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 Cello Sonata No. 2, op. 58 in D
멘델스존 - 첼로 소나타 2번 D장조 Op. 58
Felix Mendelssohn [1809 ~ 1847]
Steven Isserlis - Cello
Melvyn Tan - Piano
Recoding - 1994
전체 연속듣기
1악장 Allegro assai vivace
2악장 Allegretto schezando
3악장 Adagio
4악장 Molto allegro e vivace
멘델스존은 좀 별나게도 바이올린을 위한 실내악곡 보다는 첼로를 위한 실내악곡을 더 많이 썼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한 곡에 불과한데 비해 첼로를 위한 변주곡과 첼로를 위한 '무언가'와 첼로 소나타 2곡을 작곡했다. 아마도 그의 남동생이 첼로를 연주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첼로소나타 2번은 성숙기의 작품으로(음악신동 멘델스존은 처음 부터 성숙했기 때문에 성숙하다는 말이 모순이라는 언급도 있다) 1842년에 작곡되었다. 이 작품은 폴란드의 귀족인 Mateusz Wielhorski 백작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뛰어난 아마추어 첼리스트로 슈만의 피아노 4중주 op 47을 헌정받기도 한 사람이다. 그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를 소유하고 있었다는데 복도 많다.
4악장으로 되어 있고 기쁨이 충만하고 약동하는 1악장과 4악장,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내면적인 2,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악장들은 멘델스존의 다른 곡의 분위기와 상응해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반학계에서는 자신의 다른 논문의 일부를 자신의 또 다른 논문에 인용하면 자기 표절로 몰려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불려갔을텐데 음악에서는 그냥 무사통과이다. 이런 기준을 들이댔다면 아마 비발디와 바흐는 사기 음악가로 몰려 작곡진실성위원회에 불려가 청문회를 했을 것 같다 ^^.
첼로의 약동하는 상승선율로 힘차게 시작하는 1주제로 시작되는 1악장은 에너제틱하고 기쁨에 넘치고 황홀하고 시적이다. 첼로가 도약하는 듯한 상승선율을 힘차고 장대하게 어둡고 깊은 톤을 연주할 때 피아노는 마치 퍼커션처럼 화성을 때리면서 보조하고 첼로가 끝나면 피아노가 1주제를 받아 빛나는 선율을 뿌려놓는다. 마치 재즈에서 악기들이 멋들어진 연주로 애드립을 연주하고 박수 받고 다음 악기가 다시 스폿을 받는 그런 기분이다. 그런데 이 선율, 정확히 말하면 리듬이 어디선가 들은 것 처럼 익숙한데 바로 그의 4번 교향곡 '이탈리아'의 1악장 1주제와 매우 유사하다. 선율이 아니라 리듬과 음형이 아주 흡사하다. 짧은 경과부를 거쳐 바로 2주제가 나오는데 마치 어린아이들이 링거링 하고 발돋음 하면서 달려가다 조금 멈추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둘러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음형이다. 1주제에 비해 존재감이 강하진 않다. 불꽃튀는 두 악기의 경연으로 점철된 전개부를 지나 감정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갑자기 제시부의 1주제가 보다 더 부드럽게 더 고역에서 아련하게 추억을 반추하듯이 살짝 비추인 뒤 강한 그러나 투명한 피아노의 흩뿌리는 음형이 나오고 요동치는 잠자리의 은빛날개와 같은 첼로의 트레몰로가 나온다. 홀연히 아주 잠깐 동안의 첼로의 의문스런 침묵이 이어지고 두악기가 힘차게 남은 모든 힘을 쏫아 부어 힘차게 코다로 치솟으면서 끝난다. 아주 다이나믹하고 힘을 다 소진시키는 불꽃 같은 악장이다.
2악장은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런 선율이 특징인데 이것도 좀 분위기가 비슷한 곡이 있는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찾아낸 어느 해설을 보니 역시 그의 곡 '한여름밤의 꿈'의 요정선율과 유사하다고 한다. 당시 그는 첼로 소나타와 함께 '한여름밤의 꿈'을 동시에 작곡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동시작업의 영향인 것 같다. 피치카토와 스타카토와 유사한 피아노의 주법으로 귀엽고 앙증맞게 곡이 시작된다. 통통 튀는 음형을 두 악기가 서로 주고 받는다. 준비 운동하는 느낌이다. 갑자기 피치카토로 연주하던 첼로가 활을 길게 끌면서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passionate하게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다. 중간부이다. 다시 피아노의 장난치는 듯한 끝이 동글게 말린 듯한 음형을 연주하는데 초반부보다 더 다채롭고 과감해진다. 음량도 커지고 음폭도 커지고 두 악기의 대비도 커지면서 에너지가 커진다. 피치카도-아르코 이런 조합이 한 세번은 지나가면서 음악이 끝난다.
3악장은 피아노는 오르간 같이 울리고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일종의 arioso이다. 음악학자에 따르면 바흐의 요한 수난곡에 Es ist volbracht(모두 다 이루어졌다)에서 선율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마치 첼로가 기도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데 첼로의 노래부름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내면적이고 명상적이고 마음이 가라앉는 악장이다.
4악장은 마지막 악장 답게 강력하고 동적이고 힘이 넘친다. 두 악기가 누가 주인공이라 할 것 없이 불꽃 튀는 경연을 보이는데 아마 두 연주자 다 이 악장에서 남은 모든 힘을 다 쏫아 부어야 할 정도로 헌신을 요구하는 악장인 것 같다. 표현의 폭, 음역의 폭, 다이나믹의 폭이 실내악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은 광대역으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번에 비견된다(내생각). Thrilling, Exhilarating, Brilliant, Turmoil, Torrential 의 표현이 딱 맞는 그런 시원하고 통쾌하고 역동적인 악장이 되겠다.
예술가던 아니면 다른 영역의 전문가이던 또는 인생을 꾸려나가는 범부던 간에 성숙의 징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절제와 균형이다. 젊은 시절에는 에너지가 넘쳐 흘러 나오는 대로 표현하는데 이 선율, 또는 이 모티브도 아름답고, 저 것도 아름다와서 그냥 다 투입하는데 음악으로 말하자면 악상이 철철 흘러 넘치고, 미술로 말하자면 온통 선명하고 밝은 색 투성이다. 그런데 제대로 성숙하면 수 많은 생각과 선율과 모티브 중에 다 정제하고 걸러서 주제와 주제 아닌 것의 비율이 아주 딱 맞게 맞게 된다. 음악이나 미술에서 우리가 걸작(masterpiece)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은 다 정제, 절제 그리고 균형이 딱 계합된 산물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처음부터 성숙했던 천재 멘델스존의 성숙의 과정은 절제와 균형이다. 그리고 이 곡은 그런 그의 성숙한 면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한다.
슈만이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는 그 지점이 바로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절제와 균형의 시작점이다. 실재로 슈만은 그런 멘델스존의 균형감을 높이 평가하고 몹시 부러워했다고 한다. 균형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균형이 맞는 사람의 동작, 건축물, 추상화 그리고 음악은 그 자체의 멋이 있는데 아마도 멘델스존은 그런 전형인 것 같다.
[글 출처] 약동하는 생명의 리듬 - 멘델스죤 첼로소나타 2번|작성자 취음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