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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결혼식이 끝나고 잠시 피로연장을 들른 서상우는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신부를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은 해외가 아니라 서상우의 승용차로 부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서상우는 신혼 여행지를 신부하고 상의하지 않고 혼자만의 결정으로 출발을 하며 신부의 기분 같은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란 남자가 하는 대로 따라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숙 또한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묻지도 못한다. 결혼식을 올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고 타인이라는 생각뿐이다. “배고파요?” “...............별로.........” “그럼 조금 더 가다 먹을까?” “..........................” 정숙은 별로 배를 고프다는 느낌이 없다. 너무 긴장이 되고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서 아침도 먹지 않고 신부화장을 하기 위해서 호텔로 간 것이지만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상우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다음 휴게소까지 운전을 해 나간다. 말 한 마디 없다. 정숙은 그저 차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풍경만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아무런 감흥도 없는 결혼식이었다. 앞날에 대한 꿈이나 기대감조차 없다. 서로 만날 때마다 별로 대화를 나눈 것도 없고 아직도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두 사람이다. 서상우는 한참을 그렇게 운전을 해 나가다 휴게소에 들린다.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읍시다.” “네!” “식당으로 오시오.” 화장실 쪽으로 가는 정숙의 뒤에서 하는 서상우의 말이다. 정숙을 별로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신랑보다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서 여자화장실엘 들어간다. 그리고 손을 씻고 나서 신랑이 있는 식당으로 찾아간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어서 얼른 신랑을 찾을 수가 없어 두리번거린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손을 들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서상우다. “뭘 먹겠소?” “그저...........아무거나.......” 서상우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른다. “돈가스 어때?” “네! 그냥 드시는 것으로 함께 하지요.“ 서상우는 돈가스 두 개를 계산을 한다. 번호판이 나오자 정숙은 식판을 가져와 서상우 앞에 놓아주고 나서 다시 가서 자신의 것도 가지고 온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다정한 말 한 마디 눈빛 한 번 주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숙은 별 불만이 없다. 그저 그러는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부산 해운대 호텔에 숙소를 정한다. 바다가 보이는 룸에 여장을 푼다. “피곤할 것이니 먼저 샤워를 하시오. 난 나가서 조금 바다를 거닐고 오겠소이다.“ 정숙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룸을 나서는 서상우다. 부산 해운대에는 이미 서상우의 추억이 깃들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여행을 와서 바로 이 호텔에 삼박사일을 머물고 떠나보낸 사람이다. 모든 것을 주고받으면서 뜨겁게 사랑을 불태웠던 해운대고 바로 그 호텔이다. 떠나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 뜨겁게 불태웠던 순간들이었다. 서상우는 혼자서 백사장을 거닌다. 마치 곁에 그녀가 함께 있는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혼자서 백사장을 거닐다 호텔로 돌아온다. 이미 저녁시간이 지난 늦은 시간이다. 정숙은 샤워를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신랑을 기다린다. “저녁을 먹어야겠지?” “.........................” “나갑시다.” 앞 장 서서 룸을 나선다. 정숙은 다소곳하게 서상우의 뒤를 따른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호텔의 한식부다. 갈비탕을 주문한다. 정숙은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밥을 먹는다. 신혼부부답지 않게 너무 삭막한 풍경이다. 그러나 서상우는 방금 결혼식을 끝낸 자신의 신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상우의 마음은 오직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향해서 달려간다. 뜨겁게 서로 사랑을 나누며 애절한 시간을 보내던 호텔이라는 것에 더욱 그녀가 몹시도 그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달려갈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뿌리치고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마찰을 생각하면 용기가 없어진다. 그저 어머니에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일이라고 다시금 모든 것을 체념을 한다. 잠시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자신의 신부를 본다. 곱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순결한 신부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 사랑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의 아이를 낳아 줄 여인, 그리고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며 살림을 맡아서 살아갈 여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지 않아도 별 관심을 갖지 않아도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시 룸으로 돌아온다. 서상우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다. 그때까지 정숙은 의자에 고스란히 앉아서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 “자, 이젠 피곤한데 그만 잡시다.” 서상우는 정숙을 번쩍 끌어안고 침대로 간다. 남자로서 아니, 남편으로서의 첫날밤을 치루려는 것이다. 정숙은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전신의 옷이 모두 벗겨져 내리고 이내 남자는 능숙하게 여자를 애무해 나간다. 그러나 정숙은 그저 떨면서 그 모든 것을 받아드리려 애를 쓴다. 서상우는 남자로서 자신의 행위에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나가지만 그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남편으로서의 임무라는 생각을 한다. 최대한의 남편의 임무를 철저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정숙은 신혼여행에서 남편에게 길들여진 몸으로 변해간다. 남자가 원하는 대로 거부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달콤한 밀어나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하고 남편의 정력을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드리고 있는 정숙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이런 것이 결혼이라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뿐이다. “우리 엄마의 뜻을 거역하지 마시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난 시끄러운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조용하게 살아주었으면 하오.“ 서상우가 삼박사일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출발을 하기 전에 하는 말이다. 조용하게 어머니의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서상우의 마음인 것이다. “네!” 정숙은 그저 간단하게 대답을 한다. 신혼여행이라고 해야 낮에 바닷가에 나가 사진 몇 장을 찍고 백사장을 거닐며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별다른 추억도 느낌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역시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친정에 들려서 가는 것도 아니다. 애초부터 친정나들이는 하지 않기로 못을 박은 우민자다. 결혼을 하면 친정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야 한다는 조건이다.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친정나들이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숙은 알지를 못한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뿐이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친정에 마음을 두면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이기도 하다. 정숙은 그렇게 신혼여행이라는 것을 다녀오지만 무엇을 추억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 본다. 그저 한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지금껏 곱게 간직했던 순결을 그대로 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사랑한다는 마음도 좋아한다는 마음도 없이 그저 그가 하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평생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남자의 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작은 희망 하나를 품어본다. 언젠가는 사랑을 받을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들이 도착한 것은 막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저희 다녀왔습니다.” 서상우는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말을 한다. 우민자는 아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집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내다보지 않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오냐! 여행은 재미있었느냐?“ 서민철은 환한 웃음으로 신혼부부를 맞이해 준다. 그러나 우민자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고 바라본다. “어서 옷을 갈아입고 인사를 해라!” “네!” 신혼부부는 자신들의 방으로 가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거실로 나온다. 정숙은 시부모님께 큰 절로 인사를 드린다. ”우리 아기 고운 꿈을 꾸었느냐?“ 인자한 음성으로 서상철이 응대를 해 준다. “네! 걱정해주시는 덕분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우민자는 잠시 아들내외를 바라본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간편한 옷으로 바꾸어 입어라! 일을 하려면 한복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니 몸을 놀리기 편안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어서 주방으로 들어가 아주머니를 도와 저녁식탁을 차리거라!“ “네!” “지금 막 도착한 아이한테 그런 것을 맡기지 않아도 되지 않소?” 서민철은 아내의 생각이 마땅치가 않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제 이 집안의 주부는 저 아이랍니다. 비록 오늘 결혼을 하고 첫날이라고 해도 그동안 우리 집에 드나들었기에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과 상우는 내 말을 명심해서 들어요. 여자들 하는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 집안의 안 주인은 나고 내가 집안을 통솔해 나갑니다. 상우 너도 네 안식구를 편을 든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엄마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우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어머니의 말에 따른다. 그러나 서민철은 그런 아내의 심리가 내심 불안스럽다. 아내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민철은 아내가 얼마나 며느리를 심하고 모질게 대할 것인지를 짐작을 한다. 그런 아내를 다스리지 못하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애초부터 잡지를 못하고 이제 와서 고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정숙은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간다. 주방에는 이미 사랑채에 있는 손님들의 밥상까지 준비를 하고 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조심스럽게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에효! 아무리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새 신부를 주방으로 보내시는 것은 아닌데........... 그냥 내가 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요.“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부모님의 식탁을 준비를 할까요?“ “그럼 그래줘요. 난 사랑채에 내갈 상을 볼 테니까 새댁은 시부모님의 식탁을 차려요. 저쪽에 있는 음식이 시어른들이 드실 음식입니다.“ 음식은 손님들에게 내갈 음식과 구분이 지어진다. 정숙은 정성을 다해서 식탁을 꾸민다. 시부모님의 고급스러운 식기를 찾아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담아 식탁에 놓으며 행여 실수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보고 또 본다. 시부모님과 남편이 드실 음식이다. 세 사람의 몫이 식탁에 마련이 된다. 그동안 아주머니는 사랑채의 손님들에게 밥상을 내어간다. 정숙은 식탁을 모두 준비를 하고 나서 진지를 드시라는 말을 한다. 우민자는 남편과 상우를 데리고 식탁으로 간다. “아가! 너도 어서 앉거라!“ 서민철의 말에 우민자는 이맛살을 찌푸린다. “앉기는요? 시부모님의 식사를 곁에서 돕는 것이 며느리의 도리인데 어디 감히 시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런 것은 안 된다.“ ”네, 어머님!“ 정숙은 바로 순순하게 따를 것임을 대답을 한다. 시부모님과 남편이 식사를 다 하실 때까지 곁에 서서 물도 드리며 기다린다. 서상우 역시 그런 아내를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묵묵히 밥을 먹는다. 당연히 그러는 것이 맞는다는 듯한 태도이다. 정숙은 그런 남편의 태도를 보면서도 무심한 표정이 된다. 애초부터 아무것도 기대를 하지 않은 남편이다. 서로 아껴주고 챙겨줄 수 있는 정이 생기지도 않은 사람이기에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는 것이 그런가보다 하는 정숙이다. “너 이제는 네가 모든 것을 직접 다 해야겠다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남의 손을 빌려서 살림을 해 나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민자는 식탁에서 그런 말을 한다. “네, 최선을 다해서 배우면서 시작을 하겠습니다.” “아주머니하고 함께 밥을 먹고 빈틈없이 주방도 치우고 집안도 먼지를 한 번 더 닦아내도록 해라! 집이 크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하루에 한 번으로서는 집안이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하기 이룰 데 없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숙은 시어머님의 말에 그대로 순종을 한다. 아주머니하고 식은 밥을 먹는다. 밥은 끼니마다 남게 된다. 아주머니는 그런 밥을 먹으면서 바로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신부에게 식은 밥을 먹게 하는 주인의 처사에 대해서 혀를 찬다. “쯧 쯧 쯧! 아무리 야박하다고 해도 오늘만큼은 새색시를 위해서 음식을 해서 먹일수는 없다고 해도 함께 데리고 따끈한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참으로 무심한 사람들이지. 며느리가 무슨 우리네 같은 식모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주머니는 밥을 먹으면서도 혼자서 투덜거린다. 못내 정숙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정숙은 아주머니의 말을 개의치 않고 밥을 먹고서는 주방을 치운다. 손님들의 밥상까지 설거지가 장난이 아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한다. “어쩌지? 마저 다 해주고 가야 하는데 오늘 돌아온 신부에게 이 많은 일을 맡기고 퇴근을 해서 정말 마음이 안쓰러운데..........“ “아주머니! 괜찮습니다. 제 걱정을 하지 마시고 어서 퇴근을 하십시오.“ 정숙은 그렇게 아주머니가 퇴근을 하고 나서 다시 일손을 놀린다. 시어머님의 엄명대로 조용하게 한 밤중에 온 집안을 물걸레를 들고 닦는다. 작은 집이 아니기에 한 시간에 일을 끝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을 어느 사이 밤 열시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침 준비를 위해서 모든 재료들을 손질을 해야 한다. 그렇게 자정까지 이어지는 일이다. 정숙이 모든 집안일을 마무리 짓고 방으로 들어간 것은 거의 자정무렵이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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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2.12 07:42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