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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정숙은 다시 밥상을 가지고 주방으로 간다.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벌써 새로운 국을 준비하신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요.” “무슨 국을 준비해야 하나요?” “어제 갈비를 폭 고아놓은 것이 있으니 갈비탕으로 준비를 하면 됩니다. 아마 그것이 생각이 났던 모양인데 처음부터 말을 하면 될 것이지 첫날부터 시누이 시집살이를 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그 어미에 그 딸이네!“ 정숙은 아주머니가 하는 것을 유심히 본다.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정숙은 그저 깊은 한숨만을 내 쉰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아주머니가 하시는 모든 것을 온 신경을 다해서 배워간다. 아주머니는 국을 준비하는 동안 밥이 식을까 싶어 중탕으로 해서 온기를 보존시킨다. “밥이 식으면 또 다시 심한 꾸중을 할 것이니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것이오.” “네! 정말 여러 가지로 너무 고맙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꾸중부터 하는 그 심보를 이해를 할 수가 없구려!“ “..........................”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고 다시 밥상이 완성이 된다. 정숙은 조심스럽게 밥상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상미 앞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상미는 그런 정숙을 경멸한다는 듯 비웃음을 웃는다. “자, 어서 먹자.” 우민자는 딸이 더 이상 투정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수저를 들려준다. “애초부터 이렇게 차려 내왔으면 우리 아이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니더냐? 너는 무슨 억화 심정으로 네 시누이의 배를 곯게 한다는 거야?“ “어머님! 제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그리고 아직 식구들의 입맛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하고.............“ “아직까지 식구들 입맛을 알지 못한다고 했어? 그동안 결혼 전에 드나들었던 것은 허사였다는 말이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아둔한 모양.............“ “닥쳐! 어디라고 꼬박꼬박 말대답을 해? 그저 잘못했습니다, 하고 하면 될 것을 무슨 말대답을 하고 있어? 네 눈에는 이 시에미가 그렇게 우습게 보인다던?“ ”아,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정숙을 허리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한다는 몸짓을 한다. “앞으로 그 어떤 말이든 한 마디의 말대답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네 변명을 듣자는 사람도 없고 그런 마음도 없다. 넌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꼴 보기 싫으니 어서 주방으로 가!“ 정숙은 조심스럽게 시어머님 앞을 물러나 주방으로 간다. 주방으로 돌아온 정숙은 아직도 심장이 심하게 뛰면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벽부터 시어머님의 역정을 들으면서 벌써 몇 번째 심한 꾸지람을 듣고 나니 이마에 땀이 흥건하고 정신을 수습을 할 수가 없다. “세상에! 땀을 흘리는 것 좀 봐! 새댁! 마음을 강하게 가져야 해요. 시어머니 꾸중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할 것인데 그때마다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어 하면 이 어려운 시집에서 어찌 버텨내겠소?“ ”.............................“ 정숙은 그래도 자신을 이렇게 다독여주는 아주머니가 있음에 다소 진정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고맙습니다.”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서 밥을 먹읍시다. 하루 종일 잠시도 쉴 수도 없을 테니 배라도 든든하게 채워야 견디는 것이오. 속이 상한다고 끼니를 놓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오.“ 아주머니는 언제 차렸는지 상을 차려놓았다. 식탁도 아닌 주방 바닥에 그대로 상을 차려놓은 것이다. “이대로 밥을 먹어야 하오. 식탁에 편안하게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을 들키면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서 또 다시 심한 꾸중이 날아올 것이오.“ “네!” “뭐하고 있는 것이냐? 밥을 다 먹기 전에 물을 가져오고 밥상을 내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네가 밥을 먹는 것이 그렇게 급했더냐?“ ”잘못했습니다.“ 정숙은 물을 준비해서 가지고 나간다. “차하고 과일을 가져온 다음에 밥을 먹도록 해라! 너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을 먹이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네!” 정숙은 밥상을 들고 나가 차와 과일을 준비하고 다시 거실로 가져온다. “낮에는 갈비구이를 준비하거라! 그리고 대충 밥을 먹고 나서 집안을 치워야지 언제 일을 하겠니? 온 집안에 먼지 한 톨이라도 있으면 안 되는 것을 알겠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숙이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가려고 하자 상미가 정숙을 불러 세운다. “이봐요.” 정숙은 다시 몸을 돌려서 시누이인 상미를 바라본다. “갈비를 내가 가지고 갈 수 있게 준비하는 것 알죠?” “아, 네!” 상미는 올케를 언니라고 칭하지 않고 그대로 일을 부리는 사람취급을 한다. 그러나 정숙은 아무런 느낌도 없다. 이 집안에 며느리기보다는 식모로 취급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으로서는 반박을 할 자유마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에게도 아내로서가 아니라 자식을 낳아 줄 수 있는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정숙이다. 정숙은 그저 대충 아침이라고 한 술 뜨고는 온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안채로부터 시작을 해서 바깥채로 이어지는 청소는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게 하면서 심한 호흡이 토해져 나온다. 시간을 본다. 점심을 준비를 하려면 서둘러야 하지만 도저히 청소가 끝이 날 기미가 없다. 정숙을 안채를 다 치우고 나서 주방으로 간다. 아주머니 또한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주머니! 갈비를 재워야 하는데 어쩌지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준비를 할 것입니다.“ ”저.........시누이가 따로 가져간다는 말을 하던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늘 그렇게 갈비와 반찬을 가지고 가니까요. 아무튼 참으로 별종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머니는 처음이 아니라는 듯 모든 준비를 한다. 정숙은 그렇게 아주머니가 하는 모든 것을 자세하게 보면서 배운다. 언제 이 모든 것이 자신이 혼자서 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일이기에 잠시도 방심하거나 나태해 질 수가 없는 일이다. 아주머니야 힘들고 싫으면 그만 두면 그만이겠지만 자신이야 말로 팔려온 종 신세라는 것을 첫날부터 깨달아 가는 정숙이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이혼이라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인 것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아 간다. 모든 것을 다 내 준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친정식구들이 그야말로 그대로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 하나만 견디어 나간다면 친정식구들은 살아가는데 더 이상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기로 한다. 사람이 적응을 하면 못살아 갈 것도 없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첫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없이 수차례의 꾸중을 들으면서도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언제 귀가를 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는 남편이다. 그 사람이 자신의 남편인지조차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루의 모든 일을 다 끝내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간다. 상우는 잠이 들어 있다. 정숙은 그런 남편이 깰까 싶어서 침대위로 올라가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방바닥에서 쪼그리고 잠이 든다. 하루의 피곤이 몰려오면서 그대로 잠이 든다. 얼마나 그렇게 잠이 들었는지 정숙은 소스라치며 놀라서 깬다.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시간을 본다. 이제 새벽 두시로 가고 있는 시간이다. 다소 안심을 하면서 다시 눈을 붙인다. 금방 잠이 든다. 그렇게 잠이 들었던 정숙은 뭔가 자신을 건드리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뜬다. 다시 또 남편이 자신의 온 몸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대로 체념을 하며 모든 것을 받아드리고 있다. 정숙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사랑도 없는 짐승 같은 이런 행위자체가 정숙을 깊은 상실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게 모든 행위가 끝나고 나서 서상우는 다시 침대로 올라가 그대로 잠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정숙은 옷매무새를 갖추고 나서 시간을 본다. 네 시가 막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다. 힘들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다시 잠이 들었다가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대로 조용하게 방을 나선다. 집안은 어둠에 묻혀 고요하기만 하다. 정숙은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려고 재료들을 꺼낸다. 어제와 같은 것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국을 끓일 재료를 찾아낸다. 아주머니가 퇴근을 하기 전에 일러준 재료들이다. 거실에 불이 켜지면서 시어머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차를 가져오너라!” 정숙은 찻잔을 따끈하게 데우고 차를 따라서 안방으로 가져간다. “일찍 일어났구나!” 서민철이 대견하다는 듯 따뜻한 음성으로 말을 해 준다.“ ”네!“ 그러나 우민자는 아무런 말도 없다. 정숙은 찻상을 얌전하게 놓고는 방으로 가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시부모님의 방으로 와서 큰 절로 아침 문안인사를 드린다. “편안히 주무셨는지요?” “그래! 너도 잘 잤니?“ 서민철이 온화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대꾸를 해 준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아침을 준비하지 않고.“ “네!” 정숙은 찻상을 들고 나온다. 주방에 찻상을 가져다 놓고는 다시 간편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는 정숙이다.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우민자는 그런 정숙을 나물랄 일이 없어 짜증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남편이 보는데서 이유 없이 꾸중을 하면 늘 남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기에 그대로 꾹 눌러 참는다. 남편과 쓸데없는 일로 부딪치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에 순하다가도 결정적인 일에서는 무섭게 화를 내는 남편의 성품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는 일이 없지만 이제는 며느리 앞에서까지 남편이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대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다. 출근을 하면 저녁이나 되어야 돌아오는 남편이기에 얼마든지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아침 밥상도 거의 흠잡을 곳이 없다. 음식솜씨 또한 타고 난 것인지 맛도 맛깔스럽고 정성이 깃들여져 있음을 본다. “참으로 맛이 좋구나!” 서민철은 기분 좋게 아침 식사를 마친다. 남의 손에서만 얻어먹던 밥이다. 아내는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천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 스스로 음식을 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사람을 두고 남의 손에 맡겨져 버린 주방이다. 이제 며느리가 들어와 정성을 다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하고 기분 좋은 서민철이다. 아내가 조금만 부드럽게 며느리를 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내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말로서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우민자는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자 주방으로 온다. “너 나 좀 보자.” 정숙은 시어머님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보며 불안한 마음으로 시어머니가 계신 거실로 간다. “오늘 참으로 부지런하구나! 그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일을 하려면 어른들의 잠이 깰까 조심하면서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대체 왜 그리도 조심성이 없니?“ “잘못했습니다.” “일찍 일어나라고 했다고 집안 식구들 모두를 깨울 참이 아니더냐? 내가 너를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천불이 일어난다. 조심성이 없어도 아마 너처럼 조심성이 없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이 제대로 치워져 있지 않다. 광이 나도록 몸을 아끼지 말고 청소를 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상우가 일어났다. 어서 준비를 해서 출근을 시키고 조금도 주눅이 들거나 기분 언짢게 해서 출근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네! 명심하고 행하겠습니다.“ 정숙은 남편이 일어난 방으로 가서 남편의 와이셔츠와 넥타이 양말 손수건 등을 찾아서 침대위에 곱 게 놓아둔다. 여전히 아무런 말도 눈길 한 번도 없이 묵묵히 밥을 먹는 서상우다. 아내가 밥을 먹었는지 제대로 잠을 잤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다. 그런 남편이 조금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숙은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리곤 한다. 그것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부지런히 온 집안을 청소를 해나간다. 온 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오전 내내 온 집안을 털어내고 쓸고 닦고 하면서 땀을 흘린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충 물에 말아서 먹곤 한다. 허기가 진다. 그러나 내색 할 수가 없다. 청소를 다 끝내고 주방으로 돌아온다. 아주머니를 거들어 점심상을 차려야 한다. 아주머니는 정숙의 안색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매일 하는 청소를 그렇게까지 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공연히 사람 힘을 빼느라고 그러는 것이지. 어서 와서 이것을 얼른 먹어요.“ 언제 두었는지 잘 구워진 갈비를 내어준다. 수시로 갈비를 굽거나 갈비탕을 해서 먹어도 정숙에게 돌아오는 법은 없다. 그것을 잘 알기에 아주머니는 몰래 감추어두었다 주는 것이다. 다행히 아침을 먹고 외출을 한 우민자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숙은 그렇게 아주머니의 호의로 허겁지겁 몰래 숨다시피 하면서 먹는다. 기운이 다시 솟는 것만 같다. 다리의 후들거림도 없어지고 살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민자는 잠시 뒤에 식재료들을 잔뜩 사 가지고 온다. 고급 생선에서부터 고기와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이다. 이 모든 것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갈비를 조금 먹은 정숙은 이제 기운이 솟아 정성을 다 해서 일을 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표정은 정숙을 딱하다는 듯 바라본다. 부잣집의 외며느리의 모습이 안쓰러운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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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