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사제의 마음은 예수 마음

[빈집]

사제의 마음은 예수마음

 2007년 9월 2일(연중22주, 송별미사강론)  

나는 지난 8월28일 대구대교구사제인사발령으로 
이곳을 떠나 교구 사목기획실장으로 가게 되었다. 

새로운 소임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기도해왔다. 
‘주님 솔로몬의 지혜를 주소서. 다윗의 강건함을 주소서.’ 

갑작스런 발령에 당황스럽고 아쉬움을 속일 수 없다. 

우리 신부들은 사제서품 때 자기 자신 전부를 
하느님께 맡긴다는 표시로 제단에 엎드리는 예식을 한다.

 내 생각과 내 것을 모두 버리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겠다는 서약이다.
 
사제서품 때 나는 필립비서 2,8을 택했다.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서품성서구절을 잘못 택한 것 같다. 

신부로 사는 것이 이렇다. 자기 살고 싶은 대로 다 못산다. 
그냥 인사발령장 하나에 이불보따리 싸들면 그만이다. 

언제나 부르심에 내생각과 내 뜻을 기꺼이 버리고 
좋든 싫든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 신부들 삶인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삶이 죽음에 대비한 훈련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오늘일지, 내일일지... 

언제 세상을 떠날지라도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도록 
미리미리 훈련하고 몸에 배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런 건지 모른다. 
언젠가는 니꺼 내꺼 잘한거 못한거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인 게 이 세상살이 아니겠나...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10년을 몸담았다. 

1985년 신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단체생활을 할려니 항상 긴장되고, 
또 외국유학생활을 오래하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쳐있어서
 20여년 동안의 단체생활이 피로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작년에 이곳 평리에 와서 나는 모처럼 목자로서의 재미를 키워가고 있었다. 

원래 사제의 모습이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 

사제는 신자들과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하면서 복을 빌어주는 목자다. 

그것이 예수마음이었다.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다가가 
사람들을 안아주고 일으켜주고 용기를 주셨다. 

사제의 마음은 예수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복을 빌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 
내가 과연 예수마음으로 살았는지 주님 앞에 겸허하게 반성한다. 

첫째로 
나는 본당 모든 분들에게 사랑을 많이도 받았고 큰 은혜를 입었다. 

보좌신부가 진심으로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수녀님들도 힘을 다하여 나를 도와주었다.
 
총회장님이하 사목위원들, 제단체장들도 나를 많이도 사랑해주었다. 
사무실직원들도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애썼다. 
묵묵히 도와준 주방자매에게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내가 초보본당신부여서 때때로 생각이 짧았고 
또 깜빡 지나친 점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교우들 모두 나를 잘 이해해주었고, 진심으로 잘해주었다. 
나에게 보여주신 그 따뜻한 마음들, 하느님께서 기워 갚아주시기를 외람되이 청한다.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려야겠다. 
강의 다니느라 좀더 본당 일에 정성을 쏟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반모임에 나가지 못했고, 
제단체 모임에 좀더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다. 

무엇보다도 노인정, 소성당, 노인성경대학을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할매들은 약자들이다. 
힘없고, 뒷전으로 밀리고, 무슨 말을 들어도 섭섭하기 쉬운 것이 할매들이다. 

할매들에게 노인정 꼭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젤 맘에 걸린다. 

그리고 용서를 청한다.
 저로 인해 혹 마음이 불편했거나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 

또 나의 불찰로 혹 고통을 당했을 지도 모를 분들께 진심으로 용서청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풀어주시기를 청한다. 

마지막으로 또 염치없이 기도해주시기를 청한다. 

나는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디에서 일하든 말씀과 성찬의 봉사자, 
또 훌륭한 리더십을 갖추어나가는 좋은 사제로 잘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청한다. 

평리본당,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난다. 

나는 처음부터 본당 구석구석에 웃음꽃이 피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 모든 강론의 주제는 두 가지였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 그래서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 행복하게 사는것,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서 영원히 사는것을 희망하면서 기쁘게살기를 원했다. 

한평생 고단한 것이 우리 인생이다. 
고단한 우리 인생에 신앙을 가지고 사는 것은 큰 힘이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신앙에 의지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힘을 얻는다. 

세상사람들은 이 귀한 신앙의 길을 모르고, 
세상 덧없는 것에 마음을 두고 그래 바쁘게들 정신없이 산다. 

그러다가 길이 막히면 어쩔 줄 몰라 한다. 괴로워하고 불안해하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고만다. 

살다보면 우리는 누구나 이런저런 숱한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께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고, 
게쎄마니에서는 극심한 어려움에 눈물까지 흘렸다. 

오죽했으면 이 고통의 잔을 치워달라고 애원했겠나... 

제자들도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문전박대도 당해야 했고, 숱한 모욕과 박해를 겪어야 했을 것이다. 
마침내 제자들은 죽음을 당해야 했다. 

바오로도 한평생 모진 고통을 겪었다.
 늘 죽음의 위협을 겪었고 사람들의 모욕과 반대를 만났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
불굴의 의지’로 죽기까지 똑바로 자기 길을 갔다.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으며 
궁지에 몰려도 빠져 나갈 길이 있으며 맞아 넘어져도 죽지 않습니다”(2고린 4,8-9).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5-39) 

우리도 어려움을 겪을 때 주님을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이겨나가야겠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겠다. 

마지막으로 삼가 드릴 말씀은 이제는 저를 잊고 
새로 오시는 신부님을 잘 도와 드렸으면 좋겠다. 

새로 오시는 신부님은 저보다는 사목경험이 많으신 신부님이시니 
본당을 더욱 잘 발전시키실 것이다. 

앞으로 ‘전에 신부님은 우옛는데...’하는 말씀은 하지 마시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이제는 헌 술인 나를 잊고 새 신부님을 잘 도와드리기를 부탁드린다. 

우리의 만남들, 귀하고 소중한 만남이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순리다. 

헤어짐이 너무나 빨리 와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성경에 ‘그날과 그 시간이 언제인지 모르니 늘 깨어있으라’는 말씀대로 이렇게 황망하게 떠난다. 

저에 대한 교우들의 귀한 사랑을 마음에 고이 담아간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부디 본당 모든 교우들에게 늘 하느님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간절히 청한다. 


 





 아멘. 
 




대구 평리 천주교회 주임
전광진 (엘마노)신부님 

[글라라맘]

신부님을 뵙진 못했지만 참 따뜻하시고, 예수님의 향기를 가지신 분 같아요.늘 주님안에서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비비안나*]

신부님은 명강의로도 유명하신데 정도 참 많으시군요. 신부님을 떠나 보내야하는 본당 신자들도 마음이 많이 아플것같습니다. 늘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Elisabet]

예수님 마음을 닮으신 신부님처럼 저희 본당신부님을 포함한 모든 신부님들이 그러하리라고 여겨지니 더욱 감사합니다.

[gunda]

신부님의 인사이동 있을때마다 기꺼이 보내드려야 하는 신자들 마음, 또 아쉬움을 남긴채 떠나시는 신부님, 모두가 힘든것 같아요~~ 신부님 늘 건강하십시요...

[산세베리아]

눈물이 자꾸만 나오네요. 신부님을 잘 모르지만 사랑을 가지고 다니시는 신부님 같네여. 신자들이 몹시 섭섭할 것 같아요. 늘 건강하세요....

[구름마당]

신부님, 저도 눈물이 나올라카네요.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빕니다.

[그림다솜]

오늘 마지막 저녁, 짐을 싸느라 바쁘시거나 작별의 인사로 분주 하시겠지요? 나눠준 사랑은 우리에서 떠나가서, 끝없는 탐험을 하며 나아간대요, 엘마노 신부님의 사랑들도 끝없는 탐험을 해나가겠지요....♥♥♥

[안데려나]

신부님의 진솔한 인사말씀이 저의 심금을 울립니다. 언젠가 신부님의 특강을 들어면서 솔직하고 유머스런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항상 영육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silbia]

주님..당신 영광 위하여..아름답게 살아가는 사제에게 축복 주시고...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이귀영]

솔로몬의 지혜와 다윗의 강건함으로 빛과 소금이 되시길......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과 큰은총으로 축복해주소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지켜주소서

[거북]

님께서 가시는 길은 님의 큰형님이 걸으셨던 길이기에..... 축복이 넘치는 시간시간 되시길 기도합니다.행복하십시요.

[거북]

항상 영원한 이별은 아니지만 언제나 이 시간은 정말 눈물이 납니다. 어디서나 행복하소서.

[파스칼리아]

신부님들의 노고로 인해 하느님깨 가까이 할 수있는 저희가 있습니다. 영육간에 늘 건강하소서.

[잔다르크]

신부님에게서 작은 예수님의 향기가...새로운 임지에서도 기쁨과 평화의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