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나들이와 외국인 봉사자. 2015. 5. 21.(목) 사역일지
점심때에 부산외국인근로자선교회 사역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오는 25일에 있을 나들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때에 한 외국인 유학생이 장애인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 장애인이 전화하여 올해도 참석하느냐고 물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새삼 깨닫습니다. 외국인(근로자와 유학생)과 함께하는 나들이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통로가 되는구나 하고요.
작년에 경주로 나들이를 가면서 처음으로 외국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6월 6일 현충일.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날에 나들이를 간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이 평일에는 도무지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토요일에도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날, 경주 보문단지에서 그들과 가진 시간은 짧았지만 참 좋고 즐거웠습니다. 장애인뿐만 아니고 외국인들도 좋아하였습니다.
그런데 가고 오는 길, 참 많이 막혔습니다. 보문단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너무나 붐벼서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차를 돌려 그냥 부산으로 와야 했습니다. 박물관에는 정말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인산인해. 정말 그랬습니다. 차를 댈 곳도 없었고 힘겹게 차에서 내린다 해도 구경하기는 더욱 힘들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들은,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은 버스에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늦어도 5시 30분까지는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차를 부산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올해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장소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마음으로는 먼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나들이이지만 말 그대로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에 겪은 일을 다시 겪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일에 가는 것을 고려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하자고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활동보조인 제도가 발달되어 있으니 굳이 봉사자가 없어도 나들이는 가능합니다. 그냥 그렇게 오붓하게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그것도 좋겠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면 외국인들이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하나를 잃는 대신 다른 것을 얻게 되겠지만, 저는 그 둘을 모두 잃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욕심낸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해서 기쁘고 즐겁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요?
부산 근교에서 나들이 장소를 물색했던 것은 그 이유 때문입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결국 수로왕릉으로 정하였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멀리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관계맺음, 거기에서 하나님나라는 시작이 됩니다.
나들이를 다녀오고 난 뒤에 의견을 수렴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나들이를 계획하려고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