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비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어떤 프레임에 어떤 비비나 크랭크를 사용해야 하는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전문 미케닉 조차도
알 수가 없지요. 오늘은 비비의 종류를 총정리 해볼까 합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1. 이너타입 비비
한때 세계적인 표준이었던 이너타입 비비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건 시마노사의 옥타링크 비비죠. 이름에서 처럼 8개의 돌기가
크랭크 암과 결합되는 형식입니다. 사실 이건 시마노에서만 사용했던 규격입니다. IS(international standard)는 스핀들이 저런
식이 아닌 4각형 형태로 되어 있지요.
이게 업계 표준이었던 사각형태 스핀들의 비비입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68mm 비비쉘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68mm 비비
쉘 기준으로 제작된 비비입니다. 둘다 잉글리쉬방식(혹은 BSA방식이라고도 합니다)인 1.37x24 제품입니다. 1.37이란 비비 지름
을 얘기하는 것으로 34.798mm 내경을 가진 비비쉘에 장착된다는 말이죠.
얘기나온김에 잉글리쉬 방식과 이탈리안 방식을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단위가 있습니다. 영국식 단위와 표준단위가 있죠. 영국식 단위는 인치,피트,파운드 같은 단위를 말하
고, 표준단위는 미터,그램 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참 희안한게 현재 영국은 표준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데 사람들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를 영국식 단위라 하더군요. 공대를 나온 저도 학교다닐때 부터 참 이상하다고 생각
하는 부분 이었습니다.
어쨌든, 잉글리쉬 타입은 1.37인치에 24쓰레드(나사산)을 가진 비비입니다. 이탈리안 타입은 36미리에 24쓰레드(나사산)을 가
진 비비입니다. 이제 두가지의 차이를 아시겠죠? 이탈리안 방식이 잉글리쉬 타입보다 조금 더 큽니다. 그래서 간혹 몇몇 브랜드
에서는 이탈리안 방식 비비쉘을 오버사이즈 비비쉘(Oversize BB shell)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가서 이너타입 비비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자전거 비비의 표준이었습니다. 모든 브랜드들이 이너타입
비비를 사용해서 자전거를 만들었었죠. 현재도 픽시나 클래식바이크에서는 아직 사용되고 있는 비비입니다.
하지만 시마노가 96계열 XTR 부품을 만들면서 이너타입 비비는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2. 아웃컵방식 비비
시마노는 96계열 XTR을 제작하면서 세계최초로 아웃컵 방식의 비비를 출시합니다(사실 세계최초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비비는 스핀들이 비비에 붙어있고, 비비쉘 내부에서 베어링이 들어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아웃컵 방식에서는 비비
베어링이 비비쉘 바깥으로 빠지면서 크랭크와 프레임의 강성을 높일 수가 있었습니다.
이 비비가 현재도 많이 사용되는 아웃컵 방식의 비비입니다. 위쪽 이너타입비비와 다르게 생겼죠. 이런식의 비비가 등장하면서
드디어 비비의 빅뱅(?)이 펼쳐집니다.
일단 자전거하면 MTB에서는 시마노지만, 로드에서는 캄파놀로라는 노장이 버티고 있었죠. 이후 캄파놀로도 아웃컵 방식의 비
비를 출시하게 됩니다.
이것이 캄파놀로의 비비입니다. 일명 울트라토크 비비컵이라고 하죠. 근데 위에 시마노 제품과 좀 다른게 있죠? 네...캄파놀로
는 그야말로 비비컵(cup)입니다. 내부에 베어링이 포함되어 있지 않죠. 그럼 베어링은 어디? 네...아시는분들이 많겠지만, 캄파
놀로는 크랭크에 비비 베어링이 장착되어 나오죠. 캄파놀로에서는 이게 토크를 주기 더 좋다고 하여 이런식으로 만들었다는데,
제가 볼때는 어떤 성능적 차이보다는 특허와 독창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몇년전부터 스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요. 캠피나 시마노에 비하면 신생회사나 다름없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성능으
로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요.
이것이 스램사의 아웃컵 방식의 비비입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트루바티브 비비죠. 스램사에 트루바티브라는 브랜드가 속해 있
으니 그냥 스램 비비라고 하겠습니다. 자, 일단 모양은 위에 시마노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뭐 나사산 부분이야 잉글리쉬 이거나
이탈리안 둘중에 하겠지요. 하지만 스램 비비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이 차이를 알기 위해서 크랭크의 스핀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요. 스핀들이란 왼쪽 크랭크와 오른쪽 크랭크를 연결해
주는 봉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일단 아웃컵 방식의 스핀들은 모두 24mm 지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말하자면 비비쉘의
내경이 24mm 란 얘기겠죠.
그런데 이것도 특허가 걸려 있습니다. 사실 모든 표준은 특허전쟁이니까 당연한 것이겠죠. 24mm스핀들을 사용하여 드라이브
사이드(체인링이 있는쪽)에 스핀들을 출고때 부터 고정하고 논드라이브 사이드 크랭크의 끝단에 좌우측 볼트를 이용하여 조이
는 형식이 시마노의 특허인데요. 아래 그림에서 처럼 드라이브 사이드 쪽에 미리 장착된 스핀들을 논드라이브사이드쪽 크랭크
암의 좌우 봍트로 조이게 됩니다. 캄파놀로도, 스램도 이 특허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캄파놀로는 크랭크 스핀들 중간을 딱 짤라서 왼쪽 오른쪽에 미리 고정시켜놓고, 가운데를 볼트로 조여서 장착하는 방식입니다.
역시 자신들의 말로는 이게 크랭크 암과 스핀들 연결부의의 스트레스를 분산시켜서 더 높은 토크로 회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 합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중간에 이빨이 딱 맞물리게 되어 있죠. 이게 캄파의 특허입니다. 울트라토크라고 하지요.
다시 스램 얘기로 돌아가서...
스램의 크랭크를 보면 시마노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다만 스램은 논드라이브쪽 크랭크 볼트로 스핀들에 바로 장착하는 형식인
데요. 많은 분들이(미케닉조차도) 이게 시마노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스핀들 지름을 보면 논드라이브쪽
스핀들 지름이 드라이브쪽 스핀들보다 더 작습니다.
다시말하자면 왼쪽은 23mm 오른쪽은 24mm 입니다. 그래서 스램은 스램 비비만 사용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시마노 비비
를 사용하게 되면 흔들거립니다. 마찬가지고 스램비비에 시마노 크랭크를 끼우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정리하자면...시마노는 시마노 비비만, 캄파놀로는 캄파놀로 비비만, 스램은 스램 비비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랭크 회사중 또 하나의 유명한 회사가 있죠. 바로 FSA 입니다.
그런데 FSA는 시마노와 스램의 특징을 한가지씩 가지고 왔습니다. 시마노의 특징중 하나인 24mm 스핀들을 사용하고 있고, 스
램의 특징중 하나인 스핀들에 다이렉트로 고정하는 형태의 크랭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년전 뚜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어떤 팀이 시마노 듀라 구동계를 사용하면서 비비는 FSA 세라믹 비비를 끼우고 있었던
일이 있었죠.
어쨌든 시마노 BB와 FSA BB는 규격이 같습니다. 다만 MTB와 Road는 베어링 컵의 폭이 다릅니다.
3. MTB와 Road 비비
시마노의 경우 MTB와 Road 비비를 별도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MTB의 경우 68mm 비비쉘 폭을 기준으로 드라이브 사이드쪽
에 2.5mm 스페이서 2개와 논드라이브 사이드쪽으로 2.5mm 스페이서 1개를 넣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73mm 비비쉘의 경우 드
라이브사이드쪽에 2.5mm 스페이서 1개를 넣도록 되어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BB쉘의 폭이 68+2.5*3=75.5mm가 되는 것이죠.
일단 MTB의 경우 시마노사는 E 타입 앞변속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비쉘에 앞변속기를 고정하는 형태이지요. 초기 아웃컵
방식 MTB에서 68mm 비비쉘이 대부분일 때 체인라인의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기 위해 E타입 앞변속기가 출시되었었죠.
어쨌건 E 타입 변속기의 고정링이 스페이서 역활을 하기 때문에 MTB와 Road용을 별도로 출시했습니다. 만약 E 타입 변속기
를 사용한다면 68mm 비비쉘 기준으로 좌우측에 2.5mm 스페이서를 하나씩만 넣게 되는 거죠.
73mm 비비쉘의 경우라면 당연히 E타입이 아닌경우 1개의 스페이서만 넣게되고, E타입이라면 스페이서 없이 장착하면 되겠지요.
최근의 경우 대부분의 프레임 비비쉘이 73mm를 기준으로 나오므로 스페이서를 넣는 경우는 별로 없긴 합니다.
다만 SRAM의 경우 MTB와 Road 구분없이 장착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SRAM은 E타입 변속기를 출시하지 않기 때문에 굳
이 비비를 두종류로 나눠서 생산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4. BB30 이란 무엇인가
최근 새로운 추새중 하나인 BB30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BB30이란 스핀들 지름이 기존 24mm 가 아닌 30mm 지름을 가진 비비를 말하는데요. 스핀들 지름이 늘어나면서 스핀들에 걸리
는 부하가 적어지고 더 큰 힘을 전달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Q팩터(왼쪽 오른쪽 크랭크암 사이의 거리)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고 합니다.
사진에서처럼 스핀들의 두께가 확 늘어난게 보이죠. 이런 BB30의 특징은 기존 비비쉘과는 전혀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BB30
전용 프레임을 사용해야 하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아웃컵방식의 비비의 경우 이너비비를 사용하던 프레임과도 호환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해 BB30의 경우 기존의 프
레임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방식인 것이죠. 또한 베어링은 프레임 안쪽으로 프레싱되어 장착되는 형식으로 기존의 크랭크 장
착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의 비비가 된 것입니다.
물론 아답터를 사용하면 BB30 전용프레임에 일반 크랭크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합니다. BB30 비비쉘의 경우 일반 비비쉘과 같이
폭이 68mm이지만, 내부지름만 42mm 로 증가한 것이니까요.
원래 BB30이란 케논데일에서 먼저 만든 특허였지만, 케논데일에서 이 BB30 특허를 오픈하면서 많은 회사들이 BB30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구동계의 양대산맥인 시마노와 캄파놀로(bb30용 컵을 출시하고는 있지만)에서 BB30을 아직까지 사용할 계획
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자존심 싸움인것이죠. 아무리 오픈소스이고 더 좋다하더라도 자신들만의 방식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이랄까
아집이랄까.
사실 BB30용 프레임에 아답터같은 것을 사용하여 일반 24mm 스핀들 크랭크를 사용할 수 있지만, BB30용 크랭크는 일반 프레
임에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볼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24mm 스핀들을 고집하는 두 회사가 더 고마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더 BB30의 형제격인 PF30이 있는데요. PF30이란 Press-Fit 30 의 뜻으로 기존의 BB30의 비비쉘의 공차를 극복하기 위해
스램사에서 새롭게 만든 스램판 BB30 입니다.
이렇게 생긴게 PF30입니다. BB30 용 베어링이 컵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존 BB30 비비쉘보다 더 큰 지름의 비비쉘
을 사용하겠지요. 프레스핏이므로 당연히 프레임에 공구로 밀어넣어서 끼우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PF30이 재미있는게 PF30
이지만 BSA용 비비를 끼울 수 있는 PF30용 컵이 또 있다는 것입니다. BSA용 PF30 컵을 사용하면 기존의 크랭크와 비비도 사
용이 가능해 지지요.
어쨌건 최근에 스폐셜라이즈드에서 상급모델이 이 PF30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자기들이 명명하기로는 OSBB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의 42mm BB30용 프레임보다 더 BB쉘 지름을 키워 46mm BB30을 만든건데요. 플라스틱 컵을 박아넣는 형식으
로 기존 42mm BB30의 단점(베어링을 빼기 힘들다, 베어링이 딱 맞지 않는다)을 극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5. BB90, BB86, BB386
프레임회사들도 이제는 자신들만의 비비 규격을 들고 나왔습니다. 더이상 구동계 회사들에게 이끌려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B90은 트렉사에서 만든 규격입니다. 사실 새로운 규격이라고 보긴 힘들고, 베어링컵이 프레임과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다시말하자면 일반 크랭크에서 비비컵만 없는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핀들은 표준규격인 24mm 스핀들을 사용
하구요. 그래서 일반적인 시마노와 FSA 크랭크는 호환이 가능합니다. 다만 FSA의 경우 체인라인을 위해 스페이서가 들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BB86은 자이안트, 스캇에서 주로 사용하는데요.
BB86은 또다른 형태의 비비입니다. 프레스핏으로 밀어서 장착되는 형태이고 베어링컵이 프레임 안쪽으로 장착되는 형태입니다.
외부컵방식과 같은 폭으로 베어링이 위치하지만 프레임의 비비쉘의 길이 커지므로 프레임의 강성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
니다. 또한 BB쉘의 내부지름이 41mm로 비비쉘의 지름도 커지고 폭도 87mm정도로 커져서 더욱 강성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역시 BB86을 사용하시려면 시마노와 스램은 각 회사의 BB86용 BB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스핀들 지름
이 다르기 때문이죠. 캄파놀로도 마찬가지고 BB86용 베어링 컵을 사용해야 하구요. BB86은 BB30용 크랭크를 장착할 수가 없습
니다. 24mm 스핀들 전용으로 나온 프레스핏 BB니까요.
6. 기타 BB들...
지금까지 정리한것만도 벅찬데, 또다른 BB 종류가 있습니다. BBright 와 BB65 가 있는데요. BBright는 서벨로에서 BB65는 룩에
서 사용하는 BB 규격입니다.
모두다 자기들 BB 규격이 최적이다. 최고다라고 하는데, 엔지니어인 제가 봐도 그냥 마케팅용 발언 이상은 아닌듯 합니다. 역시
자전거의 가장 큰 성능은 자신의 몸이 아닐까요.
어쨌건 BBright의 경우 BB30과 BB90을 합쳐놓은 규격입니다. 다시말하자면 BB쉘의 폭이 넓어짐과 크랭크의 스핀들 직경의 증
가로 얻어지는 효과를 모두 담았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서벨로에서만 사용하는 규격이라 서벨로를 고집하시는 라
이더분이 아니시라면 크게 알 필요는 없는 규격입니다. 유일하게 FSA에서 BBright 크랭크를 생산하고 있지요.
BB65의 경우 룩에서 만든 규격인데 스핀들 직경이 무려 65mm 입니다. BB30이 30mm인데 두배가 넘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 크
랭크는 유일하게 룩에서만 생산하고 룩프레임에만 장착이 됩니다.
이렇게 BB의 규격에 관한 글을 정리해 봅니다. 워낙 많은 종류에 자신들의 특허를 쓰기위해 전쟁중이라 일반 사용자들은 하루
가 다르게 변하는 규격에 어리둥절하지요. 제조사들이 규격을 통일해주면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BB의 규격이 다양한만큼 프레임 구매시에 참고하시라고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이 글은 알바이크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무단으로 펌하시면 아니~아니~아니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