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혼천도의 의미 - 1
오늘은 고혼천도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절에서는 흔히 영가 천도라고도 하는데
영가와 고혼은 엄밀히 말하면
뜻이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영가란 영혼이란 뜻이고
고혼은 이 영혼들 가운데서도 의지 할 때가 없는
외로운 영혼을 말합니다.
천도는
천혼 또는 천령이라고도 하는데
불·보살님께 재를 올리고 독경 의식 등을 함으로써 불
보살님의 가피력에 의지하여 망령으로부터 극락정토나 천상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의식을 말합니다.
불자들의 집안에 초상이 나는 경우는 물론이고,
대소 불사 끝에는 꼭 영가 천도의식을 집전하는데
특히 윤달이 든 해는
영가천도를 위한 재를 별도로 모시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영가나 고혼을 위해
왜 천도재를 지내야 하는지,
천도재를 지내면 어떤 공덕이 있는가에 대해서
다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입니다.
영가 천도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육도윤회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육도윤회란
우리 중생들이 천상 · 인간 · 아수라 · 아귀 · 축생 · 지옥
이 여섯 가지 세상에 태어나고 죽고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윤회사상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불자 여러분은 윤회를 믿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종교는 태어나고 죽는 것이
모두 신에 섭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으면,
천당으로 가거나 지옥으로 가거나
둘 중 한 가지 길밖에 없는데
그것은 오직 신의 섭리에 의해서
신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생사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은 여러 경전에서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대장엄경론》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과거세상의 번뇌로 말미암아
여러 업을 지은 까닭에
그 업에서 현재의 몸이 생겼거니와,
현재에 있어서도 다시 여러 업을 짓는다면,
내세에 다시 거기에 해당하는 몸을 얻게 될 것이다.
모든 조건이 결합되어
씨에서 싹이 트는 것과 같다,
씨에서 싹이 트기 위해서는
그것을 돕는 조건이 필요하고,
싹의 관계에서 씨가 없어지는 점에서 볼 때
단절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아가 없으면서도 업보에 어김없이,
이 씨와 싹의 관계와 같다.”]
부처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게 된 까닭은
‘교시가’라는 바라문이
부처님께 무아에 대한 설법을 듣고 나서,
“만약 나라는 것이 없다고 하면
윤회에 있어서 누가 후세에 태어난단 말인가?”하는
의심이 들어서 자기가 의심한 바를 부처님께 여쭙자,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나라는 것은 없다” 또는 “내 것이 없다”고 하는
무아설은 영원이 변치 않는
고정불변의 실체로서
“나라는 것, 또는 내 것이 없다”는 말이지
무아이므로 죽으면 그것이 모두 끝난다는 말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비유로 들으신
씨와 싹도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사람이 한평생을 살다가
수명을 다해서 죽는다는 것은
사실은 슬픈 일도 아니요,
그렇다고 즐거워야 할일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슬퍼해야할 일도 아니요,
만일 지금보다 못한 조건을 만나서
더 불행한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는 즐거워 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죽어서 극락이나 천상에 태어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죽음이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겠지만
지옥이나 축생의 과보를 받게 된다면 두려운 일이지요
이처럼 중생이 금생에서 목숨을 마치고 가는 곳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육도로 천상 · 인간 · 아수라 · 아귀 · 축생 · 지옥
여섯 갈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천상 · 인간 · 아수라도는
선업을 지은 중생이 나는 곳이므로 3선도라고,
지옥 · 아귀 · 축생은
악업을 지은 중생이 나는 곳으로 3악도라 합니다.
우리가 천도재를 지내는 것은
육도 가운데 삼악도에 신음하는 영가를
삼선도나 극락세계에 가서 태어날 수 있도록
불 · 보살님의 가피력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바로 천상 · 인간 · 지옥 등에
바로 환생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중간에 중음신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생존상태를 네 등분하여 사유라고 합니다.
중생이 미혹의 세계를 윤회하는 과정 가운데 한기간은
생유(生有) · 본유(本有) · 사유(死有) · 중유(中有)를 말합니다.
생유는
입태하여 태어나는 순간까지를 말하고,
기간 본유는
출생이후 죽을 때까지,
사유는
목숨이 끊어지는 찰나를 말하는 것입니다.
중유는
사유와 생유의 중간 기간 과정입니다.
보통 고혼천도라는 것은
이 중유의 상태로 생존하고 있는 중음신을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하는 불사를 말합니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아주 선한 업을 지은 사람은
그 과보로 곧바로 천상에 태어나고,
반대로 극악무도한 사람은
곧 바로 지옥으로 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중유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중유의 기간은 보통 49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사람이 죽으면 49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 중유상태의 생존상태의 몸을 중음신이라고 하는데
이 기간은 몸이 없고 영식만이 있어
오로지 향냄새를 맡으면서 살기 때문에
건달바 신이라고도 하는데
이 중음신은 정혈로 이루어진 몸이 아니요,
형체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음신이 49일이 지나도
다음에 태어날 곳을 정하지 못하면
우주공간에 떠도는 외로운 혼백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축원을 할 때
무주고혼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주고혼이란
위해 주는 이 없는 외로운 넋을
49일이 지나고서도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중음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절에는 영가를 천도하는 유형을 보면
부모님이나 조상님들이
지옥 · 축생 · 아귀도에 떨어져 고생하고 있는 것을
구제하는 경우와 중음신으로 허공 법계에서 방황하는
영가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음신이 있게 되면
그 집안이 편안치 못하고
뜻하지 않은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고혼이 의존할 때가 없으니
살아생전에 인척이나 친구들 주변을 돌면서
구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고혼을 천도 하는 일은
죽은 영가(고혼)뿐만 아니라 천도재를 지내면
자기 자신과 가족의 행복과 자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영가 천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시지요?
내일 계속해서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2년 9월 14일 오전 06:02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진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