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장고항에 있는 81코스 안내판 앞이다. 금방 3주가 지났다. 시끌벅적하던 실치축제장은 고요하고 포구는 옅은 안개로 시야가 가려져서 방파제에 있는 붉은 등대는 흐릿하다. 해안가의 작은 길을 따라 방파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제방길로 가는 것 보다는 한적하다. 서해랑길은 일몰로 유명세가 있는 노적봉을 경유하지 않고 캠핑장 앞에서 좌측으로 빠진다. 최근의 건물들로 보이는 펜션들을 지나면 포장도로를 잠시 걷다가 다시 마을 길로 접어든다. 어느 집 앞 마당에는 붉게 빛나는 양귀비 꽃이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아름다운 미모는 워낙 눈부셔서 지나칠 때까지 눈길은 고정된다. 공터에 자리잡은 꽃잔디가 어여쁜 연분홍색 꽃을 터트리고 있지만 언뜻 바라보기만 한다. 양귀비를 볼 때하고 비교된다.
용무치항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제방에 서서 선착장을 바라본다. 바다로 내려간 선착장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연유로 차량들이 주차했을지 궁금하다. 장고항 방파제에서 그리 잘 보였던 국화도는 미세먼지가 좋은 상태가 아니라서 바다 건너 가까운 곳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항구 장고항2리라고 쓰여진 표지석을 뒤로 하고 왜목마을로 향한다. 길은 산단이나 국가중요시설이 없는데 해안가를 따르지 않고 마을 길을 따른다. 무슨 연유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해변길이 밑물 때에는 산자락까지 올라와서 걷는데 위험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산자락을 끼고 마을쪽으로 이어간다. 논들은 어느새 물이 가득하고 어떤 논은 가장자리에 연녹색으로 변한 벼 모판이 놓여 있다. 논의 면적에 맞는 모판이 준비되었을 것이고 곧 이앙기로 옯겨 심으면 모내기는 금방 종료된다. 5월 하순에 다음 코스를 거닐 때면 모든 논은 모내기를 끝내고 초록 들판을 보여 줄 것이다.
낮은 고개를 넘을 즈음 어느 집 마당이 화려하다. 진분홍의 철쭉이 활짝 웃고 있고 그 옆에는 연분홍의 작약이 함박웃음을 보내고 있다. 철쭉에는 호랑나비가 놀고 있고 작약에는 왠일인지 잘 보이지 않던 벌이 꿀을 모으느라 열일 중이다. 아무래도 작약꽃이 맛있는 꿀을 더 많이 제공하는가 보다. 농촌 길을 계속 걷는다. 안 회장님과 성판득 선배님 그리고 산행 도중 손목과 무릅 골절상을 당해 두 달을 참석하지 못한 송선희 님이 앞서 가고 있어서 자연히 합류하며 후미에서 걷는다. 한가로운 마을 길을 지날 때 논두렁에 핀 보랏빛의 붓꽃이 두팔 벌려 방긋 웃는다. 그러니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붓꽃의 어여뿐 모습을 접사 사진으로 담는다. 이곳의 논에도 물은 가득 담아 놓았고 모판은 듬성듬성 갖다 놓았다. 다시 마을 고갯길을 넘는다. 등나무의 덩쿨이 어느 키 큰 나무를 감싸고 있고 보랏빛 꽃이 주렁주렁 달린 상태로 전선을 타고 뻗어가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자연에서 보는 등나무가 이렇게 높고 넓게 다른 나무를 타고 몸집 부풀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대부분 학교나 공원에서 지지대에 의존하고 가지치기를 통해 조경을 적당히 관리한 것만 보았으니 놀랠수 밖에 없다.
교로2리의 산돌교회를 지나 언덕배기에서 공사중인 현장을 지나면 장고항에서 왜목터널을 경유하고 넘어오는 도로를 만난다. 자연스레 도로를 조금 따르다가 떼라세 콘도 앞에서 바닷가로 발길을 돌리면 왜목항이다. 바다 안쪽으로 커다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왜가리를 형상화했다. 포항에 있는 상생의 손이 바다에는 오른손이, 해변에는 왼손이 있듯이 왜가리의 몸통은 바다에 있고 날개는 해변에 설치했다. 새빛왜목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높이가 무려 30m다. 상생의 손이 8.5m라고 하니 규모가 장난아니다. 왜목마을이 왜가리의 목과 비슷하다는 유래가 있어서 왜가리가 머리를 쳐들고 창공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머리 위에서 뒤로 뻗은 댕기깃까지 처리했다. 이렇게 조형물이 바다와 해변에 떨어져 있으면서 어울릴 때 사진을 어떻게 담아야 왜가리의 비상을 제대로 흉내낼까? 그러고 보니 상생의 손을 보았을 때 왼손과 오른손을 사진 한 장에 모두 멋지게 담을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해변가에 워낙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사진을 촬영해도 어떤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세 먼지가 약간 가셨는지 바다 건너 국화도와 입파도가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대부도를 걸을 때 흘곶갯벌체험장에서 입파도를 보면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으로 보였는데 왜목해변에서는 그저 그런 섬으로 보인다. 대부도에서는 당진화력발전소가 흐릿하지만 그런데로 알아보았는데 지금은 입파도 너머의 대부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간식 시간을 갖는다. 성판득/조민형 선배님이 역시나 반겨주고 있다.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오신 조민행 선배님은 잊지않고 소주 한잔까지 따라 주신다. 트레킹할 때 쉬면서 간식을 드는 것은 즐거운 시간 중에 하나다. 왜목마을은 2000년도에 일출,일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알고 방문하고자 했지만 기회가 여의치 않다가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처음 방문이다. 그나마 서해랑길을 트레킹하니까 이렇게 직접 두 발로 찾아왔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여기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몇 년이 지나야 가능할 지는 모르지만 사람 앞일은 모르니까 어떤 기회가 다시 오지 않겠는가. 조민행 선배님의 말씀은 일출은 장고항 부근에서 볼 수 있고 일몰은 석문산(80m)전망대에서 볼 수 가 있다고 한다. 해변가에 있는 왜목출장소 앞에 석문산 진입로가 있다. 날씨가 깨끗하다면 일출 시간과 관계없이 시간을 내서 이 전망대를 올라봐야 한다. 왜목해변 부근의 경관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전망대에서 멋진 전경을 보기에는 미세먼지가 앞을 가린다.
왜목 해변에는 당진발전소 구역과 겹치고 있어서 해안길로 갈 수가 없다. 내륙 쪽으로 길을 나선다. 우측으로 왜목마을 주차장이 나온다. 이 곳에서도 석문산 전망대를 오를 수 있다. 615번 지방도로를 만나서 우측으로 방향을 다시 바꾼다. 드넓은 농경지가 나온다. 석문지구의 간척농지 개발사업 때 조성되었고 석문방조제도 그때 완공되어 커다란 석문호가 만들어졌다. 도로변 농경지에는 송전탑과 선로가 발전소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작지 한쪽에는 석문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도 보인다. 계속 포장도로를 따른다. 우측의 발전소가 있는 야산의 산자락에는 마을 집들이 보이고 낮은 능선을 타고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송전선로의 전자파 노출을 우려하여 마을 야산에도 설치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이곳에는 어떤 보상이 있었을까? 지난 번 코스 때 석문산업단지에서 보았던 불산공장 입주 결사 반대 현수막이 여기에도 걸려 있다. 석문면 주민들의 결의가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달프기도 하다.
교로3리의 마을꽃동산 안내판이 서 있어서 동산에 올라가면 발전소가 잘 보일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곳은 국가중요시설이라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낮아진 산줄기의 주택가 뒤로는 발전소의 거대한 보일러동 건물들이 밀폐된 채 산뜻한 색상을 보여주고 있고, 높이가 200m 되는 오벨리스크 형태의 연돌에서는 수증기가 올라가고 있다. 교로리의 마을을 지나면서 당진발전소의 서문 입구에 있는 당진전력문화홍보관에 도착한다. 선두의 일행들이 잔디밭에서 점심식사 시간을 갖고 있다. 막독 팀장이 당진발전소의 견학을 알아보았으나 주말의 경우에는 홍보관에 근무하는 직원이 적어서 10명 정도는 몰라도 40명 이상 되는 단체는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사전 예약제 운영에 따라 자유 관람이 불가능하여 홍보관 주변만 둘러본다.
홍보관 건물 중앙 상단 벽면에 Energy Campus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넓은 마당에도 에너지 캠퍼스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으니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알겠다. 홍보관은 작년 11월에 에너지 캠퍼스로 재 개장하였다. 정문 앞에는 좌우 양쪽에 석주 5개가 일렬로 세워져 있어서 전시관에 들어갈 때면 사열 받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다른 쪽에 설치된 전시물로 다가간다. 안내문에 의하면 고압 터빈로터다. 터빈은 보일러에서 생성한 증기로 회전되고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부품이다. 지금 전시중인 터빈은 41년간 상업 운전 한 후에 2022년 2월에 폐지된 울산 중유발전소 기력 4~6호기 중 퇴역한 5호기 고압 터빈로터라고 한다. 기력 발전은 석탄이나 중유 등을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버스가 대기 중이다. 지금부터 지루한 방조제를 걸어야 하므로 버스타고 도비도항까지 가고 싶으나 무언가가 거부한다. 잔디밭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당진시에는 세 개의 방조제가 있다. 삽교천과 석문방조제는 이미 걸었고 지금부터는 세 번째인 대호방조제를 걷는다. 이 방조제는 당진 도비도항까지 약 4.6Km 길이의 2호 방조제와 도비도항에서 서산 삼길포항까지 약 3.3Km 거리의 1호 방조제로 되어 있다. 버스 타고 2호 방조제를 건너 도비도항까지 쉽게 갈 수 있으나 무언가가 발목을 잡아서 여느 때와 같이 방조제 둑을 내디딘다. 대호방조제 좌측으로는 615번 도로가 지나가고 그 너머로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우측으로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매립을 했는지 둑방 높이 만큼 흙이 쌓여 있어서 풀들이 자라고 있다. 펜스에 걸린 안내문을 읽어보니 당진발전소의 폐기물 매립시설인 회처리장으로 되어 있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지나간다. 도비도항은 멀리 느껴진다. 버스를 승차하지 않은 것이 아직은 후회되지 않는다. 앞서가는 일행들이 저만치 보이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615번 도로는 한산한 편이고 도비도항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가끔 지나간다. 농경지에는 물이 가득하게 담겨 있는데 모내기를 작업하는 이앙기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논이 워낙 넓어서 모내기 방법이 다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의식없이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당진발전소가 있는 야산 위로 연돌이 두 개 솟아 있고 우측 산자락 아래에도 연돌과 발전소 건물이 보인다. 아침보다는 날이 좀더 깨끗해지고 하늘에도 옅은 구름이 받쳐주고 있다. 바닷가에 어울릴 만한 하늘이다.
회처리 폐기물 매립장이 계속 이어지는 도중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규모도 대단하다. 방조제 우측은 원래 바다였으나 발전소 측에서 공유수면 매립을 허가받아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하면서 바다를 매립하였고 그 매립된 곳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으니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측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방조제 둑에 뭔가 익숙한 것이 보인다. 지적 측량의 기준이 되는 국가중요시설물인 지적삼각점이다. 지난 코스의 삼화교에서 보았던 그 시설물이다. 매립지를 막은 제방이 나오고 그곳까지 태양광 판넬은 하늘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이 정도의 규모이면 전기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까? 제방 옆으로는 매립되어 있지 않은 호수가 나온다. 담수호를 둘러싼 제방은 흐릿할 정도로 멀리 있다. 여기 저장된 물들은 바닷물일까 아니면 빗물일까?. 그러니 에너지캠퍼스에서 시작된 공유 수면 매립지 면적은 어마 무시한 규모인 것이다. 앞으로 이 매립지는 누구의 소유가 될까? 지자체 아니면 발전소.
제방 옆 호수에도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조금 전에 보았던 매립지보다는 적은 규모다. 담수호 너머로 섬들이 들어온다. 지도앱을 바라보니 난지도, 우무도 그리고 대조도가 일렬로 늘어져 있다. 섬들 사이로 공장의 높은 굴뚝이 실루엣으로 들어온다. 아마도 서산에 있는 석유화학단지로 보인다. 서산에도 울산과 여수같은 유화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위치상으로 현대오일뱅크로 보인다. 날이 조금씩 깨끗해 지니까 근처의 섬들도 선명히 들어온다. 지나온 방조제길은 멀어져 가면서 당진발전소는 조금 작게 보이고 도비도는 점차 전망대가 뚜렷해진다. 매립지를 감싸고 있는 제방이 나온다. 그만큼 한참을 걸은 것이다. 제방 아래에는 대형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있고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제방 위를 바라보면 파이프라인은 바다 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바닷물을 끌어당기고 있나?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경고 안내판이 펜스에 설치되어 있지만 필요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방조제를 기준으로 우측은 바다이고 좌측은 농경지가 계속 드넓게 펼쳐지고 있다. 도비도 뒤쪽으로 삼길산이 보이고 바다 건너에는 대조도와 난지도가 가까이 있다.
길은 도비도를 우측으로 돌아 나간다. 도비도는 대호방조제를 축조하면서 내륙과 연결되었고 갯벌은 간척사업으로 대규모의 농경지로 전환되었다. 섬을 에워싸고 있는 제방길에서 지나온 곳을 바라본다. 방조제가 끝없이 뻗어있고 발전소의 커다란 건물동과 솟아있는 연돌이 바다위에 떠 있는 듯 다가온다. 당진발전소는 10기의 전력생산 시설이 있어서 건물동이 10개 보이는데 연돌은 6개만 보인다. 나머지 4개는 왜 안보일까. 제방길을 따르다가 전망대로 올라갔으나 출입문은 닫혀있고 유리문 안쪽으로는 무수한 우편물만 널려있다. 언제부터 출입이 중단되었을까. 전망대에 올랐으면 오늘같은 날은 경관이 제대로 살아났을 것인데 아쉽게 되었다.
다시 제방길을 따라 걷는다. 어느 순간 눈앞에는 섬들로 채워진다. 도비도 인근에 있는 모든 섬들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다소 크고 길게 보이는 섬은 난지도이니 섬 중앙에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는 곳은 소조도이고 그 옆에 있는 섬은 조금 더 크게 보이므로 대조도일 것이다. 소조도와 대조도 사이로 대산항과 석유화학단지가 흐릿하게 다가온다. 일설에 의하면 도비도는 난지도에 속한 섬이었다고 한다. 방조제 아래 바닷물이 빠져나간 넓은 해변에는 자갈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루질을 하고 있고 방조제 축대 쪽에는 원투낚시하는 꾼들로 성황이다. 주차장에는 차량들로 만원이고 텐트가 일부 보이는 걸로 보아 차박 캠핑을 즐기고 있는 가족도 보인다. 한반도를 닮은 대형 표지석이 있다. 대호간척 친환경 농업시범지구라는 글이 새겨있다. 농어촌진흥공사가 1998년도에 설치했다. 무지개다리가 나온다. 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 이 다리를 건너 통행했다고 하는 오래된 시설물이다. 주기둥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쓴 것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3년전만해도 정밀안전점검을 진행했는데 통행에는 지장이 없는가 보다.
다시 방조제길을 걷는다. 바다 수면으로 길게 내려간 선착장을 바라본다. 한쪽 면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단순 주차 목적인지 낚시를 위한 자리 선점인지 아리송하다. 용무치항의 선착장에서 본 그 모습이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알게 된 것은 낚시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바다 건너 편으로 삼길산이 있고 그 아래 포구의 방파제에 붉은 등대가 보인다. 오늘 그곳에 가서 스탬프를 받을 예정이다. 방파제 길은 직진으로 뻗어 가다가 우측으로 연결된다. 대호 1호방조제길을 걷는다. 현재는 바닷물이 빠져서 2단 석축 아래까지 드러나있다. 시야는 좀 더 깨끗해졌고 푸른 창공에 옅은 흰구름이 머물고 있다. 방조제 좌측 아래에는 61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있고 그 옆으로 농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멀리 당진발전소가 눈에 띨 정도로 잘 보인다.
잠시 뒤를 돌아본다. 도비도항의 선착장이 바다에 비스듬히 떠 있고 대조도와 소조도 사이로 비경도가 얼굴을 내민다. 모처럼 서해안길에서 많은 섬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데 앞으로 어디 쯤에서 이런 전경을 볼 수 있을까. 군산 이전까지는 없을 듯 하다. 도비도항도 차츰 멀어져 가면서 도비도 제방길에서 잘 보이지 않던 건물 2개가 보인다. 농어촌 휴양단지리조텔빌딩 같은데 전망대와 같이 이곳도 폐쇄 중인 것으로 생각된다. 당진9경 중 도비도해양체험을 6경으로 안내하고 있는데 휴양단지가 이 모양이라서 도비도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좌측에는 연녹색으로 변해가는 농경지가 있고 우측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 있어서 침침한 눈을 맑게 해준다. 삼길산 좌측으로 산 정상에 군부대의 둥근 레이다가 보인다. 지도앱을 찾아보니 망일산(302m)이다. 대산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다. 길은 우측으로 꺽어 들어가면서 38번 국도를 만난다. 좌측으로 가면 석문/아산이고 우측은 서산이다. 국도답게 차량들의 흐름이 많아진다. 곧장 가면 삼길포항이고 1Km 앞에서 38번 국도는 좌측으로 비켜간다고 이정표는 말한다.
우측으로 도비도항과 주변의 섬들이 다른 모양으로 보이고 방조제가 길게 뻗어 나온다. 38번 국도 건너편으로는 방조제로 생긴 담수호가 고요히 머물고 있다. 우측의 바다 수면에는 무언가가 떠 있어서 가두리 양식장으로 생각하다가 모양새가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가두리 좌대 낚시터라고 한다. 저수지의 좌대 낚시터만 보다가 바다 위에도 이런 낚시터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산에만 다녔으니 알 수가 없는 것이 당연지사다. 삼길포항에서 3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하며 화장실도 갖추고 있으며 잡은 고기는 회를 떠서 즉석에서 먹을 수도 있다. 낚시 방법은 가두리 그물 안에 방류한 고기를 잡는 입어식과 가두리 안의 바다 속에서 직접 우럭이나 숭어 등을 낚는 자연식의 방법이 있는데 조과와 이용 요금 등을 감안하여 정하면 된다. 낚시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솔솔할 듯 하다. 서산시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인다. 당진시를 벗어나 지금부터는 서산시 구역이다. 38번 국도는 삼길포항 근처에서 서해쪽으로 넘어가고 서해랑길은 배수갑문을 지나 삼길포항이 있는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주차장을 지나 주욱 걸어가면 선상어시장이 나온다. 포구에 부잔교를 설치하여 어선들이 정박하면서 수산물을 팔거나 배 안에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삼길포항에서는 꽤 유명세가 있다. 여기서 김명자님을 만나니 코스 안내판을 안내해 준다고 하여 아예 붉은 방파제 등대까지 가기로 한다. 해변가에는 가창오리나 서산마애삼존불의 손바닥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있다. 서산에는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삼존불(국보 84호)이 있다. 그 중앙에 서 있는 키가 큰 본존불은 오른손을 올려 손바닥을 바깥으로 한 여원인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전시된 조형물이 이를 형상화했다. 조형물을 만들 때 손바닥 아래를 뚫은 원형의 빈 공간에서 마음이 통한다는 공안(空安)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다.
수산물직매장 앞에는 우럭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다. 우럭 매운탕은 보령시에 있는 오천항에서 먹었을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하는데 이곳 서산에도 우럭의 맛을 알아주는가 보다. 작년 7월에 제16회 우럭축제가 삼길포항에서 개최되었으니 전통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우럭 조형물 옆에 서 있는 관광안내판을 보는 서산 9경이 보인다. 해미읍성, 마애삼존불, 간월암, 개심사, 가야산, 삼길포항까지 6개는 다녀왔는데 황금산과 팔봉산 그리고 한우목장이 누락되었다. 황금산은 다음 코스 때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둘러 볼 예정이라서 기대가 된다. 근처에 있는 80코스 안내판에 가서 QR코드를 인증한다. 맞은편에 아라메길관광안내소가 보이는데 한쪽 켠에 작은 등대모양의 스탬프함이 놓여 있다. 보통은 등대 앞에 있으나 이곳은 안내소에 있는 것으로 보아 등대쪽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감안한 듯하다. 재미있는등대 여권을 꺼내서 스탬프를 찍고 한편으로는 스탬프투어 앱으로도 인증을 받는다. 이로써 오늘까지 전국 해안에 있는 17개의 등대 중 7개를 방문하게 된다. ^(^
첫댓글 멋진 길을 다시 걷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몸이 안좋으시면 버스를 탑승하세요. 몸을 잘 보존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