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영산강 갯벌이 그립다
한국의 갯벌(Getbol)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소식이 2021년 7월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각)에 결정을 내렸다고 방송과 신문은 대서특필해 보도했다.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 만에 등재되는 국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이다.
세계문화유산을 포함한 세계유산으로는 15번째이다. 지구상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모두 210여 곳이 된다.
210여 곳 중에 하나인‘한국 갯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 ◆전남 순천의 4곳으로 구성된 연속 유산으로, 5개 지자체에 걸쳐 있으며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멸종위기종인 철새 서식지이며 생태계 보고로 꼽히는‘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올라 한국은 갯벌이라는 자연의 토질과 갯벌에 사는 각종 게나 조개, 물고기와 철새 등의 생태계라는 가치성을 높게 봐 이번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한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최종 결정했다.
한국은 13개 문화유신과 2개 지연유산 등 총 15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자연유산은 멸종위기종인 철새 서식지나 지질학 생성물 등 과학, 보존, 자연미의 관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닌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제도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되면 해당 지역에 대해 국제보호체계가 갖춰지는 동시에 관광자원 활용에도 유리하게 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총회에서 한국의 갯벌이 멸종위기종인 27종의 철새를 비롯해 2000종 이상의 생물의 서식하는 곳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국제 철새 보호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의 도해선 담당관은“한국의 갯벌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22개국에 걸친 세계 철새 이동 경로상의 중간 기착지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두 번째 등재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 영산강 갯벌이 떠올랐다.
지금은 농토로 변해버린 바닷물이 드나들던 영산강, 갯벌은 진흙 밭이었다. 갯벌은 무릎 이상 빠질 정도로 갯벌이 우수했다. 갯벌이 좋아 각종 해산물이 풍부했고 맛 또한 좋았다. 드넓은 갯벌이, 수렁처럼 깊이 빠진 갯벌이, 각종 해산물이 서식했던 갯벌이, 각종 철새들이 노닐었던 갯벌을 한 영산강이 아쉽게도 식량증식을 한다는 목적으로 그 계획에 의해 바닷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구언(1978년 착공, 1981년 완공)을 조성해 영산강의 본 모습은 사라졌다. 갯벌은 해산물이나 철새들의 놀이터가 아닌 벼가 자란 농토로 변해버렸다.
한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 전남 순천의 4곳의 갯벌 못지않게 그보다 뒤지지 않은 영암 영산강의 갯벌은 퇴적층으로서의 지질이 우수했다. 영산강은 길이 115.5Km, 유역면적 3.371m²로 담양군 용면(龍面) 용추봉(龍湫峰, 560m)에서 발원하여 담양.광주.나주.영암 등지를 지나 영산강 하굿둑을 통하여 황해로 흘러든다. 남서류하면서 광주천(11.8Km), 황룡강(45Km), 지석천(34.5Km), 고막원천(21.4Km), 함평천(15Km) 등의 지류와 합류한다. 또 영암 월출산에서 흐르는 영암천 또는 덕진천(24.12Km), 망호천(8.53Km), 회문천(6.35Km), 호동천(9Km), 구림천(4.07Km), 학산천(19.48Km) 등에서 오는 천은 나주 쪽에서 오는 지류와도 합류한다, 영산강은 조석의 영향을 받아 목포 앞바다의 바닷물이 나주 부근까지 미쳤다.
영산강 갯벌은 진한 점토 90% 이상으로 이루어진 퇴적층(堆積層)이다. 담양 추월산과 영암 월출산 등 그리고 여러 지역의 들녘에서 흘러나오는 미네랄 성분이 축적된 갯벌이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지점의 연안에 주로 갯벌이 발달됐다. 영산강 갯벌은 주로 향토가 흘러 쌓인 흙이 점토질인 갯벌로 변한 것이다. 섬진강이나 낙동강 하구가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갯벌이지만 영산강 하구는 모래갯벌이 아닌 순수한 점토(clay)로 된 진흙의 펄갯벌로 형성되어 있다.
갯벌은 일반적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해안 지역에서 조류를 통해 운반되는 모래나 점토의 미세입자가 파도가 잔잔한 곳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갯벌 층을 형성한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은 밀물 때에는 물속에 잠기나 썰물 때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것이 특징이며 퇴적물질이 운반되어 점점 쌓이게 됨에 따라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된다.
퇴적되는 입자의 크기와 성분에 따라 갯벌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가장 작은 크기의 퇴적물이라 할 수 있는 점토나 실트(silt, 입자 지름이 0.002~0.02mm인 토양입자) 성분이 많은 것은 진흙갯벌 또는 펄갯벌(mud flat)이라고 하며, 그보다 입경이 큰 모래가 주성분이 된 갯벌을 모래갯벌(sand flat)이라고 하며, 모래와 펄이 각각 90% 미만으로 섞여있는 퇴적물로 구성된 갯벌을 혼성갯벌 또는 혼합갯벌.모래펄갯벌이라고 한다.
영산강 갯벌은 펄 함량이 90% 이상에 달하는 갯벌에서 표층 퇴적물의 평균 입자의 지름이 0.031mm에 이른‘펄갯벌(점토성이 높은 갯벌)’이다. 그것도 극세립 실트나 세립 실트(실트를 극세립 실트, 세립 실트, 중립 실트, 조립 실트 등 4개 등급으로 세분)이다.
펄갯벌의 깊이가 수 미터나 되고, 함수량도 높아 걸을 때 보통 허리까지 빠지는 경우가 많다. 펄갯벌에서는 모래갯벌보다 퇴적물의 공극(孔隙,토지 입자 사이의 틈)이 작아 산소나 먹이를 포함하는 바닷물이 펄 속 깊이 침투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지표면에 구멍을 내거나 관을 만들어 이를 통해 바닷물이 침투되도록 한다. 펄갯벌은 모래갯벌에 비해 갑각류나 조개류보다는 갯지렁이가 점령한다.
모든 해안에 갯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갯벌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은 첫째 조수 간만의 차, 즉 밀물(만조)과 썰물(간조) 때의 높이 차이가 커야하고, 둘째 파랑의 작용이 약한 곳, 셋째 인근에 큰 강들의 유입이 있어서 퇴적물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 넷째 수심이 깊지 않고 해안선의 출입이 심해 만(灣)이 발달한 곳 등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조차가 크고 해안선의 출입이 심하며, 섬과 만이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갯벌이 넓게 분포한다. 총 갯벌의 면적은 83%가 서해안에 분포한다.
과거에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버려져 있거나 또는 간척과 매립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근래에는 오염된 수질의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홍수 조절, 해일 피해 방지, 철새의 서식지 역할뿐 아니라 갯벌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의 생태적 가치 등이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보전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갯벌은 오래전부터 간척 사업으로 육지화 되어 왔는데, 특히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인구증가 등에 따른 토지와 식량자원의 확보 목적으로 간척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어, 갯벌 면적은 계속 축소되어 왔으나, 근래에는 갯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환경, 생태적인 측면뿐 아니라 어업, 양식업, 관광산업 등 경제적 가치도 높다는 주장이 대두되며 갯벌 보존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영산강 갯벌은 다른 지역의 갯벌처럼 돌이 섞인 갯벌이 아닌 순수한 진흙만으로 이루어진 갯벌이다. 여기저기서 모여든 흙이 쌓여 퇴적층이 두껍고, 갯벌에 들어서자마다 빠져 쉽게 거닐지를 못한 영암 갯벌이었다.
갯벌이 좋아 그만큼 바다생물의 수종도 많았고 맛도 좋았다. 영암의 영산강은 바다이면서 강이었기에 해산물 등의 먹이가 풍부했고 여러 종의 철새들이 이곳을 선호해 날아들며 여기에서 머물고 가곤했다. 영산강은 플랑크톤이 풍부해 그만큼 물고기.게,조개.달팽이 등의 해산물들이 많이 서식했다.
영암 바닷물이 빠질 때면 갯벌에 나가서 맛조개.꼬막(모시조개).고동.달팽이.민챙이.군소.게(칠게.농게.방게.맘게.달랑게.털게.말동게.동마참게.들게.참게.붉은발멀동게)와 장어.대간이(개소겡).망둥어.숭어.짱둥어 등을 잡았다. 숭어(모챙이.동어).망둥어 등은 개막이로 잡았으며, 장어.대간이는 갯벌 속에 숨어 있는 것을 글갱이로 긁어내어 잡았다. 아낙네들은 벌배를 타고서 갯벌 속에 있는 맛조개.꼬막.칠게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렸다.
영산강 둑 주변에는 갈대가 무성했으며, 갈대가 있는 곳에는 청둥오리, 큰기러기 등 각종 철새가 물위를 둥둥 떠다니며 먹이를 잡아먹곤 했다. 도요새 같은 철새들은 물이 빠지면 갯벌에 서식하는 조개나 게.갯지렁이 등을 잡아먹었다. 갈대숲에는 바다달팽이인 미기(군소)가 서식했고 각종 게가 구멍을 낸 채 살았다. 또한 개개비가 갈대의 주인인양 둥지를 틀며 소리를 내었다.
이번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의 갯벌의 풍경은 영암 영산강 갯벌의 풍경과는 다른 환경을 하고 있었다. 많은 배들이 떠다니거나 정박하는 풍경보다 간혹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노를 젓는 고깃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 예전에는 황포돛단배가 떠다녔던 곳이었다.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들이 멸종위기종인 철새들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고 해서 그 가치성을 인정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유이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영암 영산강 갯벌 형성이나 풍경은 다른 갯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보다 더 훌륭한 보편적 가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보존 가치가 뛰어난 영암 영산강 갯벌이었는데 아쉽게도 박정희 정권시절의 산업화로 인한 인구증가에 따른‘토지와 식량자원 확보 목적과 농업용수 확보, 홍수예방 및 염수 방지’라는 미명아래 간척사업이 전개됐다. 갯벌의 생태계보다 식량생산기지로 더 중요시 여겨 갯벌이 농토로 변한 영산강이었다.
갯벌의 추억은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시기가 생긴다고나 할까? 왠지 남의 잔치의 축하보다는 시샘이 간다.“영암 영산강도 안 막았더라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을 것인데”하는 아쉬움을 가져보게 된, 사리진 갯벌 풍경이 마냥 그립고 그때의 갯벌에서 보았던 해산물과 철새들이, 영산강 물위에서 헤엄치던 오리들이 다시 손짓을 한 듯하다.
갯벌은 바다를 뜻하는 개(浦)와 육지의 너른 벌판을 의미하는 벌(粘土)이 합쳐진 말이다. 갯벌은 바닷가의 넓은 벌판이란 뜻이다. 간석지로 알고 있는 갯벌은 연안습지이다.
갯벌은 단순히 흙이 쌓여 만들어진 것만이 아니다. 갯벌이 형성되려면 수많은 세월과 인간의 삶이 함께 쌓인 것이다. 지금의 갯벌이 있기까지는 5천 년 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우선 갯벌이 만들어지려면 바닷물이 들고나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야한다.
갯벌은 크게 개흙이 많은 펄갯벌, 모래와 돌이 많은 모래갯벌과 두 종류가 합쳐진 혼합갯벌로 나눈다. 우리나라에서는‘강화도 주변 한강 하구 갯벌, 금강하구 갯벌, 섬진강 하구 갯벌, 낙동강 하구 갯벌, 영산강 하구 갯벌,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갯벌, 새만금 갯벌, 신안 섬 갯벌’등이 있다. 여기에 작은 갯벌들을 합친 갯벌의 넓이는 약 2.800m2로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3%, 서울 면적의 6배에 이른다고 한다.
갯벌이 가장 많은 곳은 섬과 다도해가 많은 전라남도이다. 아쉽게도 영산강 하구 갯벌은 사라지고 없어 이젠 갯벌 면적 약 2.800m²에서 빼야 될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은‘북해 연안 갯벌, 캐나다 동부 연안 갯벌, 미국 동부 조지아 갯벌, 브라질 아마존 유역 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서해 갯벌은 영양염류 등 유기물이 풍부해 수많은 종의 해양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더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갯벌은 여기에 서식하는 갯벌생물들에게 뿐만 아니라 철새들이나 여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또한 갯벌은 지구의 콩팥이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기물은 갯벌을 거치면서 갯벌생물들에 의해서 분해가 되기 때문이다. 비단고둥과 갯고동이 지나간 자리에는 기하학에 가까운 그림들이 나타나며, 고동과 따개비는 먹이 사냥을 하면서 인간에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낸다.
갯벌은 온통 구멍 천지다. 칠게.농게와 짱둥어.갯지렁이.낙지,조개들이 만드는 이 구멍은 갯벌을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멍을 통해 흙의 산소 공급을 하기 때문이다.
갯벌은 바다생물들의 고향이자 인큐베이터기도 하다. 지구 생물의 5분의 1일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 바로 갯벌이다.
또한 갯벌은 어민들의 공동체 공간이다. 농부들에게 논과 밭이 있듯이 어민들에겐 어장이 있다. 이 갯벌어장은 대부분 공동어장으로 어촌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갯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게 인간이나 바다생물에게는 슬픈 일이다. 지금까지 갯벌은 소중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인정받아 온 것이 아니라 육지와 자본의 논리로 지배받아 왔다. 간척(干拓)과 매립(埋立)이 그 대표적이다.
무지한 인간의 눈에는 논에서 벼가 자라고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에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거기에 비해 눈에 보이는 수확이 현저히 낮은 갯벌은 그저 쓸모없는 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갯벌에서의 얻은 보고보다 육지에서의 논이나 공장에서의 얻은 보고가 더 큼을 알고 갯벌은 희생을 한다.
우리나라 간척과 매립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몽골의 침략을 피해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고려 왕실이 그때부터 간척사업을 시행한 것이다.
또한 조선 말기에도 간척 사업이 있었다. 마을 앞의 바다는 막을 수 있는데 까지는 제다 간척을 했다.
또한 대규모 간척사업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공유수면매립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조선총독부는 자국 농업 이민을 위해 1930년대까지 약 4만 ha의 갯벌을 논으로 바꾸었다.
갯벌이 사라지게 된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간척 사업은 해방 후 더욱 확대되었다.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한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동진강(계회도) 간척 사업, 영산강유역(영암.해남), 천수만지구, 아산만 대호지구, 시화호, 화성호 그리고 새만금’등이 있다.
해양자원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지만 간척 사업은 육지의 자원을 싹쓸이한 뒤 남은 바다와 갯벌에 대한 인간의 탐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갯벌이 천박한 자본주의에 멍들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1998년 연안관리법과 습지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다행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갯벌에 기대어 사는 작은 생물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 한국 갯벌에 대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한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천만다행이며, 한국이 바다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을 잘 간직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띤, 지구상에서 아주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입증해 준 일인 것 같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
‘바다는 부자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놀이 공간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마지막 공간이기도 하다’라는 속담을 아로 새겨본다. 또한‘개갈 다리 돈 붙는다’, 즉‘개갈 다리는 갯벌 묻은 다리란 뜻으로 갯벌을 자주 다니면 돈벌이가 된다’는 속담을 깊이 새겨본다.
갯벌이 드러난 것은 지구와 달이 서로 당기는 힘, 즉 인력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12시간 25분마다 한 번씩 만조가 발생한다. 밀물이 들어왔다가 빠진 뒤 생긴 물길을 갯골 또는 갯고랑이라고 한다. 달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갯벌에 사는 식물을 염생(鹽生) 식물이라고 한다. 염분 농도가0.5% 이상의 땅에서 사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것으로는 70여종이 있다. 바닷가라도 육지나 바다 쪽에 너무 가까운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적절한 곳에서 자란 염생 식물도 생물자원의 보고이다.
갯벌 보전 이외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은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되어 1975년 발효된 습지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정식 명칭은‘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다.
171개(2021.5월 현재)의 나라가 가입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28일 대암산‘용늪’을 등록하면서 101번째로 가입하였고 현재까지 총 23개소의 람사르 습지를 등록하여 보유하고 있다. 1971년 12월 21일 발효되어 현재 전 세계 2000곳 이상의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하구언이 건설 된지 40년이 됐다. 전남 나주시는 해수유통을 통한 영산강 생태복원의 차기 대선 국정과제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나주시는 최근 영산강 환경생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영산강 생태복원 프로젝트’란 주제로 영산강위원회 제3차 회의를 가졌다.
영산강 생태복원은 1981년 하굿둑 건설 이후 영산강 생태환경 현안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차기 대선 국정과제 채택을 추진 중인 나주시 5대 선도정책과제 중 하나다.
해수유통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녹조현상 등 수질환경을 개선하고, 영산강과 영산호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그대로 복원,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산강하굿둑은 1981년 강 하류인 목포시 옥암동과 영암군 삼호읍을 연결해 영산강과 바다를 가로막은 하굿둑이다. 이를 통해 저수량 2억5000만 톤의 영산호가 만들어졌다.
영산강을 막은 것은 식량 확보라는 차원도 있지만, 영산강의 경우 조석의 차가 커 나주 부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연안 농경지에‘하천 범람, 농토 침식’등의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하굿둑을 건설했다.
하굿둑 건설로 목포시와 영암군이 도로로 연결돼 교통도 크게 편리해졌으며, 수자원 확보도 대폭 증가하여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둑 건설로 인해 영산강의 수질은 계속 나빠지는 등의 심각하게 악화됐으며, 영산호는 수위도 토사가 쌓여 점점 울라가는 실정이다. 또한 강의 폭이 줄어들고 하구에 펼쳐져 있던 갯벌이 감소하는 악영향도 가져왔다.
전라남도의회 우승의 의원은“영산강 하굿둑이 농업용수 확보 등 이익도 있지만 수질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훼손을 봐 온 도민들이었다”며“하굿둑으로 인한 피해를 겪거나 좋지 않은 상황을 본 도민들은 영산강이 열리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나주시가 영산강 하굿둑 열자는데 공감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는 해수유통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굿둑 존치를 통해‘농업용수 확보와 홍수 피해 예방, 바닷물 역류로 인한 염수피해 예방’등 긍정적인 효과가 높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의 한국농촌공사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수유통의 장단점 파악을 위해 시험적으로 하굿둑 배수갑문을 24시간 개방해보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해수(海水)를 유통하면 기수(汽水: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구역이 형성돼 짠물과 민물이 만나 혼합된 저염분의 물에서 살던 기수성(汽水性) 어종(가숭어.뱀장어.망둥어.짱둥어.팔자복어.초록복어.말동게 등)과 바닷물에서 살던 해수성(海水性) 어종(숭어.전어.뱀장어.낙지 등)이 증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례는 낙동강과 금강이 시범적으로 개방해보고 있으며, 올해 제2차 하굿둑 개방이 진행 중인 낙동강과 하구역 종합관리시스템 개발연구 용역을 완료한 금강의 사례를 거울삼아 영산강 생태복권을 위한 최적의 해수유통 방안을 수립해가겠다는 김인규 나주시장은 영산강 하굿둑 개방에 힘을 싣고 있다.
영산강 하굿둑 개방은 단순한 옛 추억을 되살려보자는 취지가 아니다. 바다물이 드나들면서 생기는 갯벌은 물론, 거기에서 서식하는 각종 생물의 다양성을 띠며 자연의 생태계(生態系)를 조성하는 등 물고기나 조개.게 등과 철새 그리고 갈대 등의 동식물들에게 자연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생태학적(生態學的) 측면에서 봤을 때, 영산강은 예전처럼 바닷물이 드나들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금의 벼를 재배한 농토로 변한 것은‘자연적.생태적.환경적.경제적.사회적.문회적’측면으로 볼 때는 벼농사가 보여준 것보다 훨씬 이롭게 하고 있고 그 가치가 몇 배나 높다고 본다.
연안 농경지에 하천 범람, 농토 침식, 염기성 방지 등의 피해 예방과 물 확보 및 가뭄해소 등은 다른 방법에서 찾아 볼 수 있고 그 방안은 얼마든지 나오게 되어 있다며, 1차원적인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발상전환을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식량 확보 해결은 꼭 영산강에서 생산한 쌀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하며, 국민들의 식성이 바뀌고 있는데다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추세여서 구지 영산강을 쌀 생산한 농토로 사용해야한다는 고집은 부릴 필요가 없다는 학자들의 판단이다.
주식을 쌀로 삼아왔던 조상들이었지만 이제는 먹거리도 다양한 것에서 찾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육지 식량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바다나 강에서 나오는 식량도 그에 못지않게 우리 생활에 꼭 있어야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이다. 강에서 나온 해산물이 육지 식량보다 의외로 더 나을 수가 있다는 판단이며, 특히 영산강의 해산물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된 아주 훌륭한 먹거리였다고, 영산강에서 나온 해산물이라면 먹거리로써 또는 갯벌체험 장으로서 승부해볼 만한 일이라고 본다.
만약 예전처럼 영산강을 돌려놓는다면 해산물의 식량도 풍족하게 될 것이며, 다시 한 번 그 입맛을 살려 삶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철새들의 낙원(樂園)을 조성해주는 일이어서, 유네스코가 한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게 된 이유가 멸종위기종인 철새들의 기착지로 탁월해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요한 이야기지만 갯벌이라는 지질학적(地質學的).생태학적(生態學的).환경학적(環境學的) 보고(寶庫)가 삶의 가치를 더 끌어올린다고 영산강 하굿둑 개방을 하여 갯벌을 살리고, 그 갯벌에서 식물과 생물 등을 다시 생태계를 복원시켜, 인간에게는 쉼과 여유 그리고 힐링의‘치유공간(治癒空間)’으로, 각종 동식물 등의 생물자연에게는 생태계를 이룬‘생활공간(生活空間)’으로, 지구환경에게는 기상의 원리를 원활하게 해주는‘순환공간(循環空間)’으로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근래에는 갯벌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환경과 생태적(生態的)인 측면뿐 아니라 어업, 양식업, 관광산업 등 경제적 가치도 높다는 주장이 대두되며 갯벌 보존(保存)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유네스코가 한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登載)한 것은 그만큼 보전 가치가 있다고 보고, 갯벌은 쓸모없는 땅이 아니라 인간이나 자연 생물들에게 아주 필요한 생명의 보고라고 보편적 가치성을 인정했다. 갯벌을 훼손하지 않게 해주고 갯벌을 잘 보전해 후손들에 훌륭한 자연유산으로서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도록 하라는 의미에서 보존 가치성이 높은 한국 갯벌임을 인정한 것이다. 세계자연유산(世界自然遺産)으로 등재함에 따라 경제적(經濟的) 가치가 높은‘한국 갯벌’로 인한 관광산업(觀光産業)에 크나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영암 영산강 갯벌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 지지가 않는다. 사람들은“그때의 영산강이 더 좋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이구동성으로“영산강을 안 막았더라면 훌륭한 갯벌체험 공간으로서의 멋진 관광지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한 채“농토보다도 갯벌이 더 났다”며“갯벌을 돌려다오”주장을 한다. 단지 추억에서가 아니라 자원(資源)으로서의 보편적(普遍的) 가치(價値)를 따져 그런 갯벌이 탁월한, 영산강생태복원(靈山江生態復原)을 고대(苦待)한 것이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영산강, 물이 들어오면 철새들의 헤엄치는 놀이터가 되고, 물이 빠지면 짱둥어,칠게.농게와 도요새들의 놀이터가 됐던, 그리고 조개 잡는 아낙네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또는 노 젓는 어부들의 노랫소리가 출렁이는 물결과 비비대는 갈대의 소리와 갈대숲의 개개비 소리랑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 바다였던 영산강이 떠오른다.
개매기(개막이)가 있는 날이면 영산강 갯벌을 헤치며 운저리(망둥어)와 숭어(모치)를 잡아먹었던,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아 삶아먹었던 그 입맛 다시 살려내고 싶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