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반점을 지나 시장 사거리에 이르러 곧장가면 신태인 국민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이되고 우측으로 꺽으면 시장으로 향하는 길이 되는데
그 코너에 꽈배기 공장이 있었다.
이쯤되면 히미한 기억 넘어로 그 꽈배기공장의 구수한 기름냄새가 맡아지는 동무들이 있을법 한데
커다란 무쇠 가마솥 두 개에서는 노란 기름이 쉴사이 없이 끓고 있고
커다란 철망 국자를 이리저리 흔들어 꽈배기를 알맞게 익히는 아저씨의 넓고 큰 어깨넘어로 장터 국수집 나무탁자 같은 긴 탁자에는 아주머니들서부터 열대여섯의 앳띤처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않아 그 꽈배기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엿가락같은 우리 손가락만한 길이의 밀가루반죽을 늘여빼고 잡아매고 굴려서 그 꽈배기를 만드는데 지금 기술로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기계로 만들겠지만 그당시에는 아직 그런 꽈배기 기계는 없었나 보다.
죽 늘어앉아 무수한 손동작으로 그 꽈배기를 만들어내는 몸놀림들이란,
아마 지금 그 장면이 재현된다해도 꽤 구경거리 아닐까 싶다.
이 역시 우리네 조무래기들의 좋은 구경거리였는데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실물구매는 못해도 아이쇼핑은 맘껏 할수 있는지라 우리 또래의 좋은 눈요기였고
어쩌다 백동전이라도 손에 쥐는 날이면
그 노릇하고 바삭 달큰한 꽈배기를 한 웅큼 입에 물고 "오도도독"씹을라
치면 뇌르끼한 튀김기름이 고소하게 묻어나는 꽈배기.
그래서 백동전 아닌 지폐를 들고가 봉투채 한보따리 사다가
볼이 터져라 오도도독 씹어보는것도 그때, 소원 하나였다.
물론 짜장면 곱빼기 먹어보는것도 자주 갖는 소원이었지만,--------
그때 그 탁자에 앉아 반죽을 굴리던 그 앳된 처녀들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
나중에 나중에 서울수학여행길 용산 오리온제과의 껌공장에서 우리
호주머니에 한웅큼 껌을 넣어주던 그 누나들이 아니었었나 싶다.
그 꽈배기 공장을 지나면 시장길과 소주 공장으로 가는 작은 삼거리가
나오는데 삼거리지점에 커다란 공동우물이 있었다.
소주공장이라고 했지만 그곳이 소주공장 이었는지는 정확치못하다.
아마 고구마같은 것을 원료로하는 주정공장 같은 것 아니었나 싶은데
늘 시큼한 술냄새 비슷한 것을 풍겼던것 같다.
동무들중에는 즈네 동네도 아니면서 어찌 그런 것을 기억하나 할지모르지만 그것은 내가 다니던 신광교회가 바로 그 옆이었기 때문인데.
그 주정공장은 후에 정부미를 도정하는 도정공장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인가 신광교회가 시장남쪽 고추전 옆 허름한
다락에서 예배를 보다가 그곳에 부지를 마련하여 교회를 짖게되었는데
철모르는 어린마음 이었음에도 참 기쁜일이었다.
교회청년들이 바닥을 다지고 터를 닦아 지었는데 빈한한 살림이라
미군부대에서 쓰던 드럼통을 절단하여 그 철판을 지붕에 얹었던
데다 교회마저 콘셑막사처럼 반원형의 형태라 모두들 "깡통교회"라
불렀다.
그 깡통교회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당시 청년들의 세는 막강하여
신태인에 사는 청년들(우리보다 10년정도 선배)치고 신광교회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드물만큼(믿음은 없더라도 청년들 모임의 장소로서)
대단했는데 그것은 내 사촌누이 희자의 친오빠(30여년 전에 작고)
고철원선생의 영향이었다.
지금부터 40여년전에 연못골 방죽에서 썰매스케이트 아닌 진짜 스케이트를 타던 멋쟁이에다,
표천동 고등공민학교 철봉에서 철봉연습이라도 할라치면 연정리,오주리,
감곡에서 장날 장보러 왔다가 생선전 꽁치몇마리 볏짚끈에 묶어들고서
가던길을 잊고 넋을 빼놓는 바람에 동내 똥개에게 묶인 생선머리
다 뜯어 먹히도록, 그런 묘기를 보여주던 내 사촌형님의
리더십이 그리 만들었지 않나 싶다.
아뭏튼, 우리보다 10여년 윗 연배의 선배들에게 교회를 다녔었느냐 물으면 십중팔구는 신광교회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깡통교회"에 대한 추억을
말할 것인데 아깝게도 그 형님은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다.
다시 시장길로 되돌아가 닭전머리를 지나 길 왼쪽,
지금의 전화국자리 부근에는 커다란 공터가 있어서 써커스같은 상설 무대가 자주 있었다.
무슨무슨 써커스, 무슨 악극단, 이름도 가지가지, 종류도 가지가지의
볼거리를 가지고 자리를 잡고,
트럭에 광대옷을 입은 사람들과 밴드를 태우고 쿵쾅거리며 그 좁은 읍내
뿐 아니라 저 우령리 너머, 화호까지 광고를 하고 다니며 관객을 끌어
모으던,
그때, 써커스 곡마단에서 곡예하며 객석을 돌며 자기 사진을 팔던
나이어린 소녀도 지금쯤 우리와 같은 오십줄에 서있을 터인데-------
아버지! 경안반점에 가서 나한테 짜장면 한그릇만 사 주세요. 지금 말고 왕신여중 다닐때요. 그리고 어머니! 꽈배기 사 먹게 돈 좀 주세요. 지금 말고 왕신여중 다닐 때. 그리고 돈 남으면 표천동 김 정득이네 집에서 풀빵도 하나 사 먹어보게요. 구세약국 부근에서 좌판에 찐고구마 팔던 아줌마도 있었지.
시장 공터에서 서커스를 해도 별로 못 갔네. 어머니가 용돈을 잘 안 주어. 내 맘을 몰라주어, 진짜루. 한번은 약장수가 들어와서 '춘향전' 연극을 보는데 이도령이 분장하고 나와서 '밥아! 너 본지 오래구나,' 그러면서 진짜로 긴 김치 가닥으로 밥 먹는 장면이 있었지. 저 봐, 이도령이 진짜로 김치랑 밥 먹어야
첫댓글 바우야, 질려부렀다. 니 기억력에 질려부렀다. 비가 저처럼 내리니 아무래도 인자 가을을 떠나보내야겄다. 그런디 니 글을 읽은게 정겨우면서도 좀 시리고...처연허고 뭐 그렀다이~ 추억을 꺼내주는 고바우, 고맙다, 쪼오옥 쪽
아버지! 경안반점에 가서 나한테 짜장면 한그릇만 사 주세요. 지금 말고 왕신여중 다닐때요. 그리고 어머니! 꽈배기 사 먹게 돈 좀 주세요. 지금 말고 왕신여중 다닐 때. 그리고 돈 남으면 표천동 김 정득이네 집에서 풀빵도 하나 사 먹어보게요. 구세약국 부근에서 좌판에 찐고구마 팔던 아줌마도 있었지.
시장 공터에서 서커스를 해도 별로 못 갔네. 어머니가 용돈을 잘 안 주어. 내 맘을 몰라주어, 진짜루. 한번은 약장수가 들어와서 '춘향전' 연극을 보는데 이도령이 분장하고 나와서 '밥아! 너 본지 오래구나,' 그러면서 진짜로 긴 김치 가닥으로 밥 먹는 장면이 있었지. 저 봐, 이도령이 진짜로 김치랑 밥 먹어야
서커스를 자주했던곳이 바로 우리집앞 이었는데 그때 곡마단 소녀가 왜그리 예뻣는지 바로옆에 공중변소가 있었는데 좀부끄러운 일이...그예쁜 소녀가 그화장실을 이용할라치면 가까이 다다가 귀를 세웠는데 좌우간 지나간 추억인게여..
타고난 기억력이야 영화예술의 문화공간이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연속3일간 줄창가서 봤었지 진한화장 거울을 보면서 흉내도 내보고... 초등학교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