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O Meu pe Laranja Lima
[페이지] F01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원작 : J.M데 바스콘셀로스 각색 : 이 창 기 연출 : 권 재 우 극단<대중>공연
[페이지] 001 등장인물 제제 : 또또까 : 잔디라 : 글로리아 : 엄마 : 아빠 : 아리오발도 : 세실리아선생님 : 뽀루뚜까 : 빠이샹 : 꼬끼요부인 : 도로띨리아 : 의사 : 삼바 축제자들: 장례식 참관자들 :
[페이지] 002 [장] 1장 무대 중앙에 오렌지나무하나 그 아래가 제제가 쪼그리고 앉아 한동안 양말 한짝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득 오렌지나무를 올려다보며 또박 또박 말을 한다. [제제] (천천히) 나의-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 (나무를 쓰다듬으며) 밍기뉴라는 이름은 역시 잘지었어. 멋진 이름이야. 그치? 밍기뉴- (양말을 보여주며) 밍기뉴. 이거뭔줄 알아? (사이. 피식 웃으며) 사실 오늘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었거던. 그래서 어제밤에 이걸 문밖에다 걸어 놨었어.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아무것도 안들어 있었어. 눈깔사탕 하나두 ---- 이 양말 안에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지 난 잘 모르겠어.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야. 아기예수도 산타클로스도 선물 넣는걸 깜박 잊어버렸나봐. 아. 잠깐만 밍기뉴 (일어나서 종이별을 걸어 준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미안해 밍기뉴. 내가 가진건 이거 밖에 없어. 난 가난하니까 할수없지뭐. 내가 가난한건 엄마, 아빠가 가난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엄마. 아빠가 왜 가난한지는 나도 잘 몰라. 또또까 형이 그러는데 집세가 여덟달이나 밀렸대. 아마 그래서 가난한가봐. 집세가 밀리면 가난한거라고 또또까형이 그랬어. 형은 나보다 아는게 많거든. (잔디라가 소리 지르며 뛰어 든다. 큼직한 빨래 광주리가 들려 있다.) [잔디라] 제제. 제제. 이 새끼악마 같은 놈아 ---- [제제] 잔디라 누나가 왜 또 저러지? [잔디라] 이 악마야 이젠 빨래줄까지 끊어먹는구나. 봐라. 빨래가 어떻게 됐나? [제제] 난 그냥 타잔놀이만 하려 했는데 ----
[페이지] 003 [잔디라] 시끄러 - (잔디라의 손이 매몰차게 제제의 뺨에 올라붙는다. 반창고가 하나 붙는다.) [제제] ---- [잔디라] 전부 다시 헹궈야 한단 말이야. 바빠 죽겠는데. (잔디라 급히 나간다) [제제] 웬일이지? 한대 밖에 안때리네. 매번 두대씩 때리면서 ---- 틀림없이 새 애인이 생겼나봐. 지난번 애인은 아주 깍쟁이었어. 나한텐 비스켓 한통 사준것 밖에 없었거던. (이번엔 중년의 빠이샹이 성난 얼굴로 달려와 느닷없이 제제의 따귀를 올려 부쳐 반창고 두개를 만들어 놓는다.) [빠이샹] 제제. 네놈이지. 우리집 현관 전구를 깬게? 새 총을 들고 있는걸 본 사람이 있단말야. [제제] 새를 잡으려고 했는데. 전구가 거기 있었든 거예요. [빠이샹] 전구가 새 옆으로 가서 앉더란 말이냐? [제제] 그건 ---- 새가 전구옆에 앉았지만 [빠이샹] 아무튼 이번만은 용서못해. 네 아버지를 만나 전구알 한상자를 다 사내도록 할테니까. (기세 좋게 퇴장한다) [제제] (얼굴을 어루만지며) 칫. 내가 울줄알구? 난 안울어. 난 곧 철이들거야. 그건 굉장한 일이지. 이럴때 울면 안돼지. (나무에게) 큰 누난 놈팽이 한테 채인걸 가지고 울었어. 그건 철이 안들었다는 증거야. 안그래? 밍기뉴? (이어 까무러칠듯한 비명과 함께 만삭의 꼬끼요 부인이 뛰어들어 제제를 후려친다. 역시 반창고가 붙는다. 그녀의 손에는 뱀처럼 보이는 긴 스타킹이 들려 있다.) [꼬끼요] (집어 던지며) 이 페스트균 같은 놈아. 넌 허구헌날 내가 놀라 자빠지길 기다리는 거냐? 여섯달 된 애를 뱃속에 넣고
[페이지] 004 다니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제제] 전 아줌마를 놀래 줄 생각은 안 했어요. 뱀 놀이를 하다가 그냥 놔둔것 뿐예요. [꼬끼요] 네놈때문에 이 애는 세상구경하기도 전에 쫄아버리겠다. (퇴장한다) [제제] 고만고만한 아이가 여덟이나 되면서 한명쯤 쫄면 좀 어때서 ----. (밖을 보며) 잔디라 누나가 또 오는데? 왠일일까? (잔디라가 죽어가는 고양이를 안고 뛰어든다.) [잔디라] 제제. 고양이에게 구슬을 먹인것이 너지? [제제] 아. 그거? 설사약을 먹여서 괜찮을걸 잔디라누나. [잔디라] 고양이가 다 죽게 됐어. 이 악마야. (제제의 얼굴을 두대 올려 붙이고) [잔디라] (나가며) 이 일을어째. 이 일을 어째. (제제의 얼굴은 반창고로 뒤덮혀있다.) [제제] 역시 잔디라누난 두대씩 때려야 화가 풀리나봐. (크게) 대머리까진 늙은이에게 시집이나 가버려라 -. (제제가 맥 풀린듯 주저 앉는다.) [제제] 왜들 저 난리를 칠까? 어른들을 이해 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야. 나만보면 때려주지 못해서 마냥 환장한 사람들 같애. (또또까가 다가온다.) [또또까] 임마, 그건 네가 악질이기 때문야. [제제] 또또까 형. [또또까] 말썽꾸러기에다가 그 조동아리도 너무 야무져서 그래. [제제] 그게 무슨 말이야? [또또까] 몰라. 어른들은 다 그렇게 말해. 제제는 악마라구 ----. [제제] 안그래. 내가 왜 악마야. [또또까] 그래? (장난감들을 꺼내보이며) 이것봐. 산타클로스는 착한 사람 편이야. 보면 알잖아? [제제] (반색하며) 어디서 났지?
[페이지] 005 [또또까] 만지지마. 시내 극장 앞에서 어린애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어. [제제] 지금 가도 되겠지? [또또까] 끝났어. 이게 마지막이었어. [제제] 핏 거지같이 얻어온 장난감은 안가져. [또또까] 정말? [제제] (자신없이) 으응! (이때 빠울로가 뒤쪽으로 힘없이 지나간다.) [제제] 형, 어린애들은 선물을 갖고싶어 하는걸 엄마, 아빠는 모르는 걸까? (한숨) 아! 가난뱅이 아빠를 가졌다는건 참 불편한 거야. (빠울로가 잠시 멈춘다) [또또까] 쉿. 아빠야. [제제] ? (빠울로 퇴장) [제제] (놀래며) 아, 아빠 ----. (또또까가 제제의 멱살을 움켜쥐고 [또또까] 넌 나쁜놈이야. 아빠한테 꼭 그렇게 말해야 되니? [제제] (울먹이며) 아빠가 거기 계신줄 몰랐어. [또또까] 아빠가 6개월 전부터 일자리가 없다는걸 알고 있었잖아? [제제] 형 정말이야. 아빠가 거기서 듣고 계신줄 몰랐다니까. [또또까] 내가 뭐랬어. 8개월씩이나 집세가 밀렸고 아빠는 가난하다고 그랬지? (때리며) 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악질이야. 네 핏속엔 악마가 들어가 있어. [제제] 형 -. (또또까, 제제를 팽개치고 아빠가 나간 쪽으로 나간다. [제제] (당황) 밍기뉴. 난 정말 몰랐어. 그치 밍기뉴? (긴 사이를 두고 제제는 망서린다. 다시 쪼그리고 앉는다.)
[페이지] 006 [제제] 크리스마스에 눈오는 곳도 있대. 눈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수염처럼 하얀색이래. 그래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들 한대. (사이) 거기에 사는 어린이들은 참 행복할거야. 어른들은 마음씨가 좋아서 어린이들을 때리지도 구박하지도 않을거니까. 눈 속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을거야. (사이) 아빠를 어떻게 뵙지? (글로리아가 조용하게 들어온다) [글로리아] 오늘은 어땠니? 제제. [제제] 글로리아 누나. [글로리아] 저런, 네 얼굴을 보니 오늘도 말이 아니였구나. 쯧쯧 (글로리아가 제제 얼굴의 반창고를 떠어 준다) [제제] 누나, 아기예수는 부자들만 좋아해 주는 것 같애. [글로리아] 그렇지 않아. 부자보다도 어둡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좋아 한단다. [제제] 아기 예수는 가난하게 마굿간에서 태어났지만 자꾸자꾸 부자들만 좋아하고있어. 다른집 식탁엘가봐. 언제나 먹을께 가득해. 양말 속에도 장난감이랑 카드랑 꽉꽉 들어가 있어. 내 양말처럼 비어있지 않았어. 아기예수는 좋은 사람이 아냐. [글로리아] 제제. 그런말은 하면 못써. 그대신 넌 딱지나 구슬을 많이 가지고 있잖이? 제제처럼 조그만 애들은 부자와 가난뱅이 구분 할 수가 없어. (제제 일어선다) [글로리아] 어디 가련? [제제] 아빠한테 선물을 하고싶어. 그냥은 아빠 얼굴을 볼수 없을것 같애. [글로리아] ----?
[페이지] 007 [장] 2장 거리. [아리오발도] [노래] 그녀가 혼자 있는데 이웃을 부를틈도 주지 않고 너는 양심도 인정도 없이 화니를 찔렀지. 고운 마음씨의 가엾은 화니를. 고운 마음씨의 가엾은 화니를. 나는 네가 고통을 받도록 하나님께 빌겠어. 나는 네가 감옥에서 죽는 것을 보겠어. 너는 양심도 인정도 없이 화니를 찔렀지. 고운 마음의 가엾은 화니를 ----. (제제가 구두닦으라고 소리치며 등장하다가 노래에 이끌려 앉아듣는다. 끝나고 제제가 박수를 보낸다.) [제제] 멋져요. 무슨 노래예요? [아리오발도] 화니, 화니라는 노래란다. 어때 마음에드니? [제제] (노래한다) 나는 네가 고통을 받도록 하나님께 빌겠어. 나는 네가 감옥에서 죽는 것을 보겟어 ----. [아리오발도] (감탄) 야아 - 금방 따라 부르는 구나 넌 ----? [제제] 제제라고 해요. (구두통을 들어 보이며) 아저씬 가난한 이웃을 도울 생각이 없으세요? [아리오발도] 네가 가난한 이웃이냐? (제제는 그이 발을 억지로 구두통 위에다 끌어다 놓는다.) [제제] 그래요, 아이참. 바지를 좀 걷어 올려야죠. [아리오발도] 넌 매일 구두를 닦니? (이 거리에선 못 볼것 같구나) [제제] 가끔요, 요샌 돈이 좀 필요하건든요. [아리오발도] 누구나 항상 돈은 필요하지. 특히 오늘 같은 날은,
[페이지] 008 서툴구나. [제제] 그렇지만 열심히 닦아요. (노래를 흥얼대며) 이쪽발 내리세요. [아리오발도] 얘. 얘. 고만해라. 됐다. 자, 이백레이스 주마. [제제] 그건 안돼요. 전 자만심이 강한 아이거든요. [아리오발도] (웃으며) 자만심이 아니고 자존심이라고 하는 거야. [제제] 그래요. 자존심이 강하거든요. 그리고 감수성도 똑똑한 아이예요. [아리오발도] 아냐. 감수성은 예민하다고 해야 말이돼. [제제] 아무튼 자존심과 감수성이 있는 아이니까. 구두를 마저 닦고 가세요. [아리오발도] 됐어. 됐다니까. 자아. 또보자 꼬마야. 넌 참 기가 찬 아이로구나. 아리오 퇴장한다. 반대쪽으로 바쁘게 달려나가는 제제. 다음 장면으로 천천히 바뀐다. [장] 제 3장 식탁. 아빠. 잔디라. 글로리아가 식사를 끝내고 있다. 엄마가 시중을 든다. [글로리아] 엄마. 빵은 얼마나 남아 있어요? [엄마] 공장장이 그동안 밀렸던 급료를 전부 내주더라. 당분간은 빵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커피잔을 넘기며) 이거 ---- (글로리아가 아빠 앞에다 커피잔을 놓는다) [엄마] 내일은 뻬르박사님댁 빨래를 해 주기로 했는데. 누가 도와주련? [잔디라] 난 내일 바빠. [글로리아] 제가 갈께요. (또또까가 들어온다.) [잔디라] 야. 또또까. 너희들은 왜 식사시간도 못 맞추고
[페이지] 009 쏘다니니? [엄마] 제제는? [또또까] 몰라요. 우유줘 엄마. [잔디라] 야. 네가 챙겨 먹어. [엄마] 아니다. 내가 갖다주마. [잔디라] 제제는 네가 돌보기를 했잖니? 어디다 팽개치고 다니니. [또또까] 그 악마같은 자식. 난 몰라. [글로리아] 라임오렌지나무 아래 있더니만 없어졌어. (엄마가 빵과 우유를 갖다 놓는다.) [또또까] 그래. 그 앤 오렌지나무 하나만 있어도 잘 만 노는걸. 이상한 악마야. [엄마] 동생을 그렇게 욕해도 돼니? [글로리아] 사실이에요. 엄마 제제는 새하고도 얘기하고 바위하고도 놀고 바람이 하는 말도 듣는애 얘요. [엄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또또까에게) 얼른 먹고 나가서 찾아봐라. [잔디라] (하품) 아 - 피곤해. 오늘은 쓸데없이 빨래만 두번씩 했네. (슬그머니 퇴장해 버린다) (글로리아. 접시를 챙겨 갖고 나간다) [엄마] (걱정스레) 얘가 ---- 어딜가서 또 말썽피우는 거나 아닐지 모르겠네. [또또까] 그렇지는 않을거예요. 오늘 하루동안 맞을건 다 맞았으니까. [아빠] 그 ----. (엄마. 또또까가 말을 멈춘다) [아빠] 그앨 학교에 보냅시다. (제제가 한 쪽으로 들어오다가 엿듣는다. 구두통을 들고 있다) [아빠] 애가 너무 못됐어. 집에 두니까 개고기 짓이나 하고 ----.
[페이지] 010 [엄마] 허지만 이제 여섯살인데 ----. 학교에서 받아줄까요? [아빠] 한살 속이면 돼지. 그래 당장 입학시켜야 겠오. [또또까] 아직 네거리 신호등도 볼 줄 모르는데요? [아빠] 그런거야 금방배우게돼. 유난히 영악한 놈이니까. [엄마] 더 주련? [또또까] (고개를 흔들며) 누나한테 갈래. (또또까 퇴장. 사이) [엄마] 정말 그 앨 학교에 보낼 거유. [아빠] (끄덕이며) 그렇게하면 철이 좀 들거요. [엄마] 당신 취직이라도 된 다음에 보내요. [아빠] (얼굴이 굳는다) ----. [엄마] (미안한듯) 커피 더 드리리까? (아빠 머리를 저으며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아빠가 나오면 제제가 얼른 몸을 감춘다. 아빠가 길게 한숨을 내 쉰다. 엄마의 퇴장과함께 방은 어두워 진다. 제제가 슬그머니 나타난다. 아빠가 담배 껍질을 구겨던진다.) [아빠] ? [제제] 아빠. (아빠, 멋적게 외면한다. 제제가 구두통을 내려놓고 담배갑을 꺼내뜯는다. 아빠가 들여다 본다.) [제제] 아빠 드릴려구 샀어요. 제일 좋은 담배래요. [아빠] (어이없어) ----? (제제가 아빠손에 담배갑을 쥐어주고) [제제] 하나만 피워 보세요. 제가 성냥을 켜 드릴께요. (제제. 아빠에게 담배 불을 부쳐준다.) [제제] ----. [아빠] 이것때문에 일부러 구두통을 들고 나갔었니? (제제.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의 품으로 뛰어든다.)
[페이지] 011 [제제] 아빠. 아빠 [아빠] 원 녀석, 네가 이렇게 마음이 약한 아이라면 일생동안 울어야할 날들이 한없이 많겠다. [제제] 아빠. 전 그냥 했던 말이었어요. [아빠] 알고있다. 알고 있어요. 자 아빠는 담배를 마저 피워야지 [제제] 아빠가 날 때리시고 싶으시다면 때리셔도 좋아요. 반항하지 않겠어요. [아빠] 아니다 제제. 자 뚜욱. 네 라임오렌지나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니? [제제] ----. [아빠] 네가 모든 것들과 얘기 할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넌 축복받은 아이야 제제. (서서히 암전된다) [장] 4장 (학교 종소리와 함께 조명들어온다. 제제와 도로띨리아가 앉아듣고 있다. 테이블 위에 빈 꽃병) [세실리아] 빨강불일때는 절대로 길을 건너가면 안되요. 건너가도 좋다는건 파랑불이예요. 파랑불이 들어오면 좌우를 잘 살펴보고 빨리 건너가야해요. 그리고 이 마을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차가 있죠? 기차는 마치 황야의 무법자 같아서 여러분이 손을 들어도 서주질 않아요. 기차건널목을 건너갈땐 건널목지기 아저씨의 지시를 잘 따라야 되요. 건널목에서 장난을 치는건 물론 위험하지만, 기차길에다가 돌맹이나 못 같은걸 올려놓는것은 더욱 위험해요. 그건 기차사고를 불러 일이키는 아주 나쁜 짓이죠. (제제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세실리아의 소리가 조금 작아진다.라임오렌지나무에 조명이 들어가고 제제가 그 곁으로 간다) [세실리아] (계속된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야하며 거리에서
[페이지] 012 놀거나 좋지 않은것에 한 눈을 팔지 않도록 해야죠? 집에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하시겠어요. 집에 돌아가면 우선해야 할 것은 손, 발을 씻고 오늘 학교에서 배운것을 복습하고 내일 배울것을 예습 해야 돼요. 우리 브라질의 착한어린이는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며 ----. (제제의 얘기가 세실리아의 말을 가로 막는다. 학교쪽 조명이 꺼져간다.) [제제] 밍기뉴. 우리선생님은 있잖니. 학교에서 제일 못생긴 선생님이란다. 그래서 다른반 선생님 책상엔 항상 꽃이 있는데 우리선생님 꽃병은 먼지만 쌓여 있어. 두꺼운 안경이나 이마위에 사마귀라도 없으면 좀 나을텐데 ----. (웃는다) 그렇지만 말야 우리선생님은 나보고 기사님이래. 왕자처럼 똑똑하고 공부를 잘한다나? 히히. 그래서 선생님은 도시락까지 나한테 주시는 걸. 기사님이라면서. 그러면 난 깜둥이 기집애 도로띨리아하고 나눠 먹어. 왜냐하면 난 기사님이니까. 그래서, 난 내일부터 우리 선생님 책상위에 꽃을 꽂아 주기도 결심을 했어. 굉장히 좋아하실거야. (글로리아가 나타난다.) [글로리아] 아니 학교에 갔다왔으면서도 오렌지나무하고만 있냐. 어서들어가 [제제] 누나. 누나. 마누엘 발라다이스라는 흉칙한 이름을 들어본적이 있어? [글로리아] 그게 누군데? [제제] 읍내에서 제일 좋은 차를 갖고 있는 포루투갈 사람 이름이야. 아이들은 뽀루뚜까. 뽀루뚜까 하고 별명을 부르지만 난 그 고약한 뽀루뚜까의 차 뒤에 메달려 보는게 소원이거던. [글로리아] 아이구. 제제야 다른 말썽은 다 부려도 좋으니 제발 그 놀이는 하지말아. 안그러면 아빠한테 일러 버릴거야. [제제]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만 매일 하란 말야? [글로리아] 이제는 공부하는 착한 학생이 돼야지. 또또까 형좀봐. 얼마나 얌전하니? 어른답구. (또또까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또또까] 어이 제제. 인제 오면 어떻허니?
[페이지] 013 [제제] 왜? [또또까] 딱지좀 꿔줘. 비리끼뉴한테 다 털렸어. (멀쓱해진 글로리아.) [장] 5장 (교실. 세실리아의 테이블엔 꽃이 화사하다. 제제가 무릎굻고 벌을 서고 있다. 도로필리아가 안스러워 하고 있다. 세실리아가 들어온다) [세실리아] 마루 바닥에 초칠을 해서 교장 선생님을 넘어뜨리다니, 제제, 장난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지않니? [제제] ----. [세실리아] 교장 선생님이 허리라도 다쳤으면 어떻게 할뻔했니? [제제] 그렇지만 교장선생님이 나빳던 거예요. 날 가난뱅이라고 흉을 보셨거든요. [세실리아] 교장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란 말이냐? [제제] 아뇨.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하는 소리를 저는 다 들을 수가 있었어요. [세실리아] 마음속으로? [제제] 네. 전 들을 수 있어요. 선생님이 절 이뻐해 주시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요. [세실리아] 일어나라. 무슨소린지 통 모르겠구나. (제제. 무릎이 아픈듯 일어선다.) [도로띨리아] 가도돼요? [세실리아] 그래 가도 돼. 아니 잠깐. 제제하고 할 얘기가 또 있다. 넌 좀 나가 있으렴. [제제] ? (도로띨리아가 머뭇거리며 나간다. 그동안 세실리아는 꽃을 매 만지고 있다) [세실리아] 선생님 책상에 꽃을 꽂아 주는거 참 고마워요. 제제. [제제] 네 선생님.
[페이지] 014 [세실리아] 그런데 제제 - (머뭇거리며) 네 친구 비리끼뉴가가 꽃에 대해서 좋지않은 얘길 해주었다. [제제] (뜨끔) ----. [세실리아] 제제 그게 사실이니? [제제] ----. [세실리아] 어째서 그런짓을 했지? 남의 꽃밭에서 꽃을 꺽어오는건 나쁜짓인줄 잘 알텐데. [제제] 비리끼뉴의 집문은 언제나 열려 있구요. 꽃밭엔 꽃이 언제나 만발해 있어요. 그래서 ----. 허지만 표시가 날 정도로 꺽진 않았어요. [세실리아] 표시가 안 났다면 비리끼뉴가 어떻게 알았을까? [제제] ----. [세실리아] 그리고 표시가 나든 안나든 그건 옳은 일이 아냐. 남의 물견을 훔치는 일이잖니? [제제]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 이 세상은 전부가 하느님이 만든거라구 선생님도 말씀 하셨잖아요? 모든게 하느님의 것이니까 그 꼴들도 역시 하느님 것이 잖아요? [세실리아] (놀라며) 제제 - [제제]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선생님. 우리 집에는 화단이 없어요. 꽃을 사려면 돈이들고요----. 그리고 전 선생님 꽃병만 늘 비어있는게 마음 아팠어요. (당황하는 세실리아) [제제] 점심때 도시락까지 주시는 선생님의 꽃병에 꽃이 꽃혀 있다는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실거예요. [세실리아] 제제 ----. 도, 도시락은 얘야. [제제] 선생님, 그 도시락도 전 혼자 먹을수가 없었어요. 저보다 더 가난한 애가 있거든요. 올빼미 아시죠? (도리띨리아가 고개를 디민다.) [세실리아] 올빼미?
[페이지] 015 [제제] 제 옆에 앉아 있는 깜둥이 계집애 말예요. [세실리아] 오 그래. 도로띨리아 말이구나. [제제] 네 선생님. 다른 애들은 그애가 까맣고 가난뱅이라고 같이 놀려고 하지 않아요. 구석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기만해요. 그래서 선생님이 주신 도시락은 그애하고 나눠 먹었어요. (도로띨리아가 울먹거리며 재빨리 사라져 버린다. 세실리아가 외면하며 눈가를 훔친다. [제제] 선생님께서 이제부터는 올빼미에게 도시락을 주셨으면 해요. 걔네 집엔 애들이 열한명이나 된데요. (세실리아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다.) [제제] 전 선생님이 우시도록 일을 저지를 생각은 아니였어요. (사이) 앞으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할께요. 약속하겠어요. 선생님. [세실리아] 그 - 그래서 우는게 아니다. 제제 이제 그만 가도 좋다. 이 꽃병엔 더 이상 꽃을 꽃지 않아도 된다. [제제] 그럼 저 꽃병은 언제나 비워 있어야 하나요? [세실리아] 저 꽃병은 결코 비어 있는게 아니란다. 꽃병을 볼때마다 난 가장 아름답고 시들지 않는 꽃을 보게 될거야. (제제. 머뭇거린다. 세실리아 기여코 터지는 울음을 참지못해 뛰쳐 나간다. 도로띨리아가 들어와 미안한 듯 서있다) [장] 6장 (주점. 주인 빠이샹이 테이블 정리를하고 있다. 뒷쪽에 뽀루뚜까의 승용차가 나타난다. 그 뒤쪽에서 제제가 뽀루뚜까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나온다. 제제가 바둥거린다. 주점으로 끌고 들어 온다.) [제제] 놔. 놔. 뿌루뚜까. 놔놔. [빠이샹] 마누엘 웬 아이야?
[페이지] 016 [뽀루뚜까] 차 뒤에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네. [빠이샹] 저런 간이 큰 녀석이론군. 다른 아이들은 자네 말만 들어도 무서워 할텐데 ----. [뽀루뚜까] 그리곤 야호하고 소리까지 치더란 말야. 겁도 없이. (제제에게) 네 이놈. [빠이샹] (웃으며) 한참 좋았겠군. 가만있자. 많이 본 놈인데. 옳거니 바로 바울로의 아들놈이야. 우리집 현관 전구를 수없이 깨먹은 녀석인데. 허허허 ----. [뽀루뚜까] 자아 --- 이놈을 어떻게 혼내준다? 두번다시 그런짓을 못하게 해야 할텐데. 어떻게 혼내줄까. 꼬마야. (제제. 노려보고만 있다.) [빠이샹] 또래들이 보고있었으니까.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었을 거야. [뽀루뚜까] 이놈봐라. 눈 빛이 꽤 사나운데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봐.욕이라도 하고싶니? (제제 오물거린다) [뽀루뚜까] 왜. 욕도 못하지? 차 뒤에 매달려서 소리소리 지르던 용기는 다 어디갔어? [제제] 지금은 말 못하겠어요. 그렇지만요 이담에 커서 당신을 죽일거예요. (폭소) [뽀루뚜까] 오냐, 커봐라. 꼬마녀석아.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마. 허지만 그전에 한가지 교훈을 주마. (무릎에 제제를 엎어 놓고 엉덩이를 소리나게 때린다. 제제 와아 - 울어버린다. 뽀루뚜까와 빠이샹은 폭소를 터트린다.) [뽀루뚜까] 자아 꼬마야. 이 아저씨가 얼마나 무섭다는걸 알았겠지? (제제가 훌쩍이며 밖으로 나간다.) [뽀루뚜까] 또다시 차뒤에 매달렸다간, 그땐 이 아저씨가 잡아먹을거다. 알았냐?
[페이지] 017 (기다리던 도로띨리아가 제제를 부축한다.) [도로띨리아] 많이 때렸어? [제제] 딱한대야 그렇지만 엉덩이가 창자에 붙어버린것 같애. 망학녀석 그렇게 세게 때릴게 뭐람. [도로띨리아] 저쪽에서 애들이 보고있어. [제제] (얼른 눈물을 닦으며) 그래 알았어. 난 아무렇지도 않아. [뽀루뚜까] (웃음을 거두며) 우리집 정원직이가 고향에 갔다네. 한사람 부탁하이. [빠이샹] 그러지. 맥주한잔? [뽀루뚜까] 아니, 위스키로 주게. [빠이샹] 왠일이야? [뽀루뚜까] 그 꼬마 때문에 유쾌해 졌다네. (그들 웃는다.) [장] 7장 (제제의 집. 거리. 글로리아가 제제의 가방을 챙겨주고 있다. 제제가 절름거리며 나타난다.) [글로리아] 어디 손톱좀 보자. 귀. 넌 어쩜 ----. (타올로 닦아주다가) 어디 다쳤니? [제제] (겁을 먹고) 큰누나한테 말 하지마. [글로리아] 이렇게 해봐. (제제의 발바닥을 본다.) [글로리아] 아니? 이렇게 되도록 약도 안바르고. [제제] 아냐. 아무렇지도 않아. [글로리아] 어쩌다가 이랬니? 이 악마야. [제제] 고이비아 열매를 훔치다가 유리 조각에 베었어. [글로리아] (안을 향해} 또또까 -. 그거봐,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벌을 받는거야. [제제] 우리집에도 고아비아 나무가 있었으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또또까가 나타난다.)
[페이지] 018 [글로리아] 또또까가 제제를 데리고 가야겠다. [또또까] 꼭 말썽만 피우고 다닌단 말야. [제제] 형이 시켰잖아? [또또까] 내가 언제? [제제] 어젯밤에. 망까지 봐주고는 ----. [또또까] 이자식이, 내가 언제 그랬어. [글로리아] 또또까, 어서 제제 데리고 나가. 아버지나 큰 누나 보기전에 (또또까, 내키지 않는듯 제제의 손을 끌고 나간다.) [제제] 나 큰길로 안가 형 혼자서가. [또또까] 이 자식이 [제제] 난 돌아서 갈거야. 누나한테는 형이 데려다 줬다고 할께. [또또까] 그래? 좋았어. (또또까는 살았다는듯이 도망간다. 제제 혼자서 절름 거리며 걷는다. 기차가 요란스럽게 지나간다. 한 모퉁이에 아리오 발도가 떠들며 나타난다.) [아리오발도] 자, 최신 가요집 나왔읍니다. 싸구려요. 사구려. 단돈1또스땅에서 400레이스까지 맘대로 골라 잡으세요. 자 신곡 60개가 수록 돼 있읍니다. 최신탱고도 있고요. 이번주의 힛트곡, 최신힛트곡. 또 "비센떼 셀레스띠노"의 최신곡도 있읍니다. 최신 유행곡을 다같이 배웁시다. (제제가 걸음을 멈춘다.) [아리오발도] 안녕 꼬마야. 오늘은 구두를 안닦니? [제제] 이제 안닦아요. 학교에 다니거든요. [아리오발도] 그래에? 몇살인데? [제제] 일곱살, 아니 여섯살. 아니 여섯살이 아니고 일곱살이예요. [아리오발도] 결국 몇살이냐? [제제] 그러니까 학교에서는 일곱살 집에서는 여섯살 그래요. [아리오발도] 어째서 그렇지? [제제] 아저씨가 맘에 들어 얘기해 줄께요.
[페이지] 019 식구들은 내가 악질이라구 하거든요? [아리오발도] 그래서? [제제] 말썽만 피우니까 일찍 치워 버린 거예요. [아리오발도] 치우다니? [제제] 귀찮으니까 한해 일찍 학교에 보낸거죠. 식구들이 하는 소릴들었어요. 전 통밥으로도 알 수 있거든요? [아리오발도] 뭐 어떻게? 통밥? [제제] 네. 통밥요. [아리오발도] 허허. 그런데. 왜 이 길로 가고있니? [제제] 털복숭이 뽀루뚜까 아세요? [아리오발도] 마누엘 발라다이스씨 말이구나. [제제] 네. 그사람하고 만나기 싫어서 피해서가는 거예요.아주 나쁜 놈예요. [아리오발도] 나쁜놈? [제제] 네, 꼭 복수 할 거예요. 힘이 조금 더 세어 질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아리오발도] 허허. 발라다이스씨가 큰일 났구나. (제제가 주저 앉는다.) [아리오발도] 이 꼬마야 학교 갈 생각않고 거기 주저 앉아서 어떻게 할 작정이냐. [제제] 괜찮아요. 난 공부를 잘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알고 있는 노래나 배울래요. 전부가르쳐주세요. [아리오발도] 전부? 아이고 얘야, 그 많은 노래를 가르쳐 주다간 내가 늙어서 죽을거야. 원한다면 한곡만 가르쳐주지. 자, 어떤곡이 좋을까? [제제] 에 ---- 단, 가장 최신곡. [아리오발도] 최신곡? 그런건 네가 부르기엔 너무어려. [제제] 최신곡이란 말도 알고 있는데요. [아리오발도] 네가 늙어 보이는 건지 어려보이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넌 통밥을 굴릴 줄도 안다니까.
[페이지] 020 (제제. 악을쓰듯 한소절한소절 따라 부른다.) [아리오발도] 나는 발가벗은 여자가 좋아 [제제] 나는 발가벗은 여자가 좋아 [아리오발도] 나는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제제] 나는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아리오발도] 밝은 달빛 아래서. [제제] 밝은 달빛 아래서. [아리오발도] 발가벗은 여자가 좋아. [제제] 발가벗은 여자가 좋아. (이때. 찻소리가 들리더니 뽀루뚜까가 등장한다.) (노래를 멈춘다.) [뽀루뚜까] 아리오발도 잘하는구나. 거리에서 어린애한테 그런 부도덕한 노래나 가르치다니. [아리오발도] 아, 안녕하세요 발라다이스씨. [뽀루뚜까] 집어쳐. 야 꼬마야, 학교가 어서-. [제제]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잖아요? [아리오 발도] 발라다이스씨. 이일은 부도덕한 일이 아닙니다. [뽀루뚜까] 아니라구? 이 아이가 당신 아들이야? [아리오발도] 불행하게도 아닙니다만. [뽀루뚜까] 그럼, 불행하게도 자네가 한짓은 부도덕한 일이야. 어서 꺼져 -. [아리오발도] 또보자 꼬마야 (아리오발도, 긁적거리며 퇴장해 버린다. 제제가 절름거리며 나가려 한다. 뽀루뚜까가 제제를 가로 막는다. [뽀루뚜까] 너 발을 다쳤구나. [제제] 알 필요 없잖아요. (피해서 가는제제를 뽀루뚜까가 의도적으로 막는다. [뽀루뚜까] (다정하게) 심하것 같은데. 왜 그랬지? [제제] (그 말이 싫지가 않은듯) 몰라요. [뽀루뚜까] 자, 자. 꼬마야 그런 꼴루 학교에 갈수 있겠니?
[페이지] 021 발바닥이 다친 모양이구나. [제제] ----. [뽀루뚜까] 유리조각에 베었구나. 그렇지? [제제] 어떻게 알았어요? [뽀루뚜까] 허허. 악동들의 상징이지. 아저씨두 너만할때 그런적이 있었거든. (제제. 노려보고있다.) [뽀루뚜까] 얼마나 다쳤지? (제제. 손가락으로 길이를 표시한다. 뽀루뚜까가 상처를 살펴보고 깊은 소리를 낸다.) [뽀루뚜까]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학교보다도 우선 치료부터 해야 되겟어. [제제] 싫어요. [뽀루뚜까] 아프지 않아. 잠깐이면될거야. [제제] 자존심상하게 하지 마세요. 당신과난 원수 사이 잖아요? [뽀루뚜까] 물론이지. 그렇지만 파상풍균이 들어가서 다리를 잘리게 되면 어떻게 원수를 갚지? [제제] ----. [뽀루뚜까] 아저씨한테 이길려면 발부터 고쳐야 돼. [제제] 파상풍균이 뭔데요? [뽀루뚜까] 골치아픈 녀석이군. 자아 -. (뽀루뚜까가 버둥거리는 제제를 안고는 뛰어 나간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암전.) [장] 8장 (뽀루뚜까의 차가 보인다. 병원에서 뽀루뚜까가 제제를 부축하고 나온다.) [뽀루뚜까] 사나이가 아니구나. 겨우 그 정도로 소리소리 지르다니. [제제] 괴물같이 생긴 의사였어요. 내 발끝에서 정신을 모두
[페이지] 022 뽑아 가는 것처럼 아팟거든요. [뽀루뚜까] 인젠 괜찮지? [제제] 네. [뽀루뚜까] 제제라고 했던가? 이름말야. [제제] 네 모세란 뜻이래요. 주변을 환히 비쳐줄 ----. [뽀루뚜까] 좋은 이름이구나. 난 ----. [제제] 알아요 뽀루뚜까. (당황) 아니 마누엘발라다이스. 별명을 불러서 미안해요. [뽀루뚜까] 괜찮아. 좋은 별명은 아니지만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하렴. [제제] 그래도 괜찮아요? [뽀루뚜까] 어차피 내가 없을땐 너희들끼리 그렇게 부를것 아니냐? 네 별명은 뭐지? [제제] 집에서는 억센털을 가진 러시아 고양이라 부르고요 밖에서는 쥐새끼. 쌍놈. 개자식. 개고기. 새끼악마. 페스트균. 굉장히 많아요. [뽀루뚜까] 그래. 그래 알겠다. 러시아 고양이란 무슨 뜻이지? [제제] 제 머리카락이 금발이라서 그래요. 식구들 중에 작은누나와 저만 머리카락이 노랗거든요. 아버진 아저씨처럼 포루투갈인의 아들이고 어머닌 인디안의 딸예요. [뽀루뚜까] 머리카락이 아름답구나. (제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지금도 네가 크면 날 죽이겠니? [제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겠어요 (그들 차 곁으로 왔다. 뽀루뚜까가 잠시 생각하더니) [뽀루뚜까] 타 보고 싶지 않니? [제제] ? (뽀루뚜까는 제제를 냉큼 들어 차에다 싣고 운전석에 오른다. 제제 벙벙해진다. 시동 걸리고 출발하는 소리. 구름이 천천히 흘러 간다.) [뽀루뚜까] 꼬마야. 오늘은 학교에 가선 안돼겠다. [제제] 어디루 가요? [뽀루뚜까] 아저씨네 집에
[페이지] 023 [제제] 누. 누가 있는데요? [뽀루뚜까] 흑인하녀 한사람뿐이야. 그리고 딸이 있는데, 스위스에 가서 살고 있지. (차가 속력을 낸다 구름이 빨리 흐른다. 그들의 말소리가 커진다) [뽀루뚜까] 어때. 좋으냐? [제제] 뒤에 매달리는게 훨씬 재밌어요. [뽀루뚜까] 그래? 난 네가 그런 말썽꾸러기 처럼 보이질 않는데. [제제] 잘못 보신거예요. 제 핏속엔 악마가 들어 있어요. 장난치고 싶으면 참을 수가 없거든요. [뽀루뚜까] 어떤 장난을 치지? [제제] 지난주엔 아우레니아 여사집 울타리를 다 뜯어놨구요. 그리고 옆집 아줌마한테 게 딱지라고 불렀다가 혼났어요. 또 축구공을 찼는데 그 멍충이 같은 공이 나르시아 여사네 창문으로 들어가 큰 거울을 깨지않았겠어요? [뽀루뚜까] 정말 멍충이 같은 축구공이구나. [제제] 그때마다 회초리와 스링퍼가 춤을 춰요. 즉사하게 맞는거죠.매맞고 난 뒤엔 역시 침대가 제일예요. [뽀루뚜까] 그래. 역시 침대가 제일이지. [제제] 어른들도 즉사하게 터질때가 있나요? [뽀루뚜까] 너 처럼 어릴적에 [제제] 가장 지독하게 구는건 큰 누나예요. 만날 연애만 해요. 그래서 한번씩 걷어 차일때마다 나한테다가 화풀이를 해요. [뽀루뚜까] (웃으며) 넌 오랫만에 나한테 웃게 만드는 구나. 하하하 ----. (차의 속력이 줄어 들면서 호화스러운 뽀루뚜까의 집 대문이 나타난다. 차가 멈춘다.) [제제] ----. [뽀루뚜까] (제제를 내리며) 자아 - 들어가서 커피나 한잔할까? [제제] 뽀루뚜까 아저씨.
[페이지] 024 [뽀루뚜까] 응? [제제] 나도 어른이 되면은 아저씨처럼 멋진 수염을 기를거예요 (암전) [장] 9장 (라임 오렌지나무 아래) [제제] 어디까지 얘기했지? 빵에커피를 담그는데서 --- 아니 커피를 빵에 담그는데서 --- 아니 아니 에이 바보야. 커피에다가 빵을 담그는거야. 하여튼 우린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얘길 많이 했어. (사이) 그래서 우린 친구가 되기로 한거야. 사실 원수라도 알고나면 괜찮은 사람이 있거든? 우린그런사이야. 아무도눈치못채는 ----. 비밀같은거 ----. 그래, 네 비밀을 갖고있다는건 참 근사한 일이거든 허지만 네게 만은 비밀을 털어놓겠다고 했어. 히히 --- 내가 밍기뉴 얘길 했더니 밍기뉴가 누구냐고 묻겠지? 그래서 밍기뉴는 내 라임오렌지나무고 내 라임오렌지나무 이름이 밍기뉴고 그러니까 밍기뉴는 내친구 라임오렌지나무라고 했더니 나중엔 막 헛갈리나 보더라. 히히 ---- (문득속에 든 동화책을 보며) 그 사람이 이 동화책을 줬다고해서 친구가된건 절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선 안돼. 또 이동화책은 형편없이유치해. 요정한테서 요술장미를 얻은 왕자가 말을 타고 다니면서 세상을 온통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얼마나 웃기는 얘기니? 장미 한송이도 그런 요술을 부릴수 있다는건 시시해. 동화책을 쓴 사람은 아마 애들이 뭐든지 믿는다고 생각하나봐. 아주웃겨. 히히히 ----. (무대 상단에 뽀루뚜까가 차옆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뽀루뚜까가 휘파람을 크게 분다. 제제, 문득일어선다. 조명이 좁아진다. 제제 빙긋웃는다.)
[페이지] 025 [뽀루뚜까] 꼬마야. 넌 아주 복잡한 아이구나, 뭐가 뭔지잘 모르겠다. [제제] 뽀루뚜까아저씨. 전 아저씨 옆에서 조금도 떠나고 싶지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아저씨가 제일 좋은 사람이기 때문예요. 제가 아저씨 곁에 있으면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해요. 그리고 또 아저씨는 내마음속에 행복의 태양이거든요. [뽀루뚜까] 이녀석아 발만 낳아라 그럼 차 뒷꽁무니에 매달리게 해줄테니 그러나 딱한번이다. (뽀루뚜까의 휫파람. 상단 조명이 커진다. 조명이 다시 넓어진다.) [제제] (밍기뉴에게) 지난 크리스마스 때 얘길 해 주었을땐 뽀루뚜까는 굉장히 슬픈 눈을 하고 말았어. 난 나때문에 그런 슬픈 눈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어. 밍기뉴. (글로리아가 등장한다) [글로리아] 제제. 요즘 왜 그리 얌전해졌니? 너의 악마를 책상서랍속에 가둬버렸니? [제제] 이웃을 편안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어. [글로리아] 저런 고맙기도 해라. (오렌지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제제] 누나 바람이 불어 오고 있어. 연날릴 때가 된거야. [글로리아] 그렇지 않아도 또또까가 연을 만들고 있더라. 들어가보렴. [제제] 그래? 이번엔 꼭 연 만드는걸 배우고 말거야. (제제, 글로리아 퇴장한다.) [장] 10장 (식탁 옆에 앉아 연을 만들고 있는 또또까, 제제가 뛰어들어와 웅크리고 앉는다. 글로리아가 웃으며 지나간다.)
[페이지] 026 [또또까] 자아, 이거 네거야. 여기다가 종이만 부치면돼. [제제] 종이 어디서 났어? 좋은데. 제일좋은거야? [또또까] 그래. 구슬 50개하고 바꾼거야. 그러니까 너나한테 종이 값으로 구슬이나 딱지를 내놔야돼. [제제] 알았어. 알았어. 가방밑에 딱지로 꽉차있어. 풀줘,형. (부엌 쪽에서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열심히들 만들며.) [제제] 엄마야 [또또까] 엄만 아직 공장에서 안돌아 오셨어. [제제] 가위 [또또까] 연들의 전쟁에선 머리치리, 줄끊기. 끌어 내리기가 있어. 여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난 알고 있단 말야. [제제] 어떤거지? [또또까] 너에게만 특별히 알려주겠어. (은밀히) 풀먹인 유리가루를 실에다 바르면 다른 연들은 꼼짝 못해. [제제] 그렇다면 다 만들고 나서 유리는 내가 가져올께. 있는데를 알거든? [또또까] (제제가 만드는 연을 보고) 거길 그렇게 접으면 안돼. 멍청아. 똑바로 잘라 접어서 가장자리엔 골고루 풀칠을 해. [제제] 두고봐. 내 연이 제일높이 제일멀리 날을거야. (또또까의 손놀림을 따라 열심히 연을 만드는 제제. 이때 잔디라가 부엌과 식탁사이를 오가며 접시를 나른다. [잔디라] 너희들 집안을 어질러 놓으면 그 연을 아궁이에 처 넣을거야. [또또까] (소곤거리듯) 왜 저러지? [제제] 놈팽이 한테 채였을거야 (소곤거리듯) [잔디라] 빨리 먹어! 난바쁘니까. [제제] 우리에게 밥을먹여 놓고 어디 갈려고 그러는거야. [잔디라] 빨리 식탁에앉지 못하겠니? (또또까 하던 일을 멈추고 냉큼 식탁에 앉는다. 제제는 하던 일에 몰두해 있다.
[페이지] 027 잔디라가 제제의 귀를 잡아끈다. [잔디라] 넌 내가 식모인줄 아니? 빨리 처먹어! [제제] 안먹어! 풀이마르기 전에 연을 만들어야해. 지금 밥 먹는 시간도 아니잖아? [잔디라] (쥐어박으며) 말로 할때 들어! (제제. 잔디라를 뿌리친다. 얼굴이 부풀어 오르는 잔디라. 제제의 따귀를 때리곤 만들다만 제제의 연을 갈기갈기 찢는다. 제제 휘청거린다) [제제] 넌 뭔줄 알아? 넌 갈보야! (또또까 벌떡 일어난다. 얼굴이 일그러진 잔디라. 자신의 얼굴을 제제의 눈앞에 바싹 들이민다.) [잔디라] 용기가 있으면 다시 한번 말해봐! [제제] 갈 - 보! (흡사 성난 말처럼 잔디라가 날뛰기 시작한다. [제제] 갈보! 갈보! 갈보계집애! (입에 거품을 무는 잔디라. 제제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제제를 패기 시작한다) [제제] (악을쓰며) 죽여라 살인자야! 감옥에서 죽어가는걸 보고야 말꺼야. 죽어가는 고통을 느끼게 할거야. [또또까] 입닥쳐 제제! 누나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떻해! (제제의 머리칼을 쥐고 발길질을 한다.) [잔디라] 오늘은 널 죽여 놓겠어 - (세사람 한데 뒤엉킨다) [제제] 죽여라 갈보야! 살인자들아! 너희들이 고통받도록 하느님께 빌거야. 나는 너희들이 감옥에서 죽는 것을 볼거야. (수예 보퉁이를 들고 일어서는 글로리아, 비명을 지르며 제제에게 달라 붙어 있던 잔디라와 또또까를 밀어 제친다. 피범벅이 된 제제를 끌어 안으며 몸을 떤다.) [글로리아] 언젠가, 언젠가 너희들이 이 어린애를 죽이고 말거야.
[페이지] 028 [또또까] 누난 재가 욕하는 소릴 못들어서 그래. [글로리아] 이앤 조용히 연을 만들고 있었어! (피묻은 제제의 얼굴을 닭아주다 심한 상처를 발견한다. 제제 토하려고 한다.) [글로리아] 자, 무슨 짓들을 했나봐. 어떻게 자기 동생을 만들 수가 있지? (잔디라 흐느끼며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또또까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간다.) [제제] 누나는 알거야. 난 연을 만들고 있었어. [글로리아] 알아 ---- [제제] 그게 망가져서 슬퍼 멋지게 돼가고 있었어. [글로리아] 그래. 예쁘게 만들었을거야. 허지만 걱정마. 다시 만들수 있게 누나가 종이하고 풀을 사다줄꼐. 이세상에서 제일멋진 연을 만들어봐. [제제] 소용없어. 처음 만들었던 연이 중요한거야. 가장 멀리 날릴려고 했던거야. 그게 망가지면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아. [글로리아] 제제 --- [글로리아] 제제 --- [장] 11장 (오렌지나무아래. 제제의 얼굴에 아직도 멍이 풀리지 않았다. 계란 맛사지를 하고 있다.) [제제] 식구들이 내얼굴을 이렇게 망가뜨린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쪽 팔린대나. 그래서 학교두 못가게 하잖아? 세실리아 선생님이 걱정하실거야. 이런 얘기 들어봤니. 속담이래. 사랑을 하고 결혼을하면 병이 낫는다. 아이들의 상처는 그보다 더 빨리 낫는다. 어때? 근사한말이지? 그렇지만 빨리 안낫는거 같애. (무대 한 쪽에 어깨를 늘어뜨린 아빠가 나와 먼산만 보고 있다. 초췌한 모습이다.)
[페이지] 029 [제제] 밍기뉴 - 아빠의 얼굴이 슬퍼보여 크리스마스 때처럼 아직도 일자릴 못 얻으셨거든. 어디가든 젊은 사람만 필요로 한대. 아빨 위로해 드릴 방법이 없을까? 난 돈도 벌 수 없고, 젊은이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란 말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잠시 생각한다) 노랠 불러 드리면 어떨까? 그래맞아. 나지막한 노래를 불러드리면 아빠의 근심이 조금 사라질거야. (제제, 빠울로의 곁으로 간다.) [제제] (조심스럽게) ---- 아빠? [빠울로] ---- (한숨만) (제제. 빠울로의 주위를 밟으며 조그맣게 노래한다.) [제제] 나는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밝은 달빛 아래서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빠울로] 제제? [제제] 네 아빠? [빠울로] 지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냐? [제제] 요새 유행하는 최신곡이예요. 나는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빠울로] 누가 그런 노래를 가르쳐 줬니? [제제] 뜨내기라고 부르는 사람예요. 가수의 사진이 박힌 악보를 팔러 다닌데요. [빠울로] 그런 놈하고 같이 다니지 말랬지? 어디 다시 한번 불러 봐라 [제제] 나는 빨개벗은 여자가 좋아 (천천히 일어나는 바울로, 제제의 뺨을 찰싹때린다) [빠울로] 어디 다시 한번 불러봐. [제제] 나는 빨개벗은 ---- (다시 뺨을 때리는 빠울로, 제제, 어쩔줄을 몰라한다.) 다시 불러봐.
[페이지] 030 [제제] 나는 빨개벗은 ---- (세게 뺨을 때리는 빠울로. 얼굴이 험학하게 일그러져 있다.) [빠울로] 다시 불러봐! [제제] 나는 ---- 빨개벗은 ---- (손바닥이 날아오자 제제 소리친다) [제제] 살인자! 날단번에 죽여라! 감옥이 내대신 복수하려고 기다리고 있어. (빠울로의 눈에서 불꽃이 튕겨나올듯 핏발이선다.) [빠울로] 너는 낳지 말았어야 했어! (허리띠를 풀어 제제를 내려치기 시작한다. 얼굴에 핏기를 거두며 쓰러지는 제제의 몸이 급기야 감각을 잃은 채 움찔움찔하기만하다. 그 위에 "너는 낳지 말았어야 했어" 를 반복해 소리치는 빠울로의 채찍이 거세게 춤을 춘다. 글로리아가 이 광경을 목격한다. 울부짖으며 달려들어 이성을 잃은 빠울로에게 매달린다.) [글로리아] 아빠!아빠! 제발 절 때리시고 이 애는 더이상 때리지 마세요. (퍼뜩정신이 드는 빠울로 주위를 둘러본다. 글로리아가 기절해 있는 제제를 급하게 안아 일으킨다.) [글로리아] (흔들며) 제제! 제제! [빠울로] (중얼거리듯) 내가 무슨짓을 했지! ---- 난 이애가 ---- 날 놀리는줄 알았구나. (휘청거리며 걸어간다. 글로리아 오열한다) 글로리아 오열한다) [장] 12장 (오렌지나무 근처. 글로리아와 잔디라 감자를 깍고 있다. 글로리아는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잔디라] 지긋지긋해.
[페이지] 031 [글로리아] 응? 뭐가! [잔디라] 감자말야. 질렸어. 넌 무슨생각을 그리하고 있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잠시사이) 언닌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이 뭐라 생각해? [잔디라] 글쎄 ----. [글로리아] 꽃같이 화려함이 아니라 뭐랄까 나무에서 떨어져 강물위를 떠돌아 다니는 낙옆같은 것이 아닐까해. 아주평범한. 그래서인지 난 수예가 좋아. 들여다보고 있으면 꿈이나 환상같은것이 생겨나거든? [잔디라] 자연이나 식물과의 교감? 제제처럼? [글로리아] 그럴지도 모르지. 그속에 뛰어들고 싶을때가 있어 하지만 난 금방 지워져 [잔디라] 난 이해할수가 없어, 환상은 환상대로만 남고 사실은 사실대로만 있는건데 (잠시사이) 그선을 명확히 구분짓지 못하면 결국 미움과 절망만 남게 될거야. [글로리아] (놀라며) 언니? [잔디라] 아버지에게 곧 직장이 생길건가봐. [글로리아] 그래? [잔디라] 친구분께서 도와 주신대. 그래도 모든게 옛날처럼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 (혼자 말하듯) 여행을 하고 싶어. 아무나 데려다 준다면. [글로리아] 어디로? [잔디라] 어디든 (잔디라 한숨이 유난히 크다) [글로리아] ---- [잔디라] 그자식. 돈벌어 온다더니 몇달째 소식도 없어. 도망가버렸봐.
[페이지] 032 [글로리아] (난처한듯) 제제 약먹일 시간인것 같애.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잔디라 물끄러미 오렌지나무를 본다.) 잔디라 물끄러미 오렌지나무를 본다.) [장] 13장 (빠이샹의 가게 뽀루뚜까가 자락술을 마시고 있다.) [빠이샹] 요즘 꽤나 침울해 보이는군 재혼이라도 하지 그러나. 내 좋은 여자 중매해 줄테니. [뽀루뚜까] ---- [빠이샹] 자네 그 말썽꾸러기 녀석을 기다리나보군. 허허참 모를일이야. [뽀루뚜까] 자네가 알고있는 것은 그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네. [빠이샹] 뭐야? 그녀석이 자네 아들이라도 된단 말인가? [뽀루뚜까] 글쎄 --- 그녀석 유난히 엉뚱한 놈이야. 그애 집에서는 누구도 그 아이를 이해 못하고 있어. 나는 그애처럼 감수성이 예민하고 똑똑한 아이는 처음봐. 꿈도 많고 생각도 많은 놈이지. [빠이샹] 스위스에나 갖다 오게. 딸년이보고 싶어진 모양인데 [뽀루뚜까] ----(끄덕인다) (뽀루뚜까의 등뒤로 수척해진 모습의 제제가 다가와 선다.빠이샹의 눈이 커진다. 뽀루뚜까 그의 시선을따라 돌아보다 제제를 발견한다. 기쁨이섯히 얼굴어 떠오른다. 제제를 왈쾅 안는다.) [뽀루뚜까] 이 도망자야, 어디를 그리 오랫동안 가 있었니? 그래. 오늘은 네가 올거라고 내마음이 그러더구나. 앉아라, (제제 맞은 편에 앉는다. 빠이샹, 과자와 쥬스를 내온다.) [제제]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어요. 굉장히 아팠거든요
[페이지] 033 [뽀루뚜까] 그래? 네 라임오렌지 나무는 잘있니? [제제] 그런것들은 이제없어요. 모두 가버렸어요. (제제. 눈물을흘린다) [뽀루뚜까] 응. 이것봐라. 이게 무슨짓이지 꼬마친구? 말해봐. 그얼굴에 상처들은 어떻게 된거냐? 매를 맞았니? [제제] 전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악질이예요. [뽀루뚜까] 그런말 해선 안돼. [제제] 그렇지만 전 집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나쁜일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뽀루뚜까] 네 생각과는 달리 그럴때가 있단다. [제제] 늘 그래요. 전 아빠가 괴로와 하시는 이유를 알아요. 어머닌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하거든요. 그런것들은 아빠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전 불쌍한 아빠를 위해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었어요. [뽀루뚜까] 맙소사. 어떻게 너같은 어린애가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할수 있니? [제제] 전 뭐든지 들으면 금방 외우거든요? 헌데 그노래가 그렇게 나쁜 노래 인줄은 몰랐어요. [뽀루뚜까] 어떤 노래인데? [제제] 나는 빨개 벗은 여자가 좋아 (뽀루뚜까가 어처구니 없어 한다.) [뽀루뚜까] 그래 넌 내가 무엇을 가르쳐줘도 금방 외웠어. [제제] (울먹일듯 하다가) 가장 슬픈것은 제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소릴 들었을 때였어요. [뽀루뚜까] 울지마 제제. 남자가 눈물을 보여서야 되겠니? [제제] (매무새를 단정히 고치며) 하지만 걱정마세요. 뽀루뚜까. 난 그를 죽여버릴 테니까요 (곁을 지나던 빠이샹 흠칫컵을 놓친다. [뽀루뚜까] 그게 무슨 소리지 제제? 아빠를 죽이다니?
[페이지] 034 [제제] 그래요. 전 이미 시작했어요. 제 마음이 그를 죽이는 거예요.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뽀루뚜까] (감탄하듯) 너의 상상력은 --- 하지만 넌 나도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니? [제제] 처음에는 그랬지만 그 뒤엔 반대로 죽였어요. 내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도록 말예요. 지금은 뽀루뚜까만이 마음에 가득차 있어요. 구슬이나 딱지를 사주셔서 그런건 아니예요. [뽀루뚜까] 모두다 널 사랑하고 있어. 네 어머니와 아버지. 네 누이들이랑 네 라임오렌지나무도. [제제] 그렇않아요. 그래서 오늘은 뽀루뚜까에게 작별인사를 하러온 거예요. [뽀루뚜까] 작별? 멀리도망가려고? [제제] 아뇨. 일주일동안 줄곧 황야의 무법자 생각만 했어요. [뽀루뚜까] 황야의 무법자가 되겠다는 거냐? [제제]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예요. 그리고 매질이나 귀싸대기 맞는것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욕을 하고 다니는 그런 아이도 되지 않겠어요. [뽀루뚜까] 그런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거냐? [제제] 네, 오늘밤 달리는 황야의무법자에 뛰어들기로 했어요. 우린 기차를 그렇게 불러요. [뽀루뚜까] 오, 하느님 어떻게 그런 생각을 ---- 안돼.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돼. 오, 하느님. 네 앞에는 얼마든지 아름다운 미래가 있단다. 그런 얘기를 하면 벌 받아. 네가 날 좋아한다면 그런말은 하는게 아냐. 더이상 그런 소릴 해서는 안돼. (제제를 끌어안고 눈물을 닦아준다.) [뽀루뚜까] 난, 너를 좋아 한단다. 네가 날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더 ----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듯이 제제를 끌고 나가는 뽀루뚜까.
[페이지] 035 차에 시동을 건다.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본다. 제제를 차 뒤로 끌고 가며) [뽀루뚜까] 자아. 저길 꼭 잡고 매달리거라. 아주 조심해야 한다. [제제] (환해지며) 정말예요? [뽀루뚜까] 정말이고 말고 자, 어서. 누가 보기전에 (제제. 소리지르며 차에 매달린다. 뽀루뚜까 차를 출발시킨다. 천천히흘러가는 구름.) [제제] 야호, 빠방,빠방,빵,빵 이 얏호, 달려라 달려. 저기가는 현상붙은 악당을 쫓아라. 이 얏호 - 빠방, 빠방, 빵빵 이 얏호 - 나는 서부를 달리는 정의의 사나이 론.레인저다. 감히 내 앞을 막을 자가 누구냐. 아 - 인디안들이 쫑아오는구나. 아팟치족이다. 달려라. 달려. 달려라 백마야. 이얏호 - 아 안돼. 거긴 낭떠러지야, 에라 그냥 뛰언넘자. 이야 - 아. 아 사랑하는 백마야 너야말로 무적의 용사로다. 빠방, 빠방, 빵,빵. 비겁하게 등뒤에서 쏘아대다니 이놈들. 윈체스라의 연발통 맛을 봐야 되겠구나. 이얏호 - 저기가는 저열차를 쫓아라. 열차강도 타고 있다. 모두 몇명이냐. 으와 스무명이구나. 너무많다 그러나 론.레인저 앞에 두려울게 무어냐. 덤벼라 덤벼. 빵, 빵, 빵, 빵. (차가 서서히 멈춘다.) [뽀루뚜까] 어때? 좋으냐? [제제] 야호 -
[페이지] 036 [뽀루뚜까] 그럼 더 이상 그런 얘기 안하겠지? [제제] 그게 뭔데요 [뽀루뚜까] 기차얘기말이다 [제제] 아 - 그거요. 조금더 연기하겠어요. (암전) [장] 14장 (라임 오렌지나무 아래) [제제] 뽀루뚜까가 나 때문에 불면증에 걸렸는데. 불면증이라는 건 내가 달리는 기차 속으로 뛰어 들까봐 잠이 안오는 그런 병이래. 허지만 그런 병은 먼 여행을 하면 나을 수 있을거야. 뽀루뚜까는 딸이 있는 스위스에 가보고 오는게 소망인데 그 소망속에 나도 넣어주기로 했어. 스위스. 은빛가루 같은 눈을 한없이 한없이 구경할 수 있는 곳. 난 뽀루뚜가와 같이 갈수 있을꺼야. 왜냐하면 뽀루뚜까의 것은 내것도 될수 있거든 뽀루뚜까의 자동차도 뽀루뚜까의 스위스. 뽀루뚜까의 딸 ----. (우물쭈물) 아무튼 그래. 그의 장난감도 내것이 될수 있고. 뽀루뚜까가 그랬어. 자기것은 내것도 될수 있다고. 그래서 난 뽀루뚜까 한테 난 열두명의 아이를 기를 거라고 했어. 알겠어? 열두명이야. 모두 말썽꾸러기가 되도 절대로 때리지 않고 물어 볼거야. 얘야 넌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지? 나무꾼? 알겠다. 넌 서커스단 광대가 되고싶다고? 여기 나팔과 광대 옷이 있다. 응? 너는 카우보이가 되겠다구. 알겠다. 여기 밧줄과 안장이 있다. 넌 기관사가 되고 싶어? 자아. 모자와 경보기 ----. 그렇게해서 모두 장난감을 나눠주고 낙시터에 데려 갈거야. 아이들이란 하고 싶은걸 해보게 해줘야 해.
[페이지] 037 (뽀루뚜까의 차에다가 낚시도구와 아이스박스등을 싣으면서) [뽀루뚜까] 애들은 그렇게 많이 낳아 데리고 다니려면 힘이들텐데. 잃어버릴 수도 있을테고. [제제] 일렬로 세우고 번호를 부쳐주죠. 그리곤 신호를 보내면 돼요. 이렇게.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분다. 잘 안된다.) [뽀루뚜까] 그 이렇게 하는거야. (뽀루뚜까. 휘파람을 멋지게 불어 제킨다) [제제] 야하 - . 아저씨 이건 뭐에 쓰는거예요? [뽀루뚜까] 그건 미끼통이다. [제제] 이건요? [뽀루뚜까] 그건 고기를 잡아 넣어 갖고오는 박스고. [제제] (낚시대들고) 이런건 굉장히 비싸죠? [뽀루뚜까] 응. 허지만. 그것도 다 네것이 될수 있잖니? [제제] 참. 그랬죠? (사이) [제제] 뽀루뚜까. 볼기짝이란 말을 해도 괜찮아요? [뽀루뚜까] 그건 욕에 가까우니까 좋은 말이 아니야. 못써. [제제] 볼기짝이라고 하고 싶을땐 어떻게 하죠? [뽀루뚜까] 후미라고 해라 [제제] 전에 어드문드 아저씨의 볼기짝 아니 후미를 태운적이 있어요. [뽀루뚜까] 식인종처럼 그랬단 말이냐? [제제] 그 아저씨가 아끼는 그물침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비싸게 굴 잖아요. 찝어 뜨릴까봐 올라가지도 못하게 하고. 내참 더러워서 망할놈의 자식. [뽀루뚜까] 뭐라고? [제제] 아. 아녜요. 언젠가 그 아저씨가 그물침대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돼지처럼 코를 골고 말예요. 전 신문지 조각을 모아서 그밑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죠. 아저씬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리 소리질렀어요.
[페이지] 038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후미가 없어져 버렸을 거예요. (뽀루뚜까가 유쾌하게 웃는다. 그들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건다.) [제제] 그런데 ---- 이상해요. 뽀루뚜까. 후미를 때린다. 후미를 찬다. 후미가 가렵다. 라는 말은 들어 봤어요? [뽀루뚜까] (머리를 긁적이며) 글쎄 ----. 그래 그냥 편한대로 볼기짝이라 하렴. (그들 차가 출발한다. 구름이 스쳐간다.) [제제] (손을 흔들며) 아저씨 - 아저씨 - [아리오 발도] 꼬마야. 잘있었니? (꼬끼요 부인이 장바구니를 흔들며 지나간다.) [제제] 옆집 아줌만데요. 아이가 딱 스물이예요. 한달전에 또 한명 낳았거든요. [뽀루뚜까] oh! my god [제제] 무슨 말예요? [뽀루뚜까] (우물쭈물) 그. 그저 풍년들어 좋다는 말이다. (제제. 멋모르고 웃는다.) (도로띨리와 세실리아 선생님이 스쳐 간다. 제제가 얼른 몸을 감춘다) [제제] 선생님예요. 학교에서 제일 못생긴. 그렇지만 마음도 천사 같에요. (가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차가 천천히 멈춘다. 건널목이다) [제제] 뽀루뚜까. 절 사랑하신단 것을 믿어두 돼요? [뽀루뚜까] 그래 이녀석아. [제제] 뽀루뚜까는 큰 집에서 혼자 사시죠? [뽀루뚜까] 그래. [제제] 커피와 빵을 날라오는 흑인하녀 밖에 없죠? [뽀루뚜까] 그래.
[페이지] 039 (가차소리 만큼 목소리가 커져간다.) [제제] 그리고 절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뽀루뚜까] 그래 - [제제] 그렇다면 저의 아빠를 만나 절 달라고 하시면 어때요? (뽀루뚜까. 충격을 받은듯 제제의 얼굴을 둠어지게 본다.) [뽀루뚜까] 넌, 내 아들이 되고 싶니? [제제]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정할순 없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할수만 있다면 뽀루뚜까를 정하겠어요. [뽀루뚜까] 정말이니 꼬마야? [제제] 정말예요. 그렇게 되면 욕도 안하고 볼기짝이란 소리도 안 해요. 뽀루뚜가의 구두를 닦고 학교에선 공부만 하겠어요. [뽀루뚜가] 제제! [제제] 만약 주지 않는다면 절 사가세요. 집이 가난하든요? 돈을 많이 달라고 하면 야곱이 팔린것 처럼 나눠서 내도 될거예요. (기차가 가장가까웁게 한참을 지나간다. 기차소리가 멀어져간다. 뽀루뚜까의 표정이 기쁨과 안타까움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참후.) [뽀루뚜까] 제제. 산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듯 쉬운일이 아니란다. 그리고 그건 옳은일이 아닐수도 있고 그렇지만 내 한가지 약속하마. 앞으로 널 내아들처럼 사랑해주마. 친아들처럼 말이야. (제제의 얼굴을 가슴에 앉는다.) (빵빵거리는 크랙션소리. 뽀루뚜까. 놀래며 출발시킨다.)
[페이지] 040 [장] 16장 (장면은 이어진다. 조명이 숲으로 바뀌어가며 장치가 변해간다. 가면을 쓴 삼바춤 축제자들이 몰려나온다. 차 앞으로 잠시 스쳐간다. 차가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뽀루뚜까] 삼바축제일이 얼마 안 남았구나. [제제] 우리도 축제에 끼어도 돼죠? [뽀루뚜까] 그럼 -. [제제] 그럼 뽀루뚜까와 같이 할래요. [뽀루뚜까]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숲속 낚시터로 바뀌어진다. 차가 멈춘다. 그들 뛰어내린다. 도구들을 내리며 떠들어 댄다.) [뽀루뚜까] 저 쪽이 낚시터고. 조금아래로 내려가면 수영도 할 수 없지. [제제] 여긴 자주 오세요? [뽀루뚜까] 그래. 저쪽에 보이는 나무. 저나무를 뭐라고 하는지 아니? 여왕나무라고 한단다. [제제] 아저씨 나무에요? [뽀루뚜까] 그래. 제제가 작은 오렌지나무를 갖고 있듯이 아저씨도 아저씨도 저런나무를 갖고 있지. [제제] 아 ----. 그랬구나. [뽀루뚜까] 먹을 것도 내려야지. [제제] 네 (박스를 열어보고) 아저씨 이건 비둘기고기예요? [뽀루뚜까] 그래, 바나나도 있지? 계란밑에. [제제] 네. 소리가 굉장히 많네요. (뽀루뚜까가 미끼통을 열어보다가) [뽀루뚜까] 이런 미끼통이 비었어. [제제] ? [뽀루뚜까] (웃으며) 아저씬 다시 나갔다 오마. 미끼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돼.
[페이지] 041 그동안 헤엄이나 치고 있으렴. [제제] 그래요 (제제, 기다렸다는 듯이 바지부터 벗어던진다. 뽀루뚜가가 흠칫 놀란다.) [뽀루뚜까] 이대로 물에 들어가면 안된다 (다시 바지를 입히며) 그냥 집 옆에 앉아 있거라. 바르는 약도 사와야겠구나. [제제] 이젠 아픈것도 모르는 걸요. (뽀루뚜가 잠시동안 제제를 안고 있다가 차에 오른다.) [뽀루뚜까] 곧, 오마. [제제] ---- (삼바춤 무리들과 엇갈려 차가 출발한다. 요란한 기성과 리듬 속에 기괴한 가면들이 춤을 춘다. 제제가 잠시 구경하다가 무대 앞쪽으로 나온다) 제제가 잠시 구경하다가 무대 앞쪽으로 나온다) [장] 17장 (뒤쪽에 어두워지며 오렌지 나무에조명이 들어온다) [제제] 밍기뉴. 이제부턴 나도 돈을 모아야해.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거든? (하늘을 보며) 생각 좀 해봐 밍기뉴. 저 하늘에서 은가루가 떨어지는걸. 기차를타고 갈거야. 황야의 무법자말야. 그건참 멋있어. 건널목에서 그게 지나갈땐 다른 자동차들은 전부 머리를 숙여. 여왕님 앞에 신하처럼 말야. 난 밖을 내다보고 손을 흔들거야. 구경하는 꼬마들이 안보일때까지. (바구니를 든 글로리아와 잔디라가 근처에 앉아
[페이지] 042 푸성귀를 다듬는다. [잔디라] 너. 그렇게 계속 지껄이다간 미쳐버리겠다? [글로리아] 무슨 좋은 일이 있니? [잔디라] 그건 또 뭐 말라 비틀어진거니? [글로리아] (눈짓하며) 언니! (제제에게) 넌 길을 모르잖아? [제제] 몰라도 갈수있어. 이건비밀이야. 그리고 난 방향감각이 있대. [글로리아] 방향감각? [제제] 눈도 코도 귀도 없는 지렁이가 제 집을 찾아가는 그런거래. (글로리아와 잔디라 가볍게 웃는다.) [제제] 거길 갔다오면 그 다음부터 돈을 벌거야. 도와 줄 친구가 있거든? [글로리아] 그다음엔? [제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얘기할께. 글로리아 누나와 결혼할거야. (글로리아와 잔디라 폭소를 터뜨린다.) (글로리아와 잔디라 폭소를 터뜨린다.) [장] 18장 (어느덧 제제는 다시 낚시터에 서 있다. 삼바춤이 크게 확대되어 간다. 기차소리가 요란하게 무대를 뒤엎는다. 기적소리가 계속 울린다. 삼바춤 요란하다. 제제가 삼바춤에 넋이 빠져있다. 차와 기차가 충돌하는 소리. 기적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린다. 모두들 잠시 침묵. 이윽고 삼바축제자들이 몰려나간다. "뭐야 사고야?
[페이지] 043 "여기 있던 차야. "야 꼬마야. 너희 자동차가 사고났다 임마" [제제] (경악)? (텅빈무대에 제제가 혼자서있다가 소리지르며 나간다.) [제제] 뽀루뚜가. 뽀루뚜가. 기적소리만 -. (암전) 기적소리만 -. (암전) [장] 19장 (제제의 침대 식구들광 의사) [글로리아] 사흘째 헛소리만 하고 있어요. [의사] 됐어요. 고비는 넘겠군요. 정신이 곧 드는데로 처방대로만 하세요. [엄마]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요. 새삼스레 충격을 받을 만 한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 [의사] 피부에 상처가 심한건 어쩐일입니까? (모두들 묵묵 무답이다. 아빠의 헛기침 잔디라의 훌쩍임 [글로리아] 감수성이 유달리 예민한가봐요. 이앤 오렌지나무 한그루라도 사람과 같거든요. [의사] 오늘 중으로는 의식이 들겁니다. 또다른 충격을 주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요. 그럼 -. (잔디라와 아빠가 배웅하고 들어온다. [글로리아] 모두들 주무세요. 제가 지켜보고 있을께요. 엄만 오늘도 야근이시잖아요? [엄마] 미안하다. 글로리아? [글로리아] 다녀오세요. (엄마는 아빠를 맥없이 보고 나간다. 또또까와 잔디라 따라나간다.
[페이지] 044 [아빠] 얘야. 너도 어느날엔가는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된단다. 아빠가 되면 순간순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알게 될거야. 그땐 이 아빠도 이해 하겠지. 어떤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생활속에서 끝없는 자포자기에만 빠질떠도 있단다. 아빠도 그랬지.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을거다. 아빤 쌍파울로에 있는 큰 공장의 재배인이 됐거든. 이젠 절대로 크리스마스에 네 양말이 비어있게 하지 않으마. (격정을 누르며 안으로 들어간다. 달빛이 방 깊숙히 들어찬다.) [글로리아] 하늘이 아주 고웁잖아? 아기 예수가 네 맘속에 태어날 수 있도록 저렇게 별이 반짝거리잖니? 제제. 넌 나을거야. 연을 날리고 구슬을 따고 나무에도 올라가고 얼마나 멋진 일이니? 동네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있어. 네가 나와서 말썽을 부려야 거리가 활기에 찬대. 제제. 넌 그렇게 해 줄테지? (제제의 시트를 여며주곤 이마에 키스를 한다. 잠시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주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살풋 잠이 든다. 이어 몸을 뒤채는 제제. 어느순간 일어나 현장감각이 없는듯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잠시사이. 왈칵눈물을 쏟는다. 무대 다른 한 곳에 빛이 들어오면 흰 꽃으로 둘러쌓인 뽀루뚜까의 관이 보인다. 네 사람의 장정이 들어와 의식을 치루듯 천천히 관을 운구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슬픔어린 제제의 말이 이어진다.) [제제] 아기 예수 넌 나뻐 ----.
[페이지] 045 난 이번엔 꼭착한 아기예수가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 네가 그렇게 해줬니? 넌 왜 다른애들 처럼 날 좋아하지 않지? 난 아주 착해졌는데 ---- 싸움도 안하고 욕도 안했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볼기짝이란 말은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아기예수 왜 넌 날 도와주지 않니? 뽀루뚜까와 오래오래 살고 싶었어. 아기예수 넌 나쁜애야/ (제제. 흐느낀다. 관을 비추던 빛이 천천히 꺼져간다. 글로리아가 잠을깬다.) [글로리아] 제제 ----. [제제] ----. [글로리아] 그동안 많이 아팠지? 앞으로 그런일이 없을거야. 잔디라누나도 또또까형도. 엄마. 아빠도 모두 그러기로 했단다. [제제] ---- 아냐 누나. 맞고터지는 아픔은 아무것도아냐. 난 지금 더아퍼. 이렇게 아파본 기억이없어 누나 ----. 이렇게 아파본 기억이없어 누나 ----. [장] 20장 (오렌지나무아래 한줄기 가느다란 빛이 들어오자 라임오렌지나무 한그루가 나타난다. 한층 성숙된 모습의 제제가 뛰어와 나무앞에 우뚝선다.) [제제] 오늘은 소년예수가 태어나는 날이야. 동네 꼬마들에게 선물 나눠줄 준비를 해야겠어. 응? 딱지나 구슬이지뭐. 꼬마들 한테는 그것처럼 좋은 선물이없어. 얼마전엔 아주 중요한걸 배웠어. 뭐냐구? 그건 이 세상에서 정말 용서 받지 못할 일이 있다면 그것처럼 괴로운게 어디 있겠니?
[페이지] 046 이젠 너와 헤어지게 될것같애. 얼마 안 있으면 난 또 한 학년이 올라가거든? 더욱더 어려운걸 배우게 될거야. 하지만 언제라도 네가 보고싶으면 달려올께. 어른들이 너를 이해 못하고 너와 얘길 나누지 못하는건 얼마나 불쌍한 일인지모르거든? 그러면 결국 사랑도 메마르게 되는거야. 그럼 안녕 밍기뉴? (나무를 쓰다듬듯 한 바퀴돈다) [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천천히 막이 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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