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대화!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과 놀라움을 아로새기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
목차
감수의 글 숲은 고요하지 않아야 한다
생명의 비밀
서문 모든 생명은 대화한다
제1부 ‘어떻게’ 정보가 교환되는가?
1장 생명은 발신 중
온통 다채롭고 화려하다 | 자연 오케스트라 | 냄새의 세계
2장 생명은 수신 중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듣고 감탄하라 | 언제나 후각세포 먼저
제2부 ‘누가’ ‘누구와’ ‘왜’ 정보를 교환하는가?
3장 단세포 생물: 최소공간에서의 소통
먹고 먹히다 | 박테리아가 박테리아에게
4장 다세포 생물: 버섯과 식물의 언어
맛보기로 조금만! | 식물의 취향별 방어법 | 유성생식 혹은 무성생식 | 이웃 사랑
5장 다세포 생물: 동물적으로 탁월한 소통
사느냐 죽느냐 | 언제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 이쪽으로 올래 아니면 내가 그쪽으로 갈까? | 둘, 셋, 여럿: 집단에서의 소통
제3부 모든 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6장 동물이 숲을 떠났을 때
주가지수와 토끼의 접점 | 이 이야기의 교훈?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마들렌 치게 (Madlen Ziege)
독일의 포츠담, 베를린 그리고 호주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도시 및 시골에 서식하는 야생 토끼의 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관한 연구로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행동생물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자연과학적 탐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애쓰고 있다.
역 :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아비투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매력적인 장』, 『은밀한 몸』, 『밤의 사색』, 『생각을 버리는 심리학』, 『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느링느링 해피엔딩』, 『독일인의 사랑』,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부자들의 생각법』,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저니맨』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감수 : 최재천 (崔在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책 속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생명체는 땅속에서 자라는 조개뽕나무버섯(Armillaria ostoyae)이다. 이 버섯은 미국 오리건주 자연보호구역의 950헥타르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축구장 678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버섯의 나이는 무려 2400살이다. 반면 가장 작은 생명체는 지름이 겨우 350~500나노미터인 나노아케움 이퀴탄스(Nanoarchaeum equitans)라는 고세균이다. 라틴어 이름을 번역하면 대략 ‘말 타는 원시 난쟁이’라는 뜻이다. 그냥 장난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이 원시 난쟁이는 정말로 ‘이그니콕쿠스 호스피탈리스(Ignicoccus hospitalis)’라는 단세포 생물의 ‘등’에 올라타 주변을 돌아다닌다.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말이 나와서 덧붙이자면, 움직이는 능력은 생명의 또다른 특징이다. 언뜻 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버섯과 식물도 이런 특징을 지녔다.
--- 「모든 생명은 대화한다」 중에서
대서양 몰리 중에는 동굴 밖 햇빛 아래에 사는 종도 있고 깜깜한 동굴 안에 사는 종도 있다. 동굴 밖에 사는 대서양 몰리의 수컷은 지느러미가 독특한 주황색이고, 그래서 색이 덜 진한 암컷과 쉽게 구별된다. 깜깜한 동굴 안에 사는 대서양 몰리는 이런 색깔이 없고, “밤에 보면 고양이는 모두 회색이다”라는 속담을 입증한다. ‘동굴 물고기’는 색깔이 없을 뿐 아니라, 눈 역시 심하게 퇴화하여 그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다. 희끄무레한 색과 퇴화한 눈은 동굴 물고기를 지하 세계의 유령처럼 보이게 한다. 동굴 물고기는 자연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예시이다. 자연은 불필요한 것을 애초에 생산하지 않거나 상황에 맞게 축소한다. 의사소통에 ‘가시광선’ 채널을 어차피 사용할 수 없다면, 굳이 눈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집에 전화선이 없다면, 비싼 전화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 「생명은 수신중」 중에서
곤충 같은 절지동물은 체모 혹은 안테나 같은 신체 부위를 이용해 음파를 수신한다. 곤충의 기계 수용체는 이런 단순한 ‘수신기’의 경도와 길이에 따라 다양한 파장으로 같이 진동한다. 예를 들어, 대다수 나비와 나방은 포식자가 보내는 청각 정보와 똑같은 파장으로 진동하는 체모를 가졌다. 심지어 수컷 모기의 청각 수신기는 안테나에 달렸는데, 이것은 오로지 암컷의 비행으로 생긴 진동에만 반응한다!
귀뚜라미와 여치는 청각 면에서 다른 여러 곤충보다 그들의 다리 길이만큼 뛰어나다. 이른바 ‘고막기관’이 그들의 앞다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고막기관은 막으로 덮인 일종의 공기주머니인데, 이 막은 우리의 고막과 같은 기능을 하고 외부매체의 압력 변화에 공명한다.
--- 「생명은 수신중」 중에서
출판사 리뷰
숲이 고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생명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디에 빛이 있고 물이 있고, 어디로 가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어느 쪽에 먹이가 있고 어느 쪽에 천적이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소통이 필수다. 인간도 속한 커다란 전체, 즉 생태계는 생명체들 간의 이런 정보 교환과 무생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치열하게 작동함으로써 형성된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 및 움직임 같은 시각적 정보를 의사소통을 위해 이용하지만, 인간이 아닌 생명체 중 카멜레온이나 오징어 같은 친구들이 아닌 이상 대체로 시각적 정보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매우 다채로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자에너지나 색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냄새로 화학정보를 송신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독일의 여성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이 책에서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바이오는 ‘생명’을 뜻하고, 라틴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은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이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에 대한 반응도 전혀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언어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자연의 생물들이 나누는 대화법에 비하면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종종 일상에서 정보 교환의 한계를 느낀다. 이에 대해 마들렌 치게는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의 소통에 관한 비밀이 그걸 해결할 열쇠가 될 거라고.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단세포 생물부터 균류,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단세포 생물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를 갖추고 있다. 이 수용체를 이용해 서식지 주변의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다른 생명체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빛에 민감한 눈과 같은 감각세포를 이용해 전기적 에너지를 포착하기도 하며, 귀로는 음향 정보를 얻고, 후각세포는 냄새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지구상의 어디에서든 그리고 어떤 가혹한 조건에서든 생명체가 살고 있다.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녹조류 같은 단세포 생물은 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 타 생물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도청을 하는 등 스파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수많은 생명체의 식단에서 가장 위에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앉은 자리에서 순순히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전략을 마련해두었다. 짚신벌레의 천적은 자기도 모르게 ‘살해 의도’를 들키고 만다. 그들이 화학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짚신벌레의 표면에는 천적의 화학정보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이 단세포 생물은 천적의 냄새 분자가 수용체에 닿자마자 즉시 반응할 수 있다. 짚신벌레는 예를 들어 코벌레의 등장을 감지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트리코시스트(Trichocyst)’라는 화살을 쏜다. 만약 짚신벌레가 공격자를 너무 늦게 발견하여 이미 맞닥뜨린 상황이라면, 유턴과 후퇴를 위해 이 화살을 발사한다. 이런 탈출 전략은 짚신벌레에게 시간을 벌어준다.
- 〈먹고 먹히다〉 중에서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동물은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혹은 죽은 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식물은 정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직 싸움만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은 가시나 독 혹은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은 인간의 눈을 피해 땅속으로 뿌리를 내려 다른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때 발산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만 해도 무려 100가지 이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가 언제나 평화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늘송이버섯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균근 버섯인데, 이 버섯은 숙주식물의 언어를 정확히 사용한다. 비늘송이버섯은 혼합림과 침엽수림에서 나무들과 공생관계를 맺는데, 가문비나무도 그중 하나다. 예나대학의 미생물학자들은, 이 버섯이 ‘인돌-3-아세트산’이라는 화학 물질을 나무와 똑같이 생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식물 역시 세포 성장을 위해 이 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송이버섯은 나무파트너에게 세포성장을 ‘설득’하고자 할 때마다 인돌-3-아세트산을 방출한다. 식물세포가 많을수록 버섯 역시 공생파트너와 더 촘촘하게 연결하여 양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맛보기로 조금만!〉 중에서
생물의 의사소통에 관한 습성을 살펴볼 때 거미는 일류 강도라 할 수 있고, 뉴질랜드에 사는 반딧불이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가짜 불빛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고래가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범고래 중에서 물개나 바다사자, 돌고래 같은 사냥감을 선호하는 무리와 연어를 좋아하는 무리들은 서로 다른 소통 유형을 보인다. 돌고래나 바다사자 같은 먹잇감들은 수킬로미터 밖에서 범고래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먹이를 원하는 범고래들은 가능한 침묵한 채 헤엄쳐 접근해온다. 청력이 좋지 않은 연어들을 사냥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소통의 기술이다.
생명체가 사회에서 함께 생존해 나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생명체가 마주치거나 심지어 한 공간에서 공유 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동물들에게는 이것이 곧 먹이나 짝짓기 상대를 둘러싼 싸움이다. 생명체 간의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려면 정보가 이를 수신하는 생명체에게 정확히 도달되어야 하는데, 생명체 간의 정보망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므로 만약 환경 조건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조건은 변화해 가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며, 결국 그것은 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학이 일깨워준 새로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의 세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점점 정확해지는 과학 방법들 덕분에 인간은 과거에 알지 못했던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세계를 이제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현대의 인간은 오늘날 냄새 물질 정보를 받은 유기체의 반응을 세포 차원까지 추적할 수 있다. 18세기의 자연 과학자들은 (당시에) 버섯을 생명이 없는 광물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버섯이 어떤 의사소통 능력을 가졌는지까지 안다!
유용한 의사소통에 관해 우리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모범은 우리 주변에 사는 생명체들이다. 그들의 생존은 같은 공간에 사는 수많은 다른 생명체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조화롭게 사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정보의 발신과 수신을 통해 ‘무지’를 줄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뒤에는 전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아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정보, 즉 유용한 지식을 얻어 일상에 닥친 결정들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지구 생명체와 끈끈한 유대를 지속하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매혹적인 책!
-Umweltnetz-schweiz.ch(스위스 환경재단)
마들렌 치게라는 이 현명한 여성생물학자는 박테리아들의 놀랍도록 영리한 의사소통 방식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야생토끼들의 합의 방식 혹은 오소리가 국경 공중변소를 통해 동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방법을 얘기해준다. 버섯이 덫을 놓고, 물고기가 거짓말을 하고, 여우와 전나무가 서로에게 잘 자라고 인사한다. 머릿속을 환히 밝혀주는 뇌의 양식!
- 《OON(북오스트리아 신문)》
첫눈에 매료되고 말았다. 숲속 친구들의 소리 없는 대화가 놀랍도록 쉽고 흥미롭기만 하다!
- 《Kurier(오스트리아 빈 지역신문)》
미소를 머금고 감탄하며 읽을 수 있는 책!
- 《Radioeins Rbb(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라디오)》
여성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놀라운 일을 탐구했다. 이 책을 읽으시라.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News(독일 잡지)》
숲과 여러분의 정원에서는 모든 것이 조용하고 고요하다. 마들렌 치게가 가볍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그리고 놀라운 과학적 지식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 《Kronen Zeitung(오스트리아 신문)》
이 책 이후로, 동물과 식물의 의사소통이 완전히 새롭게 재조명될 것이다.
- 《ZDF(독일 공영방송)》
추천평
자연과 생태 분야에서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최고의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과학 정보가 풍성하면서도 문학적이다. 문학적인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번역마저 아름답고 정확하다. 판타 레이!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마들렌 치게는 생명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자연의 질서에 공감하는 것이 최고의 힐링이며, 놀라운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나무와 새, 곤충, 물고기들의 속삭임을 알아듣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들고 숲으로 가야 한다.
- 우종영 (나무의사,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의 저자)
이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생물의 소통 방식, 자연의 언어가 담겨 있다. 내가 숲에서 보았던 꽃잎이 왜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는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왜 관현악단의 악기 소리처럼 들렸는지….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숲의 소리와 형태, 냄새의 변화 같은 것을 더 세밀하게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숲의 생물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코로나 시대 각자의 시공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본이 되어줄 것이다.
-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