! 고모님, 빨리 돌리세요."
"어휴, 가인이 너는 고스톱만 맨날 했냐?"
"고모 못 먹었어. 가인아, 내가 싹쓸이 해갈 거야. 악! 쌌다!"
"이거 어쩌나?"
난 세희가 싸 놓은 똥들을 유유히 가져오고 고스톱판에 평정을 되찾아 왔다.
역시, 난 신이 내린 꾼이야!
"그럼 쓰리고에 멍따, 흔들기. 이렇게 해서 돈이…."
"어머, 단체 손님이네? 세희야, 뭐해. 받자."
고모님은 그렇게 말하며 고스톱 판을 엎어 버리고 일어 나셨다.
고모님.
너무해요.
제가 완전히 딴 판이었는데!
난 어쩔 수 없이 화투를 정리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비열하게 웃고 있는 신세륜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저 녀석이 여기는 무슨 일이야?
"뭐하니, 가인아. 빨리 가서 주문 받아야지."
"네? 아, 네."
난 어쩔 수 없이 쟁반을 들고 신세륜이 앉아 있을 방으로 향했다.
그럼 그렇지.
저 녀석이 앞에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데도 몸을 똑바로 하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저 버르장머리 없이 앉아 있는 건?
그렇다.
신세륜은 두 다리를 쫙 벌린 채 벽에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신세륜과 만만치 않은 기럭지를 갖고 있는 애들이 앉아 있었다.
뭐야?
같이 일한다는 모델들인가?
난 쟁반을 내려놓고 물통과 컵을 내려놓고 메뉴판을 내밀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우선 소갈비 6인분. 식사는 나중에 주문할게요."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난 그대로 일어서려고 했다.
망할 놈의 신세륜만 아니었다면!
"어이."
야, 나도 이름이 있는 사람이라고.
어이가 내 이름인 줄 아냐?
"야, 정가인."
"왜?"
"신세륜. 아는 사람이냐?"
"이웃사촌이라고 할까, 과 친구라고나 할까. 아님 내 여자친구였나?"
아, 혈압올라.
저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뭐? 세륜이 여자친구였다고?"
"진짜냐? 오, 예쁜데?"
"왜 헤어졌어?"
"쟤가 나 찼거든."
아…아…뒷골 땡겨!
내가 언제 찼어!
사귄적도 없었는데!
내가 뒤 돌아 녀석을 확 째려보자 녀석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웃고 있었다.
내자 저 인간 때문에 미쳐!
"세륜이 왜 찼어요. 이래뵈도 기대 유망주에 돈도 많이 버는데."
"맞아요. 이 정도면 얼굴 되지, 키 되지. 돈 되지. 다 되는데 왜 버렸을까."
"그래요. 아가씨. 우리 세륜이 왜 찼습니까?"
"아니요. 그게 아…."
"쟤가 내 친구 좋아했거든."
분위기가 한순간에 다운되고 말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순간 모두들 경악한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나 역시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건 모두 허사였다.
저 나쁜 놈의 새끼!
날 도대체 뭘로 보이게 만드는 거야!
내가 뭘 도대체 어쨌다고!
"야! 신세륜! 너 나 좀 봐!"
"내가 왜?"
저런 뻔뻔한 놈을 봤나!
세상에 태어나서 저렇게 미치도록 뻔뻔한 애는 또 처음이다!
난 어이가 없어 녀석을 째려보고 있는데 녀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야, 또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뭐하냐? 좀 보자며?"
으아, 한방 먹었다.
쟨 왜 저렇게 성격이 럭비공 같은 거야?
그리고 도대체 뭘 믿고 저따위고 행동하는 거냐고!
가게 밖으로 나온 나는 녀석을 힘껏 째려 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손가락으로 귀를 파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저 싸가지 없는 행동은!
"야! 너 도대체 뭐야? 어?"
"뭐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그리고 내가 널 찼어? 그리고 우리가 언제 정식으로 사귀었냐고!"
녀석은 내 물음에도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계속 귀를 파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어깨에 한 손을 올리더니 얼굴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뭐야, 이 자식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야."
"왜?"
"우리 사귀는거 아니었냐?"
"무슨 헛소리야."
"관심 있다고 그랬잖아."
"뭐?"
"그럼 된거 아닌가?"
도대체 저게 뭐야?
그럼 관심 있다고 한게…사귀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도대체 쟤 머리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거야.
"그런 멍한 표정 좀 짓지 마라. 더 멍청해 보인다."
"그거야…."
"나도 여자한테 이러는거 처음이라서 어떻게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너 그냥 내꺼해라."
"뭐?"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건가?"
쟤 도대체 지금 뭐라는 거야?
내꺼하라니.
내가 무슨 인형인 줄 아는 건가?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오네.
난 너무나 어이가 없어 녀석은 한번 쳐다봐 주고 그대로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내 팔을 붙잡아 다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놔!"
"말하고 가."
"우…웃기지마!"
"잘해줄게. 남들이 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너만 바라볼 자신은 있어."
얘가 지금…뭐라고 하는 거야.
나만 바라볼 자신은 있다고?
잘 해준다고?
말도 안돼.
신세륜이?
저 싸가지 왕자가?
"또 그런 엄청난 얼굴로 쳐다본다. 싫으면 니가 손해지. 난 손해가 아니거든."
그럼 그렇지.
또 잘난척 나셨어요.
그래.
누가 손핸지 아닌지 보자.
"좋아. 그렇게 해. 그럼."
내 말에 놀랐는지 아니면 생각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녀석은 눈을 크게 뜨며 날 쳐다보았다.
뭘 저렇게 놀라는 거야.
자기가 말해놓고.
"들어가자. 나 일해야 돼."
"야."
"왜?"
"바람 피면 둘 다 죽는다."
"뭐?"
"나는 바람 피울 일 없으니 죽지 않겠고. 너 바람나면 그 사람이랑 같이 죽는다. 들어가자."
뭐 저런 황당한 녀석이 다 있어?
뭐?
자기는 바람 피울 일이 없고, 나는 있다는 소리야?
어후, 저 잘난 척 대왕!
두고보자!
난 음식들을 가져와 상에 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날 보는 눈이 곱지 않았고
신세륜은 여전히 건방지게 앉아 반찬들을 먹고 있었다.
아, 정말 미치겠네.
내가 변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만 쳐다봐. 왜 계속 내 여자 쳐다보는데?"
"어? 아…아니."
"우리는…."
"뭘 계속 신경쓰는데? 아까 그거 다 뻥이야."
"뭐?"
"그런거야? 놀랐잖아."
도대체 뭐야, 저 녀석은.
그런 것도 다 장난으로 돌려버리고.
진짜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녀석이다.
"맛있게 드세요."
"6시에 끝나지? 데리러 올게."
순간 녀석의 말에 뻥쪄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방에서 나와 버리고 말았다.
손에서 힘까지 빠져 쟁반까지 떨어뜨릴 뻔했다.
결국 녀석의 팀들은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고 돌아갔고
난 다시 손님들이 모여들자 녀석을 생각할 틈도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인아, 오늘도 수고했다."
"뭘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려고?"
"네. 청소도 좀 해야죠. 빨래도 좀 하고."
"내일 쉬는 날이니까 푹 쉬다가 와."
"네."
난 고모님께 인사를 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라 그런지 이제 6시인데도 깜깜하네.
그때 내 앞으로 까만 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섰다.
이…이거 뭐야?
나 방금 차에 치일뻔한거 맞지?
그렇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서 따지려고 했을 때 난 다시 들었던 손을 내려 버렸다.
뭐야.
신세륜이잖아.
"야! 너 그렇게 무식하게 차를 세우면 어떻게 해! 치일 뻔했잖아."
"안 치였으니까 됐잖아."
"뭐?"
"타."
"싫어. 내가 왜 타?"
"애인 차잖아."
"애인은 무슨 애…. 아, 맞다. 어디 갈건데?"
"저녁 먹으러."
"알았어."
난 결국 녀석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고 있었고 난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만 듣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여긴 어디야?
갑자기 왠 고속도로?
"야! 저녁 먹으러 간다며!"
"맞아."
"그런데 왠 고속도로야?"
"회 먹으러 가는 거야."
"그래! 그런데 웬 고속도로냐고!"
"목포로 간다."
"뭐?"
"가서 회 먹는 거야."
오, 마이 갓.
하나님.
저 잘 살게 해주시는 거 하나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오로지.
제 옆에 있는 이 인간.
신세륜!
얘만 제 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차는 엄청난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녀석을 째려보다 지친 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가 녀석이 날 깨우기 시작했다.
"아씨, 왜 때려!"
"야, 넌 사람이 운전을 하는데 옆에서 자면 어떻게 하냐?"
"그러게 누가 오자고 했냐? 거기다 나 배고파 쓰러지실 것 같단 말이야."
"휴게소에 들리지 뭐."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마침 앞에 있는 휴게소로 쏙 들어갔다.
나 정말 얘 때문에 미치고 돌아가시겠네….
갑자기 목포는 무슨 목포야.
회 먹을데가 목포밖에 없어?
더 가까운데는 없는 거야?
"야, 하나만 묻자."
"하나만 물어. 두 개는 안돼."
이 자식이 지금 나랑 장난하나!
어디서 저렁 쌍팔년대 개그를 하고 있는 거야.
"왜 목포로 가는 건데?"
"아는 사람 있어서."
"아는 사람 누가 있는데?"
"가서 보면 알아."
"뭐? 니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 친구라고는 신하륜뿐이 더 있냐?"
"니가 내 인간 관계를 어떻게 아냐?"
"척 보면 딱이지! 아니야? 내 말이 틀려?"
"맞아."
뭐 이런 싱거운 녀석이 다 있어?
천하의 신세륜도 별거 아니구만?
이제까지 괜히 쫄았잖아.
별것도 아니었던 녀석한테.
물론 성격이 좀 더럽긴 하지만.
"내려."
"왜?"
"배고프다며!"
"또 목소리 커진다."
"너하고 있으면 그래. 빨리 내려."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차에서 내렸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있으니 녀석이 내 앞으로 우동과 만두를 내려놓았고
난 아무 말 없이 나무 젓가락을 들어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갑자기 내 손을 팍 치는 것이 아닌가?
얘 지금 뭐하자는 거야?
"야! 왜 먹는데 건드려!"
"야, 남자가 아직 젓가락도 안들었는데 어디서 감히 여자가!"
"뭐? 웃기네. 우리 집은 그딴거 없어."
"너네집은 없어도 우리 집은 있거든. 먹자."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얘 정말 사람 골 때리게 하네.
진짜 내가 더러워서 안 먹어!
난 젓가락을 던지듯이 버려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버렸다.
추접하고도 추접한 놈.
뭐가 어쩌고 저째?
남자가 아직 젓가락도 안들었는데 어디서 감히 여자가?
무슨 저런 남성우월주의에 사로 잡힌 녀석이 있어?
내가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와.
"야, 갑자기 나가면 어떻게 하냐? 배고프다며?"
"야! 너 완전히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있는거 아니야? 너 인간이 왜 그러냐? 진짜?"
"내가 뭘?"
"됐어. 차나 돌려. 집에 갈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빨랑 타."
"안 갈 거면 나 다른 차 얻어 타든지 할테니까 너 알아서해."
"야! 지금 세상이 어느땐데 다른 차를 얻어 타? 넌 그런 말도 모르냐? 남자는 다 늑대야. 알아?"
"차라리 다른 애들이 나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차에 타."
봐, 저럴 거면서 왜 여기까지 오는 거냐고.
내가 정말 어이가 없네.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차 위에 올라탔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어깨가 저려와서 잠에서 일어났더니…이게 뭐야?
설마 이게 한강은 아닐테고!
"야! 신세륜!"
"아, 깼냐?"
"뭐야? 여기 어디야? 이거 한강은 아닐테고!"
"바다."
"뭐?"
"목포 앞바다."
오, 마이 갓.
주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난 어이가 없어 녀석은 멍하니 쳐다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겨울 바람.
거기다 바다 냄새.
"생각보다 괜찮지?"
"그런가?"
"나 바다 엄청 좋아해."
저 순진무구한 얼굴 표정 좀 봐라?
꼭 생긴거랑 틀리게 놀아요.
그럼 바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
"여기가 고향이야."
"어?"
"부모님 뿌린 곳도 여기고."
저게…무슨 말이야?
부모님을 뿌려?
그럼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야?
쟤 고아였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려 내 머리를 헝클어 버렸다.
난 여전히 얼떨떨하고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아 옆에 있는 벤치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녀석도 곧 내 옆자리에 앉았고 오른 손을 뻗어 내 손을 꽉 잡았다.
생긴건 냉정하게 생겼는데 손을 따뜻하네.
"엄마 집에서 엄청나게 반대를 했었나봐. 아빠 집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내가 생기고 말았지.
두 사람은 어디든지 도망쳐야했어. 그래서 도망쳐 나온 곳이 여기야. 그리고 내가 태어났지.
그런데 내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양쪽 집안 사람들한테 들켜 버리고만거야.
부모님은 부랴부랴 도망쳤지.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어.
아빠와 엄마가 꼭 감싸쥐고 있던 나만 살아 났지.
불행하게도 그때 난 태어난지 1년도 되지 않았었지.
할아버지가 날 외갓집에서 빼앗다 시피 해서 데려다 키워주셨어.
할아버지 역시 3대 독자를 잃을 순 없었겠지만."
"슬프겠구나."
"아니. 이젠 괜찮아."
"나도 아버지가 없어."
"왜?"
순식간에 녀석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자긴 나보다 더 심각하면서 왜 내 이야기에 얼굴이 굳어.
"이혼하셨거든."
"그런데 왜 아버지가 없는 건데?"
"우리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아. 물론 아빠가 이해가 되기도 해."
"뭐가 이해되는데?"
"나 같아도 우리 엄마 같은 여자를 아내로 두고 못 살거야. 항상 지저분하지.
그렇다고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니지."
"그건 남자도 아니다. 난 한번 결혼하면 끝까지 책임질거다. 내 여자는 끝까지 내 여자거든."
아주 참 잘나셨어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녀석도 날 따라 일어서더니
내 팔목을 잡고 마구 끌고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끌려간 곳은 포장마차들이 줄줄이 들어선 곳이었고
난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녀석의 앞에 앉았다.
녀석은 술과 안주를 시키더니 계속 날 멍하게 바라보았다.
뭐야, 왜 저렇게 쳐다봐.
그것도 기분 나쁘게.
곧 아줌마는 술과 안주를 내오셨고 난 군 소리 없이 소주병을 들어 녀석의 잔에 한잔 따랐다.
그리고 내 잔에 소주를 부으려는데 녀석이 소주병을 낚아챘다.
"야, 뭐야."
"너 이제 술은 나한테만 따라야돼."
"뭐?"
"내가 니 지아비잖아."
"뭐?"
"원래 남편하고 아버지한테만 따는 거야."
정말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할아버지가 데려다 키우셨다고?
엄청난 유교사상을 가지고 계시겠구만.
저 어린 녀석이 저렇게 할 정도라면.
녀석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안주도 먹지 않고 소주만 계속 먹기 시작했다.
오호라, 오늘 소주 좀 받는데?
"어이, 신세륜."
"말해."
"솔직히 내가 7년간이나 신하륜을 좋아하면서 생각한게 뭔줄이나 알고 있냐?"
"뭔데?"
"언젠가 내가 하륜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건 진짜 사랑하는 거다.
왜? 난 신하륜 옆에 있을 수가 없었거든."
"왜?"
"차이나잖아."
"무슨 차이?"
"뭐든지. 생긴 것도 그렇고. 집안도 그렇고. 모든게."
"웃기네. 그 새끼도 잘난거 없어. 니가 훨 잘났어."
"고맙다. 신세륜. 그렇게라도 위로해줘서."
"당연한거야."
그러고보니 요 놈 참 잘생겼다.
아, 맞다.
이제 내 남자친구지?
내가 또 그걸 잠시 잊고 있었어요.
난 젓가락을 들어 산낚지를 초장에 범벅을 해 먹기 시작했다.
역시 산낚지의 참맛은 목포에서!
"야."
"또 왜? 신하륜 이야기 하려면 그만해."
"아니. 아니. 너 진짜 진짜 잘생겼다고."
"나도 알아."
"오, 왕자병."
"정가인."
"왜?"
"너도 이뻐."
"어? 그래. 그래. 고맙다. 이 자식."
"진짜야."
"그래? 그럼 키스 한번 해봐."
물론 농담이었다.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진심으로 저런 말을 했을성 싶으냐?
절대 아니다!
그냥 농담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얼굴을 부여잡고…진짜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얘…미…미친거 아니야?
진담, 농담도 구별 못하는 바보냐?
주먹으로 아무리 녀석을 쳐도 녀석은 떨어지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미쳐!
결국 녀석은 한참이 지나서야 날 놔주었다
"야! 너 미쳤어?"
"왜? 하긴, 좀 마늘 냄새가 나긴 한다."
내가 얘 때문에 미쳐.
얜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사는 애야? 마는 애야?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자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다시 젓가락을 들고 회를 먹기 시작했다.
허, 어이가 없어.
"뭘 봐요. 뽀뽀하는거 처음봐요?"
절대 내가 외친거 아니다!
저 녀석이 뻔뻔스럽게 회를 먹으면서 외친거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며 자신들 앞에 있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아무 말 없이 젓가락을 들고 휴지를 몇 장 뽑아 입가를 쓰윽 닦아내었다.
그러자 녀석이 젓가락을 소리나게 놔두며 날 노려보았다.
뭐야, 또 왜 저러는 거야?
"더럽냐?"
"어?"
"나랑 뽀뽀한게 그렇게 더럽냐?"
"무슨 소리야?"
"그렇게 짜증난다는 얼굴로 휴지까지 뽑아들고서 그렇게 닦아야겠어? 그것도 내 앞에서?"
쟤 왜 저래?
난 그냥 닦은 건데.
오버하고 난리야.
"야! 야! 너 왜 오버하고 그래? 그냥 닦은 건데. 빨랑 먹어. 그리고 나 너랑 사귄다고 한거지.
꼭 스킨십하고 그러라는 거 아니야."
"웃기네."
"뭐가?"
"사귄다는 건 스킨십을 허용한다는 거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알았어. 정 니가 그렇게 싫다면 안 건들게. 됐지? 먹어."
사귄다는 건 스킨십을 허용한다는 건가?
그래도 저 녀석은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
난 이런거 처음이라서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못 먹었냐?"
"내가 뭘? 많이 먹었는데."
"아니. 니 평소의 양이 전혀 아니던데. 물론 다른 사람들 같이 정상적으로 먹기는 했지."
뭐야, 이 녀석.
내가 도대체 먹으면 얼마나 많이 먹는다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테클을 거는 거야.
거기다 이 머나먼 목포 땅까지 데리고 와서….
그런데…이 골목은 뭐야?
잠깐!
내가 막 혼자 앞장서서 걸었었지.
녀석도 내 뒤를 잘 쫓아오는 줄 알았는데…. 없잖아?
뭐…뭐야.
길도 모르는데….
그리고 여긴 바다라서 위험할텐데….
"아니, 아가씨? 여기서 혼자 뭐해?"
"네? 아, 아뇨. 누구 좀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럼."
으악!
술 취한 아저씨다!
난 그때부터 마구잡이로 달리기 시작했다.
뭐, 언젠가 달리다보면 사람 많은데 나오지 않겠어?
가방도 녀석의 차에다 두고 내려서 핸드폰도 없는데….
아, 미치겠다.
그런데 이게 왠일?
달려도 달려도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 곳만 나오는 거야.
"오, 여자네?"
"그러게. 혼자 있나봐. 뭐 저렇게 뛰고 그래? 무서운 사람들 있는 것도 아닌데."
뭐…뭐야?
이 녀석들은?
옷차림을 보니 교복 같은데…웬 담배?
거기다 또 나한테 다가오는 이유는 뭐야.
그때 한 녀석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뭐에요?"
"왜? 심심한데 같이 놀지?"
"너…너희들 보아하니 학생같은데….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이게 무슨 짓…."
"확! 이걸."
뭐…뭐야?
날 지금 때리려고 한 거야?
애들 왜 이렇게 거친거야.
어…어떻게해….
그때 내 주머니속에서 무슨 벨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 나 핸드폰 가방에 있는데…이건 무슨 소리야?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들었을 때 난 이게 신세륜 핸드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번호가 어디서 많이 보던 번…어? 내 핸드폰이잖아?
"여…여보세요?"
[씨발. 너 어디야?]
"모…모르겠…어? 야! 이리 줘."
"너 뭐냐? 얘 애인이냐? 우리가 좀 데리고 놀겠다는데 뭐야. 전화 끊어."
그 불량스러운 녀석은 세륜이 녀석의 핸드폰을 가로채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끊어 버렸다.
아…뭐야.
여기서 겨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그리고 걔 핸드폰이 왜 내 주머니 속에 있지?
"오, 이거 신종인데? 가져다 팔아도 되겠다."
"그러게."
난 녀석들이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래.
아까 온 곳으로 계속 뛰다보면 그 가게 나오겠지….
하지만 잊어 먹었잖아?
우선 살고 보는 거야!
"야, 저 년 잡아!"
안돼!
잡힐 순 없어.
주여.
하나님 아버지. 제게 제발 빨리 뛸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간절히 바랍니다.
그때 누군가가 내 팔을 확 잡아 당겼고 난 그대로 잡혀 버렸다.
"너…너네 왜 이래. 나 그냥 놔두면 안돼? 나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
"짜증나. 저 새끼들이냐?"
"시…신세륜?"
난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엔 날 쫓아온 그 고딩들이 서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신세륜 찾아서.
그런데…저 두 놈한테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신가?"
"키는 멀대 같이 크네. 얼굴은 곱상해 가지고."
"내 핸드폰이나 내 놓고 조용히 꺼져."
"핫, 뭐래냐? 지금?"
"우리한테 꺼지랜다."
"나 두 번은 말 안해."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되어 버렸다.
녀석은 순식간에 한 놈한테 주먹을 날리며 다른 한 놈에게는 발을 날렸다.
뭐…뭐야?
싸움도 엄청 잘하잖아.
그리고 정말 순식간에 이 싸움은 끝이 나 버리고 말았다.
"각목만 있었으면 너넨 다 뒤졌어. 알아?"
"죄…죄송합니다."
"몰라봤습니다."
"이 새끼야. 핸드폰은 꽉 쥐고 있었어야지. 깨졌잖아."
"죄송합니다. 변상하겠습니다."
"됐어. 니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앞으론 여자 건들지 마라. 알아 들었냐?"
"네."
"가."
세륜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들은 순식간에 우리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도망갈 때는 엄청나게 빠르구만?
그때 녀석이 휙 뒤를 쳐다보았고 난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녀석을 외면했다.
그러나 녀석은 간단하게 두 손가락으로 내 턱을 쥐어잡고 자신의 얼굴을 보게 만들었다.
"야, 정가인. 너 미쳤냐? 길이나 알어?"
"아니, 몰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마구 걸어가서 이딴식으로 사건 커지게 만들래?"
"아니, 나는 니가 뒤에서 따라오는 줄 알았지."
"어쭈구리? 계산하고 나오니까 너 없던데! 뭘?"
"아…아무튼!"
그래.
계속 뻔뻔하게 밀고 나가자.
그럼 지도 그냥 져주겠지.
근데 왜 이렇게 잡아먹을 것처럼 째려보는 거야.
"뭐가 아무튼이야? 이게 아주 끝까지 이겨들려고 하네. 기지배가!
밤중에 그렇게 싸돌아다니니까 남자들이 그렇게 붙지."
"뭐? 기지배?"
"어떤 식으로 꼬리쳤길래 그 새끼들이 널 그렇게 쫓아와. 그럼!"
"여자는 밤에 나돌아 다닐 권리도 없다는 거야?"
"그래! 지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것들은 밤이고 낮이고 돌아다닐 권리도 없어.
끝까지 반성 안하냐? 지금?"
"내가 왜 반성을 해야 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도 지금 다 너 때문인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데!"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아까부터 참고 있던 무서움과 녀석에 대한 억울함까지 합쳐져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아, 진짜 억울해.
절대 안 우려고 했는데….
이 녀석 앞에서는 절대 안 우려고 했는데….
"울지마. 울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그러려고 우는 거 아니야. 억울해서 그래! 억울해서!"
"정가인. 울지 마라고."
"이씨, 놔! 나 혼자 서울 갈거야! 내 가방이나 내 놔!"
"야! 너 잘못 된 줄 알고 졸라 뛰어다녀서 다 젖어 있는 내 얼굴도 안 보이냐?
어? 걱정을 해줘도 저렇게 엇나가니! 어? 참나. 야, 정가인."
"아, 왜?"
"나 너 많이 좋아하나 보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니, 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녀석이 나한테 뭐라고 한 거야?
조…좋아해? 나를?
정말 이건 말도 안된다.
"뭘 그렇게 멍하게 쳐다봐? 빨랑 타. 춥다."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차에 올라 타 버렸다.
그렇지.
내가 깜박 잊고 있었어.
저 놈은 본능에 충실했던 놈이었어.
뻔뻔스러운 놈.
저렇게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하다니.
"야."
"왜?"
"이제 신하륜 좋아하는 건 그만해라."
"뭐?"
"명색이 우리 사귀는 사인데. 안 그러냐? 물론 그렇게 오래 좋아했던 사람을 쉽게 잊기는 힘들겠지만."
뭐…야.
이 녀석이 이렇게 배려할 줄도 아는 건가?
그래도 그렇지.
7년씩이나 좋아했는데 어떻게 하륜이를 순식간에 잊냐?
"빨리 잊으라는 말은 아니야. 그냥 조금씩 잊어 가면서 나 보라고."
"너 보면? 좋은거라도 있고?"
"우선 자식 새끼 낳으면 너만 안 닮으면 성공하는 거지. 안 그러냐?"
하긴. 그건 그…그래는 무슨 그래야!
이 자식.
내가 생긴게 뭐가 어때서!
물론 녀석에 비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 얼굴은 그냥 보통 얼굴이라고….
억울해!
엄마. 나도 좀 예쁘게 낳아주지!
"웃겨! 누가 너랑 결혼한대? 착각도 진짜."
"안돼. 우리 결혼해야돼."
"뭐? 왜?"
"어렸을때부터 꿈이 처음 사귀는 여자랑 결혼하는 거였거든. 넌 딱 걸린거지.
물론 나도 니가 쏙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너 때문에 요즘 하륜이와 사이가 그닥 썩 원만한 것도 아니고."
이 자식 정말 웃기네!
내가 또 뭘 어쨌다고?
결국 나와 녀석은 티격태격하며 새벽의 고속도로를 마구마구 달렸다.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릴뻔 했으나!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관계로다가 살짝 몸을 일으켰다.
이 놈의 신세륜자식!
또 무슨 일이야?
"아, 또 뭐야! 잠 좀 자…하…륜아?"
"겨우 만나네?"
"어? 아…오…오랜만이다. 춥지? 드…들어와."
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끓여 식탁에 내려놓았고 하륜이는
그런 날 보며 아무 말 없이 피식 웃고는 커피잔을 손에 쥐었다.
나도 코코아가 다 타지자 컵에 붓고는 하륜이 앞에 앉았다.
"커피 마시면 밤에 잘 못자는데."
"어? 아, 그…그럼 바꿔 마시자."
난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잔을 바꾸었다.
난 커피 마셔도 잘 자는데….
하륜이는 좀 예민한가?
그때 하륜이가 내 앞으로 조그만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뭐야?"
"풀어봐."
하륜이의 말에 난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열었다.
목…걸이?
갑자기 이게 무슨 목걸이야?
"생일 축하해."
"어?"
"오늘이 생일이잖아.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어서 왔어. 12시 넘었으니까 생일 맞지?"
아….
오늘이 내 생일이던가?
깜박 잊고 있었는데….
하륜이에게서 축하를 받게 될 줄이야….
"고마워."
"한 번 해봐."
"어? 아, 그럴까?"
"내가 해줄게."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달콤하지만 시원한 향.
항상 하륜이에게서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
"다 됐다. 잘 어울려."
"고마워."
"짠!"
"이게…뭐야?"
"미역국."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꺼내놓은 보온통 뚜껑을 열었다.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왔고 난 놀라서 하륜이를 쳐다보았다.
"사실 내가 끓인 건 아니고."
"그래도…. 정말 너무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갈 뻔했는데….
이야, 생일 때 미역국 먹어 보는게 얼마만이야."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과 수저를 가져와 미역국을 따랐다.
그리고 하륜이에게로 내 밀었다.
"왜 나한테 줘."
"같이 먹게."
"아냐. 너 혼자 다 먹어."
"뭐, 어때. 그냥 같이 먹자."
"너 먹으라고 가져 온거지. 맛있게 먹어. 너무 늦었으니까 난 이만 가볼게."
"아…같이 나가."
난 그렇게 말하며 열쇠를 집어 들고 하륜이와 함께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어랏?
조명이 고장났나?
왜 불이 안 켜지지?
"불 안켜지니까 조심해."
"응. 걱정마."
진짜 짠순이 아줌마!
조명 좀 바꿔주지는!
"가인아."
"응?"
"가인아."
"왜?"
"내가 아직도 하륜이로 보이니?"
"야! 그만해! 재미 없어!"
솔직히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 사실 겁 무지 많다!
엄청나게 많다!
난 후다닥 계단을 내려와 버렸고 하륜이는 재미있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뭐야.
나는 무서웠는데 장난이나 쳐대고.
"겁 많구나?"
"아니야!"
"원래 눈 큰 애들이 겁이 많다는데."
"그래! 내 눈 단추구멍이다!"
"농담이야. 빨리 들어가. 춥다."
"응. 하륜아, 오늘 고마웠어. 정말."
"고맙긴. 내 생일도 그렇게 해주면 되지. 갈게."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운전석에 올라탔고 난 손을 흔들었다.
그래.
하륜이는 저렇게 따듯한 애였는데….
아, 나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안 들어가?"
"어? 아, 가는 거 보고."
"그럼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들어 갈거야?"
"어?"
"그럼 안 가야겠네."
이 자식이.
지금 누굴 골탕먹이려고!
안 그래도 오늘 신세륜 때문에 힘 빠져서 죽겠는데.
"아하하. 빨리 가. 늦었는데. 운전 조심하고."
"왜 그렇게 경계해."
"어?"
"아까부터 계속 경계하잖아."
내가…그랬나?
별로 못 느꼈는데….
언제 그랬지?
"잘 모르는 구나."
"어?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어."
"다행이다."
"뭐가?"
"좋아 보여서."
"어?"
"세륜이 좋은 놈이야."
"좀 장난이 심해서 그렇지 나쁜 녀석이 아닌 건 나도 알아."
"그래."
왠지…하륜이의 저 미소가 서글퍼 보인다.
그래.
그 녀석이 장난이 좀 심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지.
너무 직선적이라 탈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응?"
"나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갈게."
하륜이의 말에 난 순간 멍해졌고 그렇게 멍해져 있는
나를 두고 하륜이의 차는 하얀 연기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저건…또 무슨 뜻이야.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베란다에 기대어 있는 세륜이와 눈이 마주쳤다.
깜짝이야. 저 녀석 저기서 뭐하는 거야?
"야, 너 거기서 뭐해?"
"하륜이 왔었냐?"
"응."
"넌 애가 둔한거냐? 아니면 내숭떠는 거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모르면 됐다. 나 잔다."
"야! 신세륜!"
"아, 그리고 나 2박 3일 동안 제주도로 촬영 가니까 특별히 몸조심하고.
그럼 서방님은 이만 주무신다."
"저게! 누가 서방님이래!"
그렇지만 세륜이는 내 말도 듣지 않고 이미 창문을 닫아 버린 뒤였다.
그리고 내가 좀 둔하긴 하지만…내숭은 전혀 안 떨어 봤는데.
결국 난 세륜이의 그 말 한마디와 하륜이의 한 마디 때문에 잠도 자지 못했다.
겨우 동이 틀 때쯤 잠이 들려고 하는데 때마침 들려오는 나의 정겨운 단음!
"네. 여보세요."
[가인이니?]
"네. 아, 고모님이세요?"
[어떡하니?]
"네?"
[어떤 애가 사정이 너무 안 좋아. 그래서 세희랑 가인이 못 쓰겠다."
"그렇게 하세요. 전 괜찮아요."
[미안해. 세희한테 돈을 보낼테니까 받아. 그리고 자주자주 놀러와서 밥도 좀 먹고.]
"네. 그럴게요. 그럼 쉬세요."
[그래. 아침 일찍 미안해.]
전화를 끊고 나자 순간 멍해졌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버리니까…왠지 맥이 빠지는 기분이다.
그래. 잠 못 잔거 오늘 실컷 자자.
그리고 깨어나면 이제부터 뭘 할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 보는 거야.
그렇게 난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꿈에서 신세륜에게 쫓겨다니며 깨어버리고 말았다.
아, 진짜 재수 없게 그런 꿈은 왜 꾸는 거야.
하필이면 신세륜에게 목이 졸리는 꿈이라니.
뭔가 불길해.
때마침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난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짜잔! 생일 축하해!"
"세희야!"
"촛불 꺼야지!"
"야, 엄청 고맙다. 들어와."
나와 세희는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케익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대충 노래를 부른 다음 촛불을 모두 꺼트렸다.
와, 그래도 내 인생 성공했네.
생일 기억해 주는 사람 두 명이나 되고.
"야, 너 목에 걸고 있는 건 뭐냐?"
"뭐? 목에? 아, 이거 하륜이가 준건데?"
"하륜이가?"
"응. 선물로 줬어. 어제 잠깐 왔더라고."
"그래? 이거 또 뭔가 수상한데."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케익이나 먹자."
난 그렇게 말하며 목걸이를 빼내 탁자 위에 올려두고 세희와 함께 케익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생크림 케익은 이 집이 최고라니까.
세희가 안 잊어 먹고 잘 사왔군.
"야, 맛있다. 그지?"
"어? 미역국도 있네? 너 니 생일인거 알았어?"
"아니, 그것도 하륜이가 가져다 준거야."
"진짜? 왠일이니. 야, 신하륜이 지금 너한테 수작거는 거 아니야?"
"말도 안돼. 하륜이랑 세륜이랑 얼마나 친한데. 그리고 나 지금은 신세륜하고 사귀고 있잖아"
"그렇지. 넌 지금 신세륜하고 사…뭐? 사겨? 장난이 아니라?"
"그래. 그렇게 됐어."
아, 정말.
또 장세희 여사한테 걸렸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이야, 정가인. 너 출세했다?"
"뭐?"
"그 정도면 인물 좋아. 돈 많어. 성격이 좀 에러긴 하지만 정가인 인생중에
그런 남자 만날 일이 얼마나 되겠어? 꽉 잡어."
첫댓글 일빠!!- v -
2빠 처음으로 20순위 안으로 들어와봐요 그것도 이빠ㅜㅜ 소설 재미있네요
소설이 재밌어요,..얼른 다음편을...크흐..
와우 나는 처음으로 30위 안이다
재미있어요~
재밌다.ㅋㅋ
=_=.. 난 처음 아뉜데에~ ㅇ_ㅇㅋ (자랑할껄 해야지이!!) =,.= 이거 잼네요오~ >_<* 세륜이 너무 귀여워요오~ >ㅁ<//
꺄 세륜이도 좋고 하륜이도 좋고 <- 이런.
10빠 ㅋㅋ 세륜이 조아 >ㅁ<.
ㅡㅡㅋ 나 오형인데... 오형이 안좋나?ㅋ 암튼 넘 재밋오~~ㅋ
오오~ 괜찮은데요 ? ㅋㅋ 하륜이도 좋아하네요 ~ ㅋㅋ 저도 30위 안으로 첨들어봐요 ㅋㅋ 암튼,, 괜찮게 돌아가네요 스토리,,
저 명령조 엄청 실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가인이 남자 복이 터졌군요!!!부러워요~~~~~~~~
신발너무아깝다=0=
ㅋㅋㅋ 이거너무재밋어요 ㅋㅋ 보면서도두근두근거리고 ㅎㅎ 하륜이진짜친절 히히
신발 진짜 아깝다-_-; 세륜이 B형남자에서 나오는 이동건하고 비슷하다=_=;ㅋ
너무길어요 ☆
ㅋㅋㅋ 넘 우껴요ㅋㅋ 근데 즉말 넘 신발 아까워용~~
세륜이가 더조음== 하륜 꺼려 ㅋㅋㅋ
좋겠다 ㅜㅜ..
재밋당 ㅠㅠ ㅋㅋ 열심해 볼께염 ~♥
아싸뵤 30위 안 25빠~
완전만화책 다정다감..이랑비슷하네요.
하하하하,ㅋㅋㅋ너무 재밋어요!ㅋㅋㅋ진짜 다정다감 생각나요,ㅋㅋ세륜이+ _+ㅋㅋ으악!ㅋㅋ세륜이 너무너무 멋잇어요!ㅋㅋㅋㅋ
아 ! 나도 다정다감 봤는데 ㅋㅋ 그거 재밋던데 ㅜㅜ 그거 진짜 생각난다 ㅋㅋ 그 남자애 이미지도 생각나네 ㅋㅋ 우와 신기하다 . 세륜이 쫌 진짜 남성우월주의가 심해요 큭큭
30빠안이다~근데O형이아니라B형 아닌가?
가인이 왜이렇게 답답한거에요 -_- 그렇게 짜증난다고 하면서 왜자꾸 사귀는거죠-_-?
츄릅=-=+ 왜 버려,,,아깝게 시리....=-=;;-3-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난 하륜이가 더 좋다는 ㄱ- <- 나만그런가 ?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_- 내가여주인공같았으면 7년씩이나좋아한애가준 인형이랑신발 다 다시주어서 가지고갔겠다!아직 다 잊은것도아니고 , 또 7년씩좋아한애가아니더래도 선물로준걸 그냥버리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