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에 얽힌얘기 외동 사투리 ‘되민찡(도민증)’에 얽힌 사연

[이용우(괘릉)]

외동읍 사투리 ‘되민찡’에 얽힌 사연들

[작성 중 : 신분증명 시리즈 (4회)]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外東邑)에는 ‘되민찡’이라는 것이 있었다. 표준어로 ‘도민증(道民證)’이라는 말로 주로 시골 노인들이 이르는 말이었고, 먹물깨나 먹은 사람들은 시골에서도 표준어인 ‘도민증’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상당수의 문맹(文盲) 노인들은 도민증제도가 없어지고, 대신 생긴 주민등록증(住民登錄證)도 한동안 ‘되민찡’이라 이르기도 하셨다.

그 시절 도민증

“니 내 도장 가 가가 핵교 시마이 하머 에동지서 가가주고 내 되민찡 쫌 찾어 오나라(너 내 도장 갖고 가서 학교 파하면 외동지서(外東支署)에 가서 내 도민증(道民證) 좀 찾아오너라)”라는 용례가 있다.

1955년 외동중학교(外東中學校) 1학년 2학기 때의 어느 날 아버지께서 학교에 가려고 사립문을 나서는 필자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의 기억이다.

“아부지요, ‘되민찡’은요. 시재마꿈 찾어 오능 거 아잉기요?[아버지, 도민증은 자기 것은 자기가(각자가) 찾아오는 것 아닙니까?]”

“아이다. 첨에너 그랬넌데, 요새너 ‘되민찡’ 맹그넌 사램이 원체 만아가주고 아무나 도장마 가주고 가머 기양 내준다 카더라(아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요새는 도민증 만드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아무나 도장만 가지고 가면 그냥 내준다고 하더라.)”

1950년 도민증 발급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는 반드시 본인이 도장을 가지고 지서나 파출소에 직접 나가서 자기 도민증은 자기가 찾아오도록 되어 있었으나, 1955년경부터 발급자가 늘어나자 동네 구장이나 대리인이 도장만 갖고 가도 찾아 갈 수 있도록 간소화했었다.

강원도 도민증

(1962. 11. 21자로 강원도 울진군이 경상북도에 편입됨에 따라

이 도민증을 '경상북도도민증으로 한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

얘기를 계속한다. “그라머 구장(區長) 어런잩에 부탁하머 안되겠닝기요. 지는 지서(支署)에 가머 맞어 죽씸더(그러면 구장어른 한테 부탁하면 않되겠습니까. 저는 지서에 가면 맞아 죽습니다.)”

“머라꼬? 니 지서 순사덜 잩에 무씬 죄로 지아가 그라노?(뭐라고? 너 지서 순사(巡査)들한테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러느냐?)”

“죄라꼬 쿨꺼너 엄찌만도 지서쥠얼 놀래 무거가주고 잡히머 기양 안둘낍니더(죄라고 할 것은 없지만 지서주임(支署主任)을 놀려 먹어가지고 잡히면 그냥 안 둘 겁니다.)”

경기도민증

“야가 시방 머라카노. 죄도 안지았넌데, 우예 맞아 중는다카노? 퍼떡 말쫌 해바라(얘가 지금 뭐라고 하나. 죄도 안 지었는데, 어떻게 맞아 죽는다고 하나? 빨리 말 좀 해 봐라.)”

“매칠 전에 큰비 올 때 연안 공굴다리가 안 끈켔닝기요(며칠 전에 큰비 올 때 연안 콘크리트 다리가 안 끊어졌습니까.)”

“그란데 우예댔따 말이고? 퍼떡 이바구해 바라(그런데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빨리 얘기해 봐라.)”

당시의 7번국도

“공굴다리 끈켔능거 곤칠라꼬 민(面)에서 인부들로 부리는데, 지서쥠이 감독한다꼬 엉머구리 매로 소리로 꽥꽥지리고 훌쩍훌쩍 띠댕기능 기 하도 우서버가주고, 놀래 묵었씸더.”

(콘크리트 다리 끊어진 것 고치려고 면에서 인부들을 부리는데, 지서주임이 감독한다고 두꺼비 같이 소리를 꽥꽥 지르고 홀짝홀짝 뛰어다니는 것이 너무나 우스워서 놀려 먹었습니다.)

“머라꼬 놀래 묵었노?(뭐라고 놀려 먹었느냐?)”

“지서쥠이 키가 땅딸항 기 거게다가 ‘당꼬주봉’을 입어노이까네 더 쪼맿게 비능거 아잉기요(지서주임이 키가 땅딸할 것이 거기다가 ‘당꼬바지’를 입어 놓으니까 더 조그맣게 보이는 것 아닙니까.)”

여기에서 말하는 ‘당꼬주봉’이란 해방 전 일제(日帝) 관리들이나 친일분자(親日分子)들이 잘 입고 다니던 승마용(乘馬用)바지 비슷한 바지를 말하는데, 일제가 패망했지만, 그때의 향수를 쉬 잊지 못하는 일제출신 순사나 관리들은 이 바지를 자주 입고 다녔다.

당시에는 이 ‘당꼬주봉’이 권력(權力)의 상징이기도 했었다. 때문에 당시의 우리 선대들은 워낙 일제시대(日帝時代)의 조선인 순사들과 조선인 관리들에게 탄압(彈壓)을 받은 터라 ‘당꼬주봉’만 봐도 오금을 저려하곤 하셨다.

당시의 7번국도 '연안' 공굴다리(1959년도)

(이 다리가 한때 사진촬영 장소로 각광 받을 때였다. 오른쪽이 외동

지서가 있던 '입실리'쪽이고, 왼쪽이 필자의 향리인 '괘릉리' 쪽이다.

사진에 나온 이들은 연안사람도 있고, 괘릉리 사람도 있는데, 세분은

벌써 돌아 가시고, 총각 둘과 처녀 둘은 행방도 생사도 모르고 있다.

앉은 사람들 중 오른쪽 두 사람이 숫 처녀들이고, 뒷줄 선 사람들 중

가운데 서있는 두 사람이 총각들이다. 50년 전에 헤어진 사람들이다)

다시 아버지의 말씀으로 돌아간다. “야가 머하노. 우째 놀래 무겄노 카이. 자시이 이바구해 바라(얘가 뭐 하나. 어떻게 놀려 먹었느냐니까. 자세히 얘기 해봐라.)”

“지가 그란 거너 아입니더. 연안(淵安) 공굴다리 얖에 사는 칭구가 지서쥠 잩에 그거 아있닝기요. ‘난재이 ○지리’ ‘난재이 ○지리’ 카는 노래로 자꼬 불러가주고 지서쥠이 도분이 나가주고 훌쩍훌쩍 띠댕기머, 생 날리가 났다 아임니꺼.”

(제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연안(淵安) 콘크리트 다리 옆에 사는 친구가 지서주임한테 그것 있지 않습니까. ‘난쟁이 ○길이, 난쟁이 ○길이’라는 노래를 자꾸 불러서 지서주임(支署主任)이 분이 나서 홀짝홀짝 뛰어다니며, 생난리가 났다는 것 아닙니까)

충청북도 도민증

여기에서 말하는 ‘○’은 한자로 ‘一八六’이라고 쓰는 말이다. 당시에는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의 키를 ‘난재이 ○지리(난쟁이 ○길이)’만 하다고 했고, 이런 사람이 나타나면 ‘난재이 ○지리’ ‘난재이 ○지리’라는 동요풍의 후렴구(後斂句)를 연이어 부르며 놀려먹었다. 다른 말로는 ‘나이타(라이터) 돌’만하다는 표현도 있었다.

어쨌든 다소 법지럽었던 필자들은 겁도 없이 ‘당꼬주봉’ 순사대장(巡査隊長)을 극히 경멸스러운 가사를 제창(齊唱)하며 놀려 먹은 것이다.

물론 야유하는 노래는 ‘공굴다리’ 옆에 살던 동급생(同級生)이 혼자 불렀지만, 동패들은 함께 히히덕거리며 배꼽을 잡곤 했으니까 지서주임(支署主任)이 보기엔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자신을 놀려먹은 줄로 알았을 것이다.

충청남도 도민증

아버지의 말씀이 계속 된다. “그란데 니거덜이 지서쥠을 그래 놀래 묵꼬도 우예 안 잡히고 기양 왔노?(그런데 너희들이 지서주임을 그렇게 놀려먹고도 어떻게 안 잡히고 그냥 왔느냐?)”

“지서쥠은 끈킨 공굴다리 저짝 핀에 있꼬, 우리너 한 질이나 되넌 갱분물로 빤수마 입고, 주봉하고 책보너 머리에 이고 건거이 건네가주고 이쪽 핀에 있어노이 뿥뜰리지 않은 깁니더.”

(지서주임(支署主任)은 끊어진 콘크리트다리 저쪽 편에 있고, 우리는 한 길이나 되는 개울물을 팬티만 입고, 바지와 책보는 머리에 이고, 간신히 건너서 이쪽 편에 있었으니 붙들리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시민증

(끝내 큰 아들의 권총에 맞아 죽었지만, 자유당 정권의

제2인자 이기붕이 서울시장을 할때의 서울시민증이다)

“그라머 인자 아침저녁에 핵교너 우예 댕길라카노. 뿥짶힐 꺼 아이가(그러면 이제 아침저녁으로 학교에는 어떻게 다니려느냐. 붙잡힐 것 아닌가.)”

“그거너 개안씸더. 연안 공굴다리 한참 우에 있넌 개옥(개곡리) 고모(姑母)집 앞에 있넌 ‘소깝다리’로 건네 댕기머 개안을 낍니더.”

(그것은 괞찮습니다. 연안(淵安) 콘크리트다리 한참 위에 있는 개곡 고모님 집 앞에 있는 ‘섶다리’로 건너 다니면 괞찮을 것입니다.)

지금의 개곡리

“언제꺼정 그래 댕길라카노. 니너 안 놀래 묵었다쿠머 될꺼 아이가. 머하러 만날 그래 먼 길로 숨어 댕길라카노.”

(언제까지 그래 다니려 하느냐. 너는 안 놀려 먹었다고 하면, 될 것 아닌가. 뭣 하려 매일 그렇게 먼 길로 숨어 다니려 하느냐.)

“그 지서쥠은요, 놀래 묵은 아나, 안놀래 묵은 아나 모지리 때리고 찬다 캐가주고 모다 피해 댕기는 거 아입니꺼. 한 1주일쯤 피해 댕기머 될낍니더.”

(그 지서주임(支署主任)은 말입니다. 놀려 먹은 아이나, 안 놀려 먹은 아이나 모조리 때리고 찬다고 해서 모두 피해 다니는 것 아닙니까. 한 1주일쯤 다니면 될 것입니다.)

전라북도 도민증

“맞씸더, 그 지서쥠은 웡캉 개살구저가주고 죄 없는 사람도 아무나 잘 때린다 캅디더. ‘되민찡’은 이녁이 갖다오기나, 구장 잩에 부탁하이소.”

(맞습니다. 그 지서주임(支署主任)은 워낙 심술궂어서 죄 없는 사람도 아무나 잘 때린다고 합디다. 도민증(道民證)은 이녁이 갖다오거나, 구장(區長)한테 부탁하세요.)

지금까지 ‘정지문’에 기대서서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버지께서는 혀를 끌끌 차시면서 "어런으로 그래 놀래 묵으머 우야노. 후재에너 그래 번지러분 아-들캉 어불래 댕기지 마라"

(어른을 그렇게 놀려 먹으면 어쩌나. 앞으로는 난잡(亂雜)한 애들하고는 어울려 다니지 마라) 아버지께서는 명령(命令)하시듯 일갈(一喝)하시면서 담장 안 두엄더미에 가래침을 캭하고 뱉으셨다.

전라남도 도민증

“알었따. 핵교나 퍼떡 가거라. 늦을라. ‘되민찡’은 내가 구장(區長) 잩에 부탁해 보꾸마(알았다. 학교나 빨리 가거라. 늦을라. 도민증(道民證)은 내가 구장(區長)한테 부탁해 볼께.)”

당시에는 외동면의 경우 경주경찰서장(慶州警察署長)이 ‘도민증’을 만들어 외동지서(外東支署)를 통해 교부하곤 했었다. 신규나 분실신고(紛失申告)에 의한 재발급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경상북도 도민증

1950년, 6.25 전쟁 중 국민통제장치(國民統制裝置)의 일환으로 각 시․도에서는 당해 시․도지사의 규칙에 근거해 경찰서(警察署)에서 ‘도민증’과 ‘시민증’을 발급하였다.

‘시민증’이나 ‘도민증’은 본적(本籍), 출생지, 현주소와 전주소는 물론 병역관계(兵役關係), 직업, 신장, 체중, 시력, 얼굴모양 및 색깔, 특징, 사투리, 혈액형 등 까지 적게 되어 있어 사실상 ‘신상명세서(身上明細書)’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도민증’이나 ‘시민증’은 ‘공산당이 아님을 증명하는 딱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그 시절 도민증(경기도 안성경찰서장 발급)

(1950년에 발급된 이규옥씨의 도민증, 신장은 5자 3치, 체격은 보통

시력도 보통, 얼굴은 기다랗고 흰색, 두발은 삭발이라고 적혀 있다)

‘도민증’과 ‘시민증’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통(統)․리(里)․반장(班長)의 확인을 받은 후 관할지서(管轄支署)나 파출소(派出所) 또는 읍면동사무소(邑面洞事務所)에 파견된 경찰관의 심사를 받아야했다.

파견 경찰관(警察官)이 신청자의 사상이 불순하다고 인정하거나, 3인 이상의 연서로 구체적 진정(陳情)이 있을 때에는 ‘시민증’이나 ‘도민증’의 교부를 보류할 수 있게 규정하여 국민들에 대한 사상통제(思想統制)를 더욱 강화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도민증’은 전국에서 경상북도(慶尙北道)가 제일 먼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도민(道民)의 거주 관계 및 인구 동태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도민증’을 발급했는데, 표지에는 각 모서리에 사과 도안(圖案)을 배치하고 그 사과를 연결한 곽(郭) 내에는 무궁화를 도안하고, 상단에는 태극기를 넣었다.

곽내(郭內)에는 또 중앙에 세로로 ‘경상북도도민증’이라고 쓰고, 그 아래에는 엷게 불국사(佛國寺) 석가탑 도면을 깔았다. 사과와 석가탑은 경북의 상징물로 배치했었다. 당시에는 대구광역시도 경상북도였기 때문에 ‘대구 사과’를 도안에 넣은 것이다.

경상북도 도민증

(표지 각 모서리에 사과 도안을 배치하고 사과를 연결한 곽(郭)

내에는 무궁화를 도안하고, 상단에는 태극기를 넣었다. 그리고

곽내(郭內)에는 중앙에 세로로 ‘경상북도 도민증’이라고 쓰였고,

그 아래에는 엷은 색으로 불국사(佛國寺) 석가탑 도면을 깔았다)

뒷면에는 ‘우무인(右拇印)’, ‘좌무인(左拇印)’ 란을 만들고, 각각 오른손과 왼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찍게 되어 있었고, ‘비고’란에는 직장명, 직위, 직장주소, 가입 정당사회단체의 명칭을 적도록 하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문맹자(文盲者)가 너무 많아 한글을 아는지, 모르는 지까지 기재하도록 했었다. 마을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남정네들이 태어나서 학교는커녕 서당(書堂)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지렁이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쩌다 타지(他地)에서 편지가 오거나, 군대에 간 서방님의 전사통지(戰死通知)라도 오면 우체부(郵遞夫)를 붙잡아 주안상(酒案床)을 차려놓고, 편지를 읽어달라고 통사정을 하곤 했었다.

때문에 당시 ‘도민증’의 ‘국문해득여부란(國文解得與否欄)’에는 한글을 전혀 모를 경우는 ‘문맹(文盲)’이라고 기재하고, 제 이름과 몇 글자를 알면 ‘국문해득(國文解得)’ 또는 ‘해득(解得)’이라고 기재하였다.

당시의 도민증

어쨌든 당시의 이승만(李承晩) 정부는 6.25전쟁을 거치면서 ‘도민증’제도를 통해 국민감시체제를 최대한 강화하였다.

경찰기구(警察機構)를 동원하여 반공체제를 극도로 강화시켜 나갔으며, 이러한 체제에 반하는 사회세력을 원천적(源泉的)으로 봉쇄하기 위해 사회전체를 전면적으로 통제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1951년, 서울시가 종래의 ‘시민증(市民證)’을 갱신하기 위해 실시한 호구조사(戶口調査)와 ‘시민증’ 갱신발급절차(更新發給節次) 등 그 지침의 내용을 살펴본다.

서울시민증

당시의 지침(指針)은 우선 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만 4세, 즉 단기 4270년(서기 1937년) 12월 1일 이전에 출생한 모든 남녀는 기류계(寄留屆)에 등록하도록 하고, ② 시민증(市民證)의 갱신발급은 동(洞) 단위로 해당 동사무소에서 취급하도록 했다.

그리고 ③ 구시민증(舊市民證)의 갱신교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시민증 발급신청서에 신청자의 상반신 소형 사진 2매를 첨부하여 통반장의 확인을 받은 후 관할파출소(管轄派出所) 또는 동사무소에 파견된 경찰관의 심사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④ 피난지(避難地)에서 복귀하는 자는 도착 즉일로 동사무소(洞事務所)에 출두하여 전호(전호)의 수속을 하도록 하고, ⑤ 시민증(市民證) 갱신 발급에 있어 파견 경찰관(警察官)이 신청자의 사상이 불순하다고 인정하거나 또는 3인 이상의 연서로 구체적 진정이 있을 때에는 시민증 교부를 보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⑥ 시민증(市民證) 갱신 발급기간은 20일간으로 하고, ⑦ 지정기간에 갱신교부(更新交付)를 받지 못한 구 시민증은 그 사용을 무효로 하였다. 다만, 피난지에서 서울에 복귀 중인 시민의 구시민증(舊市民證)은 서울에 복귀할 때까지 그대로 유효하도록 하였다.

시․도에 따라서는 ‘도민증’ 발급신청서(發給申請書)에 제1보증인과 제2보증인 등 2명의 보증인을 세우도록 하고, ‘속병’ 기재란을 두기도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속병’은 세대주 또는 호주와의 관계 등 가족관계를 말한다.

도민증 발급신청서

당시의 경우 시․도지사의 도민증발급규칙(道民證發給規則)에서 도민증의 발급을 관할 경찰서장(警察署長)에게 위임하였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서 경찰이 주도하도록 했지만, 일부 시․도에서는 시․도지사가 직접 발급하기도 했었다.

경찰서장이 발행한 당시의 도민증

여기에서는 당시의 경상남도지사가 공포한 경상남도(慶尙南道) 도민증발급규칙(道民證發給規則)을 참고로 게재하오니 시간이 되는 회원님들은 일별해 보시기 바란다.

내용이 너무 길어 말미에 게재한다. 1964년 4월 6일 공포한 경상남도규칙(慶尙南道規則) 제275호를 원문(原文) 그대로 게재하였다.

당시의 ‘도민증(道民證)’의 모양과 규격은 먼저 시․도지사의 규칙으로 도안(圖案)을 그리고, 그 도안을 인쇄소에서 꼭 같은 모양으로 인쇄한 서식에 먹물이나 잉크를 찍은 철필로 필요한 인적사항(人的事項)과 신상내용을 작성한 후 시․도지사가 이를 확인하고, 관할 경찰서장(警察署長)이 교부하였다.

당시에는 시․도지사의 보조기관(補助機關)으로 휘하에 경찰국(警察局)이 있었고, 시․도의 경찰국장이 지휘하는 10여개 이상의 지역경찰서(地域警察署)가 있었다.

도민증 도안과 실재의 도민증(앞면)

도민증 도안	발급된 도민증

(경상남도 도민증발급규칙 상의 도안과 발급된 도민증의 모양이다)

당시에는 또 남자의 경우 조끼 주머니에 ‘도민증(道民證)'을 넣고 다니기도 했고, 먼 길을 나설 때는 담배쌈지나 괴나리봇짐에 깊이 간직하고 다녔다.

여성들의 경우는 치마말기 안쪽에 ‘속보개또(비밀주머니)’를 만들어 돈과 함께 넣어 다니기도 했었다.

‘도민증’이 처음 발급된 것은 6·25전쟁 때의 일이었다. 6·25가 발발하자 정부는 적과 아군(我軍)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여 ‘제주도민증’ ‘경기도민증’ ‘서울시민증’ 식의 ‘도민증’과 ‘시민증’을 발급하여 교부하도록 했었다.

그리고 당시의 ‘도민증’은 지금의 ‘주민등록증(住民登錄證)’과 같이 인쇄된 내용에 코팅을 하여 교부한 것도 아니고, 돌가리 종이(시멘트 포장지) 비슷한 용지에 서식을 인쇄하여 그 공란에 ‘잉끼(잉크)’와 ‘철필(鐵筆)’로 인적사항을 적어 준 것이 도민증이었다.

시·도지사가 발급한 도민증

그리고 6.25 당시에는 전쟁 중인 특수상황(特殊狀況)이라 앞에서 얘기한 대로 본적, 출생지, 주소는 물론 전주소, 직업, 신장, 체중, 특징, 언어(사투리), 혈액형(血液型)까지 적게 돼 있어 그야말로 신상명세서(身上明細書)나 다름없었다.

당시의 ‘도민증’은 또 시․도별로 그 모양도 각각이었고, 내용도 서로 달랐는데, 이러한 것은 그 시․도가 제정․공포한 ‘도민증발급규칙(道民證發給規則)’이 정하는 바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아래 경상북도 도민증(道民證) 앞면에는 경상북도의 상징인 불국사의 다보탑과 대구 사과가 도안되어 있고, 압인(壓印)이 날인되어 있으며, 우무인과 좌무인란 옆 비고란에는 직장명, 직위, 직장주소, 정당사회단체(政黨社會團體) 관계란이 설치되어 있고, 주의사항이 인쇄되어 있다.

경상북도 도민증

오른쪽의 ‘도민증’ 뒷면에는 본적, 주소, 호주 또는 세대주(世帶主) 성명, 직업, 성명, 생년월일(生年月日)이 검정색 잉크로 기록되어 있고, 주소 이동란과 검인란(檢印欄)이 설치되어 있다.

아래의 충청북도(忠淸北道) ‘도민증’ 주인공의 직업은 공무원(公務員)이며, 단기 4265년 생으로 서기 1932년생에 해당되며, 현재 나이는 생존해 있을 경우 79세이다.

도민증 앞면	도민증 뒷면

충북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과 신장(身長), 병역관계까지 기재되어있다. 충북도지사(忠北道知事)가 그 기재내용을 증명하고, 청주경찰서장(淸州警察署長)이 발급자로 되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민증(道民證)’이 발급되기 전에는 군단위로 ‘군민증명서(郡民證明書)’라는 것을 발급받아 휴대하고 다니기도 했었다.

당시의 군민증명서

옛적 ‘도민증(道民證)’에도 증명사진(證明寫眞)을 부착했는데, 여기에서 잠시 당시의 ‘도민증’에 부착하던 증명사진의 의의와 규격변천을 살펴보기로 한다. 옛적 ‘도민증’에 부착했던 증명사진의 규격은 가로세로 2 x 2.5cm로 조그마한 것이었다.

이후 1968년에 주민등록증(住民登錄證)이 발급될 때의 사진은 가로세로 2.5 x 3cm로 바뀌고, 다시 2000년에 주민등록을 갱신(更新) 할 때에는 읍면동사무실(邑面洞事務室) 직원이 사진을 직접 찍어서 발급했었는데, 이때는 가로세로 3 x 4cm로 규격이 바뀌었다.

명함판 사진

통상적(通常的)으로 많이 사용하는 증명사진의 크기는 가로세로 2.5 x 3cm의 크기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증명사진(證明寫眞)은 가로세로 2.5 x 3cm 미만의 사진이고, 이런 종류의 사진은 음식점 종사자들의 보건증(保健證)이나 각종 자격증에도 사용하는 규격이었다.

반명함판(半名銜板)은 규격이 가로세로 3 x 4cm로 현제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運轉免許證), 이력서 사진 등으로 사용했고,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진으로 소명함판(小名銜板) 이라고도 한다.

명 함

반명함판(半名銜板)이란 명칭의 유래는 일반적(一般的)으로 자기를 알리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명함(名銜) 크기의 반(半)만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고, 이를 소명함판(小名銜板)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명함의 크기보다 작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재의 주민등록증 사진은 반명함판(半名銜板) 사진인데, 기능사 자격증과 기타 증명에는 반명함판의 사진을 규격에 맞게 잘라서 사용해도 된다.

반명함판 사진

서류용 사진의 규격으로 여권용(旅券用) 사진은 가로세로 3.5 x 4.5cm의 사진을 사용하는데, 양쪽 귀가 보일 정도의 정면에 머리끝부터 턱까지의 길이가 2.5~3.5cm 범위 내여야 하고, 배경색(背景色)은 거의 흰색이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위의 규정과 달라도 된다.

여권용 사진

비자신청용 사진은 가로세로 5 x 5cm에 촬영요령은 여권 사진과 동일하다. 공무원증(公務員證)은 가로세로 5 x 4cm 인데, 현재는 반명함판으로 사용한다.

공군부대(空軍部隊) 출입증은 가로세로 4 x 5cm의 규격이며, 일부의 기업에서는 이력서(履歷書) 사진을 이 크기로 붙여서 내라는 경우도 있고, 명함판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명함판은 가로세로 5 x 7cm의 크기로 명함(名銜)의 크기와 비슷해서 명함판(名銜板)이라고 한다.

-----------------------------------------------

1950년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도민증’과 ‘시민증’은 소위 ‘적성주민(敵性住民)’을 걸러내고 반공국민(反共國民)을 정점으로 한 적대적이고 위계적인 국민분류의 수단으로 탄생한 것이었다.

경상남북도 도민증

1946년 이후로 등장한 ‘신분증’은 1948년 정부수립이후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었다. 제주도(濟州道)와 여수지역의 ‘양민증’, 여타 지역의 ‘공민증(公民證)’, ‘국민증(國民證)’등을 거쳐 도별로 발행한 ‘도민증’, 그리고 서울시에서 발행된 ‘시민증’의 형태로 정착되었다.

전국의 시.도민증

위에서 말한 ‘양민증(良民證)’이란 제주 4·3 사건과 여순반란사건(麗順叛亂事件) 당시 해당지역에서 통용되던 증명서였다. 제주 4·3 사건의 경우 도피자 및 도피자 가족, 피난 입산자(入山者)와 요시찰인(要視察人)을 제외한 일반 도민에게 발급해 준 증명서였다.

이 증명서가 없으면 통행할 수도, 안전(安全)을 보장받을 수도 없었고 좌익이나 통비분자(通匪分子)로 의심받아 고초를 당하기도 했었다.

제주 4·3 사건 당시 이승만의 명령으로 제주도(濟州道)에 파견되었던 북한 출신 서북청년단원(西北靑年團원)들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양민증(良民證)’이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진짜 양민을 즉석에서 총살하기도 했다.

제주도 4.3사건 당시의 총살

어쨌든 당시의 ‘양민증(良民證)’은 유격대와 이른바 통비분자, 좌익세력(左翼勢力) 및 그 가족들을 고립시켜 다른 주민들과 구분하여 처리하려는 목적으로 발급되었다.

제주도에서는 1949년 5월부터 ‘양민증(良民證)’이 발급되기 시작했는데, ‘양민증’은 가로 12㎝, 세로 8㎝ 크기로 앞면에는 이름·나이·성별·주소 등 인적사항을 기록했고, 사진을 부착하도록 했다. 뒷면에는 지문(指紋) 날인란과 주의사항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시절 양민증

앞 면	뒷 면

-----------------------------------------------

요즘은 ‘재외도민증(在外道民證)’과 명예시민증, 명예도민증이라는 것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재외도민증’이란 제주도에서 제일먼저 실시했는데, 다른 시․도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제주도 출신 사람이 자신의 출신지인 제주도를 위해 공을 세웠거나, 위상을 선양한 사람들을 선별하여 발급해 주는 ‘도민증(道民證)’을 말한다.

제주도의 ‘재외도민증(在外道民證)’ 발급은 타지(他地)에 거주하는 제주인들에게 애향심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고향발전에 헌신한 땀과 노력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제주도 재외도민증

제주도에 본적이나 원적을 두고, 국내의 타 시․도나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이 도민증(道民證)을 발급받게 되면, 특정한 분야에서 제주도민과 동등한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일반 도민(道民)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 입장료와 골프장 이용료도 감면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재외도민(在外道民) 65만 명의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으로 있는데, 그동안은 상당수 재외 제주도 도민(道民)들이 명예도민 자격에 포함되지 않아 소외감(疎外感)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처럼 발길은 타향을 누비고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고향산천을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재외도민증(在外道民證)’은 고향이 그리울 때 고향의 냄새를 맡으며 삶을 살찌우고,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滋養分)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도 ‘재외도민증’

앞 면	뒷 면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재외도민증(在外道民證) 발급을 위하여 지난해 11월에 ‘재외도민 지원조례’를 제정하였으며, 대량발급 시스템을 갖추었다.

재외도민증(在外道民證) 소지자에 대하여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운항되고 있는 여객선에 대하여도 20%의 할인을 적용하고, 항공료 감면도 계획하고 있는데, 항공사(航空社)들도 적극 호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명예시민증(名譽市民證)’과 ‘명예도민증’ 제도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 ‘하인즈 워드’라는 미국(美國) 슈퍼볼 선수가 한국계 혼혈(混血)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언론은 보도경쟁(報道競爭)을 하느라 온통 ‘워드’ 얘기로 칠갑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당시의 이명박 서울시장은 ‘워드’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한바 있다.

하인즈 워드에게 명예시민증 수여

‘하인스 워드(Hines E. Ward)’는 한국계 미국인 미식축구(美式蹴球) 선수이다. 현재 피츠버그 스틸러스 소속이며, 주 포지션은 와이드 리시버이다.

1998년 NFL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지명되면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지금까지 NFL 올스타전인 ‘프로볼’에 네 번이나 출전한 리그 최정상급(最頂上級) 와이드 리시버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의 국가수립(國家樹立) 과정이나, 6.25전쟁을 전후하여 발급한 주민 자격증 즉, ‘아이덴티티(identity)’ 발급의 문제는 시민권이 사실상 적(敵)과 나를 구분하는 배타적 성격을 갖는 것임을 역력(歷歷)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었다.

때문에 옛적 ‘도민증(道民證)’에서부터 오늘날의 주민등록증(住民登錄證)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발급했던 이런저런 주민신분증의 역사는 바로 우리나라에서의 국민 만들기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경상남도 도민증발급규칙 상의 도안

1947년 2월 무렵 서울시와 경기도(京畿道)는 15세 이상의 남녀 전부에게 시험적으로 발행하려 했던 ‘공민증(公民證)’을 통해 정확한 배급과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배급(配給)과 선거를 위해 필요했던 이때의 신분증은 ‘시민증’과 ‘도민증’으로 얼굴을 바꾸면서 정치갈등이 증폭되자 ‘적(敵)’과 ‘나’를 구분하는 국민통제(國民統制)의 수단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여순반란사건(麗順叛亂事件)이 발발하자 당시 9연대장이던 송요찬은 여수와 순천 일원에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포고 위반자는 가차 없이 총살을 시켰는데, 당시 간첩이 아님을 입증하는 증서로서 ‘양민증(良民證)’이라는 것이 활용되었다.

경기도 도민증

그리고 그것과 반대되는 특권신분의 증명은 군(軍)과 관(官)의 신분증과 군(軍)에서 발행한 특별통행증(特別通行證)이었다.

‘양민증’은 앞서도 소개한 것처럼 제주도 4.3사태 때도 국민과 비국민을 분류하는 증서로 활용되었다.

이후 1949년 10월에는 경상북도(慶尙北道)에서 최초로 ‘도민증’이 발급되었는데, 이때의 발급목적도 “민정을 조정하고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서장과 국민회 군지부장(郡支部長)의 명의로 ‘도민증’이 발급된 이유도 같은 취지였다.

당연히 반국가 사상을 포지(抱持)하고 정부시책을 방해하는 자와 치안교란(治安攪亂)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자에게는 발급되지 않았다.

때문에 6.25전쟁 과정에서 ‘도민증(道民證)’의 소유는 사실상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증이기도 했었다.

경상남도 도민증

그리고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신분증(身分證)의 발급은 ‘우리 편’임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신분증(身分證), 그리고 결과적으로 ‘적(敵)’임을 표시하는 신분낙인의 두 가지 차원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 결성 후 1949년 6월 전후의 대대적인 전향유도기에 보도연맹증(保導聯盟證)이 등장했다.

당시의 정부에서 보도연맹증을 발부한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자 이 신분증은 자신에 대한 처형대상 증명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

(총살장에 끌려온 장면이다)

10여리길 논두렁과 방죽을 굽이돌아 자갈밭길 신작로(新作路)를 허기진 발걸음으로 걷고 달려, 닭 팔고 계란 팔아 애지중지 간직했던 지전(紙錢) 몇 푼 움켜쥐고, 읍내(邑內) 사진관에 들러 손톱만한 도민증(道民證) 사진 한 장 박아 어렵사리 만든 보도연맹증(保導聯盟證)이 저승사자의 초청장이 되어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상당수의 ‘무지렁이’들은 보도연맹(保導聯盟)에 가입하면, 배급 주고, 공짜 비료(肥料)를 준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가입한 것뿐인데, 그것이 총살을 당할 정도의 범죄행위였다는 건가.

그것도 인류사회에 박애정신(博愛精神)을 펼치겠다던 철학박사(哲學博士)이자 기독교인인 이승만(李承晩)의 명령으로 말이다.

원수의 보도연맹증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권은 곧바로 각 경찰서(警察署)에서 파악하고 있던 보도연맹원(保導聯盟員)과 반정부혐의자들에 대한 예비검속(豫備檢束)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총살(銃殺)되었다. 결국 ‘국민’으로 충성서약(忠誠誓約)을 한 보도연맹원들은 전쟁이라는 비상상황(非常狀況) 하에서 국민은커녕 적(敵)으로 간주되어 생명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앞쪽 어느 파일에서도 소개했지만, 전쟁과 안보위기(安保危機)가 국민과 비국민(非國民)을 완벽하게 단절시키고, 비국민을 제거한다는 빌미로 국민의 생명권(生命權)을 박탈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도연맹사건(保導聯盟事件)’이었다.

위에서 말한 예비검속(豫備檢束)이란 피고인의 석방이 사회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재판 전에 피고인을 구금하는 일을 말하는데, 일제(日帝)가 우리나라에 보급한 제도로 이승만정권에서 수시로 행해지던 제도였다.

일제(日帝) 때 일제의 하수인으로 일본경찰에 입신하여 우리 동포를 괴롭히던 조선인(朝鮮人)출신 경찰들이 미군정당국과 이승만정권(李承晩政權)에 의해 고스란히 해방된 조국의 경찰로 변신했기 때문에 일제 때 자신들의 상관인 일본경찰(日本警察)에서 배운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보도연맹원 총살

-------------------------------------------

북한(北韓)에는 1947년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발행을 검토한바 있었던 ‘공민증(公民證)’이라는 것을 발급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공민증’은 북한 ‘공민(公民)’임을 밝히는 법적인 증명문건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공민증(公民證)’을 “김일성의 교시와 그의 혁명사상의 구현인 당의 노선과 정책을 심장으로 받들고, 그것을 자기의 뼈와 살로 만들어 자기 사업의 지침으로 삼으며, 조선혁명(朝鮮革命)의 완성을 위하여 완강하게 투쟁하는 공화국 ‘공민’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만 17세 이상의 공민에게 주는 국가적 증표”라고 선전하고 있다.

종전의 북한 공민증

북한(北韓)은 최근 현재의 ‘공민증(公民證)’을 새로운 ‘공민증’으로 변경하여 발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당국이 올해 초부터 도․시․군 보안서(保安署)들이 관내 거주민들의 구체적인 신상을 밝힌 개인자료를 다시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재등록 작업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공민증’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시․군보안서 공민등록과(公民登錄課)에서 주민의 주소, 생년월일, 혼인경력, 특징, 특기, 교화소 출소여부, 가족과 친척 중 행방불명자(行方不明者)의 실종 일자 등 개인정보를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의 공민증(公民證) 교체는 김정은 시대 개막에 즈음해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민증 위조를 방지하여 탈북자(脫北者)를 사전봉쇄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덧 붙였다.

현재 사용 중인 ‘공민증(公民證)’은 우측에 이름과 성별, 난 날(생년월일), 민족별(내외국인 구별), 난 곳(출생지), 사는 곳(현 거주지), 결혼관계 등의 인적사항(人的事項)이 기록돼 있으며, 가장 아래쪽에는 ‘공민증(公民證)’ 발급번호, 발급 날짜, 피형(혈액형) 등이 표시돼 있다.

종전의 공민증과 지금의 공민증

북한(北韓)은 평양시민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시민증’과 다른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민증(公民證)’을 구별하고, 화교나 재일동포들까지 세분화(細分化)시켜 북한 거주자들은 ‘평양시민’ ‘지방공민’ ‘외국인’이라는 3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北韓)은 17세 이상 모든 주민이 상시 휴대해야 하는 ‘공민증(公民證)’ 제도를 1946년 9월 1일부터 실시한 이래 1953년, 1958년, 1964년, 1974년, 1984년, 1999년, 2004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새 ‘공민증’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기에서도 배경음악(背景音樂)을 아무래도 한 곡 올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기사의 내용이 너무 단조롭고, 딱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짜도 적절한 곡이 떠오르지 않는다.

1950년 6.25를 전후하여 발급한 각양각색의 신분증은 친일분자(親日分子) 출신들로 이루어졌던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황량한 만주벌판에서 독립군을 쏘아 죽이던 일제의 관동군 (關東軍) 출신 군수뇌들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적성국민(敵性國民)과 반공국민(反共國民)을 분류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지만,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순박한 우리들의 선대들을 대상으로 국민과 비국민(非國民)을 분류한다는 엉터리없는 잣대로 사용하다가 제 잘못으로 나라의 사정이 긴박(緊迫)하게 되면, 파리 목숨이듯 처단하기 위한 꼬리표로 사용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 시절, 뜻있는 인사들은 벼슬도, 명예(名譽)도, 서울도, 황금(黃金)도 모두 버리고 정든 고향땅으로 내려가서 나지막한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기심’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서 새끼 꼬면서 새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소망했던 것이다.

그 시절 우리들 선대들의 고고(高高)하고, 초연했던 애국적 기개(氣槪)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정이 담뿍 서린 박재홍의 '물방아 도는 내력'을 게재하여 음미하고자 한다. 오늘은 경음악으로 듣는다.

물방아 도는 내력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 ‘길쌈’이 아니고 ‘기심’임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역사 알아보련다.

사랑도 싫다마는 황금도 싫어

새파란 산기슭에 달이 뜨며는

바위 밑 토끼들과 이야기하고

마을에 등잔불을 바라보면서

뻐꾹새 우는 곡절 알아보련다.

「물방아 도는 내력」은 6.25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에 박재홍이 불러서 공전의 히트를 낸 노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1절의 노랫말이 잘못 불려지고 있어서 문제점이 되고 있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가사가 비슷한 발음으로 인해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의미를 모르는 대중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1954년에 도미도 레코드사에서 발간해 낸 레코드판에는 분명히 1절의 가사가 “낮이면 밭에 나가 기심을 매고…”로 잘 나와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로 잘못 바꿔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가수는 물론이고 음악 방송의 전문 진행자나 작곡가 등도 “길쌈을 매고”로 잘못 알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밭에 나가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나, 밭이나 바깥이나 비슷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하다. 길쌈은 삼이나 무명을 잣는다는 말인데 잣는다는 것은 실의 재료로 실을 만들고 천을 만든다는 것 아닌가. 아마도 낮에는 밖에(남의 집)에 나가서 길쌈을 매고, 밤에는 안(집)에서 새끼 꼰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도 안되는 해설이 펼쳐지기도 한다.

길쌈 매는 일은 여자 몫이고 사랑방에 새끼 꼬는 일은 남자가 하는 일인데,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서 이런 엉뚱한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제대로 된 박재홍이 부른 노래 1절의 가사인 “기심”을 살펴보아야 한다.

원래 가사인 “기심”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애석하게도 우리의 국어사전에는 기심이라는 낱말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김”이라는 말이 나와 있을 뿐이다.

“김”은 “기음”의 줄임말이며, ‘기음’은 ‘논밭에 난 잡풀’이라는 뜻이다. 논밭에 난 잡풀을 뽑거나 묻어버리거나 하여 없애는 것을 “기음 맨다”, “김 맨다”고 한다.

“프를 매야 두듥 가에 두놋다”(두시언해)는 “풀을 매어 언덕 가에 놓았다”는 뜻으로 “김”은 매어야 할 대상인 잡풀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은 “기슴”이라는 옛말(古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슴”이 “기음”이 되고, “기음”이 “김”이 되어 요즘 말로 쓰고 있다.

「월인석보」에 “기스미 기서 나달하야 바리닷…”은 “김이 생겨서 곡식 생기듯…”이라는 말로 나타나며, “계집과 자식은 앞에서 기슴 매더니…”라거나, “삼업(三業) 기슴을 매오며 백복(百福) 밭이 무성하나니라” 등의 쓰임새가 보인다.

“기슴”은 “깃다”의 명사형이며, “깃다”는 “무성하다”는 뜻이다. 그 “기슴”이 “기심”으로도 쓰여서 “기심”이 되었으며, 우리들의 고향 외동읍을 비롯한 남도 지방에서는 지금도 구개음화 된 현상인 “지심”으로 발음한다. 물론 노인층에서 쓰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도 “지심 맨다”, “나무를 안하니까 산이 지서서(짓어서) 산소에를 갈 수가 없어…” 등으로 쓰이는 것이다.

따라서 노랫말의 원어는 “낮에는 밭에 나가 기심(=김)을 매고 밤에는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

길쌈은 국어사전에 “피륙을 짜는 일”을 말하며, 동사를 만들면 “길쌈한다”로 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기심은 김으로서 매야 할 대상이 되므로 “기심을 매고…”가 되는 것이다.

전혀 엉뚱한 노랫말을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아무 생각 없이 엉터리 해설을 하고 있는 이들이 안타까워서 덧붙이는 말이다.

경상남도 도민증 발급규칙 전문(원문)

제정 1964. 4. 6 경상남도 규칙 제275호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정야]

주민등록증 도민증에 얽힌 사연 참으로 방대한 조사연구 하였군요. 물레방아 도는 내력 '기심' 잘못된것 밝혀주었군요...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냥지나가는 것 지적 잘 해주었습니다.

[서 무 수(입실35회)]

물래방아 도는내력 제목만 들어도 고향내음 물씬 풍기는 선배님의 도민증 저도 어릴적 어렴풋한 기억이 있습니다.

[신용태(석계9회)]

참으로 자료들이 방대 하네요,.. 나도 질삼을 내고,라고 불럿는데, 지심 이엿군요, 지심은 잡풀이 무성하게 자란것 으로 알고 있는대, 질삼은 배(천)를 짜기위한 실을 만들기위한 잡일들 이기 때문에 문맥은 비슷해서 오해없이 불럿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