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학수 / 사람은 못 듣는 말
(추천 박해림)
얘들아! 얘들아!
스티로폼들아!
플라스틱들아!
비닐조각들아!
슬퍼하거나 기죽지 말자
속까지 다 내어 준 우리
쓸모없다고 버려졌지만
머잖아 산도 바다도 다
우리들의 나라 될 테니
이미 곳곳마다 널브러져
우리들 없는 데가 없잖니
함부로 던져진 이 서러움을
묵묵히 참으며 견디어보자
―《시와소금》, 2018년 여름호
시 읽기
이 동시는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사람은 못 듣는 말」, 제목부터 의도적이다. 동시는 대부분 아름답게 써야 한다고 여기는 상투성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그렇지. 아이들의 눈에도 빤히 보이는 문명의 쓸모없는 부스러기들. 필요할 때 가까이했다가 한순간에 버림받은 물건들. 이게 다 어른 탓이다. 그래서 시인은더 크게 외친다. ‘얘들아! 얘들아!’ 아이들에게 그리고 프라스틱에게 동시에 속삭인다. 이대로 갔다가는 어떻게 되게?! 크게, 더 크게. 사정없이 버려져 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보여주고 싶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머잖아 이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일깨워주어야만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느껴진다.
잘 봐! 어떻게 되나. ‘속까지 다 내어 준 우리/ 쓸모없다고 버려졌지만/ 머잖아 산도 바다도 다/ 우리들의 나라 될 테니’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어른인 아이들이 지금의 어른들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도록 각성을 기대한다. 이대로 갔다가는 폐비닐과 폐스티로품으로 지구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테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을 알아야만 한다. 무신경한 어른에 의해 아이들에게까지 그 잘못은 계속 꼬리를 물 것이라는 시인의 염려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사람은 들을 수 없다’는 반어적 문명비판은 동시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