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하여 3학년 학생들과 새로운 배움 해보았어요.
그 동안은 내가 직접 경험하진 않았던 사건들, 나와 관계 맺지 않은 이가 적은 글을 주로 읽으면서 공부했었지요.
이번 방학에는 내가 직접 겪었던 사건, 또 나와 관계 맺었던 이들이 적은 글 속에서 "역사"를 찾아보기로 하였어요.
3년동안 나 또는 우리 학교의 누군가가 적은 글을 찾아서,
지금 나에게 그 역사가 어떤 의미가 있나 적어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어느 샌가 과거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의 글을 보면서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나 새삼스럽게 바라보기도 하였고요.
또 누군가는 다른 이가 적었던 글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비추어 생각해보기도 하였어요.
--------------------------------------------------------------------------------------
[지호]
나에게 의미있었던 글은 “올해 봄여름학기 다짐글”이다.
올해 다짐글에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이런저런 후회를 꽤 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후회 중 내가 가장 많이했던 후회는 관계에 대한 후회였다. 내 바로 위 선배들이 졸업을 하니 있을 때 잘할 걸 이런 후회도 되고 전체적으로 나를 잘 드러내지 못한 거 같아 후회했다. 그래서 올해가 빛알찬 학생으론 마지막이니 더 이상 이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후회하지 않기를 다짐했다. 그 다짐 지킬려고 푸름찬 두레에도 들어가고 나를 드러내려고 맑아지려고 나름 노력했다. 이 노력 덕에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올해 다짐글이 나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수인]
나에게 의미있었던 글은 “1학년 때 쓴 자기소개글”이다.
이 글이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어떻게보면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나를 알린 때이기도 하고 이 때에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아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엄청 어린애로 느껴진다. 처음 중학교에 들어와서 설레하고 떨려하는 내 마음이 느껴지는데 지금 나는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게 시간이 참 쁘리게 간다고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동무들에게 나를 처음 알린 글이기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서현]
숙제를 하려고 글들을 살펴보았다. 문집도 보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쓴 글도 좋지만 내가 쓴 글 중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찾아보다가 겨우 정했다. 2022년 12월 30일에 내가 적은 나이에 대한 글이다. 내용은 대략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는데 그게 뭘까? 깊이 생각해본 글이다. 글을 찾을 때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찾고 싶었다. 많이 봤는데 내 마음에 딱 와닿은 글은 없었다. 그런데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 좋아졌다. “한 해 한 해를 만족하면 된다는 결론이었는데 더 들어가서 하루하루를, 그리고 그 하루가 꼭 즐겁지 않았어도 의미 있었으면 된다.” 라는 말이었다. 요즘에는 기복이 심해서 내가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일 때가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 말이 확 와닿았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내가 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했다. 알아차리면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알아차려도 내 몸과 마음을 전환하기가 어렵다. 그 상황에서는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어서 멈춰...’ 하는 생각이 절실한데 실제로 보여지는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쳐져있고 힘들어하는 나를 동무들이나 가족들한테 보여주기 싫고 밝게 대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 ‘쟤가 왜 그러지’하거나 피하게 될까봐 마음이 답답하다. 그리고 좀 두렵기도 하고 미안하다. 마음하고 생각하고 다르니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애매한 것 같다. 실제로 마음이 안 날 때가 많다. 그런데 기분이 좋거나 평범할 때 뭔가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꺼려진다. 왜냐하면 지금 말했다가 언제 싫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기운이 없을 때 누군가 그런 것을 묻거나 이야기 나누면 내 마음과 다르게 얘기를 하게 되는 것이 너무 찜찜하고 힘들다. 그렇다고 그냥 내 감정을 있는대로 얘기하면 실망하게 되거나 관계를 망칠까 겁이 난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보통은 지금 내 마음을 막 얘기한다해도 언제 마음이 바뀔지 알 수가 없어서 함부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이 문제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또 이거에 해결책을 찾거나 위안이 되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해서 그런 글을 찾았다. 그런데 글 마지막에 ‘그날은 행복하지 않았어도 그 날을 통해 더 행복해 질 것이고 돌아보면 그 날도 추억일테니...’ 라는 말이 고맙게 들리고 힘이 되었다. 이런 마음의 기복은 누구나 일어나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너무 힘을어지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그것에 갇혀서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내 나이 때에 당연한 현상으로 좋게 받아들이고 싶다. 지금은 가끔씩 즐겁지도 않고 우울할 때가 있는데 그 시간들을 오히려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 날 밤에 나름 의미있었다고 느낄 수만 있다면 좋겠다. 이 글처럼 언젠가는 추억이 되고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꽤 많이 힘들었었는데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뜻 있었다고 여겨진다. 항상 만족하는 것 만큼 좋은 건 없다. 되새겨본다. 오늘도 고맙다.
[봄]
나에게 의미있었던 글은 “한 선배가 쓴 졸업소감문”이다.
그 선배는 때때로 학교에서 다른 이들이 알고 있는 대화주제에 자기는 잘 몰라서 혼자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 선배처럼 동무들과 얘기하고 싶었지만 잘 모르는 얘기였고 알아보는 방법도 잘 몰랐다. 하지만 올해가 되면서 두 새내기와 놀면서 얻게 된 정보와 그 둘이 알려준 덕분에 동무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들렸다. 그러면서 동무들이 나눈 이야기가 뭔지 알아보기도 하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씩 낄 수 있게 됐다. 이야기 내용 자체는 재밌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재밌어서 계속 알아보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진짜 좋아하던 것들을 잘 못하게 됐다. 동무들과 얘기 나누는건 참 좋지만 삶의 흥미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젠 동무들이 하는 것에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나도 즐거운 걸 하며 얘기를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