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살며시 오는 길목에서

2006년 3월 7일 퇴근후에 망월들판을 거의 2시간 정도 걸었다. 경칩이 지났다고 하지만 강화도의 서북단에 위치한 이곳의 들판은 아직도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몸을 움추리게 하고 있다. 버들개지와 수양버들의 나무가지가 연두색을 띄기 시작했지만, 양지에 보일듯한 냉이조차 보이지 않고 고려산아래 계곡에는 얼음과 잔설이 그대로 있어서 완연한 봄이 아닌 마지막 겨울이 지나가고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이곳에 제2의 생활터전을 삼은지 꼭 1년이 되고 보니 이번봄은 나에게 특별한 봄이될 것같다.그래서 그런지 나는 자주 카메라를  들고 강화지역의 여러 곳을 퇴근후에 찾곤한다.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교육활동, 아름다운 교정, 명신초교의 4季를 꼼꼼히 챙기고있다. 먼 훗날 나에게는 귀중한 자료이며 추억거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절기가 경칩인 3월 6일 오후에 나는 학교 뒷산 망월산에 올랐다.고려산 자락인 망월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망월 들판과 지평선너머의 바다와 섬들이 더 정겨워 보인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나 자신이 가끔 외국에 나가볼 기회가 많아서 여행혹은 출장을가도 역시 내 나라 만큼   아름답고 좋은 곳이 없다. 정말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다.   가파른 산을 오르기가 힘이 들어도 나는 비교적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챙겼다. 동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동안 자주 만났던 고라니들과 쪽제비들이 궁금하고 2005년 경칩때 밤동산에서 만났던 황금 두꺼비가 보고 싶었다. 작년 봄에 그렇게 수많은 산란을 하고  새끼 두꺼비가 되어서 흩어졌던 황금 두꺼비들이 언제쯤 어머니의 고향인 우리학교 연못으로 돌아올것인지? 1급수를 유지하고 고려산에서 샘 솟는 맑은 물속에 산란했던 황금 두꺼비가 올해도 산란을 할 것인지 기다려진다.   바쁜 학년초라지만, 퇴근후 채비를 갖추고 망월 들판을 가로질러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들판길을 걷다가  청둥오리떼들을 만나서 카메라의 셔터를 부지런히 눌렀다.바다 건너 석모도 상수산을 넘어가는 석양과 철새의 군무와 울음소리에  초저녁이 오는 것도 모르고 철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내가수로를 따라서 바닷가 까지 걸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끼면서 나는 세상의 그 누구 보다도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같다. 돌아오는 길은 아기 별처럼 깜박거리고 반짝이는 외딴 집들의  전등빛들을 벗 삼아서 걸어오는 발 걸음이 왠지 가벼웠다. (2006.3.8. 망월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