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석계 마을 택시를 아침 7시까지 와달라고 부탁하고
저녁에는 사랑하는 청년이 군대가면서 빌려 준 핸드폰에 충전하고
여유 시간이 있으면 공과금 납부하려고 고지서 챙기고
돌아오면서는 반찬거리도 사오려고 몇 가지 적어 놓고
하루 더 걸릴지 몰라 문 단속도 잘하고
삭발하고 목욕한 후에 부처님 전에 향사르고
이틀 몫으로 예배하며 무사한 여행이 되도록 기원하였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약속을 잘 지킨 택시가 도착하여
미리 예매한 고속열차를 이용하려고 구포역에 갔는데
택시요금이 35000원이라는 말에 가슴이 덜컹 하였으나
아는 기사분이라 웃으면서 고맙다는 인사하고 내렸습니다.
처음 타 보는 고속열차라 기분이 묘했습니다.
요금은 39200원이였는데 철도회원이라 5% 할인된 금액이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철도를 많이 이용하여 철도회원권을 만든 효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정토원에서 40분만에 도착한 요금과 서울까지 가는 요금이 비슷해서
다음에는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르기도 하지, 두 시간 반만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역에서는 같은 열차로 오기로 한 동아대학교 강교수님을 기다리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어 택시를 탔습니다.
은평구 시립복지회관으로 가자고 했는데 택시요금이 5000원 6000원 올라가도
나타나지 않아 '이렇게 먼가'하고 생각했으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였습니다.
택시요금이 8600원 나오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뒤에 알고 보니 강교수님은 그 차를 놓치고 뒷 차로 왔습니다.
12시에 예정된 점심 시간이 늦어져 복지관 이사장인 성운스님의 안내로
복지관 곳곳을 돌아보며 활동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설을 자랑할만 곳이었습니다.
성운스님의 원력과 활동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자랑스러웠습니다.
늦은 점심에 잘 차린 공양을 배불리 먹고 이사회에 동참하였습니다.
나는 큰스님의 추천으로 새로운 이사로 영입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 본인의 저술 등에 대한 활동과 신념을 칭찬하였지만
다른 분들에 비하면 나는 참으로 볼품없는 존재에 불과하였습니다.
한국정토학회는 일반 불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구성원은 모두 불교계에 이름난 분들이었습니다.
교수, 박사, 석사, 큰사찰 주지스님............
유독 나 혼자만 학벌도 명예도 돈도 절도 없는 신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추천해주신 큰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릴 뿐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은 없었습니다. 나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회의시에는 지난 활동, 현재의상황, 내년 계획도 논의하였습니다.
어떤 모임이든지 구성원은 반드시 주어진 의무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일정한 회의에 참석하고, 회비를 잘 내고, 사업에 동참하는 것 등입니다.
그런데 귀를 기울이니 이런 점이 아쉬웠습니다.
나는 추천해주신 분의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소임을 다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정토교와 불교복지"라는 이름으로 토론하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세미나를 경청하면서 아쉽게 생각한 것은
"정토교와 불교복지"를 논할 때는 공구여의원(供具如意願)
즉 누구나 깨달음 이전에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는 세계,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복, 음식, 주거, 의약이 구족한 세계를 염원하는
원력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정토교와 관련한 어떤 논의에서도
반드시 "정토"라는 개념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 보광스님께서 마칠 무렵에 이 점을 명확히 정리해주셨습니다.
"정토는 깨달음의 세계일 뿐만 아니라 물질도 풍요로운 세계입니다.
정토교에서는 마음이 정토(유심정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나는 이 말씀에 안도하였습니다. 나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토는 안락(安樂)이라고 부르니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세계"입니다.
정토는 깨달음의 세계요 물질도 풍요로운 세계입니다.
정토는 자연과 생명이 청정한 세계입니다.
정토는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부처님이 성취하신 진실의 세계입니다.
정토는 인류가 염원하고 성취해야할 희망의 땅입니다.
복지사회 건설은 정토교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나의 신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