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오노레드 발자크
2472명 인물창조
프랑스인들의 사랑
문학 노동자
오노레 드 발자크
레지옹 도뇌르(프랑스 최고 훈장) 수상
심장에서 폭발하는 불꽃을 견디고자 터져 나오는 진득한 고름 같은 눈물, 뒤집어진 거북처럼 삶이 버둥거릴 때, 난 발자크를 생각한다. 다듬이 방망이에 온통 두들겨 맞은 광목 같은 삶, 생계를 위해 써야만 하는 글 쓰기를 혐오했던 자, 하는 사업마다 족족 다말아 먹은 자, 그러나 숭배하고 싶은 인간, 한 사람의 온생애를 날로 훔쳐본다.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1799년 5월 20일~ 1850년 8월 18일)는 프랑스의 작가이다. 그는 소설가, 극작가, 문예 비평가, 수필가, 언론인, 인쇄업자로서 활동했다. 1829년부터 1855년까지 출간된 90편이 넘는 소설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은 작품인 <인간희극> 아래, 대표작은 <외제니 그랑데>, <절대의 탐구>,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농민> 등이다.
그 당시 프랑스의 문화와 인물을 세밀화로 털 하나하나 그리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어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쫓기듯 떠났다. 탐구와 사상과 광기가 뒤엉켜 사실주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과 자신의 세계를 개성이 넘치는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선구적인 소설가가 되었다. 괴벽인 커피사랑(하루에 50잔 이상)은 유명하다. 한밤중에 일어나 여섯 자루의 초를 켜고 글을 썼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힘들 때는 하루에 8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시련과 고통을 끝없이 감내하는 인간, 비운과 아픔의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그가 좋다. 지나친 화려함으로 일찍 꺾인 장미처럼 삶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닿을 수 없는 별에 큰 욕망을 품었던 자, 정작 자신이 천재임을 알지 못한 자, 실패한 인생들이 다시 살아 부활하는 것처럼 신이 버렸으나 불멸로 남은 이들이 좋다.
산소 호흡기 꽂은 죽은 물속에서 대기번호 받고 기다리는 생선 같은 그의 운명을 이미 다 알고 뒤따라가는 내 서글픔은 그를 품을 수밖에 없다. 내 안의 악마성을 일깨우는 자, 그는 야망도 컸고 재능도 끼도 넘쳤으나 이용만 당했다. 운명은 시작하는 모든 것들을 다 실패하게 했으며, 마지막 사랑이 성공한 그 순간, 하늘의 음악은 진혼곡으로 바뀌고 사랑 없는 아내를 위해 집을 장식하며 죽어갔다.
마음씨 좋은 푸줏간 아저씨처럼 생긴 냉철한 발자크, 그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지만 이야기는 남아있다. 발자크의 거대한 발자국을 사랑한다. 오늘도 게으른 나의 삶에 에스프레소 같은 커피가 되어 주는 남자!
부도덕한 어머니의 부족한 사랑으로 일생을 나이 많은 여자들을 탐닉했다.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으며 폴란드의 귀족 한스카 부인이 그의 남은 반생을 지배하였으며, 그는 죽기 직전에 그녀와 결혼했다. 서른세 살에 만난 아름다운 백작부인을 향한 집착은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었다.
문학과 커피를 사랑했던 그는 51세에 겨우 얻은 행복의 정점아래 심장발작으로 생을 마감하니 그의 이름 발작 크!이다. 블랙커피한 주전자를 끓여 마시고 갈까마귀 깃털로 글을 썼다. 하루에 14시간~16시간의 극한의 노동력으로 문학계의 나폴레옹이 되고자 했다.
발자크의 구애에 유부녀인 그녀는 남편이 죽으면 받아주겠노라 했다. (남자들이여! 이런 사기성 언약을 조심하라!) 18년이 흐르고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리다 드디어 결혼 5달 후, 1850년 8월 18일, 시력을 잃고 홀로 외로이 죽어 갔다. 사치로 인해 부채에 허덕이는 허당기 넘치는 천재의 마지막 생이었다. 왕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필사적으로 꿈틀거렸지만 문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프랑스어: François-Auguste-René Rodin, 1840년 11월 12일 - 1917년 11월 17일)은 프랑스의 조각가이다. 발자크가 사망하고 40년 후, 작가협회(Société des Gens de Lettres)의 의뢰를 받고 로댕은 발자크상을 만들기 위해 그가 살았던 곳으로 갔고 그와 닮은 사람을 찾았다. 발자크의 불운한 삶을 나타내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했다. 흉물스럽다고 사람들은 그의 조각상을 철거하라고 했지만 로댕은 자신이 아는 발자크는 이런 모습이라고 반박한다.
흐트러진 나 자신을 추스르고 벼리기 위해 추억의 인물 발자크를 불러왔다.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시간들을 내가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정신과 진단서를 들여보듯이 그의 광기 서린 세월을 뒤져본다. 중년의 풍채 좋고 넉넉한 외모와 달리 절벽아래 아슬아슬 매달려 필사적으로 버티는 푸른 소나무 같은 삶을 살았다. 나무기둥을 지키기 위해 잔뿌리들은 발레리나처럼 발끝을 세워야겠지! 수많은 고통을 잊기 위해 만년필을 꺼내 펜촉을 물에 담그고 마음을 벼리는 밤! 발자크처럼 나도 힘들었던 인생사 하나씩 떠올려 본다. 유난히도 청순하고 예뻤던 내 친구! 만년필을 꺼내든 오늘, 발자크처럼 2천 명의 인물은 아니어도 스무 명이라도 써봐야겠다.
<그리운 나의 동창>
새벽을 달리던 기차 소리를 잊은 지 오래, 철길아래 불법주택에 살던 청순했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저돌적인 피의 세월이 그 아이 집 근처, 생사탕집 유리관속에 가득 차 있던 검은 뱀들처럼 쉼 없이 꿈틀거리게 했다. 내가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꿈틀거림이었다. 유난히 말이 없는 그녀는 혀를 입안에 숨기고 사는 다른 부족 같았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도 싫지만 철길아래 사는 게 너무나 싫어서 스무 살이나 많은 장똘뱅이 따라나섰던 그녀가 불행한 삶을 살다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삶이 어떤 의도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베웠다. 삶에는 전반전이 불운했음 후반전은 행복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법칙이 있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스님이 정단수로 마무리하던 산채비빔밥 담은 그릇처럼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반짝이도록 먹고 또 핥던 누렁이, 길거리 쥐약뭍은 음식 먹고 가죽만 남아 벽에 걸려있었다. 이웃들이 나눠먹고 잔치하던 날, 그렇게 삶은 서럽고 두려운 감옥이었다. 쓰레기봉투 속을 가득 메우고 팅커벨처럼 날던 날파리들, 이제 어디에 가 있을까? 단단해지다 못해 갈라 터진 노인 발 뒤꿈치처럼 갈라진 나무들!
바람의 발소리를 해석하는 절대음감은 언제쯤 갖게 될까? 신의 위대한 발명품인 죽음이 과속으로 달려온다고 하더라도 난 바람의 노래를 듣고 있을 것이다. 말이 아니어도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달리는 타조처럼 날지 못하는 새여도 좋다. 나비가 아닌 나방이어도 좋다. 불행하지만 않다면! 발자크의 불운한 삶이 발산하는 기운은 심하게 뒤틀린 내 삶의 뜨거운 연료가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