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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이 과정에서 채권발행 및 금융기관 차입을 포함한 장단기 차입금도 급증하고 있는데 2004년 17.1조 원에서 75.1조 원까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07년 1.69조 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이 2009년에는 6.71조 원까지 급증하는 등 차입금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이중 장기채권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액수만 5.9조 원을 넘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더라도 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돼 분양수입이나 임대수익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까지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도 1조1669억 원까지 늘어났으나 2009년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환매조건부 토지 재매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동원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973억 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130조 원을 가진 거대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토지주택공사의 하루 이자만 8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불과 60일치 이자도 채 안 되는 수준의 당기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해 채권 발행액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3>에서 토지주택공사의 2010년 7월말 현재 연도별 채권 발행잔 고를 보면 2007년부터 토지주택공사의 채권 발행액이 급증해 2007년 5.1조 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17.3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연환산 13.6조 원으로 다소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채권 발행액이 매우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미 상당량 만기가 도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2006년 이전의 채권 발행액 물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채권 만기가 거의 대부분 3~5년 이상으로 길게는 10여 년에 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7년 이후의 채권 발행 잔고는 비교적 실제 연도별 발행액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들어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어 채권상환 만기 도래 물량을 보면,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10.4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10년 7월까지 발행된 채권의 만기상환물량을 나타낸 것이어서 매년 같은 추세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2013년 이후 채권 만기 도래 물량은 2013년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실 국채와 비금융공기업들의 특수채 발행 물량이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 원 이상 급증한 상태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공채 금리도 올라갈 경우 이자 부담 또한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빚이 빚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이처럼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정부와 토지주택공사의 무분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일차적 이유다. 토지주택공사의 사업 구성을 보면 주택 및 대지 분양이 사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사업비의 규모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이로 인한 민간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및 토지 재매입 등에 치중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파르게 늘어왔다.
명백한 투기적 현상을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건설업계의 논리에 놀아나면서 택지 및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한 정부 정책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토지주택공사 스스로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거액의 빚을 내 무분별하게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을 펼쳐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00년대 택지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1차 폭등기 때는 정부의 택지 지정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주택공급 부족론이 기승을 부린 2004년 이후 택지 지정이 급증했다. 특히 택지지정 면적 기준으로 보면 2004~2007년까지 택지 지정이 연간 5000만~6000만㎡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택지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심각했던 2008년에는 택지 공급이 급감했다가 2009년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본격 추진에 따라 다시 증가했다.특히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함에 따라 2009년 말 현재 33개 지구, 4659만㎡가 보금자리 사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는 올 들어 2차, 3차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이 지정된 것을 제외한 것으로 2009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택지공급 과잉기 때 1년치 택지가 공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른바 '이명박표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해 또 다시 막대한 택지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뿐만이 아니다. 부채가 17조 원에 육박하는 SH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 등도 부동산 버블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주택개발사업 때문에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들 지방공기업들도 향후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각종 주택개발 사업을 줄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수도권 도시개발공사들은 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등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하고 있어 이들 사업의 상당 부분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과정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에 형성됐던 투기 거품 붕괴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 급증과 사업 부실화는 이미 공기업을 통한 국가채무 분식회계도 한계에 이르렀고, 이들 개발공기업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 공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속도가 가속화될 개연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엉터리 정책으로 공기업들의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공기업들의 부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친다는 핑계로 LH공사 등 개발공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정부가 무분별한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당장 성남시 재개발 사업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지역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업 포기'에서 '사업 유보'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력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막아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사업을지속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8조 원의 사업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4대강 사업이나 국토부의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로 생겨난 부채를 떠안은 코레일이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나가려는 용산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LH공사의 경우에는 보금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LH공사 채권 발행액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무리한 개발사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도, 마치 전적으로 전임정부의 탓인 양 몰아가면서도 '보금자리사업'에는 절대 손댈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무리하게 적자재정을 남발하고 산하 공기업들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오히려 더욱 키울 뿐이다.
기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선에서 멈춰야지 막지도 못할 거품을 막는다는 핑계로 미래세대의 빚을 잔뜩 끌어오거나 공기업 등을 통한 분식회계로 국가 전체의 빚을 늘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추가적인 부동산 거품은 결국 거품 붕괴의 충격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욕심으로 각종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강남 거지'의 등장? 악마의 초청장을 찢어라
"우리 회사의 대출 고객 가운데 한 명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결국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자살했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 상에서 이뤄진 주택 문제에 관한 집단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한 금융기관 중견 간부는 상당히 충격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계속된 증언에서 "주택 담보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의 70% 이상이 대출인 채무자는 극단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도권에는 이미 비참한 '하우스 푸어'들이 많다"며 "이걸 언론에서 숨기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이미 하우스 푸어(house poor) 문제가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가운데 이미 하우스 푸어들이 넘쳐나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문화방송(MBC) <PD수첩>의 김재영 PD가 최근 출간한 책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더팩트 펴냄)이다.
김재영 PD는 지난해 '판교, 그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의 그늘', '재건축 늪에 빠진 사람들', '2010, 아파트의 그늘', '인천은 세일 중' 등 주택 시장의 적나라한 실태와 사회경제적 문제점을 심층 취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같은 심층 취재를 통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상당한 전문 역량을 축적한 PD이기도 하다. 김 PD의 공력 덕분인지 <하우스 푸어>는 출간 직후부터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들의 실태를 다룬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등 세간의 화제를 낳고 있다.
▲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김재영 지음, 더팩트 펴냄). ⓒ더팩트 |
북풍? 노풍? 문제는 재정이야, 이 바보야![지방재정 진단①] "이 와중에 호화청사?"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입니다.필자 주
6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이른바 '무상급식'(사실 의무교육과정에서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급식이라는 점에서 '의무급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으로 판단된다)에 대한 여야간 입장 차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 동안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던 지방재정의 사용방향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지방재정의 실태와 이에 대한 사용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관심과 인식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무상급식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조차 이를 넘어서서 심각한 지방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재원의 올바른 사용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방자치란 각급 지자체의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정치적 협치구조(governance)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자체 재정 운용방식은 '생활정치'로서 지방자치제도를 정착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현재 국내 지자체들의 재정 상태를 진단해 보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하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살펴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년 65.1조 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 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 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 원 가량 급증한 30.7조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 원으로 다시 4.2조 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년 31.2%로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로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등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그런데 취득세와 등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와 등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로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년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등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시적 반등을 보였던 2009년의 아파트 거래량도 2010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9년 9월 이후부터 꺾이기 시작해 상당한 침체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자립도 50% 이상 기초단체 고작 10%…나머지는?//[지방재정 진단②] 급전직하하는 재정자립도
첫번째 글에서 지방재정난의 심각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각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지자체 재정 소요를 충당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현황을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참고로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금액에 지자체 예산규모로 나눈 비율을 나타낸다. 사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정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권력관계 측면에서 이 같은 세수구조가 쉽게 달라지기 어렵고 특히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현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9년 53.6%로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더 가파르게 떨어져 2000년 84.8% 수준에서 72.7% 수준까지 이르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군단위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밖에 광역도 단위나 시 또는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재정자립도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면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2009년 현재 90%를 넘고 인천도 74.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58.3%, 대구 54.7%, 광주 48.3%, 대전 59.3%로 지방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수도권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다만 울산의 경우 각종 제조업의 발달로 지역내 총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비교적 높은 67.7%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도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경기도만 75.9%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광역도들이 20~30%대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전남, 등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시군구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의 2008년 재정자립도를 분석한 결과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이 3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가 13개, 20%미만인 지자체는 86개에 이르렀다. 전체 기초 지자체의 40.9%가 재정자립도 면에서 20%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는 전남, 전북, 경북, 충북의 군단위 지역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광주 남구, 대구 남구, 대구 동구, 대전 동구, 광주 광산구처럼 대도시의 구단위 지역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기초 지자체 14곳은 서울 중구(86.0%), 서초구(77.1%), 강남구(75.5%)와 경기 성남시(74.0%), 용인시(67.2%), 안양시(64.6%) 등 모두 수도권 지자체였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 기초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기초 지자체별로도 상당히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9년 서울시의 구별 재정자립도 현황을 보면 노원구 29.2% 등 재정자립도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구가 8개인데 반해 이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구도 다섯 곳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금도 열악한 상황에서 갈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는 지자체들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및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벌여 지난 한 해에만 52조 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앙정부의 지원 여력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지방세목인 취등록세도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 등으로 지방세원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언론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구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서 108억 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27억 원이 줄어드는 등 예산이 부족해지자 직원 인건비 지급등을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 광산구, 대전 동구와 중구 등 일부 자치구들이 이처럼 재정난으로 직원 월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초 지자체들은 부산, 광주, 대전 등 최근으로 올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광역 지자체에 속해 있고, 모두 자체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경우다. 이미 자체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상급 지자체의 재원마저 급격히 줄어들어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이 깎이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세수는 과거처럼 늘지 않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들의 경우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점점 악화하는 지방 재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가. 모두 '지역 살림꾼'이라고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살림살이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낡은 토건개발세력들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세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한국의 정치는 지방이든 중앙이든 미래가 없다.
서울시, 서민예산 21조 깎아 토건업자 배 불려//[지방재정 진단③] 오세훈, 복지예산 깎아 토건예산으로
첫번째와 두번째 글에서 지자체 세입(수입) 측면에서 심각한 재정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반 가정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지출은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늘리면서도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각 지지체들이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재정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지자체의 세출 측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도표>를 참고로 2010년 서울시 세출예산 현황을 살펴보자.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는 것은 서울이 한국의 수도이고, 재정 규모가 가장 큰데다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음을 밝혀둔다.
2010년 서울시 예산의 사업별 구성비를 보면 사회복지비가 24.6%로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자치구 지원(17.7%)와 교육지원(14.85), 환경보전(13.0%), 도로교통(11.1%), 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3.2%), 문화관광(3.0%), 도시안전(3.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 예산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 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 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 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 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 원) 사업과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 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 원), 글로벌 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 원) 등 하드웨어형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물론 이들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거나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꼭 뒷전에 밀려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흔히 소프트웨어 예산으로 느껴지는 예산 항목의 상당수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처럼 각종 시설 건립 및 조성 등의 하드웨어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예산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각종 개발 및 토건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조8353억 원 규모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시가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크게 늘려 편성한 7조1086억 원 가량보다는 17.9%가량 줄어든 액수다.
이들 각 특별회계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종 지하철 신설 및 연장선, 경전철 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 및 개선 사업, 버스 운영체계 개선 및 관리 사업, 주차장 건설, 동부간선도로 건설 및 강변북로 확장 등 각종 서울시내 도로 건설 및 확포장 사업, 광역전철건설 및 광역도로 건설사업, 이대 동대문병원공원화 사업 및 서울의료원 이전사업, 물재생센터고도처리 및 현대화사업,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거 정비사업, 각종 뉴타운 부대 시설 및 정비 사업 등 온갖 토건형 개발사업과 시설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특별회계의 거의 대부분은 SOC 및 개발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따라서 계산의 편의상 특별회계 전체와 일반회계 가운데 도로교통예산 1조8443억 원, 주택도시관리예산 9683억 원 전체, 그리고 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절반 가량을 포함할 경우 전체 서울시 총예산 21조 2573억 원 가운데 약 48.2% 가량인 10조2373억 원을 하드웨어형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자치구 지원예산 2조9401억 원과 교육청 지원예산2조4548억 원 등 서울시가 다른 행정기관에 이전해야 하는 예산과 일반행정 예산 4402억 원 및 예비비 1888억 원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4조996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서울시 전체 예산의 23.5%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조834억여 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4759억 원, 의료급여지원 6085억 원, 종합사회복지관(95개소) 운영 및 기능보강 지원 578억 원, 재개발 재건축 임대주택 매입 1884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694억 원, 기초노령연금 지급 3960억 원, 보육시설 운영지원 1987억 원, 보육료 지원 3094억 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어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편성해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형 예산은 사실상 전체 예산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 억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형 사업의 비대화로 인한 상대적 위축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지원 사업도 대표적 분야다. 서울시의 2010년 교육지원 사업예산 2조4548억 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조4288억 원이 교육청 전출금으로 사용되는 반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교육예산에 책정한 것은 불과 260억 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 대비 28.5억 원이 줄어든 액수다. 물론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교육자치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가 교육청에 2.5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진정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체 교육예산은 얼마든지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체 서울시 예산의 겨우 800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자체 교육사업에 배정하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자치구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올해 운영 지원비가 82억 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위 <도표>에서 본 것처럼 2009년 예산 대비 사업예산이 줄어든 것은 복지나 교육예산뿐만 아니다. 전반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대규모 확대재정을 폈던 2009년 예산에 비해 다소 예산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그 동안 하드웨어 위주의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배정된 반면 복지나 문화, 교육 예산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기에 이들 예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나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매우 큰 예산은 과감히 줄이면서도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거나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사업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사업들은 거액의 예산이 배정돼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시정홍보에는 491.2억 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는 2009년 493.2억 원보다 2억 원 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홍보예산에는 해외마케팅 관련 예산이 64% 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66억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 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역사와 화장실, 그리고 가로판매대와 버스 및 각 언론사 전광판, 공사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서울시 치적 홍보용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더구나 이처럼 대형 토건형 사업과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용 예산 편성이 관행화돼 있는 것에 더해 이들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턴키입찰 방식은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담합을 통해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25~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25~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서울시의 경우 2008년에 턴키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이 지하철 9호선 2단계 세 개 공구와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공사, IT콤플렉스, 중랑 및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 등 모두 13건을 턴키사업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들 턴키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1조6739억 원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가운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들의 경우 필자가 당시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입찰 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해 가격경쟁이 이뤄져 낙찰률이 떨어졌으나 다른 대부분 사업들은 결국 경쟁입찰에 비해 25~30% 이상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하철 9호선 2단계사업도 평소 '관행'대로 95% 또는 9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면 이들 사업에서만 연간 최소 4184억 원의 예산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탕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건설토목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는 것은 사실 서울시에서도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오세훈 시장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규모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 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 원 이상이 들어가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지금도 극히 부진해 '유령상가'로 전락해 언론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 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예산을 절감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기만적인 주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심지어 보금자리 주택까지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지자체 시절의 예산 낭비를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당시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많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새만 본다면 그의 초심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시장 스스로 서울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시절 지켜본 바로는 공무원들의 눈속임용 보고 외에 서울시 재정의 쓰임새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절반은 '서울시 관료들의 포로'였다. 또 다른 절반은 스스로가 원해서든 정치적 압력 때문이든 어떤 식으로든 '의식적인 개발형 시장'이 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그가 시장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을 정무조정실장에 앉힌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는 아마도 참모진들이 얼기설기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을 사람 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방향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예산이 새고 있고,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관료들에게 포위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본다. 실질적인 당내 경선도 없이 노풍에만 기대며 차별화된 비전과 역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지지율이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을 빼앗긴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들이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낮은 투표율과 같은 '남탓' 때문이 아니라 역량과 컨텐츠 부족이라는 '자기 탓'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정치적 양비론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양비론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 시대에 걸맞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까지 통틀어 기존 정치시장에서 공백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백을 여야 어떤 기존 정치세력에서도 기대할 수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에서 넘쳐나는 정치적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정치 상품 공급자가 없다면 결국 그 시장 공백은 새로운 공급자가 메워야 한다. 그 새로운 정치상품의 공급자는 결국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세대의 돈까지 잔뜩 끌어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탕진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면할 길이 없다.
멍드는 지방공기업, 2012년이 위험하다//[지방재정 진단④] 2007년 이후 채권 16.7조, '배보다 더 커진 배꼽'?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여전히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순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중앙정부가 심의 의결한 2009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방정부 순채무는 13.5조원에 이르렀다. 2007년 9.8조원, 2008년 10.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지자체 채무 가운데 중앙정부에 진 빚은 차감하게 되는데, 중앙정부에 진 빚까지 포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년 19조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조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에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감춰진 채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지자체가 설립한 각종 개발공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는 해당 지자체의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도표1>에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자. 참고로, 지방채 발행 추이는 관련 통계가 정리돼 있는 2007년부터 올해 4월초까지 발행 물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월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이 8312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2000억~5000억원 대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채권 발행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07년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년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각 지자체들이 경기부양책 편성을 핑계로 내세우는 한편 올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전시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는 4월 7일 현재까지 1.57조원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발행이 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는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 가운데 지방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7년 2.74%에 불과했던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 비중이 2008년 5.90%, 2009년 17.54%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가파르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의 상대적 비중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잔액을 만기별로 살펴보자. 올 초를 기준으로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잔고는 모두 15.31조원이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2013년에는 2.07조원, 2014년 이후에는 2.01조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조~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3차'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이번에는 지방공기업별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채권 발행 누계를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의 채권 발행이 5.9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 3.20조원, 경기도시공사 1.70조원 순이다.
이들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모두 10.87조원 규모로 전체의 2/3 가량인 67.0%에 해당한다. 지방채보다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1.46조원, 0.93조원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두 공사의 발행액을 합하면 2.38조원으로 오히려 경기도시공사보다 발행액이 더 많다.
이 같은 채권 발행액 증가는 이들 지방공기업의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스에이치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5년 3.36조원에서 2009년에는 16.35조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각종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자산도 함께 증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상당 부분은 향후 주택 분양이나 개발사업 완료로 상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만성적인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이들 공기업의 경영 수익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SH공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08년 3,712.9억원과 3,569.2억원에서 2009년에는 2,993.9억원과 2,451.7억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도 부채가 급증한 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실적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공사의 2009년 실적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으로 오면서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산하 개발공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김포, 화성, 평택, 하남, 남양주, 안산, 양평, 용인 등 10개 지자체에 개발공기업이 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 등도 산하 개발공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개발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지역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들은 2000년대의 부동산 붐에 편승해 지역 주택사업을 대부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거나 결국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 비롯해 화성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부족한 사업재원을 마련하기 상당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터무니없는 장미빛 계획에 따라 계획인구를 대폭 늘려 잡는 식으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개발공기업들을 설립하는 한편 이들 공기업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들은 경기부양이나 지역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펼치거나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붐에 편승해 개발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들 공기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남은 빚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채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각 지자체의 공기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제어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실상 파산에 직면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홍대앞 예술가 쫓아내면서 '디자인 서울'?//[지방재정 진단⑤· 끝] 토건사업이 계속되는 이유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자체의 정책 틀이 과거 3,40년 전의 개발연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연대에는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이같은 SOC를 확충하는 것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SOC 확충 등을 전제로 한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전후방 연계효과를 통해 그 자체로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음은 물론이다.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고,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SOC 확충은 교통편의 확대 등 삶의 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개발연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개발사업=경제발전=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이처럼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방식이 강력히 남아 있는 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정부주도 정책 및 제도 등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제도의 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적 틀은 여전히 개발연대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발연대 초기 정부산하 공기업들과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차관 등 제한된 자본을 배정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과 산하 공기업은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됐고, 재벌기업 등 업계와도 강력한 유착 아래 정책과 제도가 결정돼 추진됐다.
'업자'들의 이해에 우선한 공공사업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이른바 '민간 방식'을 효율성이라는 명분하에 공적 부문에 무리하게 도입하다 보니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기는커녕 오히려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심지어는 민간이 주요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각종 정부 태스크포스 조직을 보면 사실상 민간기업 직원들이 정부 조직에 파견돼 규제 완화의 구체적 내용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의 기법을 파악한다는 취지로 아예 정부 관료들이 민간기업에 2~3년간 파견돼 해당기업 직원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형식적으로 일하는 제도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관료적 행정을 바꾸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이 유착하거나 민간이 대정부 로비 창구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민간과의 유착이 당연시돼버리다 보니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업자'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폭넓게 공직에 채용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나 획일적인 공무원 임용시험의 틀 속에서 채용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에 구체적인 방안을 의존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왔다.
특히 지자체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은데, 지자체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서울시장은 '남산르네상스'니 '한강르네상스'니 하는 식으로 포장해서 어느 날 갑자기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기획(plan)-집행(do)-평가(see)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한 사업이 끝나면 다시 피드백을 거쳐 차후의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 정책 목표를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책 집행단계에서는 필요한 정책 수단들과 자원을 투입(input)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process)을 거쳐 정책 목표에 걸맞은 바람직한 결과(outcome)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같은 결과는 상당히 추상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산출물(output), 예를 들면 시민들의 공연관람 회수의 증가나 공공도서관 대출 횟수 증가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집행 과정이 끝나면 최종 산출물이나 정책 결과를 당초의 정책 목표와 비교해 엄밀하게 사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처럼 결과 지향적인(outcome-oriented) 행정체계를 통해 정부시스템개혁을 이룬 나라들이 적지 않다.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뿐만 지자체들 대부분이 정책목표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산출물이 나오는 지와는 관계없이 과거 개발연대 방식의 콘크리트 토건 사업 및 시설 확충에만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글에서 거론한 바 있는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일견 정책사업을 한다는 모양새를 낼 수 있고 대중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기 때문에 해당 관료는 일 잘하는 것으로 평가 받기 쉽다. 그래서 전시행정의 콘크리트 토건사업들이 남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강 예술섬'이 건립된 뒤 공연문화를 활성화하고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풍부하게 하는 일에는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에 대한 사후평가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강 예술섬'이 운영 면에서 만성적자에 빠지거나 당초의 정책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벌인 선임자가 그 자리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며 후임자가 뒤치닥거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당초 설정한 목표의 달성에 관계없이 채 토건사업으로 끝나버리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예산을 들여 공연예술가들의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이들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직접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건립 사업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상당한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각 지자체의 예산사업 내역을 보면 사업이름만으로는 일견 소프트웨어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이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사업처럼 취지가 좋고 필요한 사업조차도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그저 '업자'를 위한 토건사업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개발연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전시행정 수요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주민들 눈에 띠는 가시적 사업을 추진해 재선 등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욕구가 작용한다. 지자체 관료들 역시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건립사업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 토호들이 지자체장이 되거나 지방의회 등을 장악하면서 이권을 추구하고 음성적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도 이들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예산이 낭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호화청사를 짓거나 비슷비슷한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내걸고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만들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과는 대부분 무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영어마을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와 관료들의 개발연대 사업방식이 일치해 벌어진 대표적 사업으로 영어마을사업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욕구에 따라 시작된 영어마을사업은 초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각 광역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영어마을사업은 당초 국내에서 외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초중학생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낭비를 막는다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건설하느라고 한 곳당 수백 억원씩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업료 부담과 실력 있는 강사 확보 실패로 당초 목표했던 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투성이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차라리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각 지자체의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두 배로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료를 경감해주는 쿠폰으로 지급했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렸을 지도 모른다. 전국 곳곳에서 '영어마을'이라는 시설이 생겨나 해당 지자체장이나 관료들이 당장은 전시행정의 성과를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궁극적인 정책 대상인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적자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식서비스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연대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들은 오히려 당초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지난해 첫 정책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올초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등 홍익대 일대를 포함한 74만㎡을 '개발진흥지구(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각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을 집중 육성하고 입주업체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이에 발맞춰 올해 7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포DCF (Design Core Facilities)를 건립하는 한편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업시설, 지원시설 등이 들어서는 기반시설과 주변 지상가로를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사업의 대부분이 예술 창작 활동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개발계획 발표와 시설물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정책은 오히려 홍대 앞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디자인 거리' 등 홍대 일대를 개발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자 이 일대에서 일하는 디자인 및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임대료 급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대 앞 예술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하고 인근의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되자 또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열었던 조그만 갤러리나 공방들이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대체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서 살고 있는 '배 고픈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도 서울시와 마포구는 건물을 짓고,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제한 등 개발규제를 완화해 임대료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홍대 앞 예술가들은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반면 건물주들과 부동산 업계만 이를 반기고 있다.
서울시가 '문화시정'과 '창조경제'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문화와 창조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발전의 3T라고 불리는 기술(technology)과 함께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와 관용(tolenrence)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다양하고 관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에 의해 촉진된다"며 "사람들의 지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피츠버그시를 예로 들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론대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고 1980년대 이전에 미국의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워싱턴하우스, 유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혁신의 중심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등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피츠버그 시의 쇠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재개발'을 꼽았다. 피츠버그시 당국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던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많은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스타일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거대한 창조적 공동체는 뚜렷한 소규모 집단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 말에 2개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 이를 두고 "그 지역의 진정한 건축물을 교외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상표로 대체함으로써 파괴하고 태우는 재개발 전략을 계속 장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홍대 앞의 문화 생태계에 대해서도 사실상 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성의 인적, 문화적 토대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공동체마저 파괴하며 흩뜨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양태는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본 것처럼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앙정부의 감세정책과 무리한 토건부양책이 지자체 재정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바로잡고 대규모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남발을 줄이는 등 세입세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실명제 도입하자
하지만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현재의 행정시스템 변화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시민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요구하고 편성할 수 있는 '참여예산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무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구조와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방식과 성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없이 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서구의 공무원 채용 방식처럼 각계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폭넓게 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투입이 아닌 결과 지향적인 방식으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체계를 바꿔야 한다.물론 관료 시스템의 변화 못지 않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렇지 않고서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각종 명분을 내세워 콘크리트 정책 사업을 남발할 뿐이며 결국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소중한 재원들만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용산 개발 좌초, LH 부실, 나라 거덜내는 '막개발'
"정치적 탐욕이 부른 거품, 책임은 누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시장과 오피스시장이 함께 무너지고 있으며, 각종 대규모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들도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여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 위기와 지자체 및 산하 개발공기업의 재정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미 2008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었으나 현 정부는 저금리와 세금, 각종 토건사업 남발 등 수백 조 원 가량의 직간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그런 부양책들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소진했을 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는커녕 부동산 거품 시기에 정치적 탐욕에 내몰려 각종 부동산 막개발과 무분별한 토건개발사업을 소재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이런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며 막대한 재정을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에 탕진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급감해 지방 재정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나마 재정이 가장 탄탄하다는 서울시의 올해 취등록세 수입은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해에 비해서도 절반에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 개발 욕구에 편승한 정치적 탐욕으로 무리한 부동산 막개발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 인천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은 각종 개발사업을 예산으로 추진하는데 한계를 느끼자 지방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2003년에 설립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서구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아시안게임 경기장,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하거나 분양에 실패하기 시작하자 빚더미에 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도표1>에 나타난 것처럼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현재 부채는 6.64조 원까지 폭증해 인천시까지 재정 위기로 몰리고 있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어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부채를 갚는 일이 요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 인천도시개발공사 재무 현황
▲ (주)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현재 부채는 언론보도 인용 |
사실 인천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의 개발 공기업들이 빚을 끌어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각종 주택건설 및 지역개발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 같은 무분별한 투자의 상당 수가 부실로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겉으로는 민간사업인 각종 PF사업들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린 것도 사실은 부동산 거품기에 '부동산 가격 올리기 경쟁'에 나선 토건형 지자체장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 크다. 가장 사업규모가 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해 판교 알파트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사업들이 대표적 사례다.
모두 부동산 가격 올리기를 염원하는 지역주민들과 이를 정치적으로 대변한 자치단체장, 그리고 이 같은 사정을 활용해 자본력도 확보하지 않은 채 손쉽게 고수익을 추구하려 한 건설업체들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모두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계획한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기란 어렵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그 같은 사업들이 하나둘씩 좌초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공이 추진한 개발사업이든, 민간이 추진하되 공공이 뒷받침하는 PF사업이든 이제는 정치적 탐욕이 빚어낸 부동산 막개발 사업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해 정리해야 한다. 이른바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에는 일정한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나마 그렇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용산개발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용산개발사업이야말로 2007년 무렵 한창 들끓었던 '두바이 모델'을 본 따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환상 위에 성립된 사업이다. 애초부터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수립된 사업이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사업성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산개발사업은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그나마 사업 좌초로 인한 파장을 줄이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 10조, 20조 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에서 사업이 좌초될 경우 건설업계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 용산 재개발 사업 조감도. ⓒ뉴시스 |
하지만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로 인한 부동산 위기를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뭐니뭐니해도 LH공사의 부채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주택공사를 사례로 삼아 정부의 무리한 개발 정책이 어떻게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위기를 부르고, 결국 국가채무 및 부동산 시장 위기를 부르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현황을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먼저 자산부채 현황을 보면, 토지주택공사의 자산은 2004년 40.3조원에서 130.1조원까지 급증했다. 이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자산이 26.1조원에서 82.3조원으로 비유동자산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또 이 기간에 부채는 28.1조원에서 109.2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81.1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채가 올해 6월 현재 2009년 말의 109.2조원보다 다시 9조원 가량 늘어난 118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자산이 89.8조원 늘어났음을 고려할 때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부채 증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채를 마구잡이로 끌어다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급증한 것이다.
<도표2> 한국토지주택공사 재무 현황
▲ (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이 과정에서 채권발행 및 금융기관 차입을 포함한 장단기 차입금도 급증하고 있는데 2004년 17.1조 원에서 75.1조 원까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07년 1.69조 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이 2009년에는 6.71조 원까지 급증하는 등 차입금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이중 장기채권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액수만 5.9조 원을 넘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더라도 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돼 분양수입이나 임대수익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까지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도 1조1669억 원까지 늘어났으나 2009년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환매조건부 토지 재매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동원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973억 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130조 원을 가진 거대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토지주택공사의 하루 이자만 8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불과 60일치 이자도 채 안 되는 수준의 당기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해 채권 발행액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3>에서 토지주택공사의 2010년 7월말 현재 연도별 채권 발행잔 고를 보면 2007년부터 토지주택공사의 채권 발행액이 급증해 2007년 5.1조 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17.3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연환산 13.6조 원으로 다소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채권 발행액이 매우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미 상당량 만기가 도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2006년 이전의 채권 발행액 물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채권 만기가 거의 대부분 3~5년 이상으로 길게는 10여 년에 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7년 이후의 채권 발행 잔고는 비교적 실제 연도별 발행액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들어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도표3> 토지주택공사 채권 발행 및 만기도래 추이
▲ (주) 한국증권거래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이어 채권상환 만기 도래 물량을 보면,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10.4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10년 7월까지 발행된 채권의 만기상환물량을 나타낸 것이어서 매년 같은 추세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2013년 이후 채권 만기 도래 물량은 2013년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실 국채와 비금융공기업들의 특수채 발행 물량이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 원 이상 급증한 상태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공채 금리도 올라갈 경우 이자 부담 또한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빚이 빚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이처럼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정부와 토지주택공사의 무분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일차적 이유다. 토지주택공사의 사업 구성을 보면 주택 및 대지 분양이 사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사업비의 규모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이로 인한 민간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및 토지 재매입 등에 치중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파르게 늘어왔다.
명백한 투기적 현상을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건설업계의 논리에 놀아나면서 택지 및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한 정부 정책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토지주택공사 스스로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거액의 빚을 내 무분별하게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을 펼쳐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00년대 택지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1차 폭등기 때는 정부의 택지 지정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주택공급 부족론이 기승을 부린 2004년 이후 택지 지정이 급증했다. 특히 택지지정 면적 기준으로 보면 2004~2007년까지 택지 지정이 연간 5000만~6000만㎡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택지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심각했던 2008년에는 택지 공급이 급감했다가 2009년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본격 추진에 따라 다시 증가했다.
특히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함에 따라 2009년 말 현재 33개 지구, 4659만㎡가 보금자리 사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는 올 들어 2차, 3차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이 지정된 것을 제외한 것으로 2009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택지공급 과잉기 때 1년치 택지가 공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른바 '이명박표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해 또 다시 막대한 택지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뿐만이 아니다. 부채가 17조 원에 육박하는 SH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 등도 부동산 버블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주택개발사업 때문에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들 지방공기업들도 향후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각종 주택개발 사업을 줄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수도권 도시개발공사들은 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등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하고 있어 이들 사업의 상당 부분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과정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에 형성됐던 투기 거품 붕괴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 급증과 사업 부실화는 이미 공기업을 통한 국가채무 분식회계도 한계에 이르렀고, 이들 개발공기업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 공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속도가 가속화될 개연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엉터리 정책으로 공기업들의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공기업들의 부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친다는 핑계로 LH공사 등 개발공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정부가 무분별한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당장 성남시 재개발 사업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지역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업 포기'에서 '사업 유보'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력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막아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사업을지속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8조 원의 사업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4대강 사업이나 국토부의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로 생겨난 부채를 떠안은 코레일이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나가려는 용산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LH공사의 경우에는 보금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LH공사 채권 발행액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무리한 개발사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도, 마치 전적으로 전임정부의 탓인 양 몰아가면서도 '보금자리사업'에는 절대 손댈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무리하게 적자재정을 남발하고 산하 공기업들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오히려 더욱 키울 뿐이다.
기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선에서 멈춰야지 막지도 못할 거품을 막는다는 핑계로 미래세대의 빚을 잔뜩 끌어오거나 공기업 등을 통한 분식회계로 국가 전체의 빚을 늘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추가적인 부동산 거품은 결국 거품 붕괴의 충격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욕심으로 각종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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