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말, 안녕하세요.
김춘수 시인의 ‘꽃’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본 시 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람사이 인사 나눔은 곧 지나가는 꽃을 부름과 같지 않을까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우리 옆집에 사는 아이, 위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매일 아침 출근길이면 꼭 만나는 마당 쓸고 계시는 경비 선생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주 들리는 구멍가게 사장님..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라 하더라도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서로에게 타인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말을 나누진 않더라도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 한 마디라도 나누는 사이가 된다면 그들은 서로에게 꽃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더 이상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의미 없는 사람이 아닌, 하루 일상을 함께하는 ‘우리’가 되는 것이죠.
인사 하나로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복잡하게 얽혀진 관계는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의 둘레에서 한, 두 명쯤 인사 나누고 지내는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는 삶을 꿈꾸지 않을까요? 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사람다움이 있고 사회다움이 있는 것 아닐까요?
인사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우리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무서운 사건사고들이 당장 인사를 나눈다하여 모두 사자질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평범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도 인사 나누는 이웃 여러 명,
어려운 일, 기쁜 일이 있으면 나눌 수 있는 그런 둘레사람 한 두명만 있어도
삶에 꽃들이 더해지는 것이니 더 따뜻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경로당 어르신과 함께하는 인사캠페인은 꽃들로 가득한 마을을 꿈꾸며
사람들 마음에 꽃을 심는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 좋은 이웃이 되요. 1차 인사캠페인 이야기 (06.28)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입에 담기도 무서운 뉴스들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는 어느새 너무 쉽게 부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물들어버린 일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에 감동이 일어나는 그런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분명 우리 주변에도 또 다른 어느 곳, 어느 때에는 이웃과 인정이 살아있을 텐데 말이죠.
6월 28일, 청라에 어느 아파트는 마을 사람들의 인사 나누는 소리로 동네가 한껏 들썩였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주로 경로당과 집을 오가던 어르신들이 오늘만큼은 인사캠페인으로 아파트 이웃들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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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부터 더운 여름이 오기까지, 천천히 어르신들과 캠페인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캠페인 일자는 다가오는데.. 때마침 장마도 같이 시작되어 며칠 전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청라호반베르디움18블럭아파트 경로당 회장님과 연락 주고받으며, 당일에 비가 안 오도록 열심히 하늘에 기도하자 했습니다. 어르신들과 열심히 준비 한만큼 마음으로 제발 비가 오지 않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캠페인 당일 오전부터 날씨가 흐리더라고요.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예정된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불안한 마음 가득 안고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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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미리 경로당에 어르신들과 모였습니다. 경로당 분위기가 흐린 날씨 때문인지 어르신들의 기운도 축 가라앉은 듯 했습니다. 예정대로 팝콘기계 사용법을 익히고 오늘 진행될 인사캠페인 진행 방법에 대해 설명 드리고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인사캠페인 바로 1시간 전, 어르신의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더 많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데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첫 캠페인에 욕심이 컸던지 잘하고 열심히 하고자하는 마음만 앞서 어르신들께 자칫 캠페인 전에 부담감을 안겨드린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다음에는 며칠 여유를 두고 어르신들과 호흡을 맞춰 충분히 연습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믿고 지금까지 준비했던 그 과정을 믿고 캠페인에 열심히 임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김광영 선생님께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뒤에서 많이 챙겨주셔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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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 직원 분들의 도움으로 천막을 치고 어린이집의 협조로 전기선을 끌어 사용했습니다. 인사캠페인 시작하기도 전에 몇 몇 아이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르신들도 신기, 저도 신기했습니다. “이따 인사캠페인 하니깐 팝콘 먹으러 와~”하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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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시작과 동시에 다행히 조금씩 내리던 비가 멈췄습니다.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습니다. 호반 회장님은 다트 던지기 미션 활동에, 구순 어르신은 이웃 간 인사말 정하기 활동에 그리고 다른 어르신들은 팝콘 만들기 활동을 맡았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인사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어린이집 하원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시작으로 하교하는 학생들, 캠페인 소식을 알고 찾아와주신 주민님들까지.... 한 쪽 어깨는 ‘이웃과 인사합시다!’ 문구가 적힌 근사한 어깨띠를 두르고 1시간이 넘도록 인사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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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께 감사합니다! 말씀드리기 미션이 나온 아이들은 근처 경비사무소에 찾아가 인사드리고 왔고, 부모님은 아이들 3초 동안 안아주었습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서로 정답게 안아주며 인사했습니다. 다소 정신은 없었지만, 어르신들의 모습이 정말 근사해보였습니다. 주민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그 뒤에 주민들은 이웃끼리 어떻게 인사하고 싶은지 의견을 적는 과정도 재밌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신선한 답안도 있었고,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인사말도 있어 놀랍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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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은 “안녕하세요. 우리 좋은 이웃이 되요.” 입니다.
이렇게 짧게라도 인사 나누는 이웃들이 많아진다면, 그 아파트는 그 동네는 정말 좋은 이웃 관계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말에는 힘이 있고, 또 인사말의 힘은 더욱 강력하니 말입니다.
이 외에도 “같이 놀아요.” “사랑해요.” 등등 아이들의 참신한 답변도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얼마나 웃었는지요. 중간에 큰별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비타민 음료를 챙겨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주민들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하셨던 어르신들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주민들의 모습에 신기해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팝콘이 부족해 새로 튀겨내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때문에 캠페인 후반으로 갈수록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다음 인사캠페인 때에는 많은 주민이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짧은 시간에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인사캠페인은 경로당 어르신 5명이 참여하셨습니다. 하지만, 80명이 넘는 주민들이 캠페인을 채워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기록보다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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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주민들이 어르신들의 좋은 둘레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 인사 소리가 꽃이 되어 울려퍼지는 마을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예정된 인사캠페인 시간보다 30분을 더 진행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캠페인이 끝나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오늘 하루 열심히 캠페인에 참여하신 어르신과 뒷정리를 도와주신 관리사무소 직원분들께 푸드뱅크 박기운 선생님이 챙겨주신 음료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기운 선생님 감사해요!)
다음 모임은 올해 첫 캠페인에 참여하셨던 어르신들과 추억을 나눕니다. 그리고 오늘 받았던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어르신들과 ‘우리 아파트 고유 인사말’을 정하고 다음 인사 캠페인에서 이를 주민들께 어떻게 알릴 것인지 의논하려 합니다.
어르신들, 오늘 정말 멋졌어요. 마을의 어른으로서 인사캠페인에 참여하려는 그 마음... 마음다해 도울 수 있게 더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