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마라토너로서는 아직 한참 초보자이기에 자꾸 런닝화에 눈길이 갑니다. 부족한 실력을 어떻게든 메워보려는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이지요. 지난해 6월 여마클에서 나름 열심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사들인 런닝화가 거의 10켤레가 되니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친 ‘장비빨’입니다.
이번에 고구려마라톤대회와 2월12일 동계국제마라톤대회에서 뛴 신발은 알트라(Altra)라는 브랜드인데, 어느 마라톤 고수(?)의 블로그를 보고 충동구매에 가깝게 덜컥 산 놈입니다. 동계마라톤을 2주 앞두고서 말이죠. 이른바 힐드롭(발 앞꿈치와 뒷꿈치의 높이 차이) 제로(0)인 신발이 달리기에 최적이라며 나름 과학적 논리를 펼쳤기에 깜빡 넘어간 것이죠 ㅠ. (아래 사진이 알트라라는 녀석입니다. 밑창이 발바닥 힘줄 형태입니다. 원래는 트레일화 전문 브랜드입니다.)
사실 이 녀석을 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 블로그보다는 미국 마라톤잡지 러너스월드(The Runner’s World)에 실린 기사였습니다.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뉴발란스 퓨어셀 등 이른바 슈퍼슈즈(super shoes)가 얼마나 달리기의 효율을 높일 것인가 하는 글을 읽었던 영향이 알트라라는 브랜드를 덜컥 구매한 배경이 됐습니다.
그 기사의 제목은 ‘슈퍼슈즈의 성능-과연 모든 러너에게 좋을까?’입니다.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7년 나이키 베이퍼플라이4%에 초압축폼, 탄소섬유플레이트, 곡선형 뒤꿈치 쿠션 등이 적용됐는데, 이런 것들이 마라토너의 경기력(효율성)을 2.7 ~ 4.2%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런닝화 덕분에 달리기 선수들은 같은 속도로 달리기 위해 2.7 ~ 4.2%의 에너지를 덜 써도 되는데, 이는 더 멀리 뛰거나 더 빨리 뛰기 위해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이같은 효율성은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15분 이내에 달리는 고수들에게 적용된다고 이 기사를 지적합니다. 이는 2021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상위 21%에 드는 기록입니다.
그럼, 우리처럼 하수들에게는 별무소용인가요?
이 기사는 그래서 대다수의 주자들에게도 좋은지 실험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세인트루이스대학교의 운동학교수인 더스틴 주버트 박사 등이 조사를 한 것인데요, 나이키 줌엑스 베이퍼플라이 넥스트%2가 느린 속도로 달리는 운동선수들에게도 똑같은 러닝 효율성을 부여하는지 살펴본 것이지요.
이 기사는 그 과정을 세세하게 소개했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그런 슈퍼슈즈가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나?
6분대 페이스 주자는 0.9%, 5분 페이스 주자는 1.4%.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발을 내딛었을 때 폼이 다시 튀어 오르면서 반발에너지가 생기는데, 더 빠른 러너가 지면반력을 더 크게 생성하기 때문에 빨리 달릴수록 운동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즉, 신발이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자가 신발에 넣은(가한) 에너지를 되돌려준다는 걸 생각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 기사에서 주목할 것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신발의 무게입니다. 만약 100g이 더 나가는 신발을 신고 달린다면 100g짜리 동전을 5만5000번(남자 마라토너의 평균 걸음수, 여성은 63,000걸음) 더 들어올리는 격이기 때문에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참고로 나이키 베이퍼플라이와 뉴발란스 퓨어셀은 120g 가량 차이가 납니다. 나이키가 그만큼 가볍습니다.
이 기사는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요, 런닝화를 최소 세 켤레 정도는 두고 훈련용, 가벼운 조깅용, 그리고 경주 당일용 등으로 나눠서 바꿔 신으라는 겁니다. 이는 무엇보다 부상을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신발을 바꿔가며 달리는 주자들은 매 주행마다 같은 신발을 신는 주자들에 비해 부상 위험이 39% 감소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번 마라톤에서 이 알트라를 신었다가 반환점을 이후부터 발바닥 통증으로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밑창이 발가락을 포함한 발근육처럼 생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근육모양의 골격이 발바닥을 자극했습니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고, 제 착지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사히 완주했고 서브4를 달성했기에 예뻐해야 할 신발임은 분명하지만요^^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마라톤화는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제게 가장 잘 맞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 아직도 이것저것 테스트를 하는 중입니다. 테스트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서 탈입니다만. ㅎㅎ
런닝화와 관련한 정보, 실제 경험담 등을 공유하면 서로 도움이 되고 좋겠습니다.
첫댓글 32km 이후에 페이스 저하 원인이 운동화였군요.^^
제 경우엔 베이퍼플라이보다 약40g 무거운 알파플라이2를 신고 나름의 효과(반발력)를 얻은 듯 싶습니다.
본문 끝부분에 언급하신 것처럼 운동화뿐 아니라 훈련방법,회복,뉴트리션 등등도 '내게 맞는'을 찾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브4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런닝화는 핑계일 뿐, 페이스 저하는 제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ㅠ 지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완훈련에 힘써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런닝화를 최소 3개를 두고 나눠 신으면 부상이 적다는 너무나도 유용한 꿀팁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타사 제펜 신고 풀을 뛰었을 때 엄청 발바닥이 아팠는데 나이키 베플 이후 좀 나아졌지만 엄지 발가락이 매번 빠져 발볼이 안 맞나 살짝꿍 고민을 해 봅니다~~매니저님 신으셨던 뉴발란스를 한번 시도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저도 서브 4 뿐만 아니라 멋진 기록으로 들어 오심을 다시금 축하드립니다!
훈력이나 실력보다 장비발로 운동하는 하수입니다 마라톤은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운동화 선택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도 다른건 많이 신어보질 않았고 베이퍼플라이 신고 신세계 접한 이후로 다시 베이퍼플라이2로 장비발 한번 경험해 보렵니다...ㅎ
일단 달려~~~~~ 가 답인데 그게 쉽지 않네요 .
라떼는 그저 가벼움이 최고라고 무지하게 알고있었는데
요번 기회로 신발의 특성과 중요성을 알게되서 감솨합니다
👍
운동도 과학이라고 하든데 맞는것 같습니다. 서브4 축하드리고,동마때 더 좋은기록 기대 합니다
아주 잘 읽었어요
좋은 내용 참고할게요
열정맨이십니다
알트라 전 등산용으로 잘 신고 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