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조각상에 새긴 군단기 ‘팍스 로마나’ 시작을 상징하다
- 고대국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문장, 리턴드 아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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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깃발 회수’ 위업 과시… 로마 신 등 새겨 넣어 황제
신격화
기사사진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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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조각상(Augustus
of Prima Porta). |
기사사진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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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조각상의
흉갑. |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55년 선대가 파르티아에게 빼앗긴 아퀼라를 되찾은 것을 자신의 위업으로 과시했다. 그가 죽은 후
원로원은 황제를 신격화하는 데 몰두했다. 대표적인 것이 1863년 갈대가 무성한 늪지에서 오른쪽 손가락만 빼고 완전한 상태로 발견된 황제의 입상
조각이다.
‘로마 최고의 걸작’ 아우구스투스의 갑옷
서기 15년에 제작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조각상은 화려한 것은 물론 의미심장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외형을 보면 갑옷만 입고 나머지 투구나
무장은 하지 않았으며 허리와 왼팔에 사령관 외투인 팔루다멘툼(Paludamentum)을 걸치고 맨발로 서 있다. 오른손의 동작은 청중에게
연설하거나 혹은 군단에 명령을 하달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영락없는 야전사령관의 모습인 이 조각상에서 황제는 인간보다 크게
제작됐고 맨발로 옷을 들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옆에는 바다에서 태어난 비너스(Venus)의 상징인 돌고래와 비너스의 아들
큐피드(Cupid)를 배치해 그가 카이사르를 잇는 율리우스 가문(Julian)의 적자임을 표현했다. 실제로 율리우스란 이름은 트로이 전쟁에서
탈출한 큐피드의 아들 아이네이아스(Aeneas)가 로마에 정착해 번창한 후손을 뜻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아내인 리비아 드루실라의 클라우디우스
가문과 결합,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Julio-Claudian) 왕조를 열었다.
조각상 갑옷에 새겨진
많은 상징들
조각상의 갑옷엔 많은 상징이 있다. 가장 압권은 가슴 중앙에 있는 ‘깃발을 전달받는(다시 되찾는)’
모습을 새긴 부조다. 이들이 누군지에 대한 주장도 분분하다.
왼쪽 장군은 로마 대표인 티베리우스나 아우구스투스 또는 전쟁신(神)
마르스나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를 상징하고 오른쪽에 비무장으로 깃발을 넘기는 이는 파르티아의 프라아테스 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좌우에는 로마가 정복한 가장 서쪽과 동쪽 끝에 살고 있는 켈트족과 게르만족을 새겨 넣었다. 조각상에는 이들이 무장이 해제된 채 조공을 바치는
장면을 넣어 제국의 광대한 영토와 그 영향력을 표현했다.
아마 로마인들은 잃어버린 독수리기를 되찾은 사건을 통해 파르티아가
복속됨으로써 이제야 비로소 유럽의 대부분이 로마의 통치하에 들어왔음을 온 천하에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태평성대, 팍스 로마나의
시작이다.
‘리턴드 아퀼라’로 열린 태평성대를 기념하는 자리에 로마를 이끄는 신들이 빠져서는 의미가 약하다.
메인
부조를 중심으로 사방에 로마 신들을 새겨 황제의 업적과 대로마제국의 출발을 칭송했다. 가장 정면 위에는 천상의 신 카일루스(Caelus)가
장막을 들어 새로운 세상을 열고 반대편 아래에는 땅의 여신 텔루스(Tellus)가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Cornucopia)를 든 채 갓
태어난 두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 하고 있다. 로마 제국을 자손만대에 물려주겠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카일루스 아래에는 천지를 밝히는
태양신 솔(Sol)이 네 마리 천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등장하고, 반대편엔 어둠을 밝히는 달의 여신 루나(Luna)가 새벽 여명의 여신
아우로라(Aurora)를 등에 업고 뒷걸음친다. 그 아래로는 그리핀을 탄 태양의 신 아폴로(Apollo)가 등장하고 반대편엔 암사슴을 탄 달의
여신 디아나(Diana)가 있다.
모두 로마와 황제를 수호하는 상징이지만, 전체적인 구도를 보면 어둠은 서쪽으로 사라지고,
동쪽으로부터 새로운 광명이 밝아오는 것을 표현했다. 어둠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다. 그리고 어깨의 견장에는 황제가 새롭게 연
황금시대를 영원히 지키는 파수꾼 스핑크스(Sphinx) 암수를 서로 마주 보게 배치했다.
이쯤에서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볼 이슈가 있다. 우선 이 조각상은 정치, 미술이나 디자인 등의 관련 분야에선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인용된 반면 오히려 그 뿌리가 되는
군에선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또 시대가 변하고 리더가 바뀌면서 심사숙고 없이 상징물을 옮기거나 훼손하는 행위가 다소 있었다는 사실도 되짚어 볼
문제다.
사진=필자 제공
<윤동일 육사 총동문회 북극성안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