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아파트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저는 독일에 처음 갔을 때도 병원이나 기숙사가 숲속에 있었습니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노루와 토끼들이 뛰어 노는 게 보이고, 온 세상이 온통 푸르름 속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숲속 요리조리를 다니다 들꽃도 한 움큼 꺾어오고, 봄철엔 고사리도 꺾어오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기숙사 방안이 좁아도 발코니가 있었고, 그 발코니 앞에 펼쳐지는 넓디넓은 자연 환경은 장관을 이루었었죠.
그래서 독일에서는 병원이고 기숙사고 간에 빌딩 안이라도 답답한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옛날 독일의 수도라는 Bonn이란 도시는 당시 큰 빌딩도 없이 마냥 푸른 숲속이라서
내가 사는 이곳 주소가 잘 못 된 건 아닌가, 수도가 아니라 시골 한 깡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호수가 가까운 곳이나 우리 집 정원 앞에서부터 숲이 울창하게 이어지는 수목원 같은 곳에서 살았습니다.
침실 창밖으로는 별들이 방안으로 쏟아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밤을 수없이 만나기도 했었죠.
(그런데 요런 풍경은 한국 시골집에서도 이어집니다. 자랑질~ㅋㅋ)
사실 처음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디서 살까를 무척 고민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내가 태어나 성장한 고향이라도 서울에서는 살 수가 없음을 깨달았지요.
돈이 무지 많다면 당연히 서울에서도 마당이 있는 넓은 집에서 살 수 있겠지만,
제 형편으로는 내 고향인 서울에서 화단이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긴 글렀더라고요.
그렇다면 한국에 돌아와서는 평생 자연과 함께 살아온 저의 생활환경을 바꾸어야 했는지,
자연은 포기하고, 빌딩에서 살아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역이민 카페를 처음 알고 난 후에는 제주도나 여수를 꼽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카페 초창기에는 몇몇 분이 제주에 둥지를 틀고 살고 계셔서 ‘나도 제주에 가서 살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도 제주도는 대여섯 번은 더 갔었지만, 여행객으로서 만 알던 제주에 가서도 잘 살 수 있을는지는
좀 막막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스위스에서 살던 친구가 은퇴하여 서울에 한 4년, 그리고 제주도에 약 6년간 살았는데
다시 서울 가까운 도시로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섬이라는 특별한 생활환경과 높은 습도, 잦은 폭우와 바람 등 단점을 더욱 강조하는 바람에
‘제주에서 살기’를 그만 접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전엔 매해 여수에 가기도 했었죠.
지인이 여수에 살고 있어서 한국에 오면 매해 여수에 가서 며칠 씩 지내다 왔고,
어느 해는 독일 친구가 3주나 한국에 놀러오는 바람에 그 친구랑 금오도 비렁길 하이킹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살고 있는 여수 아파트는 이미 말씀드린바 아무리 편하고 멋있고 좋아도
제가 원하는 그런 삶이 아니더라고요.
답답함이 문제였습니다.
넓은 평수에 고급 진 인테리어와 에어컨 생활이었지만, 발코니가 없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게 답답했죠.
그러니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자유를 포기하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파트에서 사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오니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라도 앞뒤가 팍^ 트인 시골집을 선호합니다.
아무튼, 경제적으로 넉넉하신 그분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거의 에어컨을 틀어놓고 산다 하더라고요.
아주 약하게 틀어놓긴 해서 저 같은 방문자로서는 일단 상큼하고 쾌적하긴 했지만,
제게는 우야동간에 에어컨은 에어컨이더라고요.
7, 8월에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역시 아파트는 아무리 바닷가라고 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당연히 뉴욕이나 파리, 런던 시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서울처럼 그렇게 덥지는 않지만, 답답한 건 매 한가지입니다.
아니면 엄청난 부자라서 그런 대도시에서 살아도 녹색 마당을 보며 살 수는 있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런 대도시에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산다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합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정원이 있는 곳에서 살려면 대도시를 벗어나야 하지 않나요?
네, 그래서 지금은 앞뜰, 뒤뜰, 꽃들이 제멋대로 피어있는 넓은 마당이 있는, 앞뒤 탁 트인 곳에서 삽니다.
첫댓글 멋진 노후를 보내시고 잇군요.
가꾼 정원보다 지멋대로 꽃이피고 지는 정원이
더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듯 해서 저도
좋아한답니다.
멋진 노후라뇨? 노후라고 멋질 리 있겠나요?
인생이 고뇌란 걸 잊진 않으셨죠?
젊은이라고, 청년이라고, 장년이라고 고민이 없진 않지만,
누구나 인생은 한 번 주어진 바, 긍정적인 사고로 멋지게 사는 걸 추천합니다!!! ㅎㅎㅎ
집 주위 풍경을 보니
한적한 곳 누구에게도 사생활을 간섭 받지 않을곳에 정착 하신것 같습니다
저희집은 주위에 축사가 둘러 쌓여
있습니다
우기 때에는 냄새도 나지만 시골살이 냄새라 생각 하고 사니
역겹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별떵이님 뒤뜰을 보니 우리잡 뒤뜰을
보느것 같아
위안이 되네요 ㅎㅎ
정말이에요. 남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오염 시설도 없어서
만족합니다.
이 정도면 하늘 아래 편안한 곳 아니겠어요??? ㅎㅎㅎ
전 아파트 는 평생 3개월 정도만 살아봐서 익숙하지도 않고 탁트인 이런저런 들꽃이 피어나는 가꾸는 저도 그런 주택을 사랑 합니다
텃밭도 있고 꽃도 피고 너무 아름다운곳에서 세상을 살아 가십니다
아파트의 장점도 많죠. 그러니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 지니고 살려면 백만장자 아니고 서야 되나요?
못 먹을 감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서울 아파트는 꿈도 안 꾸고 삽니다. ㅎㅎㅎ
ㅎㅎ 전원주택을 선호했지만 남편이 아파트를 고집해 타협점으로 산이 보이는 아파트 일층에 사는 저로서는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아파트 일 층은 그래도 괜찮아요. 앞에 보이는 푸르름이 모두 나의 정원 같잖아요.
지인 중에는 아파트 화단에 상추와 루콜라를 키우며 주택처럼 살더라고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늘 최고다~' 하며 사시와요!!!ㅎㅎㅎ
질문 있습니다. 저는 내년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픈 일 인인데요...
그래서 한국에 아파트 하나 마련하려 하는데 (비워 놓아도 되니까), 아내는 시골 집에서 살고 싶어하네요.
만약에 한국에 시골 집을 마련한다면? 3~4개월 비워 놓아도 되나요? 아님 어떤 노하우가 필요한지요?
저는 지난 두 해 정도 한 여름을 유럽에서 지내고 왔어요.
그동안 옆집 부부가 늘 통풍도 시켜주고, 습기가 많은 날엔 제습기도 틀어주고 등등 자기 집처럼 돌봐 줘서
집을 완전히 비워 둔 적이 없었단 생각입니다. 돌아오는 날은 집 안팍 불을 다 켜놓고 환하게 저를 맞아 주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비싼 귀중품이 없으니 가져 갈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까짓 냉장고, 에어컨, TV 등등 갖고 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다 가져가라는 배짱으로 삽니다.
그러니 하나도 아까운 게 없고, 집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습니다.
@별떵이 님의 용기와 지혜가 많이 도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