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사업가 아서 앤더슨은 1835년 '셰틀랜드 저널'에 색다른 광고를 실었다. 스코틀랜드 스트롬니스에서 배를 타고 떠나 아이슬란드를 거쳐 스페인의 태양을 즐기고 올 여행객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크루즈 여행도 초창기엔 손님이 직접 객실을 청소해야 할 만큼 그리 호사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1914년 실내 수영장을 갖춘 아퀴타니아호가 등장하며 점차 호화여행으로 발전했다.
1923년엔 2200여 승객을 태운 라코니아 2호가 4개월간 22개 항구를 돌아 세계일주 크루즈라는 새 장(章)을 열었다. 대서양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크루즈는 1958년 대서양 횡단 제트여객기의 등장에 타격을 받았다. 1936년에 선보인 크루즈의 대명사 8만1123t '퀸 메리'호도 1967년 운항을 멈췄다. 크루즈 업체들은 활로를 카리브해와 알래스카에서 찾았다. 지금은 세계 40여개 크루즈 선사가 지중해부터 피오르드까지 다양한 크루즈 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크루즈선(船)은 '물 위의 리조트'라고 불린다. 최고급 배는 5성급 호텔보다 화려하다. 수영장, 스파, 카지노, 다양한 식당, 극장, 공연장은 물론 스케이트장을 갖춘 배도 있다. 대부분 객실은 크기와 창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차이난다. 기항지마다 내려 자기 입맛에 따라 관광이나 레저를 즐기는 '옵션 투어'를 하고 다시 배에 오르는 방식이다. 짐을 풀었다 꾸렸다 하지 않고 한번의 여행으로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게 큰 장점이다.
다음달 2일 부산항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크루즈 항로에 취항하러 7만t급 호화 크루즈선 '레전드'호가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관광객 500여명을 태우기 위해서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가고시마, 나가사키, 후쿠오카를 7박8일 도는 비용이 95만~257만원이다. 7월부터는 다른 선사에서 2개 한·중·일 크루즈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크루즈 여행 규모가 내년에 16만명, 2020년에는 28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조선산업의 꽃'이라는 크루즈선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TX 계열사인 STX유럽이 지난해 세계 최대인 22만t급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를 건조했다. 소득이 늘고 살림이 나아지면서 '영화 속 이야기'인 줄 알았던 크루즈 여행이 우리나라에서도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정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