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소득공제 받기가 수월해지면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소득공제를 받으려는 세입자와 이를 막으려면 집주인의 마찰이 생기거나, 세금 증가분을 메우려는 목적의 월세 인상 시도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다음달 21일 이후부터 보증금을 낀 월세의 경우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그동안 월세 소득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집주인들의 '입김' 때문에 세입자들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한 확정일자 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확정일자를 신청하던 절차가 사라져 세입자로선 소득공제를 받기가 수월해졌다. 기재부는 "확정일자 요건을 삭제해 납세자의 편의를 높여 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 신청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별다른 벌이 없이 월세 소득으로 살림을 꾸린 집주인에겐 큰 부담이다. 세입자들이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자동적으로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노출되므로 세금 탈루가 어려워진다. 집주인으로선 세입자의 소득공제 신청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납세자연맹은 "월세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세입자가 월세소득공제를 받으면 과거에 누락한 소득세를 소급해 추징당할 수 있다는 걸 우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집주인의 상황에 따라 영향은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납세자연맹은 "집주인이 2주택 이상을 임대하고 있는지, 월세소득을 세무서에 제대로 신고하고 있었는지, 월세 이외의 다른 소득이 있는지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황은 제각각 다르다"며 "집주인과 마찰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미리 월세공제에 따른 세금 환급액을 알아보고 월세를 동결하거나소득공제 신청을 미루는 다양한 선택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임대소득 노출에 따른 세금부담을 벌충하기 위해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올려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월세가격이 전세의 월세 전환 증가로 인한 공급량 증가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집주인의 월세 인상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월세가격은 1년 동안 1.1% 하락했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1.7% 하락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보증금이 크고 월세를 적게 내는 매물은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만큼 협상 우위력을 점한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면서 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이면계약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반적인 월세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집주인이 세부담 증가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으로 월세를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주인들의 월세 소득 탈루를 방지하고 월세시장의 투명화를 통한 가격정보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송영신 한국1인가구연합 변호사는 "그동안 불투명했던 월세 소득을 양성화하려면 전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세입자의 절차상 번거로움을 해소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로 인해 월세가 급격히 오를 것이란 우려는 부풀려진 것으로 집주인 시각으로만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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