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와는 동일인물이지만, 똑같진 않습니다.
생긴 것도 그때와 지금은 딴판입니다.
생각도, 하는 행동도,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도 ‘나는 나’입니다. 하하하......
한국생활을 하면서 제게 있어 옛날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이전의 저와는 판이하게 다른 생활을 합니다.
뭔고 하니, 무지무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슬로우 모닝’을 즐기고 있답니다.
일단 9시가 넘어야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겨울이면 어둠이 좀 벗겨진 10시가 넘어야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노래했던 시절과는 달리 웬만하면 길게, 더 길게
침대에 누워있자는 생활 루틴입니다.
뭐 눈이 떠졌다 하더라도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듣거나 함으로써 일단 제 머리를 깨웁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일어나 체조를 한다든지 아침 운동을 나간다든지 하지만, 그러나 저는 몸을 절대 움직이지 않죠.
그 다음에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샤워하기 전에 포트에 물을 끓입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홍차를 마십니다.
차를 마시기 위한 작전이 아니라 오전의 낭만을 즐기기 위한 대작전입니다.
아마 저는 약 20여 가지 이상의 홍차 종류를 갖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얼마 전 다녀간 딸네미가 영국에서 종류별로 가지고 온 것도 있지만, 그 외에는 제가 유럽에서 직접 구해 온 것도 있고,
그리고 제가 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선물로 준 여러 종류의 인도 차도 있고,
한국에서 구입한 꽃차나 녹차 등도 있어서 누구와 차를 마시느냐, 어떤 시간에 마시느냐에 따라
종류별로 골라서 차를 끓입니다.
티백은 종이냄새가 나서 절대 마시지 않습니다. 종이컵도 당연히 ‘노~’입니다.
네, 손님 중에서도 차의 낭만을 모르거나, 차 맛을 모르거나,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에겐 기계에서 후딱
네스커피를 따라 건네줍니다. 어떤 한국 아줌마들은 믹스커피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차를 만들어 홀짝홀짝 마시면서 컴퓨터를 켜고,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특별히 스위스나 독일에 관한 뉴스나 정보 등도 읽어보고, 그리고 지금처럼 글을 씁니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머릿속을 정리하여 써내려가는 ‘글쓰기’는 건강에, 특히 치매 예방에 엄청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 역시 안다고, 아는 걸 다 써먹진 않습니다. ㅋㅋ
아침식사는 일단 차를 마시고 난 후 11시가 넘으면 가볍게 빵과 간단한 요리와 샐러드를 곁들인 브런치를 먹습니다.
브런치를 먹을 때는 대부분 누군가를 초대하여, 아니면 나를 찾는 방문객과 함께 먹고, 방문객이 없을 때는
브런치를 생략하고 삶은 계란과 은행, 호두 등으로 가볍게 먹고, 그 다음에 늦게 점심을 챙겨 먹습니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도 우리 시골집은 앞뒤로 문을 활짝 열어놔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시~원합니다.
아직까지 에어컨 사용을 안 했습니다. 하다못해 선풍기도 안 틀고 삽니다.
서울 아파트 같으면 3개월은 하루 종일 적당한 온도에 맞춰 에어컨을 켜놓고 있어야 할 정돈데
우리 집은 온종일 시원하고, 저녁땐 오히려 써늘하기까지 합니다.
오후엔 뭘 하냐고요?
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산행을 합니다. 이 더위에 산행을 어찌 하느냐고요?
우리 동네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 차로 약 10분~15분(?) 가면 나지막한 산들이 많이 있어요.
그 중에 골라서 산행을 합니다.
제가 고른 위례산은 해발 약 530m, 오를 땐 얼마나 자주 쉬느냐에 따라서 1시간~1시간 20분 정도 걸리고,
내려올 때는 한 3~40분이면 내려옵니다.
요 산행은 제게 딱^입니다.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짧지도 않고,
봄엔 진달래와 철쭉, 가을엔 단풍이 들어 아름답고, 여름엔 길목이 완전 100% 그늘이라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움직이니까 땀이 나지 어딘가 앉아있으면 시원~~합니다.
요즘 같은 여름엔 해가 너무 뜨거워 안 하지만, 다른 계절엔 왕복 약 5km 조깅도 합니다.
그럼 제가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만 사느냐고요?
아니죠. 이러한 생활패턴은 다른 약속이나 계획이 전혀 없을 때입니다.
누구든지 오라면 당장 달려가고, 나에게 오고 싶다면 당장 오라고 하고, 일이 있으면 해치우고,
그러니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유럽에서 살 때는 요런 늑장이 없었죠.
책임과 의무에 벗어나지 못 하고, 나를 위하는 시간을 내지 못 했지만,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직 나를 위한 시간만이 유효합니다.
아마도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입니다.
첫댓글 평일에는 출근한다고 일찍 일어나는데 늦잠자고 싶은 주말에 더 일찍일어나는 이 삶~~ㅎ
별떵이님처럼 여유로운 삶이 몸에 베는 연습을 해야되겟죠~^^
출근이란 말 잊었습니다.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학교 다닐 때는 왜 그렇게 못 일어났었는지.....
우리 아버지가 매일 아침 나를 일으켜 세웠던 생각이 납니다. 하하하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삶의 영향이.... 이곳저곳 다양하게 미치는것을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긍정의 힘은 삶의 모든것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은퇴후에 긍정의 힘을 느끼면서 더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물만 마셔도 행복합니다. ㅎㅎㅎㅎ 진짜입니다. 가끔 혼자여행은 더 재미 있습니다.
시골 물 맛 역시 '짱'입니다!!! 이해하고 말고요.
저절로 긍정적 마인드로 살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하루 하루가 감사하니까요.
'선택한 외로움'이야 말로 현대인의 행복이라 하더라고요......
그 맛은 은퇴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인 듯 싶습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제는 천천히 천천히~
많이 공감합니다^^
개망초도 모여피니 모네의 파피시드 꽃과 견줄만큼 예쁘네요^^
우리 동네가 넘 예뻐요. 자랑 많이 하고 싶어요......ㅋ
저도 다른 나로 살고는 있지만
습관은 바꾸기 힘드네요
미국에서 현역에 있을 때에는 새벽 4시쯤
일어 났는데 지금은 5사쯤 항상 깨네요
은퇴한지 4년이 되었는데요
한국생활 재미있게 사시는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전 시간이 많으시네요. 저는 잠들기까지 시간이 많아요.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죠?
누구에게나 정해진 하루의 그 시간, 느끼기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고......
제겐 아주 적당한 시간이에요.
Andante의 삶을 공감합니다..
눈을 감고 음미합니다!!!
진정한 "자유" 를 만끽하는 삶의 단편을 보여 주시니 읽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 집니다.
옛날에 일본에 있었던 "PL 교" (perfect liberty) 라는 종교단체의 이름이 생각 나네요.
그 종교단체에 가입 하거나 관련한 적은 전혀 없지만 그 이름이 맘에 들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것 같네요.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자유는 참 좋은것 같습니다.
쭉~~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네, perfect.....바로 그거예요.
내 그릇에 내가 담고 싶은 만큼만 담아 놓고 말할 수 있는 그 완벽함!
죽기 싫어요....ㅎㅎㅎ
저는 아침 4시면 눈이 떠 집니다. 눈 뜬 후에는 이것 저것 하면서 일출을 기다립니다. 갖은 새소리와 함께 사방이 푸르스름 해지면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니
시간이 꽤 마딘 것 깉더라구요...한참 무얼 했는데도 남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이더라고요..ㅎㅎ
새벽 4~5시엔 유럽 축구 중계를 하는데 한 번도 볼 수가 없었죠.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새벽에 보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나 남은 시간엔 충분히 잘 놀고 있어요!
별떵이님
글을 읽으며 잔잔하게 마음의 평화가 느껴졌어요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무척 낭만적으로 보여요
저는 아직도 부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지만
역이민하면 부엌에서 해방시켜 주겠다고 큰소리 외치는
남편의 말에 ㅎㅎ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ㅎ
네,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거 같아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좋은 걸 모르고 살면 모두 꽝이죠.
그리 좋지 않은 곳도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함도 당연하고요.
부엌은 어디에 살든 시간을 많이 잡아야 하지 않나요?
부엌도 참 좋은 곳으로 만드시면 된답니다.......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