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해안… 화보 못지않은 절경
하화도(下花島). ‘아랫꽃섬’을 뜻하는 예쁜 이름이다. 섬은 날렵한 하이힐을 닮았다. 해안선 길이가 6.4km, 트레킹코스는 총 5.7km로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구릉지형이다. 걷는 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이 섬에선 시간을 잊어야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취하다 보면 발걸음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 많다.
소나무와 동백, 후박나무 숲이 울창하고 해안선을 따라서는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4월 유채꽃이 필 때 가장 풍광이 아름답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찾아도 편안한 쉼표 같은 섬이다.
![하화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6%2F08%2F31%2F2016083101934_1.jpg)
하화도는 섬 자체가 암팡지다. 북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온통 해식애에 의한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졌다. 여수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22.2km, ‘공룡의 섬’으로 알려진 사도와 낭도, 개도를 지나는 길목에 있다. 상화도(上花島)와 나란히 있어 웃꽃섬, 아랫꽃섬으로 불린다. 원래부터 진달래꽃과 동백꽃, 선모초가 많았던 곳에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며 정원처럼 가꾸어 놓았다.
하화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1592년) 즈음이었다고 한다. 전쟁을 피해 안동 장씨 가족이 정착해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항해하다가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섬이라 하여 ‘화도(꽃섬)’로 명명했다고 한다.
노인이 대부분이었던 이곳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여수시의 대대적인 지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꽃섬길’이 조성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관광객과 백패커들이 즐겨 찾으면서 주말나들이 명소로 소문나고 신문·방송에도 여러 번 나가면서 이제는 연 10만 명이 찾는 여수의 숨은 보석이 되었다.
걷기길은 선착장부터 시작된다. ‘하화도’ 표지석에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방향으로 가도 원점회귀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왼쪽 방향을 많이 택한다. 섬에서 가장 높은 ‘큰산’은 정상 개념이 없는 구릉지형이다. 정상석은 없지만 사방 어느 곳에서나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등산로는 선착장에서 3분 정도 콘크리트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언덕에 보이는 수많은 집열판은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치된 6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다. 등산로 바닥은 박석이 깔려 잘 정비되어 있다.
![하화도 위치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6%2F08%2F31%2F2016083101934_2.jpg)
하화마을 갈림길 삼거리는 소의 등처럼 넓은 분지다. 이곳에서 선착장에서 곧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울긋불긋한 하화마을 지붕이 한눈에 보이고 바다 너머 북서쪽으로는 상화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상화도는 하화도와 비슷한 시기에 꽃길과 탐방로가 조성되었지만 아직까지 하화도의 유명세에 밀려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처럼 하화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섬이다.
두 번째 정자에서 구절초 공원 가는 길은 ‘꽃섬길’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시종일관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나무 벤치가 듬성듬성 놓여 있는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은 음력 9월 9일경 만개하는 구절초가 장관이다. 이곳은 예전에는 ‘순너밭넘’ 또는 ‘순녀밭넘’이었다고 불렸다는데, ‘순이란 사람의 밭 너머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라 한다.
구절초공원에서 서쪽으로 400m 떨어진 큰산전망대까지 이르는 길은 키 큰 소나무와 후박나무가 장관이다. 그 크기가 작은 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밀림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해안절벽에는 노란 원추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찔한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목재 데크 끝에 큰산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조망만큼은 높은 산 부럽지 않다. 날씨가 맑은 날은 고흥 외나로도까지도 보인다.
큰산전망대에서 급경사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 3분 정도면 깻넘전망대에 닿는다. ‘깻넘’이란 깨를 심은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고개에서 유래한 말이다. 깻넘전망대에 올라 서쪽에 보이는 우람한 바위봉우리가 ‘막산’이다. 섬 끝부분에 자리한 마지막 산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깻넘전망대에서 내려와 막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큰굴’이라 쓰인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눈 아래로 절경이 펼쳐진다. 움푹 팬 해식동굴에서 울리는 파도소리가 무척이나 크다. 큰굴에서 불을 피우면 약 1km 동쪽에 떨어져 있는 팽바위에서 연기가 난다고 한다.
![깻넘전망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6%2F08%2F31%2F2016083101934_3.jpg)
큰굴 이정표 지점에서 400m 떨어진 막산전망대는 하화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막산전망대 서쪽에 거북이 등처럼 납작하게 보이는 작은 바위섬이 ‘장구섬’이다. 주변에는 여(嶼, 물 속에 잠긴 바위)가 많아 진풍경이 연출된다.
섬 모양이 민속 악기 장고(杖鼓)를 닮아서 장구섬이라 불렸으며, 공식명칭은 ‘장구도(將求島)다. 오래전에 한 가구가 살았다고 하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이다. 장구도엔 세뿔석위, 바위손, 다정큼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살고 있는 등 식생과 자연성이 우수해 ‘특정도서’로 지정되었다.
여수시는 막산전망대에서 장구도를 잇는 140m의 구름다리와 탐방로 1.4km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환경부가 시행하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여수시는 기존의 계획 대신 막섬전망대에서 깻넘전망대까지 약 100m의 현수교를 놓기로 했고,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케이블 공사가 한창이다. 이 현수교가 놓이면 하화도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안길을 따라 15분이면 ‘애림민야생화공원’에 당도한다. 여기서부터 선착장까지 둥글고 작은 몽돌이 깔린 해변이 이어진다. 2001년 제작된 꽃섬(flower island)’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 옥남이의 대사 중 이런 부분이 있다.
“남해에 있는 꽃섬에 가요. 거기에 가면 아픔도 슬픔도 다 잊을 수 있대요.”
여유와 낭만, 행복……. 힐링의 섬 하화도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단어들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 계절, 한가롭게 다녀올 수 있는 하화도를 적극 추천한다.
![하화도 개념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6%2F08%2F31%2F2016083101934_4.jpg)
산행길잡이
하화선착장~정자1~시짓골전망대~정자2~순넘밭넘구절초공원~큰산전망대~깻넘전망대~막산전망대~애림민야생화공원~선착장 <약 5.7km, 3시간 30분 정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여수까지 1일 27회(첫차 05:30 , 막차 24:00) 버스가 운행한다. 우등고속 3만,800원, 일반고속 2만,700원. 4시간 15분 소요. KTX는 용산역, 광명역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운행한다. 용산역에서 1일 10회(첫차 05:20, 막차 21:40) 운행. 요금 4만7,2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여수에서 하화도까지는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06:00, 14:20) 태평양1호가 운행한다. 요금 9,700원. 1시간 30분 정도 소요. 백야선착장에서는 대형카페리3호가 1일 3회(08:00, 11:30, 14:50) 운행한다. 개도(여석), 개도(모전) 경유. 요금 편도 6,000원.
문의 태평양해운 061-686-6655.
숙식(지역번호 061)
하화도 선착장 근처의 하화도꽃섬길식당펜션(666-5892)은 최근 지어 깨끗하다. 바로 앞에 바다가 있는 것도 장점. 우럭매운탕과 백반 등을 내는 식당도 함께 운영한다. 이밖에 꽃섬민박식당(665-1002), 하화도 민박식당(665-5491) 등이 있다.
하화도에서는 해풍 맞은 부추로 만든 부추전과 서대회 무침을 권한다. 서대는 예로부터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지방에서 잡히던 물고기였다. 막걸리를 삭혀서 만든 식초로 야채와 함께 양념에 무쳐낸 서대회 무침은 6~10월의 별미다. 하화리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노인정(665-4807)과 이장이 운영하는 와쏘식당(665-5496)이 있다. 부추전 6,000원, 서대회무침 작은 것 2만 원. 개도막걸리를 곁들여 셋이 먹어도 푸짐하다. 백야리선착장에 있는 손두부집(685-1027)도 입소문 자자한 두부집이다. 며느리가 2대째 물려받아 영업 중이다. 두부 대 1만 원 소 5,000원(사갈 때는 대 6,000원. 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