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시인의 행복편지25 중에서
엊그제 내린 비로 대추나무꽃이 거의 졌습니다. 무언가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꽃이 진 자리를 망연히 바라봅니다. 아직 열매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추나무꽃이라니까, 대추나무에도 꽃이 핀다고? 하는 분도 있겠네요.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도 대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추나무꽃은 그만큼 작고 눈에 띄지 않습니다. 군집을 이뤄야 비로소 꽃처럼 보일 정도지요. 그러니 대추나무꽃을 예쁘다고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세상에는 화려한 꽃이 지천이라는 사실도 한몫하겠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꽃보다도 예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날개옷 입은 아기별이 내려와 곤히 잠든 것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선입관에 매몰되어, 혹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관성 때문에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삽니다. 작은 대추나무꽃이 얼마나 달콤한 열매를 낳는지 생각하면 위대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사람을 보는 눈도 그렇습니다. 대개는 내면을 보려고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걸 판단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기 때문입니다. 심안(心眼), 즉 마음의 눈을 뜨고 내면의 가치를 발견했을 때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첫댓글 정말 쪼꼬만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