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동거리 : 67 Km, 누적거리 : 67 Km 비행기에서 아침을 맞고 바로 파리에 도착하는 일정에 따라 샤를르 드골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 7시, 아직은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이나 다름없는 시간입니다. 섬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7시가 어째 한국에서보다 더 늦게 해가 뜨는지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 시기의 한국은 6시 30분이 넘으면 해가 뜨는데…… 우리보다 더 북쪽이라서 그런가……하긴 위도상으로 우리보다 한참 북쪽인 북위 48도정도라서 그럴 수 있겠지. 샤를르 드골 공항은 말 그대로 유럽식 공항입니다. 아시아의 다른 공항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인천 공항, 싱가폴 창이 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등과 비교하면 이건 뭐, 공항도 아니고 부속 건물입니다. 좀 더 과장되게 말하면 고속버스터미널 수준입니다. 공항도 좁고 편의시설도 뭐하나 제대로 되어 있질 않고…… 여하튼 예전의 이탈리아 로마 다빈치 공항이나 밀라노 말펜사 공항 등도 아시아 공항과 비교하면 그리 좋은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은 예외입니다만. 그러한데도 누구하나 공항내 시설 등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서양사람들이 특이한 점은 우리와 달리 국가가 해줘야 하는 공공시설들에 대한 불편은 그냥 아무 말없이 감수한다는 겁니다. 단지 개인에 대한 피해가 생기는 부분은 너무나도 강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합니다. 아마도 현재의 국가 서비스는 기본적인 서비스로 만족하며 자기가 낸 세금을 아껴 다른 복지분야에 그 남는 돈을 사용하도록 하고, 미래의 자기 자신이 필요로 할 때 국가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을 생각해서일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반대이지요. 편의시설 등 현재의 국가 서비스는 최대한으로 받아내려고 하면서 정작 자기자신이 미래에 필요로 할 때 국가의 도움받는 것에 대해서는 불신만 가지고 신경들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항을 보며 한 순간 그런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아이들과 박여사는 비행기에서 잠들을 거의 자지 않고 지내서인지 피곤이 몰려든 모습입니다. 하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싱가폴로 가서 환한 낮의 9시간을 잠도 안자고 버틴 상태에서 13시간을 날아와 다시 아침을 맞았으니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겠지요. 그래도 처음 온, 그리고 아무도 반겨 맞아주지 않는 지금까지 통하던 한국어, 영어와는 전혀 다른 불어의 나라에 와서인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지요. 아무 것도 듣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못하는 불어때문에, 우리가 도착한 후 짐도 잘 찾고 푸조 리스카를 빌리고 계획했던 라빌레트 산업과학관을 찾아 가서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캠핑장에 도착하여 모빌홈에 짐을 풀 때까지 저도, 박여사도, 아이들도 계속해서 긴장의 연속, 불안과 초조의 연속입니다. 총 4단계의 파리 통과시험을 무사히 치를 때까지 계속되는 우리들의 고난입니다. 자, 오늘의 일정은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이제부터 좌충우돌하며 보낸 일정을 써 내려갑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 입국심사장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시험은 항상 짐 찾기입니다. 짐만 무사히 나오면 1차 시험은 통과하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일단 먹고 입을 준비는 되니까요. 그 나머지가 문제가 된다면 일단 택시타고 호텔로 가서 짐을 풀러놓고 다시 시작해도 되거든요. 지금까지 여러 번의 해외여행에서 단 한번도 짐으로 인한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도 우리의 그 지독한 여행 행운을 믿어야지요. 그런데, 오늘은 우리의 운이 다한 것 같습니다. 짐을 기다리는데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탄 일행들은 거의 모두 짐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나가는데 왜 우리 짐은 나오지 않는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큰 트렁크와 중간 크기 트렁크 2개는 나왔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먹을 것을 싼 식품류 박스 짐과 식기며 조리기구들이 담긴 큰 스포츠 가방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짐은 우리와 다른 한 무리의 서양 사람들입니다. 우리 항공기의 짐이 다 빠져 나왔는데도 이 두가지는 나오질 않습니다. 박여사와 저는 이제 최후의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온 것을 알았습니다. 최후의 결단이란 다름 아닌 이번 여행에서 밥 해먹는 것은 생략하고 그냥 모든 끼니를 사먹는 것으로 변경하고 일단 항공사 카운터에 얘기하는 것이지요. “아,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와 달리 몸도 피곤한 상태에서 출발하더니 결국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하는구나, 이제부터 한달간을 어떻게 버티나”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우리의 여행 행운은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우리 뒤에서 커다란 수레를 끌고 다니던 공항 직원이 뭐라고 크게 부르는 겁니다. 그 수레를 보는 순간, 일단 한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일단 걸리는 물건이 있다면 버리면 되는 거니까하면서 찾았다는 안도감 말입니다. 뒤에 서있던 박여사와 우리의 이쁜이 원정이가 우리 짐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 말이 깨지기 쉬운 짐이라 따로 빼서 가지고 왔다는 겁니다. Oh! My God!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이 제 머리속에는 통과, 1차 관문입니다. |
<우리를 한달간 태워다 줄 푸조 307SW> | <천정이 파노라마유리로 된 푸조 307SW> |
이제 2단계 시험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푸조 리스카를 운전할 때까지입니다. 짐을 찾아가지고 나와 공중전화를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푸조리스를 예약할 때 설명 들은 대로 1터미널에 도착하면 아무 공중전화에서 푸조리스를 대행하는 TT Car라는 회사로 우리를 픽업하라고 연락하는 겁니다. 그런데 전화기중에 TT Car전화가 별도로 있었습니다. 1터미널에는 없다고 했는데…… 하여간 잘됐네, 불필요하게 공중전화 사용법을 익힐 필요도 없고 좋은 일입니다. 그동안 싱가폴 날씨에 맞게 입고 온 옷들을 가방에 넣고 파리의 날씨에 맞게 두꺼운 옷들을 꺼내 입었습니다. 확실히 쌀쌀한 날씨입니다. 서울보다도 더 쌀쌀합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까 약속한 출구앞에 우리의 봉고와 같은 밴을 끌고 나타나 우리를 태워 TT Car사무실로 직행합니다. TT Car 사무실은 3터미널 근처에 있습니다. 약 5분 정도 걸려 도착한 후 계약서와 운전면허증, 여권을 보여주고 나서 차 키를 받는 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미리 전체 금액을 결제해서인지 다른 추가적인 사항은 주의사항들만 나열하고 바로 우리에게 차를 인도해주었습니다. 차량등록증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고 운행거리가 채 10여 Km가 되지않은 신차입니다. 307SW! 이제 이차가 한달간 우리를 끌고 다닐 우리의 교통수단입니다. 천장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는 일명, 파노라마 선루프이고 왜건형식의 차입니다. 덕분에 우리의 큰 4개의 짐과 배낭 2개, 노트북가방까지 모두 뒷좌석뒤의 트렁크부분에 싣고 우리 네명이 편안한 자세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깨끗한 새 차를 가지고 말입니다. 이제 2단계 시험도 통과입니다. 자, 3단계로 넘어갑니다. 여행의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는 기름을 넣는 것부터입니다. 일반 렌터카와 달리 리스차량은 기름은 별도로 차량소유자가 넣어야 합니다. TT Car 바로 근처에 주유소가 있어 바로 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 반납시에도 렌터카와 달리 기름을 채우지 않고 반납해도 됩니다. 주유소는 TT Car사무실에서 위치와 지도를 알려줍니다. 리스가 좋은 점은 보험에서도 혜택이 있습니다. 동유럽의 국가들도 왠만한 곳은 다 풀 커버리지입니다. 또 리스가 좋은 점은 가격이 싸다는 점입니다. 17일 미만의 경우는 렌터카가 더 싸지만 17일을 초과하는 여행일 경우 특히 장시간일 경우 리스가 훨씬 쌉니다. 리스는 프랑스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입니다.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및 영업을 위해 유럽이외의 지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해외에서 예약한 후 자국 차량을 싸게 대여하여 인지도를 높여 판매를 강화하려는 전략이지요. 리스계약 만료후의 차량에 대해서는 다시 중고차로 판매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자동차회사들로서는 손해날 게 없는 장사입니다. 푸조, 르노, 시트로앵 등 프랑스 3대 자동차 회사가 모두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푸조가 가장 활성화되어있고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지 자기가 원하는 색상은 아닙니다. 주는 대로 받아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우리에게 색상이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등의 눈에 잘 띄는 색상이 나오지 않나 고민했습니다. 처음 온 나라에서, 그것도 백인, 흑인이 많은 나라에서 동양인이 눈에 띄는 차를 끌고 다녀서 좋을 것은 없지요.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좋습니다. 사고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테니까요. 우리차는 짙은 쥐색입니다. 헌데 번호판이 눈에 많이 띄는 겁니다. 색상도 빨간 바탕이고요. 다른 차들은 대부분 푸른 바탕이거나 흰 바탕인데…… 여하튼 주유소에서는 또 한번 아주 간단한 해프닝이 있었지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 기름을 넣으면 중유기를 투입구에 넣고 방아쇠와 같은 버튼을 누르면 손으로 잡지 않아도 들어갑니다. 기름이 찰 때까지 들어가다가 다 차면 철거덕하며 걸리고 기름 주입이 끝나지요. 헌데 여기는 버튼을 계속 누르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완전 수동입니다. 계속 잡고있어야 하는 겁니다. 왜 이리 불편한지.. 드디어 우리 애마에게 기름도 배불리 먹이고 이제 출발입니다. 3단계 시험 돌입! 오전 9시 조금 넘어 출발했습니다. 라빌레트 산업과학관까지 가는 것에 대한 지도는 서울에서 미리 뽑아왔습니다. 그것을 보고 가려는데 고속도로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도와 달리 도로 이름이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불어로 쓰여진 도로 표지판은 이미 우리에게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맙니다. 도대체가 뭔 소린지, 읽기도 힘들고…… 라빌레트까지 가며 처음 운전하는 도로인데다 상당히 복잡한 도로구조며 뒤엉키는 차량들 덕분에 그 잘난 인간 네비게이션의 머리속도 정신없이 돌아가며 머리속에 들어있는 파리 전체 지도에 라빌레트의 위에 대한 정보를 그려가며 지나가는 도로명들과 매칭시킵니다만 이상하게도 라빌레트라는 이름의 표지판이 곳곳에 있고 각기 다른 방향을 보여주어 우리는 더더욱 헤매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로터리가 상당히 많습니다. 로터리마다 서로 가려는 차량들로 뒤엉켜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았지요. 결국 머리속 나침반과 그냥 느껴지는 육감으로 하나의 방향을 잡아 운전해나갔습니다. 뭐 모로 가나 도로 가나 가는 곳만 맞으면 된다는 말처럼 결국은 육감에 의한 지리정보가 더 정확했습니다. 라빌레트는 파리 동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원래는 가축도살장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 거대한 산업과학관과 신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같이 라빌레트 산업과학관으로 들어가서 같이 관람을 했습니다. 라빌레트 산업과학관은 거대한 건물안에 있는 일반 산업과학관과 둥그런 구 형태의 제오드(Geode) ? 미국 올란도의 디즈니 엡콧의 상징물인 은색 구와 같습니다. - 라는 상영관이 있습니다. 3D영화를 상영하지요. 아마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의 과학까지 프랑스의 과학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보여만 주는 것이 아니고 테마별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라빌레트 산업과학관의 모습입니다.> |
서울에서 계획하기로는 파리는 박물관 등 구경할 것이 많아 각각 입장료를 내지않고 한꺼번에 60개 이상의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을 볼 수 있는 뮤지엄패스를 사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려고 했지요. 뮤지엄패스는 2일권, 4일권, 6일권이 있는데 우리는 4일권을 사서 다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라빌레트에서 사려다 보니 부가적인 부분들에 대한 추가 요금도 있고 또 일부는 문을 닫은 것도 있어 기본 입장료만 내면 어른인 박여사와 저는 간단히 해결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만 제오드 포함한 입장권을 사고 어른들은 기본 입장권을 샀지요. 대신 뮤지엄패스는 잘하면 2일권으로 축소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저녁에 캠핑장에 가서 일정을 조정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제오드에서 태양계에 대한 3D 영화를 보는 동안 박여사와 저는 라빌레트 과학관 주위를 돌아보면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았습니다. 새롭게 조성된 지역이라서인지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결국 파리에서의 첫번째 식사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기로 했지요. 맥도널드와 같은 미국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프랑스 자체 패스트푸드체인인 퀵(Quick)이라는 곳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퀵에서 버거와 샌드위치 등을 사가지고 가서 아이들이 영화가 끝나면 먹기로 한 것이죠. 날씨는 쌀쌀하고 바람도 세게 부는 덕에 따뜻한 커피도 한잔 사서 마셨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서 어디 구경하겠나 생각하니 앞으로가 걱정됩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좀 더 내부를 관람하고서 건물 외부의 공원을 구경헸습니다. 오전과는 달리 하늘이 맑아지며 따뜻한 기후를 보여주어 우리는 기분 좋은 파리의 첫 오후를 유럽식 공원에서 보냈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통과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아침에 기분좋게 파리에 도착, 모든 짐을 찾고 푸조리스도 손쉽게 빌려 여기 라빌레트까지 왔습니다. 볼로뉴 캠핑장까지 무사히 가서 우리의 5일간의 보금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쉬는 겁니다. 라빌레트에서 3시경 나와 먼저 집에서 뽑아온 지도를 자세히 보고 길을 떠났습니다. 일단은 라빌레트로 올 때 왔던 복잡한 길을 거꾸로 가면서 공항방면으로 가다가 캠핑장으로 가는 A1 고속도로를 타야 합니다. |
<라빌레트 산업과학관 앞의 운하의 모습입니다.> |
복잡한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우측으로 “Peripherique Interior” 라는 반가운 도로명과 진입로가나옵니다. 지도에서 본 Peripherique라는 반가운 이름 탓에 편도 3차선도로인데도 불구하고 1차선에서 억지로 바로 우회전을 하여 진입로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다가 캠핑장 나오는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가기만 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역시 여행에 관한 한 행운이 따른다고 봐야겠지요. 역시 일반 시내도로에서 도시고속도로로 나오니까 한결 편해집니다. 막혀도 계속 진행은 되니까 말입니다. 특히 로터리도 없고…… 잘 달리던 우리의 행로가 이상한 모습을 보입니다. 옆으로 보이는 도로명도 맞는데 우리가 진핸하는 방향에 나와야 하는 인터체인지들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를 않습니다. 아직 그 정도까지 오지를 않았나? 그런데 옆에서 열심히 지도와 표지판을 비교해가며 보던 박여사가 느닷없이 엉뚱한 말을 하는 겁니다. “우리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페리페리크가 순환도로인 거 알지? 근데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어.”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아니, 지금까지 잘 가고 있다고 믿던 도로를 거꾸로 돌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드골 공항이 생기기 전 파리의 예전 공항인 오를리 공항 표지판과 프랑스 남동부의대도시이자 프랑스 제2의 도시인 리용(Lyon)의 표지판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볼로뉴 캠핑장은 파리의 서남쪽 방향이라 다른 도시가 나온다면 베르사이유나 샤르트르, 오를레앙 같은 곳이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남동쪽 방향에 있는 도시들과 지역이 나온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인터체인지 이름을 말하고 순서를 얘기하라니까 실제로 거꾸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럼 왜 페리페리크였지? 하긴 거꾸로 가도 이 도로는 페리페리크이지요. 단지 방향만 반대로 돌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페리페리크는 서울의 내부순환도로나 외곽순환고속도로와 같이 파리 주위를 순환하는 도로라 거꾸로 가더라도 가고자하는 인터체인지는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단지 북쪽에서 시작한 경로라 서남쪽까지 가기엔 거꾸로 도니까 훨씬 오래 걸립니다. 볼로뉴 캠핑장은 파리에서 가장 크고 시내가 가장 가까운 캠핑장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여행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 캠핑장에서 숙박을 하고 파리를 구경합니다. 그래선지 볼로뉴 캠핑장 가는 길에 대한 인터넷상의 글들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공항에서부터 가는 길을 상당히 자세하게 곳곳의 도로표지판 사진까지 곁들여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요. 그리고 캠핑장이 파리의 엄청나게 큰 볼로뉴 숲속에 있어 운전하며 찾기가 어렵다고 써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는 길에 나오는 페리페리크 도로에 대한 글은 전혀 보지를 못했습니다. 페리페리크(Peripherique)라는 도로표지는 Interior와 Exterior가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Interior와 Exterior는 차선의 이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모든 도로가 가고 오는 차선이 있는데 순환도로라 시계방향으로 진행하는 차선과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차선이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안쪽, Interior는 시계방향으로 운전합니다. 그리고 바깥쪽, Exterior는 시계반대방향으로 운전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을 지명으로 하지 않고 Interior/Exterior라는 이름으로 표시한 것은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도로의 진행방향을 지명으로 합니다. 일반도로나 순환도로나 고속도로 등 모든 도로를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지도를 기억하기 어렵거나 처음 가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느 방향에 어디에 있는지 전현 짐작조차 못할 겁니다. 특히 길눈이 어두운 분들은 말이죠. 미국에서도 경험한 것이지만 도로에다가 방향을 표시한다면, E(동), W(서), S(남), N(북)으로 표시한다면 지명을 잘 몰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전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순환도로에서도 지명으로 인터체인지의 표지판을 구성하지 않고 안쪽, 바깥쪽으로 표시한다면 생각보다 손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너무 지명으로만 모든 것을 표시하다보니 지명을 모르면 길에서 엄청나게 헤매게 되지요. 요즘은 서울의 강변북로에서 보니 E(동), W(서)가 표시되어 있더군요. 이런 점은 우리도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개선하여 길눈이 어두운 분들이나 외국인들이 좀 더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개선한다면 길눈이 어두워 길에서 헤매다 길을 막히게 하거나 사고를 유발하는 일이 줄어들겁니다. 이제 방향은 잡았습니다. 한바퀴 거꾸로 돈다고 하루가 걸리는 것도 아니고 고작 30분정도 차이가 날 것이므로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단지 박여사가 잘 보고 있다가 우리가 나가야 하는 인터체인지만 정확하게 알려주고 저는 그것대로 빠져 나가면 되는 거지요. 가다보니 우리가 프랑스 파리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몽파르나스 타워도 길옆으로 지나가고 멀리 에펠탐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우리는 Pte. Passy라는 곳에서 빠져나가 캠핑장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그래도 일찍 도착해서인지 5시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든 여행 첫날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첫날을 우리 힘으로 완료했다는 안도감으로 편안한 저녁을 모빌홈에서 한식으로 해먹고는 내일부터 본격적인 파리여행을 생각하며 첫날의 저녁을 보냈습니다. 서울의 집을 떠난지 만 이틀이 지나서인지 모두들 상당히 피곤한 모습입니다. 일찍 취침에 들어가 내일을 준비합니다. 아마도 시차문제는 자연스레 극복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피곤하여 곤하게 잠에 떨어졌으므로…… 이제 내일부터는 자동차가 아닌 도보로 파리시내를 4일간 여행할 생각입니다. 사진에서나 보고 TV로만 보던 파리를 말입니다. |
<라빌레트 과학관의 제오드 돔을 들고 있는 우리 쌍둥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