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전진교와 소요공자의 관계
양자강을 따라 떠돌던 두 여인은 건강성에 이르렀다.
매초풍과 엽청청은 먼저 객줏집에 들어가 잠자리를 정했다. 그리곤 다시 거리로 나왔다.
두 여인 모두 워낙 빼어난 미모인지라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사내들이 겹겹이 두 여인을 둘
러싼 채 희롱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매초풍이 바라던 상황이었다. 사내들이 많이 모일수록
소문은 빨리 퍼지기 때문이었다.
매초풍이 한참 사내들과 농을 주고받고 있는데 웬 사내 둘이 앞으로 나왔다. 몸집이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한 사내는 봉두난발에 검정색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었다. 다른
사내는 검은 색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맨발 차림이었다.
"철시, 오늘 네 년을 요절내고 말겠다!"
칼을 찬 사내가 대뜸 매초풍에게 욕을 해댔다. 매초풍은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내
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매초풍이 의아한 눈으로 서 있자 맨발의 사내가 입을 놀렸다.
"우린 금도채의 호걸들이다. 난 두아맹(杜阿猛)이고 이 친구는 엄기(嚴奇)라고 한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금도채 화적들이 건강성까지 나타났으니 야단났다
는 표정들이었다. 구경하던 사내들이 모두 도망치고 몇몇만 남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매초풍은 두아명과 엄기에 대한 소문을 약간 들어 알고 있었다. 두아명의 별호는 '각답삼산
무적수(脚踏三山無敵手)'라고 하는데, 한 쌍의 큰 발은 무쇠보다 더 강하며 칼과 창도 두려
워하지 않는 자였다. 엄기는 금도채의 두목인 금도 임청의 제자로 별호는 소금도(小金刀)였
다. 그는 '금도일백영팔식'의 진수를 잘 알고있는 임청의 수제자였다.
"언니, 이 사람들이 언니의 원수들인가요?"
엽청청의 물음에 매초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두아명이란 놈은 개똥을 밟아도 냄새를 모르는 놈이라고 통하지. 또 엄기는 임청의 일등
제자지. 강호에서는 발톱 깎는 칼이라고 알려져 있어. 청청아, 저 두아명이란 놈의 발을 봐
라. 바로 엄기란 놈이 그 발톱 깎는 칼로 다듬어 놓기는 했지만 그럴수록 흉칙스럽고 도적
의 발처럼 커진단 말이다."
구경하던 사내들은 비록 내막은 잘 몰랐지만 매초풍의 말에 흥미를 느끼는 기색들이었다.
두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두아명이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매초풍, 관청에 붙잡혀 갈지언정 네 년 같은 잡년은 죽여야겠다. 이 발로 개똥인 네 년을
밟아 주겠다!"
두아명은 오른발을 들어 매초풍을 밟으려고 했다. 매초풍이 몸을 슬쩍 피하며 소맷자락으로
코를 막았다.
"정말로 냄새가 심하네!"
엄기가 후배관도(厚背寬刀)라는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그는 매초풍의 정수리를 향해
칼을 내리쳤다. 매초풍이 또 날쌔게 몸을 피하며 깔깔 웃어댔다.
"오호호호, 성질이 급하시군!"
엄기가 금도일백영팔식의 초수를 쓰면서 칼을 돌리기 시작했다. 매초풍을 향해 서서히 접근
해 오는 그의 전신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구경하던 사내들이 아우성을 치며 좋아했다.
엽청청은 싸움이 벌어졌는데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녀의 무공은 대단하지 못했지만 구경
꾼들이나 화적 떼들보다는 나았다. 그래서 두아명의 발 힘은 대단하지만 민첩하지 못하며
단조롭다는 것을 읽어냈다. 그리고 엄기가 비록 칼을 멋지게 쓰는 것 같아도 겉치레가 요란
하고 아직 깊이가 없다는 것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매초풍은 반격하지 않고 두 사내의 공격을 막기만 했다. 사실은 더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
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온 성안의 사람들이 다 와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자신
들의 소문이 어서 넓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백여 합을 겨루고 나니 두아명과 엄기는 맥이 빠졌다. 두아명과 엄기가 뒤로 물러서며 지껄
였다.
"철시, 오늘은 네 년을 살려 주겠다. 하지만 다음엔 어림도 없을 줄 알아라!"
그러나 오히려 살려 준 것은 매초풍 쪽이었다.
"두목인 임청을 오라고 해라!"
매초풍은 두 사내가 사라져 가는 쪽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매초풍이 엽청청에게로 다가
왔다.
"청청아, 넌 언니에게 경공을 배울 생각이 없니?"
"배우고 싶어요."
엽청청이 슬쩍 능청을 떨었다.
"하지만 언니가 과연 내게 가르쳐 줄 수 있을지……."
매초풍도 은근히 말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경공은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건데 내공에도 조예가 깊어야 한다. 깊은 내공을 지니려면
천산 마귀할멈을 꼭 찾아야 해. 그 분은 반드시 너에게 경공을 가르쳐 줄 거다."
매초풍이 다시 천산 마귀할멈을 들먹이자 엽청청은 또다시 표정이 굳어지며 앙칼지게 쏘아
붙였다.
"만나도 난 어머니란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알았어. 내 다신 그 이야긴 꺼내지 않을게."
매초풍은 엽청청을 데리고 객줏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구경하던 사내들은 매초풍의 무공
을 알고는 더는 접근하지 않았다.
두 여인이 한 객점 앞을 지나는데 이층에서 갑자기 누군가 뛰어내려 가로막았다. 엽청청이
살펴보다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층에서 뛰어내린 자는 두 명이었는데 하종과 노위였다. 하종이 무쇠부채를 활짝 펼치더니
슬슬 부치면서 물었다.
"엽 소저는 그동안 무사하였는가?"
엽청청은 이들을 대하자 어쩐지 어색해 다소곳이 머리를 숙였다.
"전 무사해요. 하 공자님도 무사하셨어요?"
원래 시원시원한 성미를 지닌 노위가 불쑥 끼여들었다.
"이 사람들 초면도 아닌데 무슨 인사야?"
노위가 하종의 어깨를 탁 치면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오매불망 그리던 엽 소저가 눈앞에 있는데, 왜 이렇게 멋대가리가 없어?"
하종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노위가 껄껄 웃으면서 엽청청에게 시선을 주었다.
"소저는 잘 모를 거요. 소저가 철시에게 붙잡혀서 강호를 떠돈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가 얼
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말이오. 그래서 단숨에 삼백 리나 달려온 길이라오. 바로 이 친구가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온 셈이지."
그리고 나서 노위는 연신 싱글거리며 엽청청의 반응을 살폈다. 하종은 비록 강호의 협객이
긴 하지만 선비 가문에서 태어난 서생이라 노위의 노골적인 표현을 듣고는 어쩔 줄 몰라 했
다. 하지만 노위가 한 말은 모두가 사실이었다. 한편 자신의 마음을 엽청청에게 보인 것 같
아 시원하기도 했다.
엽청청도 이곳으로 오는 길에 매초풍으로부터 하종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방금 노위의 솔직한 말도 들었고 또 그 말에 얼굴을 붉히는 하종을 보면서 엽청청은 마음속
으로 명확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하종을 영웅호걸로 협객으로 존경해 왔
고 호감 또한 갖고 있었다. 그를 사모하는 마음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하
종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많은 부분
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떠올렸다. 하지만 사랑이란 미지수인 상태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매초풍은 하종과 엽청청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
다. 그러나 매초풍은 즐겁지가 않았다. 그녀는 하종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엽청청을 자기 뒤로 세우고는 쌀쌀맞게 말했다.
"청청에게 눈독을 들인 자가 있다 해도 우선 내게 물어 봐야 할 거예요."
노위가 눈을 치뜨면서 대들었다.
"그러면 내가 물어 보겠네. 그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는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는 걸 찬성하는가?"
"난 허락할 수 없어!"
매초풍은 찬바람이 일 정도로 매몰차게 대꾸했다. 그녀의 딱 부러진 거절에 화가 난 노위가
두 눈을 부릅뜨자 하종이 말렸다.
"오혈궁을 소탕하는 일에 철시의 공이 제일 컸네. 그때 우린 매초풍에게 시끄러운 일을 만
들지 않겠다고 대답한 적이 있지 않나. 그러니 우린 신의를 지켜야 하네."
노위가 큰소리로 말했다.
"엽 소저가 이런 못된 여인과 강호를 떠도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네. 소저의 장래에 불리
하지. 원래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도 철시와 함께 있으면 악인이 되거든."
엽청청이 얼굴을 쳐들며 하종에게 물었다.
"하 공자님, 오혈궁을 소탕했다는 건 무슨 뜻이죠? 또 언니의 공이 크다는 건 무슨 소리에
요?"
매초풍이 급히 하종을 바라보면서 한쪽 눈을 꿈벅였다. 그리곤 대신 말을 가로챘다.
"아무 일도 아니야. 하 공자님이 그저 허튼소리를……."
매초풍은 잔뜩 긴장해 가지고 엽청청의 손을 잡고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엽
청청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계속 따지고 들었다.
"하 공자님, 대관절 오혈궁에 무슨 일이 생겼죠?"
하종은 오혈궁이 개방에 의해 소탕된 일은 이미 강호에 소문이 자자하므로 그녀가 알고 있
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엽청청은 아직 모르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는 무슨 특별한 사
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하종이 엽청청에게로 다가서며 오히려 반문했다.
"엽 소저, 오혈궁은 이미 두 달 전에 개방의 무리들이 쳐들어 가 전멸당했어요. 엽 소저는
정녕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엽청청이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오혈궁은 심산 속에 있고 길목마다 숱한 장애물과 올가미들이 있어
요. 개방의 무리들이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단 말이죠?"
"그건 이 매 소저가 개방을 위해 길을 안내해 준 덕분이죠."
하종이 매초풍을 향해 읍을 하며 말을 이었다.
"매 소저는 무림을 위해 큰 공을 세웠지요. 그때부터 중원 무림에서는 매 소저를 다른 눈으
로 보게 되었답니다."
엽청청이 매초풍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언니, 하 공자님이 방금 하신 말씀들이 모두 사실인가요?"
매초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청청의 얼굴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 잠시 말문을 잃고 머뭇거리던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잘됐어요. 오혈궁 문하의 사람들이 의롭지 못한 일들을 수없이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 마땅
해요."
엽청청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흠칫 떨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죠?"
하종이 대답했다.
"붙잡힌 오혈궁 제자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개방이 오혈궁을 소탕하기 전에 묘 궁주는 이미
살해되었다고 하오."
"살해? 누가……?"
"천산 마귀할멈에게 죽었는데 여혈의가 묘 궁주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했소."
엽청청은 입을 반쯤 벌리더니 신음 소리를 냈다. 그리곤 뒤로 넘어졌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
었다.
하종이 얼른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엽 소저!"
"기절한 것뿐이에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매초풍은 자신에게 엽청청을 넘겨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하종은 엽청청을 안은 채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매 소저는 엽 소저를 데리고 갈 수 없소!"
노위가 주먹을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이 몹쓸 년, 더는 엽 소저를 해칠 생각을 말아라!"
매초풍이 순간 노위의 주먹을 향해 장을 날렸다. 펑 하는 굉음이 울리며 노위가 대여섯 걸
음 뒤로 밀려갔다.
'그, 사이 공력이 크게 늘었구나. 몇 달 전만 해도 철금강 아수라보다 조금 강했을 뿐인데
지금은 여혈의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정도야!'
노위가 속으로 감탄을 했다. 그는 다시 주먹을 단단히 틀어쥐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구경하
던 사람들은 그 주먹에 한 대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거라고 수군거렸다. 노위의 주먹이 매초
풍을 향해 떨어졌다. 매초풍이 슬쩍 몸을 날려 그의 공격을 피했다. 주먹은 빗나가 땅바닥에
내리꽂혔는데 한 뼘 정도나 깊이 파여 자국을 남겼다.
"간다!"
노위가 눈에 불을 켜며 다시 질주해 왔다. 순간 매초풍이 손을 들어 날카로운 손톱을 앞으
로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의 손톱들에서 나는 괴상한 소리에 놀란 노위가 몸을 뒤로
빼면서 물러났다.
매초풍이 웃어대자 그녀의 팔이 갑자기 길어졌다. 노위가 미리 알고 피했으니 다행이지 잘
못했다가는 그 손에 잡혀 숨통이 막혔을 것이다.
하종은 한 손으로 엽청청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쇠부채로 매초풍의 혈도를 겨누었다.
하종이 드디어 부채 끝으로 그녀의 혈도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매초풍의 시선이 하종에게로
돌아가자 비로소 노위가 위기에서 풀려났다.
"먼저 엽 소저를 빼돌리세!"
하종이 노위에게 귀띔하자 두 사람은 거리의 사람들을 헤집고 나갔다. 갑자기 그들의 머리
위에서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허공을 올려다보니 매초풍이 어느새 행인들 머리
위를 날아왔다. 그녀가 하종과 노위 앞으로 뛰어내리며 협박했다.
"목숨을 건지고 싶거든 엽청청을 내려놓아라!"
매초풍이 손을 뻗어 엽청청을 거머쥐려고 했다. 하종은 매초풍이 혼수상태에 처한 엽청청을
다치게 할까 봐 몸을 슬쩍 돌렸다. 그리곤 엽청청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철선을 쭉 펴서 매
초풍의 손목을 후려쳤다. 그 무쇠로 만든 부채의 겉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는데 하종의 팔힘
이 가해지면 어떠한 병장기보다 위력적이었다.
구음백골조를 이미 몸에 익힌 매초풍의 두 손 역시 칼과 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번개같이 손목을 뒤집으면서 다섯 손가락으로 철선을 잡더니 왼손으로 하종의 가슴팍을 내
질렀다.
이때 노위가 달려들어 주먹으로 매초풍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매초풍은 그의 주먹이 강한
줄 알고 있기에 급히 손을 되돌려 노위의 손목을 할퀴려고 했다. 노위도 곧장 오른쪽 주먹
을 뒤로 끌어오고 왼쪽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시에 하종은 철선으로 그녀의 숨통을 노
렸다.
매초풍이 서서히 마공을 쓰기 시작했다. 진기를 양팔에 가득 모았다. 긴 머리카락들은 순간
뒤로 흩어져 괴상한 형태를 이루었다. 이윽고 그녀는 두 손을 펴 매발톱처럼 만들고는 하종
과 노위를 공격했다.
그러자 하종과 노위의 주먹은 매초풍에게 미치지 못했다. 또한 매초풍의 손톱 역시 두 사람
의 몸 어디에도 닿지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무공에 대해 너무도 잘 알
고 있었다. 각자의 무공이 절대의 경지에 가까웠으므로 한 번 충격을 받으면 끝장이었다. 그
래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중에서 그나마 불리한 사람은 하종이었다. 그는 엽청청을 끼고 있었기에 충분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하종은 점점 힘이 빠졌다. 웬일인지 노위 역시 차츰 공격 빈
도가 약해졌다.
반면에 매초풍은 구음백골조와 최심장을 번갈아 쓰며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진기가 넘쳐흘러 마치 맹수와도 같은 표독스런 동작을 만들어 냈다.
매초풍은 엽청청 때문에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하종을 집중 공략했다. 과연 하종
은 매초풍의 손톱과 장을 막느라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했다.
매초풍의 눈빛이 순간 반짝하였다.
"받아랏!"
최심장이 하종을 향해 날아갔다. 사실 그녀는 엽청청을 노리고 뿌린 것이었다. 그녀의 예상
대로 하종이 엽청청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때 매초풍이 계산해 두었던 다
음 동작을 취했다. 그녀가 다시 최심장을 날렸다. 엽청청을 안고 있던 하종의 가슴으로 두
번째 최심장이 스쳤다.
"으윽……."
하종은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혈도가 끊어져 입으로 검은 피를 토했다.
노위가 달려들었다. 매초풍이 이번엔 노위를 향해 장을 날렸다. 순간 그녀가 노위의 옆구리
를 타고 등뒤로 자리를 바꾸었다.
노위의 왼쪽 팔에 이미 매초풍의 손톱 자국이 다섯 개나 나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
다.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다.
"이런……."
노위는 얼른 스스로 별도를 눌러 지혈을 시켰다.
매초풍이 웃음을 터뜨리며 엽청청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비웃듯이 말했다.
"하 공자님, 엽청청은 바로 천산 마귀할멈의 딸이랍니다. 청청이를 아내로 맞아들이려면 먼
저 그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거예요."
하종은 매초풍이 엽청청을 가로채려고 하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의 입에서는 연신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의 안색이 차츰 노랗게 변해 가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매초풍이 막 손을 내밀어 엽청청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이 때 갑자기 누군가 고함을 지
르며 동시에 병장기가 허공을 가르면서 날아왔다. 매초풍이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며 두 손
바닥으로 앞가슴을 막았다.
날아든 병장기는 녹이 슨 검이었다. 하지만 날만은 잘 갈아져 있어 서릿발처럼 번뜩였다.
검잡이는 흰 옷차림으로 깨끗해 보이는 사내였다. 얼굴빛은 창백하다 못해 얼음장 같았다.
나막신을 신고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딸깍딸깍 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절정공자로군!"
매초풍이 저도 모르게 이런 소리를 냈지만 절정공자 탁운백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하종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떼었다.
"하 공자, 많이 다쳤는가?"
노위가 달려와 역시 하종을 부축하며 대답했다.
"탁 공자님, 한걸음만 늦었더라도 우리 두 사람은 저 철시 년에게 당했을 겁니다."
하종도 정신을 차리면서 탁운백에게 말을 건넸다.
"탁 형, 저 철시라는 못된 년이 엽 소저를 빼앗으려고 하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돼
……."
말을 하면서도 하종은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먼 곳으로부터 한 여인이 달려온 것은 바로 이때였다.
역시 흰 저고리에 흰 치마를 입은 여인이었는데 꽤나 미인이었다. 여인은 다름아닌 탁운백
의 아내인 유정아였다. 유정아는 하종과 노위가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곁에 있던 매초풍을 보고는 사태를 얼른 짐작했다.
유정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엽 소저는 어떤가요?"
그녀가 급히 엽청청을 안았다.
유정아가 오혈궁에 들어가서 묘상의 일곱 번째 첩 노릇을 할 때 묘상은 엽청청을 양육하는
소임을 그녀에게 맡겼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와 엽청청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탁운백은 녹이 슨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는 칼날 같은 눈길로 매초풍을 쏘아보았다.
"매초풍, 우린 네가 개방을 도와서 오혈궁을 소탕했기에 그대가 뉘우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 개꼬리는 몇백 년을 묵어도 황모가 되지 못하는구나!"
탁운백이 꾸짖으며 검을 앞으로 힘껏 내리찔렀다. 매초풍이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줄곧 절정공자 탁운백의 절정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탁운백과 겨룰
만한 공력을 몸에 지니고는 있지만 그의 위엄 앞에서는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특히 탁운백
의 얼굴에 서린 정의의 기운이 매초풍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매초풍은 눈치를 살피더니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탁운백은 하종과 노위의 상처가 걱정스
러워 그녀를 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검을 거두고는 유정아와 함께 하종과 노
위 그리고 엽청청을 부축하여 개방의 분타를 향해 걸어갔다.
매초풍은 여러 거리와 길목을 따라 도망을 쳤다.
그녀는 탁운백이 쫓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앞에서 거렁뱅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앞장을 선 자는 개방의 육대 제자 상승이었
다. 매초풍은 화살에 놀란 매처럼 잔뜩 긴장을 했다. 개방이 자신을 잡으러 온 것으로 여기
고는 황망히 작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개방의 무리들이 지나간 뒤에야 그녀는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눈에는 또 낯설지 않은 사람이 들어왔다. 소요공자 악처후였다. 그녀는 또 급히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꽃무늬가 있는 주홍빛 두루마기를 입고 등에는 보검을 메고 있었다. 필시 무슨 좋은
일이 생긴 듯한 표정이었다.
개방에 의해 오혈궁이 소탕된 후부터 악처후는 자기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놈들이 없어졌
다고 믿었다. 태호 기슭에 있는 소요관은 비록 사라졌지만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는
계속 강호를 떠돌면서 계집질에 열중했다. 전진교의 일곱 영웅들은 악처후에게 다른 위험이
없게 되자 모두 종남산으로 돌아간 후였다.
악처후는 득의 양양한 기색으로 '강순주루(康順酒樓)'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층으로 올라
간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창문이 있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에 그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한 어여쁜 여인이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악처후는 옷자락을
여민 다음 그곳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
"여 소저, 안녕하셨소이까?"
자리에 앉아 악처후에게 손짓을 한 미모의 여인은 바로 여소교였다. 그녀가 몸을 세우더니
답례를 했다.
"악 공자께서 약속을 어기지 않고 찾아와 주시니 소녀는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내가 여 소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악처후가 아주 반가운 얼굴로 그녀 앞자리에 앉았다. 반년 전쯤부터 여소교는 갑자기 실종
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도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동시 진현풍
과 싸움을 하던 중 그에게 맞아 죽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절에 들어가 여승이 되었
다는 말도 했다. 또한 부잣집의 첩으로 들어앉았을 거란 추측도 나돌았다.
악처후는 소요관이 풍지박산이 난 뒤 줄곧 여소교를 찾아 다시 정을 나누려고 했었다. 그는
숱한 여인들의 살을 탐미해 보았지만 여소교만은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해검계에서 오
혈궁 궁주 묘상과 절정공자 탁운백이 무공을 겨룰 때 여소교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악
처후는 그 길로 달려갔었다. 하지만 그는 뭇영웅들과 오혈궁 무리들의 혈전을 보았을 뿐 여
소교를 만나지는 못했다.
며칠 전 악처후는 뜻밖에 여소교의 서찰을 받았다. 거기에는 그녀가 건강성에서 만나자고
밝히고 있었다.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한걸음에 달려온 길이었다.
어젯밤 건강성에 도착하였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라 한 객줏집에 잠자리를 정하였다. 그런데
여소교로부터 또 하나의 서찰이 날아왔다. 바로 다음날 이곳 주루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악처후는 슬며시 여소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름다움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악처후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여소교가 애교를 부렸다.
"호호호, 그렇게 사람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시면 배가 저절로 불러지나요."
"그래, 어서 술과 안주를 청해야지."
"호호호, 머리가 영 돌지 않으시는군."
탁자 위에는 이미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악처후가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는 머리를 긁적
였다. 그가 여소교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여 소저, 우리의 상봉을 위해 듭시다!"
악처후가 먼저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런데 여소교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여 소저, 무슨 일이오?"
악처후가 짐짓 걱정된다는 투로 물었다. 이윽고 여소교가 술잔을 비우고는 입을 열었다.
"절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겠죠?"
"물론이지.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여 소저를 잊은 적이 없다오."
그러면서 악처후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굴렸다.
'네 년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을까? 그리고 오늘 날
불러서 뭘 어쩌자는 게지. 조심을 해야겠는걸!'
여소교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 당신이 그리워서 미칠 것 같았어요."
악처후가 술을 다시 따랐다.
"여 소저는 대갓집의 규수인데 강호를 헤매면서 지난 세월 동안 어떻게 지냈소?"
여소교가 장탄식을 탁자 위로 쏟아놓았다.
"거렁뱅이가 될 뻔했어요. 다행히도 한 협객이 구해 줘서 그 집에 머물 수가 있었지요."
"누구였소?"
악처후는 약간의 질투를 느끼며 물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절 구해 준 협객은 여인이었으니까요. 흥,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전 당신
을 위해 제 몸을 지켜 왔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난 여 소저를 믿고 있다오. 설사 소저가 다른 사내를 따랐
다고 해도 난 상관하지 않겠소. 여전히 소저를 내 아내처럼 여기겠소."
"누가 당신의 아내라는 거죠?"
여소교가 쌀쌀맞게 눈을 치뜨며 쏘아붙였다.
"그럼 당신이 다른 여인들과 놀아난 일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여 소저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오."
"당신은 그럼 어떤 벌을 받고 싶으세요? 절 구해 준 그 여협객에게 대단히 무서운 주먹질을
배웠거든요. 잘못을 빌지 않아도 저에게 그 버릇을 고쳐 놓을 힘이 있다구요."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소. 하지만 절대 내 곁을 떠나지만 말아 주오."
두 사람은 티격태격 싸우다가는 정겨운 웃음을 나누곤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신없이
술잔을 주고받았다. 악처후와 여소교는 잔뜩 취해 가지고 주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줄곧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매초풍이었다. 그녀는 소요공자
악처후를 발견하고는 그의 뒤를 계속 따라왔던 것이다. 매초풍은 그들의 뒤를 계속 미행하
기로 마음먹었다.
'여소교가 그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났지만 옷차림이 화려하고 얼굴로 몰라볼 정도로
고와졌구나. 그동안 어디서 잘 먹고 잘 지낸 게 틀림없다. 더러운 년, 가는 곳마다 꼬리를
쳐서 사내들을 꼬드기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여우야!'
소녀공을 몸에 익히기 위해 매초풍 자신은 또 얼마나 많은 사내들과 뒹굴었는가. 그녀는 자
신의 과거는 까마득히 잊고 여소교를 경멸했다.
악처후와 여소교는 어느 아담한 객줏집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여소교가 미리 잡아 놓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빗장을 걸어 잠갔다. 매초풍은 창문 아
래로 다가가서 숨을 죽이고 방안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여소교는 한때 악처후를 죽도록 미워한 적이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왜 저 놈에게 붙어서
화해를 했을까?'
매초풍은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방안으로부터 악처후가 일부러 취한 척하며 여소교를 끌어안고 수작을 부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여 소저, 오랜만에 만나니 첫날밤보다 더 좋은데. 허허허……!"
여소교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제가 아무리 당신을 바람둥이라고 욕을 해도 첫날밤만 생각하면 언제나 당신이 떠
올라요."
"난 다른 여인들에게는 마음이 동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그대만 보면 걷잡을 수가 없어진
다구."
"그래요, 호호호……!"
여소교는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마치 악처후가 어서 옷을 벗겨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에
게 찰싹 달라붙었다.
"세상일이란 참으로 기기묘묘하단 말씀이야. 내가 천하의 영웅인데 그대의 치마 아래서는
벌벌 기는 무골충이 돼버리니 말이오. 영웅 호색이란 말이 맞긴 맞는가 보오."
악처후는 여소교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을 계속했다.
"요 귀여운 것. 그 소녀공에 대해서 좀 말해 보렴. 내가 그 속에 담긴 묘한 맛을 알려 줄테
니."
"오호호, 저를 구해 준 그 여협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소녀공은 여인들이 양기를 취하여 음
기를 보충하는 사공(邪功)이라고요. 당신 같은 사내들이 그걸 배워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요?"
"그저 호기심 때문이지 뭐."
"그 때문일까요? 솔직히 말하지 않으려면 당장 여기서 나가세요!"
"음, 그럼 내 말하리다. 소녀공은 확실히 여인들이 양기를 취하여 음기를 돕는 길잡이야. 하
지만 한 고명한 분이 일찍이 나에게 귀띔을 해준 적이 있소. 소녀공을 거꾸로 연마하기만
하면 사내들이 음기를 취하여 양기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쓸 수도 있다구 말이오."
"그래요? 그분이 누구죠?"
"알려 줘도 상관은 없지. 그분은 바로 화산 무예시합에서 동사 그리고 남제와 북개 등을 이
긴 왕중양이지."
"바로 전진교 교주인 왕 진인이란 말씀이에요?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그분은 매우 강직하고
공명정대하신 분이라고 하던데 어째서 그런 사공을 알고 있을까요?"
"왕중양이 무림에서 으뜸가는 고수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칭송했지만 사실은 그도
양심 없는 일들을 많이 벌였지."
"어떤 짓들을 했는데요?"
"하지만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돼. 내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대에겐 말해 주
겠소. 왕중양이 화산 무예시합에 참가하기 전의 일이지. 그때만 해도 손불이는 전진교에 갓
들어 온 인물이었고 구처기 역시 소년이었던 시절이었소. 왕중양은 비록 집을 떠나 도사가
되었지만 속세와의 인연이 끊나지 않아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임조영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지. 왕중양의 무공이 천하에서 으뜸이었지만 임조영의 무공도 그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
소.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나았지. 속담에 같은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살 수 없다고 하
듯, 왕중양과 임조영도 한곳에 사는 호랑이처럼 사이가 점점 나빠졌소. 원래는 서로 사모하
던 사이였지만 무공에서 서로 높고 낮음을 겨루다 보니 틈이 벌어진 거지.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은 원수처럼 등을 돌린 채 암투만을 벌이곤 했지."
"난 왕중양이란 분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싶어요. 상관없는 임조영은 왜 들먹이죠?"
"세상일에는 모두 원인이 있는 법. 이 일은 바로 왕중양과 임조영 사이에서 생겨난 거야. 임
조영 친청집에는 외사촌 동생 이씨가 있었는데 그녀처럼 무공에 열중했었지. 이씨는 왕중양
과 임조영이 무공을 겨룬다는 소식을 듣고는 구경하겠다고 졸라댔소. 원래 왕중양과 임조영
의 겨룸은 언제나 비밀리에 벌어지곤 했었거든. 무림에 소문이 나면 시비가 일어날까 봐서
였지. 그래서 임조영이 거절했더니 이씨는 그날 그녀를 미행하여 종남산에 이르렀던 거요
임조영은 내공에 조예가 깊었기에 귀도 상당히 밝았소. 그러나 길을 가면서 어떻게 하면 이
길 것인가만을 골똘히 생각하느냐고 이씨가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소.
왕중양은 먼저 나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소.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인삿말도 건네지 않
고 싸우기 시작했지. 맨손으로 싸우다가 두 사람은 검술로 승부를 내기로 했었소. 그때 왕중
양의 검술은 아직 절정에 오르지 못한 상태였소. 그래서 임조영의 검끝에 왕중양의 옷이 찢
어지면서 구멍이 뚫리게 되었지."
"어머, 왕중양이 임조영의 상대가 못 된다는 말인가요?"
"그렇구말구. 옷을 그 정도로 뚫었다는 것은 마음만 먹었다면 그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뜻
이 되지. 그러나 임조영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죽일 수 없었던 거요. 상황이 그렇게 되면
왕중양 입장에서는 패배를 시인해야 마땅했을 거요. 그 당시 왕중양은 무위지경에까지 이르
지는 못했었지. 그 경지에 도달했다면 처음부터 임조영과 무공을 겨루지도 않았을 테니까.
왕중양은 한 번 지고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소. 이때부터 두
사람의 무공시합은 생사를 놓고 하는 싸움으로 변하기 시작했지."
"흥, 왕중양의 명성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아주 무지한 사내로군!"
여소교가 빈정거렸다.
"그 말이 맞소. 몸을 숨기고 구경을 하던 이씨는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우자 그만 뛰어
나가 싸움을 말렸소.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살기로 충만해 있던 터라 이씨의 말을 들으려
고 하지 않았소."
잠시 숨을 가다듬은 악처후가 말을 계속했다.
차츰 위기에 빠져들던 왕중양은 체면을 세우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그는 내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임조영은 그의 검 끝이 살아나는 것을 보고는 역시 내력을 써 막았다. 무림의 고
수들은 무공을 겨를 때 원수간이 아니면 내력을 쓰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왜냐하면 일단
내력을 쓰게 되면 반드시 크게 상하거나 죽게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치명상
을 입을 수도 있었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씨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댄 것도 그런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
소리에 전진교의 일곱 제자들이 달려왔다. 자신들의 사부와 임조영이 내력을 겨루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경악했다.
그러나 평소 왕중양은 일곱 제자들을 엄히 다스렸기에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를 못했다. 보
다못한 이씨가 검을 뽑아 들고는 달려나갔다. 왕중양과 임조영의 맞붙은 검을 떼어놓으려고
힘껏 검으로 쳤다. 두 검날이 두 동강 났지만 이씨는 그 진동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내상
을 입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이씨가 과연 여걸이네요!"
여소교가 이씨를 칭찬하자 악처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씨는 의롭게 왕중양과 임조영을 구했지. 임조영은 급히 이씨를 부축했소. 이씨의 호의를
아는지라 미행한 걸 꾸짖지도 않았지. 그런데 왕중양은……."
"왕중양은 이씨 덕분에 살았고 게다가 일곱 제자들도 그 장면을 봤으니 그도 이씨의 은혜에
고개를 숙였겠네요?"
"흥, 왕중양이 그런 마음씨를 가진 인간인 줄 알아? 그는 오히려 이씨가 말린 것을 탓했지.
그는 반시간만 더 지나면 임조영이 지탱하지 못하고 자기 내력에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소.
그리고 이씨가 달려들어 뜯어말린 것은 임조영을 편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지."
"당당한 사내 대장부가 정말 째째하군요."
여소교가 이맛살을 찌푸리자 악처후가 입꼬리를 찢었다.
"어디 그뿐인 줄 아시오? 왕중양은 대로하여 검으로 이씨를 찔렀소. 이씨는 이미 내상을 입
은 상태라 막아낼 힘이 없었소. 임조영이 급히 검으로 막았지만 마음을 먹고 찌른 왕중양의
검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소. 결국 임조영의 검은 왕중양의 검을 막아내지 못했소."
"그럼 이씨가 그 검에 찔렸나요?"
"임조영조차 막아내지 못했는데 이씨가 무사할 수 있었을 것 같소? 이씨는 끝내 왕중양의
검에 찔려 죽고 말았지."
그는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었다.
"왕중양이 그다지도 무지하다니……!"
여소교는 악처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고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울지요? 그 이씨와 친척이라도 되나요?"
"그분이 바로 나를 낳아 준 어머니요."
여소교가 크게 놀라며 중얼거렸다.
"공자님의 신세도 비참하군요. 소문에 의하면 공자성과 전진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다고
하던데 바로 그거였군요."
"임조영은 왕중양을 배은망덕한 소인배라 욕하면서 그 후로는 다신 그와 만나지 않았소. 그
때서야 왕중양은 자기가 잘못했음을 깨달았지. 그래서 우리 집에 찾아와서는 전진파의 무공
을 모두 내게 전수해 주었던 거요."
"알고 보니 당신의 무공은 왕중양에게서 직접 전수받았던 거로군요."
"하지만 난 그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목숨이 귀중해. 어머니의 목숨만 살릴 수 있다면 전진
파의 무공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리겠소."
악처후가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소교가 그의 얼굴색을 살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공자님은 전진파의 무공 때문에 무림에 발을 붙일 수 있잖아요?"
"처음 어머니가 왕중양의 검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를 한칼에 죽이지 못하는 나 자신
을 원망했지. 하지만 아직 어리고 무공도 없으니 원한을 속으로만 품을 수밖에 없었소. 어느
날 왕중양이 날 찾아왔소. 자기가 한평생 동안 익힌 무공을 모두 내게 가르쳐 주겠다는 거
였소. 내가 무공을 익힐 수 있는 특별한 재목이라서가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그로
써 보상하려는 것이었지."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사나요? 왕중양이 제 마음 편하고자 하는 수작이지요."
"그 말이 옳소. 그래서 난 단호하게 거절했었소. 하지만 왕중양은 끈질기게 달라붙었소. 며
칠 건너 한 번씩 찾아와 나를 설복하려 했소. 그러던 중 난 고심을 했지. 왕중양의 무공을
모두 배워 놈보다 강해졌을 때 어머니의 복수를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말이오. 그래서 승
낙을 했던 거요."
"호호호, 어린 나이에 그만한 심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대단한데요?"
"놀리지 마오. 나도 어쩔 수 없어 생각해 낸 거니까. 그때 난 왕중양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
시했소. 첫째는 사부로 모시지는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
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소."
"그가 그 조건을 들어주던가요?"
"우리 어머니를 죽이고 자책감에 빠져 있던 터라 쾌히 받아들이더군. 난 왕중양에게 열심히
무공을 배워 익혔소. 오 년 남짓 되자 나는 전진파 장법과 검술을 배울 수 있었고 도가의
내공도 기초를 단단히 다질 수가 있게 되었지. 하지만 아무리 악을 쓰고 배워도 왕중양을
능가할 수는 없었지. 왕중양은 확실히 천성적으로 무공을 익히는 소질을 타고 태어난 사람
같았소."
악처후가 잠시 회상을 하는 듯하더니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몇 년 후 화산에서 있은 무예시합에서 왕중양은 모든 고수들을 누르고 <구음진경>을 손에
넣었다. 매번 악처후는 손을 써 왕중양을 없애려고 궁리했지만 그의 신공이 두려워 감히 실
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생각하던 끝에 왕중양을 죽이지 못할 바엔 전진교의 명성이
라도 더럽혀 놓으려는 생각으로 종남산을 내려왔다.
그 후 왕중양은 악처후가 강호에서 허튼 짓거리만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를 찾
아왔다. 왕중양은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악처후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가 왕중양의
제자라고 떠들기만 하면 종남산에 잡아 가두겠다는 협박이었다.
악처후의 말을 듣고 있던 여소교가 깔깔 웃어댔다.
"그게 무서워서 자기의 무공이 누구에게 전수받은 것인지도 밝히질 못했었군요."
그러나 악처후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대장부는 허리를 굽힐 줄도 알고 곧게 펼 줄도 알아야 하오. 자그마한 일로 목숨을 잃는
일을 자초해서야 되겠는가. 강호에는 꽃 같은 계집들이 구름처럼 많은데 난 아직도 그녀들
을 다 만나 보지 못했단 말씀이야."
"당신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벌써 잊었나요?"
"하늘은 자고로 공정하다오. 왕중양은 <구음진경>을 손을 넣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죽어
버렸지. 내가 손을 댈 필요도 없이 저절로 죽은 거요. 가소로운 것은 왕중양이 임종시 일곱
제자들에게 내가 한평생 안전하게 지내도록 보호해 주라는 유언까지 했다는 거지."
그 말에 여소교는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듣자하니 오혈궁의 제자들이 악처후를 잡아죽
이려고 뒤쫓아오자 전진교의 일곱 제자들이 모두 출동하여 악처후를 보호했다는데 바로 그
때문인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당신은 복이 많군요. 전진교 일곱 제자들이 보호를 해주니 천하에 두려울 게 없겠는
걸요."
악처후가 다시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벗기면서 능글맞은 미소를 띠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마음놓고 그대와 사랑을 나눌 수도 있는 게 아니오?"
악처후의 손에 의해 여소교의 옷은 하나씩 벗겨져 나갔다.
여소교는 몸을 맡기고는 있었지만 뿌리치는 시늉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악처후는 욕정을
더는 참을 수가 없는지 그녀를 자리에 눕혔다.
창 밖에서 음탕스레 들려 오는 남녀의 말소리를 엿듣고 있던 매초풍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내가 저 년에게 소녀공을 가르쳐 줄 때는 사내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때 모진 고통을 겪으
라고 한 건데……, 오히려 저 년은 소녀공 덕분으로 더없는 재미를 보고 있으니 정말 분통
이 터지는구나!'
매초풍은 당장 방안으로 뛰어들어가 그들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이때 방안에서 악처후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 아이고, 내 진기가……!"
이어서 여소교의 달래는 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걱정 마세요. 당신의 기분을 더 좋게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요."
여소교는 소녀공을 써서 악처후의 원양지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매초풍이 속으
로 쾌재를 불렀다.
'호호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
얼마 지나지 않아 악처후가 큰 비명 소리를 한 번 내질렀다. 그리곤 까무러쳤는지 조용해졌
다. 곧 여소교가 혼자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바람둥이 같은 녀석, 달콤한 말로 나를 구슬려서 내 몸을 망쳐 놓았지. 넌 나를 노리갯감으
로만 여겼었지. 흥, 오늘 나도 네 놈을 노리갯감으로 다루겠다. 네 놈의 진기를 모두 빨아내
겠어."
매초풍은 창문 틈 사이로 방안을 엿보았다.
이미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여소교는 알몸인 악처후의 두 팔을 등뒤로 비틀어서 꽁꽁 묶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발목마저 움직일 수 없도록 묶어 두었다.
여소교는 악처후를 꼬집어 깨우더니 조소를 던졌다.
"기분이 어떤가요? 호호호……!"
"이 화냥년!"
악처후가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곧 중심을 잃고는 쓰러졌다.
"어서 이 포박을 풀지 못해! 말을 안 들으면 죽여 버릴테다!"
그러자 여소교는 언제 감춰 두었던 칼인지 꺼내 들고는 악처후 숨통에 갖다 대고 코웃음을
쳤다.
"누가 먼저 죽을 건지 내기할까요?"
악처후는 칼끝이 숨통에 차갑게 닿자 기겁하여 애걸을 했다.
"소저, 농담을 해도 분수가 있지. 칼은 아주 위험한 거라오."
여소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면 다행이야. 내가 물을 테니 그럼 대답을 해봐요. 그때 날 달콤한 말로 속여서 몸을
망쳐 놓고 무슨 생각을 했죠? 적당히 데리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헌신짝처럼 차버리려고 했
었죠?"
"아니오. 난 그대를 줄곧 아내로 맞아들일 생각만 했소. 어서 이 줄을 풀어 주오. 그럼 내가
천천히 말해 줄테니……."
"좋아요. 풀어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날 속이고 있어요. 원래 난 오늘 당신
의 진심을 들어보려고 했어요. 당신이 진정 사내답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가만히 있었
을 수도 있었어요."
여소교가 단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날 원망하지 말아요. 누가 그처럼 너저분하게 놀라고 하던가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단검을 내리찍었다.
"아악!"
순간 악처후의 입에서 괴성에 가까운 비명이 터졌다. 그녀가 순식간에 그의 남근을 도려 냈
던 것이다.
"으으……."
그녀는 아픔을 참지 못해 악을 쓰는 악처후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진기를 모두 빨아냈으니 그 물건은 이제 쓸모가 없어요. 그래서 잘라냈으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마세요. 그냥 달아 두면 또 무고한 여인들을 해칠 테니까……."
악처후가 인상을 쓰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지독한 년!"
"내가 지독한 게 아니라 네 놈이 독하다. 나보다 몇 배 더 지독해. 네 놈은 내 일생을 망쳐
놓았지 않느냐?"
악에 받친 여소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초풍은 여소교의 절규에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여소교가 악처후에게 온갖 애교를 마다하
지 않은 것은 진기를 빼앗은 후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았다.
'보아하니 저 년의 마음은 심한 번뇌에 시달리고 있구나. 흥, 난 그럴수록 행복하단 말이야.'
매초풍은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이때 갑자기 공중에서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한 중년의 도
사가 뜨락으로 이미 내려서고 있었다. 흠칫 놀란 매초풍이 물었다.
"아니 구처기, 당신이 어떻게?"
구처기 역시 매초풍을 보고는 놀라는 기색이었다.
"매초풍이로군!"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전진교의 장법 가운데 노우말두(老牛沫頭)라는 초수를 쓰기 시작했다.
두 손바닥으로 동그랗게 원을 긋더니 한 갈래의 거대한 기류를 뿜어냈다. 기류는 곧장 매초
풍에게로 엄습해 왔다.
매초풍이 슬쩍 옆으로 몸을 날리며 비꼬았다.
"무공이 그새 늘었군!"
"철시, 악 공자님은 어찌했느냐?"
구처기는 악처후의 안부만을 물었다. 매초풍은 악처후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전진교 제자들
이 그를 보호하고 있다는…….
전진교 제자들은 모두 종 남산으로 돌아갔다 며칠 전 제자들이 악처후가 건강성으로 갔다는
제보를 해와 마옥은 구처기를 보내 소요공자 악처후를 보살피라고 당부했다.
건강성에 도착한 구처기는 악처후가 한 요염한 여인과 주루에서 술을 마신 뒤 함께 객줏집
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계집질을 하는구나, 하고 여기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방금 전 악처후가 내지른 비명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
온 것이었다.
그런데 방문 앞에서 매초풍과 맞닥뜨리자 그녀가 악처후를 어쨌는가 싶어 다짜고짜 달려들
었던 것이다.
"궁금하면 알려 주지."
악처후를 아직 보지 못한 구처기는 매초풍이 가리키는 대로 창문을 박차고 방안으로 뛰어들
어갔다. 순간 그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방에는 바로 주루에서 보았던 그 요염한 여인이 서
있고 악처후는 알몸인 채 묶여 있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악처후가 피칠갑을 한 채 기절해
있는 것이었다.
매초풍이 밖에서 깔깔 웃어대며 빈정거렸다.
"너희 전진교에서 애지중지하는 놈의 꼴을 보거라. 왕중양의 얼굴에 똥칠을 해주었어!"
구처기가 매초풍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이 못된 년, 닥치지 못하겠느냐!"
구처기는 얼른 악처후의 혈도들을 정신없이 누르며 지혈시키고자 애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