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청주에서 열리는 파크골프 대회를 갔습니다. 파크골프에 중독된 나는 그 전날까지도 여의도에서 파크골프를 쳤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남은 세월이 새털처럼 많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바람에 연일 누적된 피로로 멍멍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는 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미호천 천변에 있는 문암 골프장은 서울 여의도 강가에 있는 골프장에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넓었습니다. 운암 골프장은 난생처음인데 여의도에 있는 파크골프장에 비해서 잔디가 누렇습니다. 아마도 비가 안 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파크골프 대회 출전은 처음이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여성이 심판입니다. 내가 친 공이 홀에서 6, 7 미터 거리 정도에 멈췄습니다.
심판이 치라고 합니다. 그 공이 홀컵으로 굴러 들어갑니다. 그 옆에 갤러리들께서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경기를 이어갑니다. 파 5홀짜리, 파 3, 4홀짜리를 1, 2타를 줄이면서 넣습니다. 심판이 스코어 표를 보면서 "ㅇㅇㅇ씨 잘 쳤네...라고 합니다. 이글도 두 번이나 했다고 알려 줍니다. 같이 치는 환우님들도 내가 잘 친다고 합니다.
그 말에 고무된 나는 우스갯소리 소리로 "가방 큰 거를 가지고 왔는데 그 이유가 트로피를 넣어 가려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냉정한 심판도 그럴 것 같다고 합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파크골프 친지 2주일밖에 안 된 내가 등위에 들어간다면 나는 거의 탁월한 사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삶의 비해서 10배 20배 농축된 삶을 살고 싶은 나의 컨셉 하고 딱! 들어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먼 거리에서도 공을 쑤셔 넣던 멘탈이 흔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증상은 떨립니다. 왼 손이 후들 후들 후드덕 후드덕 떨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안 낸 OB를 드디어 냈습니다. 가까운 거리도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더블파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몇 번 심판의 입에서 ''그래야 인생을 닮은 골프지...'' 하는 것 같은 "흐흐흐"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왠지 나의 추락을 '그러면 그렇지...' 고소해하는 거 같았습니다.
다리가 질질 끌고 왼손이 옆구리에 딱 붙어 버린 몸뚱이에 나는 다급하게 명도파 두 알을 입에다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이미 늦었다는 낭패감으로 인하여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머지 홀이 6, 7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에게 칭찬을 보냈던 분이 나를 한 타 앞섰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었습니다.
후들거리는 팔을 간신히 휘어잡아 홀컵으로 공을 밀었습니다. 그 정도면 너끈하게 들어가고도 남는 거리인데 안 들어갈 듯이 나의 핑크색 공은 애간장을 태우며 홀 구멍으로 기우뚱 굴러 떨어져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아까 장밋빛 꿈은 전체 1, 2, 3 등이었기 때문에 옆에 분들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옆에 분들 공이 홀컵에 아슬아슬 들어가지 않을 때는 고소해하는 겁니다.
아, 나의 이 옹졸함에 내가 싫어졌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분들께 스코어를 추월당하지 않고 마지막 홀까지 왔습니다.
옆에 분들에 대해서는 앞서 있지만 전체적으론 이미 버린 몸 나는 이판사판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티샷을 했습니다. 쭉쭉 뻗어 나갑니다. 바깥에 있던 갤러들이 "들어간다 들어간다." 합니다. 진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이 폴대를 맞고 옆으로 틱! 튕겨져 나가는 것이 멀리서도 얼핏 보입니다. "아..." 하는 갤러리들의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홀인원이 아니라 OB가 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가봤더니 OB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내려놨습니다. 그래도 한 타 한 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종의 미는 중요했습니다. 실수하지 않고 버디를 했습니다.
어제는 처음 홀도 마지막 홀도 버디였습니다. 하하하
점수를 기록한 판을 보니 최저타 57타, 그다음 62타, 그 다음 64 타로 나왔습니다. 나와 같은 동률인 68타가 서너 사람, 통틀어서 나보다 앞선 사람이 일곱 사람뿐이었습니다.
파크골프를 단 2주일 만에 이 정도면 잘 쳤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 주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2주일 쳐서 그 정도 쳤으면 잘 쳤다고 해 줍니다
덧붙이고 싶은 말 | 나와서 보니까 저처럼 자신이 치른 게임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오프입니다. 저 혼자만 겪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2편은 내일 》》
첫댓글 버스킹도,
파크골프도 열심히하는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파크골프의 매력에 풍덩! 빠지셨어요
열심히하셔서 "홀인원" 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 , 건투를 빕니다
아이고 너무 늦게 댓글을 다네요. 마냥 방구석에 누워 있고 싶은 저를 바깥으로 끌어낸 운동입니다. 그 먼 곳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고 달이 저무는데도 한 바퀴만 더 하자는 말에 군말 없이 의기투합이 되는 운동입니다.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나를 그렇게 부려 먹으면 당장 이혼 일 텐데..." ^^*
꽃님이 님도 한번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