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섬세하며
세련된 조형미를 실현한 애상의 미학
신 항 섭 / 미술평론가
그의 그림에 민족이라든가 국가라는 거창한 관점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관련한 조그만 세상, 즉 바닷가 마을에 대한 소회라는 소박한 시각이 담겨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의 추억을 매개로 하여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의 정서를 일깨워 주는 힘은 아주 강렬하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되살려주는 마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미적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의 감정을 흔드는 힘이 있다. 그가 그림 속에 농축시키고 있는 고향의 그리움이란 체험적인 진실의 고백인 까닭이다. 그의 일체의 형식적인 기교를 버렸다. 오직 순수한 시각으로 고향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좀더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조형적인 개별성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 수 없는 고향은 그에게 간구의 대상이 되었다. 진정 간절히 원하는 대상이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 수많은 위대한 문학을 탄생 시켰듯이 고향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애상의 미학이라는 그의 그림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가 이룩한 성과는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김한의 개별적인 감수성 및 사우의 공간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반세기 동안이나 키워온 고향의 그리움과 속죄의 감정은 누구와도 공유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림 속에 녹아든 조형적인 세련미에 취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고향얘기 따위는 잊어도 좋다. 설령 그림에 담긴 내적인 정서에 공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단지 보여지는 아름다운 조형세계에 대한 시각적인 이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는 까닭이다.
<김한 화집에서...>