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몰라요〃
클레비닛#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만 나타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지만,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적잖게 힘든 일이다. 허허.. 너무 겸손했나? ……. 현실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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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 자리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 떨떠름하게 여기는 지현이의 약혼녀를 앞에 두고 여러가지 잡담으로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얘기가 끝이 없네."
지현이는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이제는 서로 가봐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뭐 어차피 나도 바쁜 사람이니...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의 일과 중 하나다.)
"내 말이.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
"그럴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현이도 마중을 나오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약혼녀는 쓴 표정으로 지현이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했다. 흥... 보나마나 가지 말라고 앙탈같지도 않은 앙탈을 부리는 거겠지.
나도 저 여자가 저렇게 태도를 보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나오지 말고 둘이 더 얘기 하다가 가. 나야 뭐 나중에 연락해서 다시 만나면 되지."
"……. 미안. 그럼 나중에 보자."
"어, 그래."
저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가는 게 좀 아쉽다. 지현이랑 신경전은 자주 펼쳐도 만나는 횟수가 잦을 텐데. 계속 붙어있을 저 여자의 이름을 모르면 나중에 부를 때도 불편하고... 에이 모르겠다. 그냥 그 때 가서 생각하지 뭐.
뭘 특별히 마신 것도 없기에 그 자리에서부터 카운터를 지나, 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내 훗날에 관한 잡생각을 하면서 오는 도중 갑자기 떠오른 한 가지 생각……. 주차요금!! 지금 몇시지? 아아 제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를.... 나 이만 원 밖에 없다. 현재 11시 19분. 응? 여기에 약 9시 정도에 주차했으니. 만 칠천 원?!
-콱!
난 괜히 땅에 화풀이 했다. 내 발이 더 아플 줄 알고 있었더라면 화풀이 따위는 안 하는 거였는데. 삼천 원으로 뭐하냐... 안 그래도 비싼 차 렌트하느라 15만 원 날렸는데 !! ……. 삭히자. 내 인생이 이렇지 뭐.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면 돈을 덜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잽싸게 차를 타고 정산소로 향했다.
"여, 여기요……."
최대한 불쌍한 눈빛을 쏘아대며 주차권을 슬쩍 내밀었다. 난 딱 천 원만 깎아줘도 여한이 없다. 기분좋게 이 주차장을 나설 수 있으리. 그러나 정산소 안에 자리잡고 계신 이 여성분께선 기어코 나의 돈을 앗아가려나 보다.
"예. 만 팔천 원입니다."
아아... 안타깝지만 세종대왕님을 보내드려야할 때가 왔구나. 흑흑... 울고싶도다.
난 지갑을 꺼내 안 그래도 야위었던 지갑의 마지막 양식 두 장을 뽑아들었다. 허름한 지갑 안에서 허름한 지폐가 나오니 내 자신이 더욱 불쌍해지고 처절해진다.
"여기……."
어? 잠깐. 아까 내가 계산했을 때는 만 칠천 원이 나왔었는데? 지금이 11시 19분이라면 만 칠천 원이 정상인데.
난 약간 따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저, 만 칠천 원 아닌가요?"
"네. 방금까지만 해도 만 칠천 원이었죠."
"……?"
"지금은 11시 20분을 초과했기 때문에 천 원이 추가된 겁니다."
"……."
방금 구사했던 따끔한 말투는 어디로 다 도망가고 잠깐의 침묵 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
-부르릉
바로 엑셀레이터를 밟아 이 자리를 피했다. 다음에 또 이용해달라고? 이용은 개뿔. 이렇게 비싼 유로 주차장은 처음 본다. 그나저나 걱정이군. 렌트카로 출혈이 심했는데 이걸 어떻게 매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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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와 널브러진 옷 속에 파묻혀 휴식을 취했다. 솔직히 청소를 안 해서 그렇지 부족한 건 없이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한번 날 잡아서 '청소' 라는, 나에겐 사소한 작업을 해줘야 할 것 같다.
할 일이 없어서 노트북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3인칭의 관점으로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볼품없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틱 틱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경품! 후후……. 역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나도, 솟아날 구멍도 있고 무너질 구멍도 있는 법이다. 아, 이건 아닌가? 하여튼. 낮은 확률이라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큼지막한 경품이 올 것이다. 언젠가 TV에선 인터넷으로 받은 경품이 집 안에 꽉 찬 사람도 있던데. 그럼 시작해볼까?
적절한 사이트를 몇 골라 참여를 했다. 처음엔 수십 개의 사이트가 내 눈에 들어왔으나, 자격이 안 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것들을 빼고 나니 별로 남지 않았다. 내가 참여한 이벤트들의 경품은 말 그대로 거물(巨物)들이다. 최신형 휴대폰, 24인치 와이드 모니터, 500만 화소 디카. 그러나 이런 것 보다 정말정말 큰 경품. 이걸 과연 주기나 할런지 의심스러운 경품. 바로.. 렉서스 RX330 !!
"와……."
가격을 알아보니 6천만 원이 넘는 가격인데, 이걸 경품으로 걸다니... 제정신이긴 한 건가? 고객을 모을 수만 있다면 더한 경품도 내걸 수 있다는 건가? 회사들의 고객 모으기 경쟁때문에 내가 덕을 보는구나. 이거야말로 어부지리가 아닌가? 허허허허...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뭐가 이리 기쁜걸까. 이 중에 한 가지만이라도 된다면 소원이란 건 필요없겠지.
-딩동♬
20평 남짓한 이 좁은 공간에 초인종 소리만 크게 울리니 왠지 쓸쓸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난 현관 앞으로 가, '누구세요?' 라는 말 한마디 없이 현관문을 열어 재꼈다.
내 앞엔 택배원의 옷차림을 한 남자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한제경 씨 맞으시죠?"
"예, 제가 한제경인데……."
"여기 사인해주시고요."
사인을 받은 후 인사를 하고 가는 택배원을 뒤로하고 누가 보낸 건지 박스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명지윤?"
아... 누구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보낸 사람은 일단 넘기고 내용물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칼로 테이프를 잘라내고 박스를 뜯었다. 그 안에는...
"……. 누가 이런..."
핸드폰이 아닌가?
"... 명지윤.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고마운 사람이군."
난 당장 상자를 열려다가 문득 멈춰 다시 생각했다. 내가 과연 이 물건을 받을 명분이 정확한건가? 만약 사실이라면, 이걸 받아 사용하는 나에게 이걸 빌미로 무언가 요구하겠지. 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군. 만약 착한 여자가 걸린다면? ... 아냐아냐. 착한 여자라는 사람이 이런 걸로 누군가를 꿰어낼 리가 없지.
-스윽. 드륵
어어? 내 손이 뇌의 명령없이 포장을 뜯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사용하는 수밖에 없잖나? 이놈의 몹쓸 손 같으니…….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나의 결정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은 내 손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번 업데이트를 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업데이트 하네요.
그 때까지 많이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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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lev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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